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7. 17:39ㆍ山情無限/지리산
지리 100리 주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삼정산 산행
일시 : 2005.12. 3(토)
날씨 : 맑았다 흐림
참석 : 영남알프스 28명
코스 : 실상사 - 약수암 - 능선 - 도마마을 - 문수암 - 상무주암 - 삼정산 - 마천
소요시간 : 10:40~15:55 (5시간 15분)
한 달 동안 세번이나 지리산을 찾게 되었다. 경방기간 지리산 폐쇄되지 않는 구간을 찾고 있는데 마침 영남알프스에서 삼정산을 간다고 한다. 지리산에 미쳐 시간만 나면 찾지만 갈수록 갈증은 더 해 가는 것 같다. 가면 갈 수록 가 보고 싶은 곳이 줄어들기는커녕 갈 때마다 몇 곳씩 늘어나니 낭패다. 그 중 100리가 넘는 주능 전체를 조망해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던 차에 지리산 주능 조망이 가능한 곳중 대표적인 삼정산 산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해 고속도로 남강휴게소에서)
07:20 신복로타리를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진영휴게소에 들리기로 했으나 그냥 내빼다 남강휴게소에 잠깐 들렸다 산청 마천을 거쳐 10:15분 산행 들머리 삼정리 음정마을 영원사 입구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도 잠시,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뒤따라 온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과 산불감시원이 갈 길을 가로 막는다. 비 지정 등산로여서 출입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신도증이 있으면 가능하다나…, 출입을 통제하면 하는 것이지 사찰소유도 아닌데 국립공원 직원이 신도증이 없다고 입산을 통제하는 것은 국립공원 입구에서 가지도 않는 사찰입장료 징수하는 것 하고 다를게 뭔가. 씁쓸하다.
(들머리 양정마을에서 출입을 저지당하고..)
영남알프스의 지리산 산행은 아귀가 좀 안 맞는 것 같다. 지난 6월 당일 종주시에는 성삼재를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로 하루 종일 등산화 가득 물을 담고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고…, 지난 달 불무장등 산행도 공단 직원에게 저지당해 아쉬움을 안고 도중에 되돌아 왔고…, 오늘 영원사 오르는 길은 신도증이 없다고 출입을 저지 당했다.
(산행코스를 변경하여 실상사 방향에서 들머리를 잡다)
할 수 없이 코스를 변경하여 사암순례코스를 따라 실상사 입구에서 삼정산까지 가기로 하고 차를 되돌려 실상사 입구로 되돌아왔다(10시40분). 들어가지 않을 실상사 입장료 1,500원을 내고 다리를 건너니 몇 백년이나 된 듯한 느티나무 아래 석장생이 서 있다. 귀신을 쫓기 위해 세웠다는 장승의 모습은 겁나기는커녕 모자와 큰 귀, 둥그런 눈과 주먹코하며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조선 영조1년(1725년)에 세워진 것으로 원래는 4개가 있었는데 홍수 때 1개가 떠내려가고 현재는 3개가 남아있다고 한다.
(실상사 입구에 있는 석장생)
실상사를 들릴 사람은 들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넓게 난 도로를 따라 약수암으로 향했다. 소나무 우거진 사이로 난 신작로는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었다. 중간에 비포장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렇게 큰 길을 내면서까지 산을 훼손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지난 루사 태풍 때 수마가 활켜 곳곳에 산사태가 난 곳을 복구한 흔적은 있으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 흉물스럽다.
(약수암을 지나 도마마을 가는 대나무 숲길)
11:25(약수암) 임도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자 조그만 암자가 나타나고 큰 길은 여기서 끝났다. 다른 곳으로 길이 통과하면 몰라도 조그만 암자 올라오는데 이렇게 큰 길은 만들다니 해도 너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도마 마을로 내려가려고 암자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가려니 통행을 못하게 하여 다시 되돌아 나와 암자입구 왼쪽 대나무 밭 사이로 난 능선길을 따라 도마마을 방향으로 향하는데… 마을 어귀 감나무에는 따지 못해 서리 맞은 빨간 감들이 먹음직스럽게 달려있다.
