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7. 18:10ㆍ山情無限/지리산
○ 산행일자 : 2007. 7. 17(화) 07:25 ~ 16:45 (9시간 20분)
○ 산행날씨 : 짙은 구름, 안개비, 오후 늦게 갬
○ 산행인원 : 5명 (가천, 능삼이, 들풀, 초록별, 시나브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9.1㎞
○ 산행코스 : 백무동-참샘-소지봉-장터목-천왕봉-장터목-연화봉-세석갈림길-한신계곡-백무동
○ 소 재 지 : 경남 함양군 마천면 / ( 산청군 시천면 )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4:00 문수고 출발
07:20 백무동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7:25 산행시작
08:40 참샘(1125m)
08:59 소지봉(1312m)
10:15~20 장터목 대피소
11:10~15 천왕봉(1915m)
12:05~40 장터목 대피소 / 점심
14:00~10 세석 갈림길
15:54~59 가네소 폭포
16:45 산행종료
③ 복귀
17:00~18:00 산행 마무리 / 저녁
21:30 문수고 도착
2. 산행기록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며
지리산에 대한 그리움은
어머니의 품을 그리는 마음에 비유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지리산을 찾는다고 하지만
두루넓고 큰 어머니 품같이 포근한 지리산이 우리를 부르는 것 아닐까?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산이 그리움의 대상이겠지만
유독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지리산은... 지리산에 들지 않고는
달리 해소할 수 없어 어느덧 발걸음은 지리산으로 향한다.
지리산, 포근한 품에 안기면
그 참을 수 없이 목말랐던 그리움도 이내 사라지지만
내려서는 순간 더 큰 그리움으로 중독된다.
하여, 지리산을 찾고 또 찾을 수 밖에는...
* * * * * * * *
산길따라종주산악회 카페에
17일날 지리산 백무동 원점회귀 산행계획이 올라왔다.
가고 싶기는 하지만 승용차로 간다는데 일행이 많을 것 같아
머뭇거리다 다음날 남은 자리가 있나하고 가천님한테 전화를 하니
현재 아하님과 가천님 2명이 전부란다. 어째 이런 일이...
새벽4시 문수고 앞에 도착하니,
그 사이 제일 먼저 신청한 아하님은 보이지 않고,
가천님, 능삼이님과 들풀님, 초록별님, 나까지 그렇게 5명이란다.
산청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백무동에 도착한 시각은 07:20
(산행 들머리, 백무동 시인마을)
백무동을 기점으로 한 등산로는
세석대피소로 오르는 한신계곡(주곡)과
한신계곡 길로 오르다 좌측으로 빠져 장터목대피소로 오르는 한신지곡,
백무동에서 곧장 장터목대피소로 오르는 하동바위길이 있다.
그러나 한신지곡 길은 비지정 등산로로 폐쇄된 상태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의 한신골은 빙판을 이루는 곳이 많으므로
겨울 코스로는 큰 눈이 와도 제일 먼저 열리는 하동바위길을 권하지만
여름 산행이라고 해서 하동바위길이 못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은
여름철 수 없는 폭포와 소와 담이 이루는 한신골 풍광에 못지않은
하동바위 길의 호젓하면서도 조망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백무동 기점 등로를 더 살펴보면
한신주곡 오른쪽에는 큰새골, 작은새골,
이 두 골의 가운데에는 곧은재능선,
한신주곡과 큰새골 사이는 바른재능선이 있고,
백무동 못 미친 곳, 즉 송알삼거리에는 곰달로산능선이 있는 등
그야말로 지리산 비경을 접할 수 있는 수없는 코스가 있다.
그러나 이 코스들은 모두 비지정등로여서 안내판도 없고
중간에 길이 사라지는 등 조심하여야 할 길들이다.
(주차장에서 10여분 오르면 길이 갈린다.)
우리는 하동바위길로 올라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올랐다가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돌아와 연하봉을 거쳐 세석대피소 갈림길에서
한신계곡으로 내려 백무동으로 원점회귀할 계획이다.
