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운무에 잠겨 있고
(백무동 하동바위-장터목산장-천왕봉-장터목산장-세석산장-한신계곡-백무동)
2006. 1. 30 ~ 31 / 시나브로
설 쉬러 시골가는 길에 지리산 갈 준비를 했다. 지난 주 수빈이를 보내고 와이프가 모처럼 자유시간을 갖게 되어 시골에서 얼마 멀지않은 지리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그동안 혼자만 산을 다녀 미안하기도 했고, 지리산 한신계곡이 그렇게 가고 싶었다.
( 하루밤 묵은 백무동 입구의 "지리산 펜션" )
추성동 칠선계곡 입구를 거쳐 오후 5시경 백무동에 도착했다. 하루밤 묵을 어디 근사한 집이 없나하고 찾고 있는데 서울서 왔다는 아가씨 2명이 장터목 산장으로 출발한다. 랜턴을 무장한 채 지금 이시간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백무동까지 4시간 밖에 안 걸린다니 지리산은 서울이 울산보다 가까운 것 같다.
( 갈림길, 곧바로 가면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산장으로 이어진다 )
백무동 코스 중 하동바위 코스는 길이 험하지도 않고 짧은 시간에 장터목 산장까지 오를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작은 계곡을 끼고 오르다가 능선길로 이어져 장마철에도 큰 위험이 없고, 겨울철 폭설 후에도 가장 먼저 뚫여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은 전천후 등산로이다.
( 하동바위 )
1시간 가까이 쉬엄쉬엄 오르니 하동바위가 나타났다. 바위가 하동방향을 보고 서 있어 하동바위라 한다 하기도 하고, 하동군수가 여기서 비를 만나 길을 헤맷기 때문에 하동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등산로는 웅장한 하동바위 앞을 가로 질러 나 있다.
( 참샘에서 목을 축이고... 물 맛이 좋다 )
( 멋있는 산꾼의 아름다운 모습 )
등산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등로 주변이나 전망좋은 곳 주위는 온통 쓰레기 투성이다. 특히, 일부 등산객들은 귤 껍질이 야생동물의 먹이가 된다고 마구 버리지만 야생동물은 귤 껍질을 잘 먹지 않는다. 하얀 눈 위에 버려진 귤 껍질이 흉물스러운데 버린 사람도 있고, 그것을 줍는 사람도 있다. 요즘은 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남이 버린 쓰레기도 하산하면서 봉투 가득 주워 오는 멋진 산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 장터목 산장이 눈 앞에 나타났다 )
소지봉을 지나 흙길로 30여분 오르자 망바위가 나타났다. 기암괴석이 멋있고 전망이 좋아 보이나 구름으로 먼 곳은 잘 보이지 않지만 잘록한 능선안부에 장터목 산장이 지척에 나타나 보인다.
( 천왕봉 오르는 길의 고사목 )
( 와이프와 천왕봉 정상에 서다 )
정상에 올랐다가 한 참을 내려와서 생각하니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 다시 올랐다. 여태 같이 오르지 못한 천왕봉을 오늘 2번이나 오른 것이다. 천왕봉은 자주 올랐지만 오늘같이 사람이 귀하기는 처음이다. 다른 때는 정상석에서 증명사진 찍으려면 줄서서 순서를 기다렸는데 오늘은 카메라 맡길 사람 찾기도 쉽지않다.
( 제석봉 가는 길에서 )
짙게 내리깔린 구름이 갈라 지더니 파란 하늘이 잠깐 보였다 저 아래 골짜기에는 운해가 골을 타고 오른다. 잘하면 오늘 반야봉 낙조도 담을 수 있겠고 내일 아침에는 천왕일출도 담을 수 있을듯 하다. 실은,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여 지리산 정상부는 눈이 와 설경이 멋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산에 올랐다.
( 천왕봉을 뒤돌아 보며 )
( 빨간 우체통 )
장터목 대피소 앞에는 빨간 우체통이 향수를 느끼게 한다. 누가 이용을 하는지... 배달은 누가 하는지... 갈 때마다 엽서를 보내볼까 하면서도 한 번도 실행하지 못했다. 오늘은 대피소에도 엽서가 동이나 한 장도 없단다.
