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8구간 (삼수마을(한재)에서 오도재까지)
2009. 8. 21. 21:55ㆍ山情無限/호남정맥(完)
호남정맥 18구간 (삼수마을(한재)에서 오도재까지)
○ 산행일자 : 2009. 8. 8(토) 09:10 ~ 16:45 (7시간 35분)
○ 산행날씨 : 흐렸다 갬, 폭염주의보
○ 참석인원 : 울산원조산악회 호남정맥종주대와 함께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9.3㎞ 누적거리 : 284.3km (340.9km)
○ 산행코스 : (한재)삼수마을-활성산-봇재-313봉-414.4봉-봉화산-417봉-그럭재(-346봉-오도재)
○ 소 재 지 : 전남 보성군 보성읍, 회천면, 득량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5:15 신복로타리
08:45 삼수마을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8:55 삼수마을 출발
09:30 활성산 (465.2m)
10:15 봇재
10:50~55 313봉
11:35~45 414.4봉
12:15~50 봉화산 (475m)
00:00 417봉
14:00 통치재
14:20 그럭재
③ 복귀
15:00~30 기러기재 휴게소
15:45~17:20 오도재 / 산행뒷풀이
21:10 울산 도착
몸도 많이 가벼워졌는데 이번 구간은 산의 기복도 심하지
않은데다 아름다운 보성의 녹차밭을 지나가니까 즐거운 산행이
될 것같아 기대를 한 구간이다. 두어달 동안은 몸도 힘들고
마음고생도 심했는데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컨디션이 안좋았는데도 무리할 정도로 빠지지않고
다닌 덕분(?)에 시간이 가니 멀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호남정맥의
종착점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서서히 몸을 만들어
호남이 끝나기 전에 지난 5월에 시작하려다 차일피일 미루어
지고있는 남은 정맥중 한 곳을 시작하려는데 원조산악회에서
9정맥 종주를 계획하고 있으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안내 산행도 좋지만 나머지 정맥들은 혼자 걸어 보고 싶다.
정맥길을 가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와 지리를 살펴보고
그 지역 특산물, 유적지도 둘러보며 공부도 해 보고 싶다. .
들머리에 내려주고 날머리에서 거둬 오는 이런 방식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냥 산길만 걸어 많이 아쉽다. 그래서
힘은 들겠지만 혼자 걸어보려는데 호남길을 나서면서도
생각이 복잡다. 영 모르는척 할 수도 없고...
(오늘은 지원군 몇 사람 참여하는 바람에...)
(마루금은 이 벌판을 지나는데...)
우린 버스를 타고 동네까지 왔다.
버스를 타고 도로로 왔으니 담에 땜방하러 와야할 것 같은데...
이제 호남정맥이 점점 가까워지는데다 오늘은 오는 길 버스안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한 탓에 제법 들머리에 일직 도착했다.
(길섶의 강아지풀도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후덥지근한 날씨, 몇 걸음 걷지않았는데 얼굴에 땀이 범벅이 된다)
(활성산(活城山 415.2m)을 내려서니 녹차밭이, 가야할 능선이 올망졸망하다)
웅치면과 보성읍, 회천면이 만나는 봉우리로.
뒤쪽으로 멀리 제암산 임금바위가 희미한 점으로 보인다.
(첫번째 녹차밭을 지나면서...)
(육거리 직전에서 만난 반가운 시그널 "세월")
동네뒷산같은 숲길을 지나는데 바로 앞
높다란 가지에 반가운 노란 시그널 하나가 걸려있다.
백장미님이 걸어 둔 세월 시그널이다.
세월님들을 만난듯 백장미님을 만난듯 반가운데...
세월 시그널만 보고 반길게 아니라 보고싶은 님들도
만나봐야 하는데 하필이면 호남정맥 가는 2,4째 토요일과
세월 산방 토요산행 일정이 겹치니 안타깝다.
한동안은 아쉬움만 달래야 할듯...
세월은 토요일마다 산행을 안하나?
시그널과 눈맞추고 내려서니 6갈래 ?재
산길에 이렇게 갈래가 많은 길도 처음본다.