(하동바위, 장터목대피소는 앞에 보이는 출렁다리를 건너 계속 이어간다)
산행들머리에서 쉬엄쉬엄 40여 분 걸려 오른 하동바위.
바위가 하동방향을 보고 서 있어 하동바위라 한다 하기도 하고,
하동군수가 여기서 비를 만나 길을 헤맷기 때문에 하동바위라 부른다고 한다.
등산로는 웅장한 하동바위 앞을 가로 질러 나 있다.
백무동 1.8km, 참샘까지는 0.8km, 장터목대피소 4.0km, 천왕봉 5.7km
(물 맛좋은 참샘)
지리산은 물이 풍부한 샘이 곳곳에 있어서 좋다.
물 맛좋은 참샘에서 목을 축이고 가파른 길로 올라선다.
(참샘에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 길, 숨이 턱에 찰 즈음 나타난 능선)
간간이 뿌리던 비는 그쳤지만 구름은 더 낮게 깔려
숲속이 캄캄하기까지 했는데 능선마루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구멍 뚫린듯 훤하다.
('우장봉(牛場峰)'이라고도 하는 '소지봉'/1312m)
능선에 들어 조금 더 오르면 봉우리 같지않은
넓직한 평지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소지봉'.
옛날 이 곳에 소시장이 열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지리산 이 높은 산 중에 소시장이 열렸다니...
그러나 소시장은 산적들 극성에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가파른 길도 있지만 이렇게 호젓한 길이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이 코스는 중간에 물 맛좋은 샘터도 있고,
길도 유순한데다 울창하고 상쾌한 숲 속으로 길이 이어져
호젓하기까지 한데다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어 조망의 즐거움도 준다.
새해 천왕일출을 맞으러 이 길로 오르기도 했는데
오늘은 구름이 짙게 드리워 조망의 즐거움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듯하다.
(망바위/1460m, 구름바다에 잠겨 있어도 망바위는 망바위다)
어찌 지리산에 들적마다 망바위에서 조망의 즐거움만 즐길 수 있겠는가?
이 모습도 지리산의 한 모습인 것을...
(장터목 대피소)
장터목, 옛날 마천(백무동) 사람들이 이 곳에서
시천(중산리)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장터목이란 이름도 장이 선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그 많은 짐들을 이 높은 곳까지 지고 올랐단 말인가?
1971년 지리산에서 최초로 '지리산 산장'으로 세워졌다.
1986년에 재건축하여 '장터목 산장'이라 불렀다가,
1997년에 다시 현대식 건물로 건축하여 '장터목 대피소'로 부른다.
그래서 그런지 '장터목 대피소'는 언제나 같이
장날같고 시장통같이 분잡스럽다.
(천왕봉을 향하여)
(고사목 지대를 지날 때는 생각이 복잡하다)
지리산에 들면 천왕봉은 거의 오르는 편이다.
정상이기도 하지만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멋있기 때문이다.
장터목 근처에서 1박이라도 하는 날이면 제석봉 고사목을 찍으려
저녁에도 오르고, 새벽에도 오르지만 처절한 절규 같아 보이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아름답게 담아 보려는 생각이 복잡하다.
인간 욕심의 잔해들인 것을,
죽어서도 아직까지 인간을 향해 절규하는 듯한 모습들...,
빠른 구름이 스쳐지나가니 더 처연하게 느껴진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 길로 계속가면 천왕봉이 나오겠지)
삼백리밖 영남알프스에서도 볼 수있는 천왕봉.
지금 턱밑까지 왔는데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앞에 천왕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칠흑같기도 하고, 뿌연 구름속같기도 한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는 것도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멋있다.
마치 곤충의 더듬이 같이 극히 부분만 보는 것이지만...
(通天門, 하늘로 통하는 문)
(통천문 부근은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지리산 천왕봉, 오늘같은 날에도...)
지리산 천왕봉!
백두산에서 줄기차게 뻗어내려 이 땅의 등뼈를 이루는
백두대간이 마무리 되는 곳.
옛날부터 구도자나 은자들의 산으로 유명했다.