(도마마을 뒷길을 가다가 만난 감나무)
11:50, 능선길 따라 25분 정도 진행하니 조그만 산촌 도마마을이 나타났다. 마을로 내려서지 않고 마을 뒤로 난 길을 따라 오름길로 접어 들었다. 마을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는데 지게에 통나무를 한 짐이나 진 할머니가 내려 오시길래 약수암 가는 길을 여쭸더니 곧장 올라가면 된다고 하신다. 길을 묻기는 물었지만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도마마을 뒤로 난 등산로와 군자리에서 올라온 콘크리트 길과 만나는 곳 이정표)
마을 뒤로 난 가파른 길을 7~8분 정도 오르니 산사태로 복구한 넓은 공터가 나왔다. 한참 전부터 보이지 않는 후미와 합류하기 위해 기다리는데 밭 언덕에 서있는 감나무 빨간 감이 군침을 돌게 한다. 돌팔매질하여 감을 떨어뜨려 보지만 이미 홍시가 된 감은 떨어지는 순간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하여 땅에 떨어져서는 수류탄 파편날듯 박살이 나고 만다. 마음 급한 사람은 그 높은 감나무에 올라 손 닿는 곳 홍시 몇 개를 따보지만 가져 내려오기도 만만찮다.
후미와 연락이 되었나 보다. 후미 하대장이 모두 도마마을까지 내려 오란다. 지금 가던 길을 그대로 가도 그쪽 큰 길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루루 힘들여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성격 급한 사람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왔던 대열 그대로 돌아서 가면 나중 왔던 사람들도 인생역전의 맛도 볼 수 있으련만… 올적에 제일 앞장 섰던 준족들이 내려갈 때도 앞장 서 내려가는데 저 멀리서 우리 위치를 파악한 하대장이 다시 내려오지 말고 그 길로 올라가라고 한다. 이미 먼저 내려간 선두는 마을 가까이 간 모양이다.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 조금 전 휴식했던 곳을 지나니 경운기 다닌 흔적이 있는 잘 닦여진 넓은 농로가 나왔다. 이 길은 곧 마천마을에서 콘크리트 길로 이어진 길과 만난다. 앞으로 이 견성골을 따라 계속 올라 가야 한다.
(문수암 이정표, 오른쪽 계단은 삼불사를 거쳐 문수암에 이른다)
콘크리트 길과 만난 후 30분 정도 올라 나타난 평평한 곳에서 후미와 합류하기 위해 쉬면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문수암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을 생각하여 문수암에서 먹기로 하고 다시 출발.
12:54,(문수암 삼거리), 25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니 문수암 삼거리가 나왔다. 오른쪽 계단 길은 칠불사를 거치고, 왼쪽 길은 문수암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삼정산 정상에서 지리산 주능 조망과 사진촬영이 이번 산행의 주목적이기에 빠른 길을 택했다. 잎이 다 졌지만 울창했던 잎들이 낙엽이 되어 길을 덮고 초록 이끼가 낀 바위와 이따금 산죽길이 이어지는 길이 운치가 있다. 길은 바위도 많고 제법 가팔랐다.
삼거리에서 30분 정도 걸었을까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힘든데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종아리가 경직되고 바늘로 찌르는 것같이 아프다. 주저앉아 한동안 꼼짝도 못했다. 조금 있으니 풀려 조심 조심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여태 산에 다녀도 다리에 쥐가 난적이 없었는데…, 쥐가 풀려도 종아리는 걷는데 무리가 갈 정도로 아프고 다리가 묵직하다.
문수암을 조금 지나(13:35) 양지바른 공터에서 앞 삼봉산 쪽을 조망하며 휴식을 취하는데 일행 3명이 올라 오길래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하니 정상부터 가자고 하여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13:45). 위를 쳐다보니 산봉우리가 꼭 쌍봉 낙타등 같은 형상이다. 골짜기 낙엽 위에 언제 왔는지 눈이 흩어져 쌓여있다.
