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3차 (6구간 : 행치재에서 82번 국도/월드사우나까지)

2009. 12. 12. 00:23山情無限/한남금북정맥(完)

 

 

 

  

한남금북정맥 3차 (질마재에서 82번 국도까지)

 

 

 


 

한남금북정맥 6구간(3차 2일째) : 정맥이 여지없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며..


○ 산행일자 : 2009. 11. 22(일) 08:15 ~ 17:35 (9시간 20분)
○ 산행날씨 : 맑음, 온난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22.85km         누적거리 :135.7km
○ 산행코스 : 행티재-큰산-돌고개-보현산-백야고개-소속리산-345봉-바리고개-82번 국도
○ 소 재 지 : 충북 음성군 원남면, 음성읍, 금왕읍


구간 진행시간

① 접근

06:30~20         무극터미날 ~ 음성터미날 : 버스

07:50~08:10      음성터미날 ~ 행치고개 : 버스

☞ 무극터미널에서 행치재 가는 교통편

- 무극터미날 ~ 음성터미날 : 군내버스

- 06:30 ~ 20:20까지 일 21회 무극 <--> 음성간 버스 / 20분 소요, 1,000원)

- 음성터미날 ~ 행치재 : 음성 <--> 증평간 버스

- 06:40 ~ 20:30까지 일 14회 음성 <--> 증평간 버스, 음성출발 시간 / 20분 소요, 1,000원)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8:15            행치고개(200m) 출발

08:45~55         큰산(509m)

09:44            돌고개(254m)

11:33            쉼터

11:57            약수터

12:20~35         보현산(483m)

14:12            346봉

14:30            백야고개(260m)

15:39~44         소속리산(431m)

16:27            345봉

16:58            바리고개(21번 국도)

17:35            82번 국도 / 월드사우나

③ 복귀

17:45~18:10      82번국도 ~ 무극터미날 / 도보, 자동차 회수

18:20~21:20      이동 (무극 ~ 울산)

☞ 82번 국도(월드사우나)에서 무극터미날 가는 방법 : 도보 / 20분 소요






(무극에서 6시반차를 타고 음성터미날에 오니 6시 48분)

바쁘게 설쳐 무극터미날에서 첫차를 타고 가면
음성에서 증평가는 첫차(6시 50분)를 탈 수도 있겠다.

아침을 먹으러 음성터미날 맞은편 식당에 들렸는데
허리에 탄띠를 찬 초로의 사냥꾼 너댓명이 들어선다.
지난 구간 총소리에 혼비백한 한 터여서 호각도 챙기고,
배낭도 눈에 잘 띄게 빨간색으로 새로 구입하는 등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도 사냥꾼을 만나지 않았으면
했는데 식당에서 이렇게 대면을 하다니..

어쩌면 오늘 가는 구간에서 이 사람들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신경이 쓰인다.
하여, 지난번 산행하면서 총소리에 놀랐다면서
"지금 행치로 가서 무극까지 하루종일 산길을 가는데
오늘 어느 쪽으로 사냥을 나가십니까?"하고 물었더니
"음성은 아직 수렵금지가 해제되지 않아 음성에서는
총을 쏠 수가 없습니다" 하는 것 아닌가. 다행이다.
산에서 산짐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고
그 중에서 젤 무서운 사람이 사냥꾼들이다.





(고갯마루에 서 있는 행치마을 표지석)





(고갯마루 행치휴게소)

음성터미날에서 출발한 버스가 10분 쯤 가니
저 앞에 행치고개가 보이길래 기사님께 고갯마루에
버스가 정차하느냐고 물었더니 정차를 한단다.
이렇게 가까운 곳을 두고 어제 한금령휴게소 아줌마는
왜 한참을 내려가서 버스를 타라고 했을까?





(산행들머리, 컨테이너 뒷쪽으로 나 있는 길로 오른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생가가 있어 유명해진 행치마을)







(큰산 / 509m, 높고 큰 산이 많은데.. 선조들의 선견지명이었을까?)

