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7구간 (차동고개에서 645지방도 까지)

2010. 3. 4. 07:50山情無限/금북정맥(完)

 

 


금북정맥 7구간 (차동고개에서 645지방도까지)





○ 산행일자 : 2009. 2. 21(일) 07:25 ~ 15:45 (8시간 20분)
○ 산행날씨 : 맑음, 오전 추웠으나 오후 풀림
○ 참석인원 : 홀로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9.55km         누적거리 : 136.5km
○ 산행코스 : 차령고개-장학산-서반봉-야광고개-국사봉-포장도-424.4봉-645번 도로
○ 소 재 지 : 충남 공주시 유구읍, 신풍면 / 예산군 신양면 / 청양군 운곡면, 대치면


구간 진행시간
① 접근

06:45~07:20      이동 (공주 ~ 차동고개) / 승용차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7:25            차동고개 출발

09:17            장학산(381m)

09:49            야광고개

10:08            서반봉(392m)

11:47~52         국사봉(489m)

13:50            424.4봉

15:27            96번 도로

15:45            645번 도로

③ 복귀

16:25~40        이동 (645번 도로 ~ 차동고개) / 택시

16:50~20:00     이동 (차동고개~울산) / 승용차



오늘 구간은 차동고개에서 645번 지방도까지로 20km 남짓.
남서진하며 예산군과 공주시 경계를 타다 다음에 다시 만날
예산군과는 잠시 헤어지고, 공주시와는 완전한 작별을 하며
고추로 유명한 청양군으로 들어서는데 구간중 최고봉이 489m의
국사봉일 정도로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순탄한 산길이어서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산행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도심에서는 숙식해결이 쉬워 좋다.
새벽에 문을 여는 식당이 없는 곳에서는 직접 아침을
해결하고 산에 들려니 많이 바빴는데.. 요즘 아침을 먹지않고
산에 드는 훈련중이다. 아침에 식사를 않으면 아침시간을 벌 수
있어 좋긴한데 아직은 몸에 배지않은데다 오늘은 시내중심이어서
새벽에 문을 연 식당도 많을 것 같아 아침을 먹고 산에 들기로 했다.
시외터미널 주위에서 쉽게 찾은 식당에 들러 아침도 든든히 먹고,
아침을 먹는 동안 배터리 충전도 하며 산행준비를 하고는
오늘 구간 들머리 차동고개를 향해 32번 도로에 오른다.






(적막만 흐르는 차동고개 휴게소, 내 애마만 너른 광장을 지키고..)

이제 차동고개도 통행량이 없는 한적한 고개로 전락할 것 같다.
선답자들은 얼마 전까지도 새벽같이(7시) 문을 연 차동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했다고 하였는데 앞으로는 더 기대하기 어려울듯..
지난해 12월 차동고개 아래로 대전-당진간 고속도로가 뚫려 차량통행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공사중인 32번 국도가 또 터널로 통과해 버리면
과연 이 고개까지 올라올 차가 얼마나 될까 싶다.





(날이 춥다. 들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고..)





(차동고개 아래로 지나는 대전-당진간 30번 고속국도)





(어제 올줄 알았는지.. 오늘도 시작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는다)





(눈길도 좋고, 부드러운 흙길도 좋고.. 산길이 좋다!)





(태양은 구름속에서 한뼘이나 숨어 올라와서 얼굴을 드러내었지만 골안개는.. )







(어제도 엄청나게 많이 벌목했다 싶어 맘 아팠는데.. 어제는 약과..)

산행 시작한지 약 50여분 만에 만난 민둥산
나무만 벌목한게 아니고 산을 완전히 뭉개고 있었다.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 고재동 부근 모습이다.





(이 발자국의 주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렇게 벌목을 해대는 사람들은 과연 나무를 몇 그루나 심어봤을까?)





(이 숲도 곧 불한당같은 사람들이 전기톱들고 설치지 않을지..)





(어제에 이어 마루금을 안내하는 산 주인들.. 그들도 금북길을 가는 동지?)





