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7. 17:46ㆍ山情無限/지리산
○ 일 시 :
○ 코 스 : 중산리 - 로타리산장 - 천왕봉 - 칠선계곡(제석봉방향) - 두지터 - 추성리
○ 참 석 : 00명 (J 산악회)
○ 날 씨 : 고온 다습, 운무가 엷게 끼었다가 쾌청
○ 구간별 소요시간
* * * * * * * * * * *
휴가기간에 지리산 산행을 하려고 계획 중인데
갑자기 칠선계곡을 다녀 오게 되었다.
그렇게 쉽게 올 것 같지 않던 기회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중산리 매표소는 새벽이 없다.
각자 어떤 목적으로 산을 오르든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 새벽이 어디있고
날씨가 무슨관계며, 고통과 어려움이 대수겠는가?
오늘 산행하는 모든 분들 세상 모든 일들도 산행하듯 하나 하나 이루어 가시길…
새벽 4시
천왕봉을 넘어 칠선계곡을 잘 다녀오겠다고 신고를 하고 중산리 들머리 출발.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습도 93%의 후덥지근한 날씨는 이내 땀이 맺히게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이 범벅이 되어 한 시간쯤 오르자
능선의 울창한 숲 열린 틈으로 동이 터오는 것이 보인다.
05:35
중산리 코스로 오르면
빠른 시간에 천왕봉까지 오를 수 있는 실리(?)도 있지만
로타리 산장을지나서 만나는 조그만 문,
마치 사립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듯 운치가 있어 좋다.
주인이 얼른 나와 반겨줄 듯…,
전망좋은 너럭바위 위에 올라서니
이미 일출시간이 지나서인지 푸른 하늘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라지만 오늘 날씨는 보통이 아닐 것 같다.
숲으로 들어서자 아직은 잠에서 덜 깬듯 깜깜하다.
된비알을 오른다. 숨이 가쁘다.
그렇지만 힘이 솟는 건 산새들이 합창과
길 섶의 야생화들이 힘을 내라고 활짝 웃으며 반기는 모습들..…,
해발 1,300m 이상에서 자란다는 수리취, 백색털이 신비감을 더한다.
계산빠른 인간들은 요즘 세상,
꿀벌형 인간이 되지 말라지만 꿀벌들은 그런 소리에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양식과 인간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부산하다.
머리위 정상에는 구름이 노닐고 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담아두기 부족하여..
순간을 잡아 역사로 남기기 위해
후미대장으로 수고하신 무대뽀님, 더운데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가 왜 이다지도 슬플까?
동자꽃도 굶어 죽은 동자승의 사연이 안타깝다.
(미역줄나무)
정상에서 줄 서서 기다렸다가 증명사진을 찍었지만…,
이는 7급에 해당하는 증명입산이라하니…
이리 저리 요동치며 흩날리던 운무가 갑자기 천왕봉 정상을 덮어 버렸다.
태양도 빛을 잃고 우유빛 필터를 끼운듯하다.
가까운 곳도 조망되지 않지만
어떻게 매번 반야봉을 조망하며 만복대,
백운산을 조망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를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지…
개구멍을 통과하자마자
키를 넘는 잡목들이 길을 가로 막더니 이내 가파른 철계단이 내리 꽂혀 있다.
가파른 길에 물기까지 머금은 바윗길이 위험하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구간이 한동안 계속된다.
하긴 합수부까지 도상거리 1km도 안 되는 거리에 고도를 500m가까이 낮추어야 하니…
과연 칠선계곡 쉽게 비경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와 보고 싶었던 칠선계곡은 쉽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지리산 등산의 개척기에 전설과도 같은 우천
그 많은 지리의 골골 능선 다 놔두 고 사라진 칠선계곡이 궁금하였다.
정말 칠선계곡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8월1일부터 2박3일간 대피소 예약도 다 해 두었기에…,
이틀만에 짐 꾸려 다시 와야 하는데 칠선계곡이기에 만사 재껴두고 따라 나섰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 듯,
운무가 걷힌 사이로 보이는 옆 능선은 말 그대로 동양화의 한 폭을 보는 듯하다.
아직 인간의 때가 덜 탄 계곡의 숲은
아름드리 나무와 이제 생명을 다한 나무들…,
그리고 새롭게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들이 자연은 자연 그대로 치유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듯하다.
(비비추)
생명은 위대하고 영원하다.
쓰러진 고목을 딛고 일어서는 새 생명들….
한참 전부터 오른쪽 방향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처음 만나는 폭포다.
중봉골에 있는 마폭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3층 폭포인가?
그 가운데 예쁜 갈색 우산을 받쳐 쓰고 살포시 고개 내미는 단아한 모습의 버섯
명경지수,
맑다, 푸르다,
하늘을 담고, 이웃을 모두 품은 모습이 아름답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런 청정수를 주고 있건만…,
지난 장마때 이곳도 장대비가 쏟아졌나 보다.
때로는 길이 끊겨 멈칫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떠내려온 고목이 길을 막기도 하고...,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2
단폭포) 폭포가 너무 아름다워...옆에 서 보고 싶었다.
(칠선폭포)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
단연!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계곡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빛과 폭포의 포말이 이루어 내는 조화,
현란하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과연 골이 깊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
이정표는 아직까지 추성리가 3.9km나 밖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옥녀탕)
길은 능선으로 올라 계곡은 저 아래 아득한 곳에 있지만 포말을 일으키며
계류는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며 제 갈 길을 간다.
드디어 사립문은 아니지만 출구다. 천왕봉에서 켰다 끈 핸드폰을 디시 켜봤다.
착한마음님이 허정과 접선(?)을 시켜주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도 문자는 들어오지 않고…,
무심했던 탓이다. 이 친구 지리산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토굴에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래서 두지터 허정가에서 지리산을 지키고 있을 줄이야.
인터넷이나 한번 뒤져보고 오는 것인데…,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두지터,
옛 가락왕국의 군량미를 모아두었던 두지가 있었던 연유로 지명이 두지터가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5가구 10명이 약초와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뒤에는 창암산이 솟아있고 숲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는다.
고갯마루를 내려서자 이제 선경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두고 온 비경, 끝없이 이어지는 폭포와 담과 소 아름다운 계곡,
칠선계곡은 올라야 제 맛일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초암능을 타고 내려와야겠다.
선녀탕에는 선녀도 선녀가 벗어놓은 옷도 없었지만...
이미 지리산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지리산 두지터 "허정가"에서 지리산을 지키고 있는
허정 아우가 주차장까지 찾아와 주었다.
이제는 선녀가 사라져 버린 칠선계곡도 외롭지 않을것 같다.
시간내어 허정가에 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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