전국토의 64%가 산으로 덮힌 우리나라에 산이 4,440개
(산림청 발표)나 되고, 그 중에서 1,000m가 넘는 산이
이남에만 175개나 되는데 고작 509m밖에 안되는 봉우리를
큰산이라 이름지은 연유가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큰산을 주산으로 병풍처럼 울을 치고 있는 행치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도 임산배수의 명당자리라한다.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행치마을에서 고작 200m 정도
고도를 높히는데도 큰 산 오르듯 이마에 땀이 맺히고 힘든다.
큰산을 일명 보덕산이라고도 한다.













(큰 산에서의 조망)





(완만한 주능선을 따라 오른 517봉)





(517봉에서 가야할 마루금도 가늠해 보고.. 정맥은 제일 뒷쪽 하늘금)





(517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거의 직벽이다)

517봉에서 약 170m 정도를 급하게 내려서는데 눈길이어서
더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왔지만 상당히 위험한 길이다.
안전을 위해서 로프라도 깔아야겠다.





(516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돌고개 / 250m)





(고즈넉한 산촌의 모습)







(마루금을 완전히 점령한 가족묘지, 여태 본 것중 제일 심한 것 같다)





(반가운 세월시그널, 어떻게 저리 높은 곳에 달았을까?)





(깔비(솔가리)가 융단같이 쌓여 폭신한 숲길을 지나)







(잡목숲에 둘러쌓인 352.7봉과 삼각점)





(음성군 맹동면과 원남면, 음성읍을 잇는 돌고개 / 254)





(아직 도망가지 못한 가을의 꼬리가 숲에 달려있다)





(뿌리가 변하여...)





(탄피가 가끔 보였는데.. )







(호젓한 길, 하얀 자작나무 숲과 키 큰 낙엽송 숲도 지나며..)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구례고개 / 260m)

빨리 약수터에 들려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
들이킬 기대를 갖게 하는 보현산 약수터 표지석.
사기당했다는게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







(만생쉼터와 쉬는터 소지명 유래비)

구례고개에서 다시 조그만 봉우리 하나를 넘으니
약수터 표지석이 있던 곳에서 이어진 임도를 다시 만났다.
그곳에 길손이 쉬어가게 만들었다는 아담한 만생쉼터가
있길래 잠시 앉았다가 다시 보현산으로 향한다.





(노동은 과연 모두가 신성한 것일까?)





(약수터 안내는 친철하게 하고 있는데...)





(42)





(보현산은 1봉과 2봉이 있는데.. 1봉은 진행방향이 아니다)





(마루금에서 제법 벗어나 있지만 기대감을 갖고 약수터로..)





(수질검사 성적서는 음용수로 부적합)

정맥길에서 한참 내려와 찾은 보현산 약수터.
약수터 입구에서 보니 저 안내문도 윗부분은 처마에 가려
4번부터 보였는데 주의사항에 "끓여서 먹으세요"라는
문구가 보였지만 "적합"이라고 되어 있기에 그냥 한 바가지
떠서 벌컥벌컥 마시고는 사진이나 한 장 찍어야겠다고
옆으로 비껴나와서 보니 제기랄! "검사결과 : 부적합"
이라고 되어 있는 것 아닌가? 그럼 어쩌란 말인가?

먹지 못하는 물이 무슨 약수며,
주의사항에 "적합"이란 말은 무슨 궤변(詭辯)인가!
약수에 어떤 효능이 있길래 이 산정까지 와서
물을 끓여 먹을 사람이 있겠는가?
과연 공무원답다.
이런 궁색한 모습보다는 음용수로 부적합하면
부적합하다며 먹지않도록 잘 홍보하는 것이 옳고,
더 나은 방법은 무슨 성분이 음용에 부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약수터를 깨끗하게 물곬도 치고
음용가능하도록 하는게 옳은 것 아닌가?
'검사성적서'도 샘터 입구에 붙여놓고..





(샘터 앞 정자 보현한금정(寶賢漢錦亭), 전망이 좋다)





(보현산 임도개설 준공기념비, 소지명 유래를 빼곡히 새겨놓았다)

...
"이 산은 萬生山下 可活 萬人之地라 하여
예로부터 수많은 난을 피하여 목숨을 유지한 사람의 수가
만명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만생산이란 더 깊은 뜻은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흐르다 머무른 산이며
금강의 발원지로서 萬種이 넘는 동식물이 분포되어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다."
...




