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소매물도 등대섬, 그리고 통영나들이 (3/5)

2009. 7. 30. 07:32여행/여행기


 

 


남해의 욕지도, 소매물도 등대섬, 그리고 통영나들이 (3/5)
2009. 7. 4 ~ 5





아름다운 섬 욕지도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다시 통영으로 나와 다음 목적지 소매물도 가는 길.
그 사이에 생긴 짜투리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그 시간에 산양해안도로를 따라 달맞이 명소 달아공원과
수산해양백물관, 달아공원에서 그림같이 아름답게 보이던
ES 클럽 통영 리조트를 거쳐, 꼭 가보고 싶었던 박경리 묘소까지..
이건 순전히 가이드를 잘 만난 덕이고, 가끔 과속(?)을 하지만
운전 잘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와 동행하는 덕택이다.
아침부터 강행군이긴 하지만 여행은 조금이라도
발품을 더 팔면 그만큼 많이 볼 수 있으니까..





8. 여행에서는 자투리 시간을 잘 이용해야...

8.1 달맞이 명소 달아공원에도 들리고...





(달아공원 입구에서 우리를 먼저 맞은 건 아름다운 시화)

그리운 통영
- 이 진 우 -


꿈은 남南으로만 걷는다

서울에서 시작되는 세상
어제도 세상이 뒤척이는 바람에
잠 못 이루고 여기까지 왔다

종착역이다
좀만 더 가도 기차는
바다 속으로 잠겨 버린다

(바다가 중력을 이기는 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을 지키기 때문이다)

종착역에서도 기차는 떠난다
아무리 성에 낀 창으로 사람을 숨겨도
사람은 뜨거운 시선으로
창을 녹인다

(녹는 건 금방 얼고)

얼지않은 남쪽 바다로
기적을 울리며 기차는 달려간다
그곳에 따뜻한 꿈이 있다





(달아공원에서 보는 남해의 섬들...)





(많은 섬들이 박무에 가렸다. 바로 앞 학림도 뒤 비진도도 어렴풋이 보인다)





(달아공원에서 내려오는 길...)

통영시 남쪽의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km의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있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일주도로는 동백나무 가로수가 있어 동백로라고도 하며,
다도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이다.

공원은 미륵도 남쪽 끝에 있는데 완만한 공원길을 따라
올라가면 관해정(觀海亭)이 서 있다. 이곳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관해정을 비껴 바다쪽으로 조금 더 가면 대장재도·소장재도와
저도·송도·학림도·연대도·추도 등 수많은 섬들이 보인다.
이곳 한쪽에 섬 이름을 안내하는 대형 지도가 마련되어 있다.
주변에 미래사, 미륵산, 연대도해수욕장, 비진도해수욕장,
이충무공 유적지 등의 관광지가 있다.





(일몰이 장관이라는 관해정(觀海亭))





(한려해상국립공원 안내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전남 여수시에서 경남 통영시 한산도(閑山島) 사이의
한려수도 수역과 남해도(南海島), 거제도(巨濟島) 등
남부 해안 일부를 합쳐 지정한 국립공원을 말한다.





8.2 해양수산박물관에도 들리고...





(해양수산박물관쪽에서 바라보는 통영 앞바다)





(클럽 ES 통영리조트 오르는 길)











(벽면에는 통영이 낳은 유명한 예술가 8인의 대형 프로마이드가 걸려있고)





(나무 화석과 함께)

비싼 입장료 내고 박물관에 들리느니 클럽 ES 통영 리조트에 가보기로 했다.
물론 시간이 많았다면 박물관에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여행에서도 선택과 집중?





8.3 이국적인 풍경의 클럽 ES 통영 리조트에도 가 보고...







(이국적인 풍경의 클럽 ES 통영 리조트)

미륵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조트는 바다를 향해 길쭉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어 거의 모든 객실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야외 풀장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비경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국내 최초 별장형 리조트로)

철저하게 쉼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그저 편안하게 휴양을 즐기다 가기에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곳이 없을듯...





(관광명소가 된듯... 투숙객도 많지만 구경 온 사람도 많았다)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주중에는 일반회원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 요 금 -
로맨틱(66㎡형, 정원 4명) 회원 5만9000원, 일반 26만원
로얄(116㎡형, 정원 6명) 회원 9만8000원, 일반 45만원





(조망좋은 창가에 앉아 분위기도 잡아보고...)







(동양의 나폴리 통영, 통영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된 클럽 ES 통영 리조트)





(통영에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잘 꾸며놓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이 친환경적인 것 같았다)





9. 박경리 묘소에 들러 참배도 하고...







