칠선골 두지터 허정가(虛靜家)

2009. 7. 12. 21:12여백/살아가는이야기

 


칠선골 두지터 허정가(虛靜家)





8.26일은 지리99(지리산 아흔아홉골: http://www.jiri99.com/)
회원들이 유서깊은 지리산
달궁에서 모이는 날이다.

달궁 모임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두지터 허정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고
금요일 회사일을 마치고 곧장 달려 허정가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의미심장한 글(낙서)들로 빼곡하던 벽에는 하얀 페인트 칠을 하고 
누군가가 이렇게 써 놓았고...


허정가(虛靜家)에 들리면
허정(虛靜)은 일단 손님을 차방(茶房)으로 안내하여
향내 짙은 향을 피우고는 정성드려 차를 내 놓는다.
부드러운 차를 들면서 여유롭게 담소하는 것 이것 얼마만인가?

전부터 그랬지만 한층 원숙해진 구수한 입담은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고 이내 말벗이 된다.
 그러다 인생 상담자가 되기도 하는데
가는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허정가에서 바라보는 두지터 모습,
울창한 숲과 인근에는 각종 야생화가 만발해 있고
매미와 이름모를 풀벌레가 합창하며 늦여름의 운치를 더한다.















아침(만찬이다)
귀한 손님온다고 삼천포까지 가서 사온
전복을 먹고 자란다는 문어와 소라로 밤새 포식을 했는데 아침 상이 거득하다.

자신들이 가져온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허정가에 있는 재료로 음식을 해 먹으면 되고,
부족한게 있으면 지금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필요한 것 준비해 오라고 해서 해결하기도 한다.

양념이라든지 식재료가 남으면 여기에 두고 가면 다음 사람이 또 활용한다.
그렇게 그렇게 부족한 것 없이 순환되고 공생의 삶이 이어진다.

그렇다.
한 사람이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질서가 잡히고, 맑아지지만
한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모두가 덩달아 진흙탕 싸움에 휩싸이게 된다.




점심을 먹고 허정탕(?)에 가 봤다.
지난번 VJ특공대를 보고 허정가를 찾았다고 하는 가족들도
칠선계곡 푸른 계류 만큼이나 맑고, 행복한듯 하다.

톱니바퀴 돌듯한 일상에서
조금만 비껴서도 이렇게 여유와 웃음과 자유와 평화와 행복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곳 두지터에도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지나간다.




대구에서 오신 교장선생님도 칠선골 오르기 전에 들리셨다
내려 오면서 다시 들리셨다.




허정은 달궁모임 행사준비를 위해 집을 나서는데
허정가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다.

인천에서 온 가족들, 내일 새벽 칠선을 오를 산꾼들,
그리고 지금 이리로 향하고 있다는 대구팀.
한 가족같이 머물다 또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허정이 집을 비우면 집에 있는 사람이 주인이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쌀이 어디 있는지 찬 거리가 어디 있는지
오히려 자기 집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두지터는
이전 가락국 군량미를 저장한 두지가 있었던데 연유한 유서깊은 지명이다.
마을이 형성된 것은 국립공원을 정비하면서 칠선폭포 주변에 있던
화전민들을 이주시키면서부터라고 한다.
처음에는 40여 가구나 되었는데, 사라호 태풍때 계곡이 넘치면서
지금 있는 몇 채만 남기고 다 휩쓸려 내려 갔다고 한다.

대 여섯가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겨울철에는 추위가 심하고 눈이 많이 와
주민들은 마을로 내려가고 허정이 마을을 지킨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맞아주며
지리산 품에서 지리산을 닮으며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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