(이정표도 가지가지, 보현산 전위봉에서)





(보현산 정상(483m)의 산불감시초소 캘린더, 2009년 5월에서 멈춰있다)





(부용지맥, 보현산 정상에서 갈래를 친다)

보현산에서 동쪽 473봉으로 분기된 부용지맥은
부용산(644m), 수레의산(579m)을 지난 641봉에서
두개의 산줄기로 나뉘는데 이후 능안고개, 덕고개,
자주봉산(438m), 평풍산(395m)을 거쳐 남한강과
달천이 만나는 탄금교까지 43.1km를 이어간다.

641봉에서 갈래쳐 달천과 청미천의 분수령이 되는
부용 2지맥은 행덕산(447m), 원통산(656m),
오갑산(609m), 마골산(250m), 개내골산(150m)에서
남한강과 청미천의 두물머리까지 이어진다.

또한 부용지맥의 사정고개와 부용산 중간 능선에서
주덕 요도천을 가르며 음성 최고봉인 가섭산(709m),
어래산(393m), 고양봉(525m), 풍류산을 지나
달천에 닿는 가섭지맥으로 나뉜다.





(보현산 정상에서 갈 방향을 조망해 본다.)

정면이 날머리 가까운 음성군 무극리이나
마루금은 앞에 보이는 능선을 진행하다가 용트림하듯
방향을 남쪽으로, 서쪽으로, 북쪽으로 틀었다가
다시 서쪽으로 틀면서 날머리로 향한다.





(감우리 고개로도 불리는 동읍리에서 감우리 오가는 길목 승주고개 / 360m)





(많이 걸은 것 같은데 아직도 이정표는 소속리산 8.0km를 가르키고..)





(승주고개를 넘으니 나타난 375.6봉)







(430봉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는데..)

한남금북길에서도 정맥타는 산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저 앞쪽에서 예사롭지 않은 산꾼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닌가? 고독한 산꾼들이라 몇 마디 나누지않아
이내 십년지기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어제 오후에 안성
?에서 출발하여 지금까지 쉬지않고 걷고 있다는데...
그 악명높은 금왕공단을 어제 밤중에 통과하면서 몇 시간동안
알바를 했다며 혀를 내두른다. 닉이 "중화기"라는 의정부 분인데
대간과 낙동과 한북, 한남을 끝내고 지금 한남금북 길을
가는 중인데 홀로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해 접근 한다고 한다.
시간내어 영남알프스 종주도 해 보고 싶단다.





(열매도 아닌 것이... 뭐지?)





(346봉의 이등삼각점)

375봉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던 길은
400봉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더니
346봉부터는 아예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59)





(트인 숲 사이로 펼쳐진 동읍리, 삼생리 방향 산군)





(양탄자같이 두툼하게 내려앉은 낙엽, 길마저 부드러워 좋다)





(백야고개로 가는 임도가 유혹하지만 저 앞의 시그널이..)

마루금은 앞에 우뚝 선 봉우리를 넘어가야하는데
오른쪽에 곧바로 백야고개로 연결되는 임도가 나타났다.
오름길이 힘드는 것도 핑계가 되겠지만 지금은 갈길이 바빠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라는 달콤한 유혹이 시간을 얼마나
세이브 시킬 수 있을까...? 바쁘게 계산을 해 본다.
그것도 잠시 어디 이게 제맘대로 가도되는 길인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대충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제일 큰 감시자는
자신이다. 건너편 시그널도 어서 오라고 채근하는듯 하다.





(꽃동네 영성원 건물이 숲사이로 보이고...)

백야고개를 건너 154kv 송전탑을 지나 오르니 326봉.
용계저수지와 물줄기를 피하느라 정맥은 다시 서진하며
이어간다. 소속리산을 향해 진행하는데 건너편 능선
왼쪽으로 우뚝한 영성원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호젓한 등로를 따라 400봉에 올라선다)

왼쪽 산기슭에 그 유명한 음성 꽃동네가 자리하고 있다







(소속리산 / 431m)

꽃동네가 보이는 400봉에서 정맥은 다시 방향을
90도 꺾어 맹동면과 금왕읍 경계를 타고 소속리산을
향하여 북진한다. 소속리산은 금왕읍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음성 꽃동네를 품고 있지만 산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특징이 없고, 흔한 정상석 하나도 없었다.