(박경리 묘소, 박경리 공원 가는 길)





(길 옆엔 풍접초도 나비같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담하게 정리해 놓은 년표)

묘소 입구에 선생님의 약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아담한 게시대를 만들어 정리해 놓았다.
"하고 싶은 말과 글이 있으면 단지 속에 넣어주세요"
라는 조그만 팻말아래 단지가 놓여있고...





(마지막으로 남긴 시편 "옛날의 그 집")

비자루 병에 걸린 대추 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 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 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시편( '현대문학' 올 4월호 발표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란 마지막 행이 턱, 걸린다.





(눈먼 말)

글 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건 없었고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 기둥 하나 붙들고
여까지 왔네


'토지'를 향한 대장정 속에서 선생은
가끔 쉬고 싶은 심기도 있었을 것이다. 시는 그러한 쉼표가 아니었을까.
시집 '자유'속에 있는 선생의 시다. '눈먼 말'이 되어 글의 감옥에 사는 동안
완전히 스스로 차단한 삶을 살았던 선생의 삶에, 정신에 새삼 가슴이 시려온다.

아. 삶에 대해 그렇게 치열해본 순간이 언제였는가...







(동판 원고지에 새긴 "우주만상 속의 당신")

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 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덩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문학하는 사람들은 상업적인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바쁘게 올라 마음 가다듬고 간단하게 예도 갖추고...)





(묘비엔 딸랑 이름석자와 온 날과 간 날만...)





(땅 주인이 그렇게 아꼈다는 명당, 그 명당을 기증한 그 마음이 고맙다)

박경리 공원에는 앞으로
통영이 낳은 예술가 8분의 묘를 모두 이곳으로 이장하여 공원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통영은 참 걸출한 예술인들이 많은데... 박경리가 어렵게
고향으로 오게 됨으로 인해 통영인들의 자긍심을 높인 것 같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물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피동적인 것은 물질의 속성이요, 능동적인 것은
생명의 속성입니다.

- "마지막 산문" 중에서 -





(한국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선생의 약력을 살펴보면..)

                             1926년 10월 26일(음) 경남 충무(현 통영시) 출생

                             1944년 진주여고 졸업

                             1955년 김동리의 눈에 띄어 단편 '계산'과 '흑흑백백'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1957년「불신시대」로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

                             1958년「평화신문」근무

                             1959년「서울신문」근무

                             1962년「김약국의 딸들」 발표

                             1965년 한국여류문학상 수상

                             1969년 6월 대하소설 「토지」집필 시작

                             1972년「토지」1부로 월탄문학상 수상

                             1979년「박경리 문학전집」(지식산업사, 전16권) 발간

                             1991년 인촌상 수상

                             1992년 보관문화훈장 수훈

                             1994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문학박사

                             1994년 집필 26년만에「토지」 (나남출판, 전21권) 탈고

                                    유네스코 서울협회 선정 '올해의 인물'

                             1996년 제6회 호암상 예술상 수상

                             1997년 연세대학교 용제 석좌교수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최 20세기를 빛낸 예술인에 선정

                                    강원도 원주시에 토지문학관 개관

                             2003년「토지」를 잇는 장편소설「나비야 청산가자」연재시작, 3회를 끝으로 중단

                             2007년 산문집 「거울을 위한 망상」발간

                             2008년 '어머니' 등 신작시 3편 현대문학에 발표

                             2008년 5월5일 뇌졸중 등 지병으로 별세





(160a)

여행은 조금의 구속도 없이 마음가는 대로 발길 닿는대로
가야하는데 스케쥴 쫙 짜놓고 톱니바퀴 돌듯 다니면 많은 것을 놓친다.
일행이 있고 또 많은 것을 봐야겠다는 욕심이 우리의 일정도 여행사
패키지 여행보다 더 빠듯하다. 아쉬운 것은 소매물도 가는 배편을
예약해 놓은터라 박경리 공원 가면서 부터 시간에 쫓겼다.
그곳에서 박경리 선생님을 잘 아시는 분을 만났는데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게 아쉽고...,
선생님 묘소에 들러 찬찬히 돌아보지 못하고
서둘러 떠나온게 선생님에 대한 실례가 된 것 같고...,

물론 욕지도에서 통영으로 나와 소매물도 가는
자투리 시간에 주마간산식으로 몇 군데를 둘렀지만
통영은 정말 여행같은 여행을 해 보고 싶은 곳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35분,
11시에 출발하는 소매물도 가는 배 타려고
아름다운 산양일주도로를 내달린다






< 계 /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