(삼정산 정상 오르는 이정표)
14:00(삼거리 이정표), 15분 정도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니 상무주암 삼거리 이정표가 나왔다. 곧장 진행하면 영원사, 상무주암 방향이고, 삼정상 정상은 상무주암에서 오른쪽 길을 오르면 된다. 조그만 능선을 넘어서자 길은 조금씩 아래쪽으로 기울고 있다. 멀리 지리 주능이 보이는데 정확하게 어디쯤인지는 가늠이 안 된다. 빨리 전체가 조망되는 봉우리에 올라야겠다는 생각뿐이다.
14:05, 문수암에서 상무주암까지 1km 거리를 20분 만에 왔으니 제법 속보로 온 셈이다. 여기서 400m 위가 삼정상 정상이다. 올라가면서 바위가 있으면 조망이 어떨까 하고 보면 앞에 나뭇가지가 시야를 방해한다. 그냥 보는 것이야 나무가 가려도 괜찮지만 파노라마사진을 찍을 때는 가까운 곳 물체가 우선되므로 가까운 곳에 찍히는 물체가 없어야 한다.
(삼정산 정상에서)
14:11(삼정산 정상,1182m), 7분 가량 미끄러운 흙 길을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왔다. 대우국민차에서 세운 스텐판에 새긴 삼정산 표지판이 있는데 높이가 1240m로 되어있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오르내리면서 100m쯤 가니 삼정산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은 너 댓 명 앉을 수 있는 암봉이다. 정상에는 6명이 올라왔다. 바위 조금 지난 곳에 함양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는데 여기는 표고를 1182m로 표기하고 있으나 지도에는 1225m로 되어있다. 어느 것이 정확한지...
바위에 올라서니 사방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정상부근 나뭇가지가 방해를 하지만 조망되는 부분을 카메라에 담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비껴 반야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의 주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두 군데 있다. 백두산으로부터 거의 4천리를 내리 달려 온 백두대간의 끝 지리산 주능선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쳐 진행하므로 주능선의 남쪽과 북쪽에서 조망할 수 있는데 남쪽은 경남 하동 청암면 묵계리, 이른바 청학동 뒷산 삼신산(1284m)이고, 북쪽은 전북 남원 산내면과 경남 함양 마천면 삼정산이다.
(멀리 두류봉,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대피소), 연하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지리산 주능선은 종주 개념으로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를 말하는데, 이보다 더 확장하여 북쪽 바래봉에서 천왕봉과 중봉(1874m)을 거처 하봉(1781m)까지 연장하여 말 하기도 한다.
삼신산과 삼정산에서 바라보는 산줄기는 용이 꿈틀거리는 듯 장쾌한 공통점이 있지만, 삼신산은 동쪽으로 치우쳐 있고, 삼정산은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 전망은 차이가 많이 난다. 즉, 삼신산의 조망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국한되는 반면, 삼정산에서는 삼신산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게 조망되는데 거의 270도를 둘러보며 북서쪽 바래봉에서 동쪽 하봉까지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삼정산의 전망은 지리산 세 주봉의 맨 서쪽 노고단을 볼 수 없다. 노고단, 종석대, 성삼재, 작은 고리봉 부분이 반야봉에 가린다.
또 삼정산에서 정남으로 삼각봉에 이르는 능선의 군데 군데 솟은 무명봉들로 인해 명선봉, 삼각봉 부분이 하늘금에 약간만 남기고 그 아래 부분은 오버랩 되어 보이지 않는다.
계속 중첩하여 카메라 셔트를 눌렀다. 지리산 주능선을 파노라마로 찍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 기회가 왔다.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일행이 지리 주능을 조망하는 동안 조금 아래에 있는 바위로 내려가 반야봉부터 나무에 가리는 고리봉까지 다시 촬영하였다.