(소속리산에서 대소면 방향 조망)





(갈길이 바쁜데 앞에서는 봉우리들이 계속 벌떡벌떡 일어선다)





(들어서면 평안하다는 문안등산로)

철탑을 지나 빽빽한 소나무 숲길을 가는데 나무에 걸린
문안등산로 표지판이.. 이전 못먹던 시절 나뭇꾼들이 넘나들던
길이 평안하면 얼마나 평안했을까? 지금이야 먹고 살만하니
배낭가득 지고 등산이라며 산에 오르지.. 배곯은 상태에서
나무 한 짐 지고 산능선 하나 넘는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345.8봉, 여기서 방향을 틀어 이제 내려선다)

이렇게 급하게 내려설 걸 그렇게 올랐을까 싶기도
하지만 오르내리니 산이지. 산은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고
내려가기 위해서 오르는 것 아닌가?

내려간다는 말보다는 내리꽂는다는 표현이 맞겠다.




(정맥의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밀어버린 운동장)

이렇게 정맥의 흔적도 없이 밀어 버렸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 할까? 그나마 MB식 백두대간을 자르려는
대운하만 아니면 산자분수령은 적용된다. 이미 정맥길이
의미가 없어 지도를 정치시키고 건너편 능선을 맞추고는
가로질러 가는데 평탄작업을 했어도 물길은 갈린다.

이런 개발지상주의들이 백두대간이 뭐고
정맥이 뭔지? 산자분수령이 뭔지 알기나 할까?
역사가 뭐고 문화가 뭔지 알려고나 할까.
한 푼의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일텐데..





(맞은편 능선 들머리를 목표로 밭을 가로질러...)











(바리고개 직전에 아름다운 일몰을 만났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려 했지만..





(정맥꾼들은 대단하다. 모두 '헤쳐모여'한 모습같다)

길없는 길을 걸어 다시
산행들머리에 다 모였다는 것을 증거하는 듯한 시그널들..
21번 국도가 지나는 바리고개다.
 
 



(끊기다시피한 정맥은 도로를 건너 전봇대 있는 쪽으로 올라 다시 이어간다)





(이제 산이라는 말이 실종되었지만...)

마을뒤 언덕같은 산(?)도 물길을 가르며 이어간다.
큰 차이가 나지않지만 물길의 운명은 분명하게 갈린다.
여기서 갈린 물길이 오른쪽은 한강을 만들고 왼쪽은 금강을 이룬다.

 





(하나하이테크 굳게닫힌 철문을 통과하여...)





(금왕공단 공장 뒤 절개지를 타기도 하여...)





(드디어 82번 국도가 지나는 월드사우나 건물이..)

오늘도 늦게 산행을 시작한 바람에 해지고 난 다음에
산행을 마쳤지만 날머리에 애마가 기다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날머리에 있는 월드사우나가 유혹하지만 갈길이 멀어 일단
애마를 회수하러 82번 도로를 따라 무극으로 향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한남금북정맥도 이제 1구간만 남겨둔 상태다.
다음에 출정하면 한남금북도 끝나고 새로운 산줄기를 만난다.
금북정맥은 어떤 모습으로 물길을 가르고 모아 강을 이루고
마을과 도시를 이루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게 그것이겠지만
우리는 엇비슷한 모습에서도 다른 것을 찾으려 하고
다른 가운데서도 또 동질성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백두대간이 견고한 성이라면 지금 지나는 한남금북정맥
인근은 얕은 담장같아 백제의 땅이었다 번갈아 신라와 고구려의
땅이 되었던 곳, 역사와 문화에 다양성이 있고,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지역인데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했듯
공부를 하고 가도 주마간산인데 준비없이 가다보니 아쉽다.
산행기를 정리하려고 해도 공부하지 않고 답안지 쓰는듯
제대로 정리가 안되고 힘이 부친다. 얄팍한 지식에
재주도 없으면서 모양새를 갖추려니 마음 고생이 심하다.
하여 산행후 산행정리를 마쳐야만 산행이 끝나는 것인데도
지난 달에 다녀오고도 하기싫은 밀린 숙제 마지못해 하듯
오늘에사 정리하니 점수야 어떻게 되었던 시험의
해방감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오늘 끝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