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7. 18:04ㆍ山情無限/지리산
새해 첫날 지리산 천왕봉 일출맞이 산행
06.12.31 10:30 울산 출발
07.01.01 02:10 백무동 도착
02:20 산행시작
05:35~55 장터목 대피소
07:05~55 지리산 천왕봉
(07:42 일출)
10:25 중산리 도착
* * * * * * * * * * *
위겸씨가 지리산 일출을 보러 가잔다.
장엄한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몇 번 보았지만
새해 첫날은 복잡할 것 같기도 하고
지리산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새해 첫날 일출이 보고 싶기도 하다.
울산에서 출발한 버스는 가는 해와 오는 해를 거쳐
백무동에 도착했는데, 이미 관광버스 열 몇 대가 먼저 와 있었다.
예상이야 했지만, 중산리쪽도 아니고 백무동쪽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릴 줄이야. 역시 사람들 마음과 계산은 비슷한 것 같다.
간단히 몸을 풀고 1차 목적지 장터목을 향해 오르면서
과연 새해 첫날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된다.
순전히 일출을 보러 가는 길이니까...
하늘을 보니 오른쪽 어깨 위로 달무리가 져 있고
빛을 잃은 별들이 조금씩 보인다.
10여분 올랐을까 정체가 시작된다.
한겨울에도 제일 먼저 뚫리는 등로지만
계절이 계절인 만큼 빙판이 된 길이다.
눈까지 쌓여 있어 더 위험하다.
6시까지는 장터목 대피소까지 가야하니 마음이 바쁘다.
정체구간이야 어쩔 수 없지만 길이 넓은 곳에서 속도를 높힌 덕분에
3시간 15분 만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장터목은 설 대목 장터를 방불케하였다.
바람을 피할만한 곳은 발 디딜틈이 없다.
장터목 칼바람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터여서
일단은 바람을 피하여 간식을 먹은 후
천왕봉에 오르기로 하고 취사장을 비집고 들어갔다.
발붙힐 틈이 없을듯 했지만 2사람이 끼일 자리는 있었다.
정겨운 장터목 대피소 이정표.
장터목은 사통팔달, 지리산 주등로에서 교통의 요지다.
천왕봉을 향해 오르는 불 빛들이 장관이다.
누가 시킨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순례객의 행렬이다.
40분이면 오를 천왕봉을 1시간 10분 만에 올랐다.
시간은 충분한데 먼저 올라온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다.
그래도 일출 사진을 담아야겠기에 평소에 사진을 찍던 위치에 간신히
자리를 확보하고 카메라를 꺼내었지만 가지고 갈까말까하다
두고 온 삼각대가 없어 아쉽다. 가지고 올 걸...
여명에 산들이 우뚝 우뚝 일어서고, 산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방으로 산 너울이 춤을 춘다
드디어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더니
이내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려는 듯 점점 세력을 넓혀간다.
한참이나 뜸을 들이더니 중심부가 이글 거리며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의 긴장된 모습으로
모두를 숨소리마저 죽이게 만든다.
드디어 환호성이 터진다.
어둠을 잠 재우며 일어서는 태양
이글거리며 끓어 오르는 용광로
장엄한 빛이여
환희,
희망,
대망의 용솟음 사랑과 용서와 화해의 빛이여
이 땅 온 천지를 물들게 하소서
천왕봉 정상
인산인해다
한 밤을 밝히며 이곳 1,915m 지리산 정상까지 오른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목적이 있을테고,
나름대로 의미를 만들었을 것이다.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같이
올 한해를 불태울 수 있기를...
정상에만 사람들이 꽉찬게 아니다.
천왕샘 부근은 내려가고 올라오는 사람이 뒤엉겨 아수라장이다.
태양은 10분 동안만 얼굴을 보였다 구름속으로 사라졌는데도
오르는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천왕봉으로 오르는 사람들...
오르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 모두 바쁘지만
서로 양보하며 교대로 진행하는게 더 빠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 걸고
따뜻한 차로 오가는 길손을 맞는 당신들...
당신들이 더 복 받을 사람들입니다.
오늘따라 파라칸다 열매가 더 붉어 보인다.
10시 25분 중산리 매표소 도착.
2시간 넘게 기다려도 아직 오지 않은 일행을 기다리며
쳐다보는 지리산 정상은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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