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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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
2018.12.07 -
해는 기울고 / 김규동
해는 기울고 / 김규동 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 폭풍이 몰아친다 이 넋의 고요. 인연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 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보이리 길이. 출처 : 『김규동시전집』(창비, 201..
2018.11.18 -
추일서정 /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
2018.10.30 -
세계지도와 지구의 / 하종오
세계지도와 지구의 / 하종오 어렸을 때 커다란 종이에 인쇄된 세계지도를 보고는 왼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아프리카와 오른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아메리카가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대륙이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둥그런 지구의에 인쇄된 세계지도를 보고는 모든..
2018.10.09 -
아프리카 / 데이비드 디옵(David Diop)
아프리카 / 데이비드 디옵 아프리카, 나의 아프리카! 대대로 물려받은 대초원에서 당당하던 무사들의 아프리카 나의 할머니가 머나먼 강둑에 앉아 노래한 아프리카, 나는 그대를 결코 알지 못하지만 내 얼굴은 그대로 피로 가득하다. 들판을 적시는 그대의 아름다운 검은 피, 그대가 흘린..
2018.10.01 -
시인 것 / 김선우
시인 것 / 김선우 어느 새벽 시를 두 편 썼다 "이게 시가 되는가?" 한 사흘 골똘히 들여다보다 한 편은 골라 들고 한 편은 버렸다 시가 되겠다 판단한 시 한 편, 한 문장 한 구절 한 글자씩 뜯어보며 한 이틀 매만지다 벼락, 회의가 든다" 대체 시란 무엇인가?" 시가 시에 갇혀버린 느낌 '시가 ..
2018.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