(여섯 갈래길을 지나... 산길도 참 복잡하다는 생각)
(호남정맥 마루금은 보성봇재다원을 가로질러...)
녹차밭 상단에서 지도를 펴고 왔다 갔다하며 제법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루금은 분명 좌측으로 내려서야 할 것 같은데
시그널은 오른쪽 넓은 임도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마루금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같이 걷던
설여사님도 봇재너머 멀리 보내고 다시 돌아나와 녹차밭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팔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봇재가 저 위에 있는 것 아닌가?
급비탈 내림길이 쉽다고 너무 내려섰다.
(시원한 녹차 한 잔 마시고 싶지만 갈길이 바빠서...)
가파른 비탈을 한참 치고 오르니 정맥길은
녹차밭 중간부분 통로로 지나는 것 아닌가?
군데 군데 관광객들이 제법 보인다. 전통한옥으로
단장한 '봇재다원 관광농원' 마당을 가로질러
봇재로 이어가는데 녹차시음장이 유혹을 하지만
갈 길이 바빠 4차선 도로를 횡단한다.
(봇재 / 해발 210m)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가는 4차선 18번국도.
호남길은 건너편 노랑색 S-오일 주유소 옆길로 오른다.
(봇재 방향, 호남정맥은 주유소 뒤로 올라 이어간다)
(17)
(제일다원 옆길, 봉화산 등산로 표시를 따라)
제일다원 옆으로난 봉화산 동산로로 오르는데
높은 습도로 숨이 탁 막힌다. 풀숲에 잠깐 쉬는데
지열에 얼굴이 후끈거리고 땀이 비오듯 한다.
오늘 갈길을 다 가겠냐 싶은 생각이 든다.
길은 큰 기복없이 평탄한 편인데
조그만 오르막도 힘겹다.
(득량만이 눈에 들어오면서 바람이 조금 인다)
(지나온 봇재와 봇재다원 방향을 뒤돌아 보니...)
(득량만을 오른쪽으로 끼고 가는 호남길)
(절굿대)
(계속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313봉에서 보는 득량만의 아름다운 모습)
힘들게 오른 313봉에는 벤치가 놓여 있는데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사방으로 트여 조망이 좋다.
쉬어가고 싶은데 벤치까지 있으니 안성맞춤아닌가?
박무로 보성만은 큰 저수지처럼 보인다.
쉬기 좋다고 그만 313봉에서 5분 넘게 쉬어 버렸다.
후미가 오자 그때서야 방 비껴주며 일어섰다.
('여기가 제양골...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고갯길.', 제양골)
(화죽삼거리)
(이동통신탑, 땀을 얼마나 흘리고 올랐는지...)
고도차가 얼마되지 않는데 정말 힘들다.
영남알프스는 올랐다하면 고도를 1000m나 올려야 하는데
호남정맥에서 맥을 못추며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산불감시초소 앞에 있는 벤치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411.4봉(△회천305))
산불초소 주위에 벤치가 너댓개 설치되어 있다.
그렇찮아도 쉬고 싶었는데... 광마님 일행과 쉬다가
더 쉬는 바람에 여기서 후미를 만나고 후미 일부도 먼저
보내고 제일 후미가 되어 걷는데 다리에 힘이 주이지 않는다.
더워서 물을 마시면 물은 곧바로 땀이 되는지
이마를 줄줄 타고 내린다. 오늘 날씨가 왜 이리 덥지?
(봉화산에서 합류, 오늘도 점심은 빵 하나로 때워 보는데...)
(봉화대 앞에선 호남종주대 공식 모델)
(봉화산 / 475m)
보성군에서 봉수대를 복원하고 주위에는
소공원을 조성해 놓았는데 봉수대 위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조망이 좋다.
(봉화대에서 잠깐 휴식, 이 때까지만 해도 견딜만 했는데...)
(이름남기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름석자가 그렇게 중요한듯)
(봉화산 삼거리, 편한 길이 이어지지만 더위에 지친 몸은 늘어지고.. )
힘이 들어도 봉화산까지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는데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습도가 높은데다 머리위에서
태양은 작열하고, 지열은 얼굴을 후끈거리게 하고 숨이 막히게 했다.