지리산은 백제에 멸망당한 마한과 신라에 나라를 뺏긴
가야의 유민들의 마지막 안식처였고, 혁명을 일으켰다 실패한 조선 말
동학군들에게는 도피처였으며, 우리 근대사의 비극인 6.25전쟁 와중에서는
'빨치산'의 주된 활동 무대가 되기도 했다.
천왕봉 경관은 유명하다.
천왕일출은 지리산 10경 중 1경으로 꼽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겹겹의 능선들과 그기에다
운해라도 능선을 타고 넘으면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언제 누가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도 모르고
그동안 1915m로 알고 사용중인 천왕봉의 높이가
얼마전 경남 함양군은 대한지적공사 관계자들과 GPS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천왕봉의 높이가 1916.77m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검증을 거쳐 공식적인 높이를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
(칠선계곡 길은 자연휴식년제기간으로 닫혀 있지만...)
(범꼬리)
(수리취)
(돌양지꽃)
(저 앞에 예사롭지않은 산꾼 한 사람이 )
(아름다운 풍경에, 멋있는 산꾼의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하고...)
100리터 가까운 배낭을 짊어지고 가는 여성산꾼.
배낭 무게도 만만찮은데 가면서 구부려 열심히 무엇을 줍는다.
멀리서는 그냥 뭘 줍겠지 했는데... 뒤따라가 자세히 보니
등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호주머니에 넣는 것 아닌가!
큰 배낭은 구부렸다 일어서기도 힘에 겨울 것 같은데 말이다.
요즘 많은 산꾼들이 산행시 생긴 쓰레기를 되가져 오기는 하지만
남이 버린 쓰레기까지 주워오는 사람은 찾기 쉽지않은데...
(고추나물)
(앞서가기가 미안해 한동안 뒤따르기만 했다)
지리산에 들어 본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
우선은 산에서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지 않아야 할테고
생긴 쓰레기는 산에 버리지 않고 되가져 와야 할테고...
혹시라도 버려져 있는 쓰레기가 있다면
이런 산꾼같이 주워와야 하지 않을까? 산꾼이라면...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여
앞서지 못하고 한참을 뒤따라 오기만 했다
(저 길의 끝 하늘과 땅이 맞닿은 신선들이 사는 곳 아닐까?)
(다시 제석봉에서 구름이 걷히기를 기대해 보지만..)
조금전 천왕봉을 향할 때보다는 구름이 많이 옅어졌다.
먼저 내려간 일행이 신경쓰여 오랜시간을 지체하지 못하고
제석봉을 내려섰다. 그래 2가지를 겸하려한다면 그건 욕심이다.
그러나..., 오늘 석양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그냥 장터목 대피소에서 1박하고 갈까?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능삼이님이 취사실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다. 취사실은 분잡한데다 지저분하고,
파리까지 북새통인 취사실에서 식사할 맘이 안 생겨 모두
대피소 마당으로 옮겨 나와 자켓까지 입고 식사를 하는데 과연
여름에도 얼어죽는다는 장터목 바람은 대단했다.
처음에는 견딜만 했는데 왠걸 바람이 얼마나 센지 도시락 두껑도
날려가려 하고,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추워서 다시 취사실로 들어가
따끈한 커피로 몸을 데우고는 곧 바로 출발했다
(물레나물)
(연하봉은 구름속에서 숨박꼭질을 하는듯...)
(촛대봉 가는 길에...)
(막 한 세상을 열려는 꽃망울, 그런데 무슨 꽃 망울이지?)
(구름 옅어져 먼산이 보였다 하늘이 열렸다 한다)
(지리산녀 초록별, 서울보다도 접근하기 어려운 울산에서도 지리산 가는 팀만 있으면...)
(산꿩의다리)
(촛대봉/1703.7m)
지난달 23일 일출을 담으려 올랐던 곳.
올해는 1월1일 새해 일출을 담으려 천왕봉에 올랐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거의 반년만인 지난달 지리산에 들었는데
1달도 안되어 다시 촛대봉을 지나게 되었다.