( 출발할 때 운무에 잠긴 장터목 대피소 )
밤새 비가 내렸다.겨울비가 장마비같이 내렸다 물론 산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효과음까지 내어 가면서... 일출을 보려던 산객들이 대부분 천왕봉 등정을 포기했다. 천왕봉 등정을 포기하니 아침시간이 여유롭다. 일찍 아침을 먹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도 그칠 생각을 않는다 할 수없이 운무가 자욱하고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했다.
( 산죽이 우거진 눈 길 )
낮게 깔린 운무는 연하봉에 오르자 앞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신비로움을 더하기 시작했다.
( 고사목 앞에서 )
( 촛대봉 직전 풍경 )
( 세석산장에서 백무동 한신계곡으로 가는 이정표를 지나며 )
( 백무동 방향의 운해 )
( 계곡에 들어서도 운해가 궁금했다 )
한신계곡을 내려오다 백무동 방향의 운해가 궁금하여 전망이 될만한 바위는 거의 다 올라가 본 것 같다.
( 한신계곡 내림길 )
한신계곡이란, 계곡이 깊고 넓어서,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는 계곡이어서,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여 굽이치는 것이 많아 한심하다고 해서, 옛날 한신이라는 사람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으로 가다가 급류에 힙쓸려 죽었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라고 하는 골이 깊은 만큼 뜻도 많은 계곡이다 가파른데다 등로에는 눈과 얼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기도 힘든데 눈에 보이는 것은 감탄할 풍경 담아야 그림이 지천이다.
( 가지끝에 매달린 물방울 )
( 생명의 향연 )
생명은 절대불멸의 우주에 숨었지만 죽음은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간다.
( 얼음길을 지나 )
( 숲은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고... )
고목은 흙이 되고 흙은 또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 겨울의 복판에서도 숲은 기지개를 켠다 )
( 가네소 )
12년간 수행하던 도인이 마지막 수행으로 가네소 양쪽에 밧줄을 묶고 눈을 가린채 건너가고 있는데 지리산 마고할매의 셋째딸 지리산녀가 유혹하는 바람에 그만 물에 빠지자 도인은 "에이 나의 道는 실패야, 나는 이만 가네"하고 떠나는 바람에 "가네소"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 폭포 )
한신계곡에는 폭포가 수도 없이 많다. 계곡의 폭포는 물이 떨어지면서 많은 산소가 물 속으로 녹아들어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산소가 풍부해지고 맑아진다. 특히 물분자가 깨어지면서 발생하는 음이온으로 |폭포주변은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한다.
( 산중턱에 물구나무 선 얼음기둥 앞에서 )
( 계곡풍경 1 )
( 계곡풍경 2 )
백명의 무당이 있어 백무동(百巫洞)이 되었다고 하고 또, 백명의 무인이 머무른 곳이어서 백무동(百武洞)이 되었다지만 오늘 같이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어 백무동(白霧洞)이 확실한 것 같다
( 계곡풍경 3 )
산정에서는 산을 휘감고 도는 운해가 멋있고 운해 속에서는 우유빛 운무가 신비감을 더해 준다.
( 계곡풍경 4 )
세석산장에서 백무동까지 6.5km이지만 길이 험해서인지 가도 가도 끝없는 것 같다. 계곡까지 내려간 길은 계곡을 가로지른 출렁다리를 건너고 또 다른 능선에 올라서면 저 아래에서 까마득한 곳에서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 길은 평탄해 진 길에 낙엽까지 쌓여 있으니 호젓하다 )
호젓한 걸음 100리 산길이 대수일까? 일부러 맞는 진눈깨비에 옷 젖는 것 대수며 찬 겨울바람인들 대수일까? 종아리에 알이 배기고 균형 잡느라 녹슨 근육이 찢어질듯 당겨도 몸이 천근이라도 함께한 길이기에 덜 힘들단다. 그래서 좋단다. 낙엽까지 쌓여 있으니 더...
( 30여 시간만에 백무동으로 복귀하다 )
1980.1.3 지리산 종주 때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운무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지리산! 언제나 마음 속에 자리하는 nostalgia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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