점심을 빵 하나로 떼웠는데, 후미 일행들도 점심을 먹고
힘이 나는지 속력을 내니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
(때죽나무 별같은 하얀꽃 달린 것이 어제같은데...)
그래, 내 컨디션은 내가 안다.
너무 무리하지 말자. 그럭재에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길옆의 때죽나무도 잘 생각했다는듯 눈짓을 한다.
(보성사 삼거리)
(길은 좋은데... 정말 길은 좋은데...)
(풍치재, 길은 좌측으로 돌아 오른다. 맛이 갔다)
혼자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저 앞에
태백산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반갑고 고마움보다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든다.
풍치재 남근석 앞에서 사진 한 장씩을 남기고,
(폭염주의보를 내리게 한 하늘, 작열하는 태양을 피해...)
(측백나무숲을 지나... 다시 하는 생각이지만 길은 좋은데...)
(기러기재 (그럭재 171m), 오늘 여기서 끊어야겠다)
2번국도, 4차선 도로에 중앙분리대 높게 설치되어 있다.
차들이 고속도로 같이 질주한다. 버스정류장 그늘에 앉으니
바람은 시원한데 지나가는 택시도 한 대 안보이고,
한참을 기다려도 지나가는 버스도 없다.
마냥 기다릴 수없어 폰을 뒤져 택시를 부른다.
(택시를 기다리다 ?휴게소로 가 먼저 온 사람들과 합류하고...)
오도재로 가려고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도 지금 멀리 가 있어 30분은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택시를 부르고 혹시나 하여 총무님께
전화를 하니 고개너머 기러기휴게소에 버스가 잇는데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다며 빨리 오라고 한다. 얼른 택시를
취소하고 산길보다 더 걷기힘든 작열하는 아스팔트 길을
10여 분 걸어 탈출병들과 합류했다.
(다시 오도재(五道峙 / 140m)로 이동하여)
기러기 휴게소에서 시원한 물로 씻고 등나무
그늘 아래서 쉬려는데 벌써 선두가 도착했다고 한다.
대단한 사람들... 도대체 사람인가 짐승인가 싶다.
그 따가운 햇볕아래 이 시간에 도착을 하다니...
오도재는 보성군 겸백면과 득량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845번 지방도로가 넘는다. 고갯마루에는 지형도를
이용한 대형 등산안내도가 서 있어 인근의 산과 등산로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 놓아 도움이 된다.
(오도재에 서 있는 대형 등산안내도)
(힘이 든 만큼 보람도 있고, 이야기꺼리도 많아 즐겁다)
단연 오늘의 화두는 그 뙤약볕을 헤치고 제일 먼저 도착한
선두도 아니고, 그럭재에서 탈출한 탈출병들의 이야기도 아닌
광마님과 박사장님의 살기를 느낄 정도로 고생한 알바 이야기다.
잘 가던 길을 그만 편한 길 임도로 들어섰는데 후진기어가 없어
가던 길을 되돌아 오지 못하고 그냥가는 바람에 몸 하나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부비트랩같은 대밭에 들어 고생했던 이야기들..
이 염천에 무더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생하며 대밭빠져 나온
이야기는 더위에 지친 일행들을 얼마나 즐겁게 해 주었는지...
나중에 TV를 보고서야 이유를 알았지만 오늘 이렇게 더웠던 것은
호남지방에 폭염주의보를 내릴 정도로 더웠던 날씨 때문이었다.
그기에다 습도까지 높았으니 완전 찜통이었던 것이다.
오늘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몸도 가볍고 코스도 쉬워 쉽게 산행을
마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오늘도 날머리 조금 앞에서 접었다.
이전 같았으면 무리해서라도 갔을지 모르지만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몸을 혹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이다.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데다 결정적인 것은 오늘 예상치 못한
폭염주의보까지 내린 염천폭염 날씨도 한몫했다. 하지만 대원 모두
자신의 형편껏 산행을 하면서 큰 불상사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며
날머리를 향해 한 구간을 더 가까이 갈 수 있어 감사하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구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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