(지난달 이곳에서 담은 천왕봉쪽 일출모습)
(무슨 꽃? 2)
(세석고원 습지)
(당귀꽃)
(박새)
(세석대피소가 눈에 들어왔다)
(뱀무)
(동자꽃)
(한신계곡으로 들어서는 길)
한신계곡은 백무동의 상백무 마을 위쪽 골짜기를 말하는데
계곡이 깊고 넓어서,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는 계곡이어서,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며 굽이치는 곳이 많아 한심하다고 해서,
옛날 한신장군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으로 가다가 급류에 힙쓸려 죽었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라고 하는 골이 깊은 만큼 뜻도 많은 계곡이다
여기서부터 곧장 내려서는 길이 한신주곡이고
도중에 가내소폭포를 지나자 마자 나타나는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에 폐쇄되어 있는 길이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한신지곡이다.
(한신계곡의 너덜길도 거칠기로 유명하다)
(지리산 계곡중에 한신계곡만큼 폭포가 연이어지는 계곡이 있을까?)
한신계곡은 칠선계곡의 절반을 조금 넘는 길이로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로 오를 수 있어 여름산행코스로 추천할만하지만
오르는데 길이 험하여 가팔라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고 장마철 큰 비가 오면
계곡 윗부분은 크고 작은 물길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한신계곡을 내려서는 모습)
(산수국)
(한신계곡 계류, 계류는 각 골의 계류와 합쳐 엄천이 되고...)
한신계곡의 물줄기는,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한신계곡 본류,
덕평봉 북쪽에서 발원하는 바른재골, 칠선봉 부근에서 내려오는 곧은재골,
장터목 방향에서 흐르는 한신지계곡 등 4갈래의 물줄기가 엄천으로 흘러들어
경호강이 되었다가 남강이 되고, 낙동강이 되었다가 드디어는 바다가 된다.
(등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헤쳐 나가기 힘든 울창한 숲)
(죽어서는 또 다른 생명을 싹틔우고, 자양분이 된다.)
(계류의 재잘거림과 이름모를 산새들의 노래소리가 조화를 이루고)
(조릿대 숲이 산길의 운치를 더한다)
(저 아래 한신폭포가 숨어 있는데...)
등로는 계곡에서 한참이나 멀어져 있지만
저 아래에서는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다음에 시간내어 한신폭포의 비경을 보고싶다.
(한신계곡의 계곡미는 빼어나게 아름답다)
(가네소 폭포)
12년간 수행하던 도인이 마지막 수행으로
가네소 양쪽에 밧줄을 묶고 눈을 가린채 건너가고 있는데
지리산 마고할매의 셋째딸 지리산녀가 유혹하는 바람에
그만 물에 빠지자 도인은 "에이 나의 道는 실패야,
나는 이만 가네"하고 떠나는 바람에
"가네소"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폭포도 폭포지만, 아래 검푸른 물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며느리밥풀꽃)
(까치수영)
(물봉선)
(수십길 아래로 흐르는 계류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들고양이같이 거칠던 길이 순해진 걸 보니 날머리가 다 되어가나 보다)
(장터목대피소와 세석대피소 갈림길에 서 있는 이정표)
(허드러지게 핀 개망초도 찬찬히 들어다 보면 참 아름답다)
산행을 마치고 백무동에 있는
가천님 단골집이라는 식당(상호?)에서
개운하게 샤워까지 하고, 산행마무리를 하면서
맛있는 산채비빔밥으로 저녁까지 먹고 출발하여
출발지 울산 문수고 앞에 도착하니 21시 30분,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장장 18시간 넘게 걸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갑자기 기회가 왔지만 때가 맞은 것 같다.
마침 대간과 정맥가는 날이 아니어서 가까운 영남알프스를
갈까 했는데 덕분에 예정에도 없던 지리산을 다녀 올 수 있어 좋았고
궂은 날씨 장시간 산행을 모두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하고
갈 적에 운전하느라 수고한 가천님과 함께한 모든 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항상 안산, 즐산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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