(상무주암 앞에 있는 소나무에 걸려있는 이정표)
4시까지 마천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바빠졌다. 시계를 보니 14시 35분, 남은 시간이 1시간 반도 안된다. 정상을 거쳐 능선을 타면 문수암으로 바로 위로 통하는 지름길일 것 같은데 확실히 알 수가 없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문수암 전망, 삼봉산, 백운산, 오도재, 법화산 등이 정면에 조망된다)
5분만에 상무주암을 통과하고, 정상에서 15분 만에 능선을 하나 넘고 골짝을 지나 문수암에 도착, 삼봉산을 조망하다 한 컷하고는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가파른 길을 내달린다. 담고 싶은 풍경은 많으나 갈길이 바쁘니 안타깝다.
(뒤 돌아본 삼정산과 계곡)
15:30 계곡을 가로 지르는 다리를 건너 조금 더 내려가다 후미를 만났다.
(가을겆이 끝난 논에 짚더미만 쌓여있다)
가을겆이가 끝난 다랑이 논에는 짚더미를 쌓아 놓았는데 시골 생각이 났다. 어릴적 동네 논 가운데 볏짚더미를 파고 들어가 놀던 기억이 새롭다. 가난으로 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온갖 개구장이 짓하며 자란탓에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추억거리가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나중에 무슨 추억을 할까? 혹 스타크래프트나 게임한 기억밖에 또 뭐가 날지…
(삼정산 모습)
도마 마을까지 내려왔는데 큰 길은 오른쪽으로 돌아 산 허리를 넘길래 곧바로 난 좁은 길로 들어 서려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른쪽 길로 가야 된다고 멀리서 고함을 치신다. 그냥 못본척 하여도 될텐데… 덕분에 바른 길로 들어 설 수 있었는데 그것도 잠깐...
큰 길은 능선을 넘어서 계속 이어지길래 지름길인줄 알고 논 가운데 있는 멋진 송림이 우거진 곳으로 내려섰는데 비탈을 내려서자마자 길이 끝났다. 되돌아 가기도 그렇고… 논을 가로질러 송림을 통과하는데 왠 도둑놈이 그렇게 옷에 달라 붙든지… 종족 번식을 위해 몇 백리 밖 울산에서 온 것을 알기나 한 듯… 그러나 신작로가 나오기 전 논 둑길을 지나면서 모조리 다 떼어내었다. 조금 질러 가려다 훨씬 힘들게 조그만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은 길을 둘러 왔다.
(마천 목공예사 앞에 서 있는 장승)
정확하게 4시 5분전 삼정산 정상에서 1시간 20분 만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까지 왔다. 정상을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나마 시간 내 왔으니 한가지는 어겼어도 시간은 지켰으니 다행이다. 일찍 내려온 모범 산객들이 수고하여 준비해 놓은 맛있는 라면을 한 그릇 먹고 나니 한 날의 피로가 싹 가신다.
(고즈늑한 산골마을에 저녁연기가 피어 오른다)
이곳은 칠선계곡까지 5km, 백무동까지 6km, 지리산까지도 13.5km밖에 안되는 지리산 바로 코 밑 마천이다. 다음에 칠선계곡을 오르기 위해 다시 몇 번은 들려야 할 곳. 고봉들이 병풍을 치고 있는 고즈늑한 산골마을 굴뚝에서는 저녁연기가 피어 오른다. 목가적인 풍경이 아름답다. 연신 셔트를 눌렀다. 오늘 산행은 썩 좋게 출발하지 못했고 도중에 다리에 쥐가 나 고생도 있었지만 멋있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마천마을 이정표, 지리산 두류봉,하봉,중봉,천왕봉은 마천면 추성리 산100번지다)
칠불사에서 제일 후미인줄도 모르고 후미를 기다리며 여유를 부리다 한참이나 늦게 도착한 일행을 태우고 17:00 마천을 출발하여 20;45 울산에 도착하였다. 수고하며 함께한 일행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끝)
'山情無限 >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홀했던 지리산에서의 2박3일, 반선에서 추성리까지 (0) | 2009.03.27 |
---|---|
일곱 선녀를 찾아 칠선계곡으로... (0) | 2009.03.27 |
지리산은 운무에 잠겨 있고 (0) | 2009.03.27 |
지리 단풍을 쫓아 뱀사골에서 피아골까지 (0) | 2009.03.27 |
아! 지리산 / 시나브로 (0) | 2008.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