(여래미저수지, 산의 나무를 저렇게 벌목해도 되나)

어떻게 저렇게 산을 마구 훼손할 수 있나싶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찾아봤더니
임의벌채도 가능하고, 허가사항이라도 해당 지자체장이 허가한다.
'법률 제10조(벌채지 등에서의 산림조성)와 동 법률 시행령'을 찾아보니
산이 저렇게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벌채를 하거나 조림지를 훼손한 자는 벌채지나 훼손지에 조림을 하여야한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산림이 조성되는 경우는 안해도 된다"고 되어 있고,
"시장 군수 구청장은 산림을 훼손하거나 벌채, 산불낸자, 나무가 말라죽은
산림의 소유자, 산림재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산림의 소유자에게
기간을 정하여 조림을 명할 수 있다. 지자체장은 조림명령을 받은 자가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산림소유자의 동의없이 조림을 할 수 있다..."
등으로 되어있어 벌목과 벌채는 남발되게 되어있고 벌목지는 그대로 두어도
별 문제가 없으니 저 모양 저꼴이지.. 우리에겐 자연을 아름답게 보존할
의무와 책임은 있지만 저렇게 자연을 훼파할 권리는 없다.
왜냐면 자연은 후손에게서 잠깐 빌려 사용하는 것이기에..
산은 산주의 것이기에 앞서 공공재다.





(이름은 좋은데 별 특징없는 장학산(長鶴山 381m))

고만고만한 산들을 넘다보니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도 어려운데
조금 전에 보인 여래미저수지가 위치를 가늠케 해준다.





(저 앞에서 우뚝한 서반봉이 어서 오라는듯..)

장학산 조금 지나서부터 오른쪽은 예산군에서 청양면으로 넘어선다.
이제 왼쪽은 공주시, 오른쪽은 청양군의 경계를 타고 간다.





(보기좋게 산허릿길을 탓다가 다시 되돌아 오고..)

조금 전 고지식하게 뚜렷한 허릿길을 버리고 봉우리에 올랐다가
손해봤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뚜렷한 왼쪽 산허리길로 들었는데
지형이 이상하여 지도를 확인하니 아니다. 거꾸로 봉우리를 오르니
마루금은 지나간 허릿길 시작하는 부분에서 갈라지는 것 아닌가? 
동네 야산같은 산들이어서 고개도 많고 길도 복잡하다.





(야광고개에서 한참을 치고 오르니 서반봉 / 392m)





(편안한 길에서 숨고르기 하고 저 앞에 우뚝한 고지(국사봉)를 향하여..)





(어제 오늘 종일 눈길을 잘 버텨준 등산화가 고맙다)

산행용품중 제일 중요한게 등산화 아닐까?
등산화는 처음 산행 시작할 때부터 산행 마칠 때까지
한 몸이 되어 움직여야 하니까. 또 체중과 짐 무게까지
지탱해야 하니까.. 어제도 종일 눈길을 걸었는데..
물이 새고 얼기라도 했더라면 어쩔뻔 했겠는가?




(양지바른 곳은 눈이 녹았지만 응달에는 아직 눈이 그대로다)





(폐헬기장인듯한 넓직한 평지를 지나..)





(가파르게 우뚝 솟아있는 국사봉을 힘들게 오른다.)

우리나라 산 중엔 백운산도 많고 국사봉도 많다.
왕사(王師)를 뜻하는 국사(國師)봉이어서 그런지 오름길이 보통 아니다.
국사(國事)봉이었으면 욕(?) 좀 했을텐데..
(왜 이렇게 오르기 힘든 곳에서 나랏일을 논했냐고..)
요즘, 의사당과 푸른기와집은 접근성 좋은 곳에 위치하면서도
어찌 그리 민심, 천심과 동떨어진 짓거리들만 하고 있는지..





(눈밭에 왠 보호색같은 차돌바위가..)





(한참을 꾸역꾸역 오르니 국사봉(國師峰 489m △예산319))

오늘 구간의 최고봉이지만 500m도 안되는데 산 오르기가
어떻게나 힘든지. 정상에 오르니 반가운 준.희님의 국사봉 표식은
사다리 타고 올라가 달았는지 손도 닿지 않는 곳에 달려있다.
이제 고생끝.. 이제 계속 고도를 낮추며 날머리로 향한다.





(천봉 아래 공주 신풍면 새터말, 야광고개를 넘어 청양군 추광리로 간다)





(국사봉에서 내림길로 10여분 진행하니 조망좋은 봉우리가..)

416봉쯤 되나보다.
여기서부터 또 공주시가 끝나고 청양군으로 바톤을 넘긴다.
때가 되어 양지쪽 바람자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때운다.
 
새벽, 아침을 해결하고 김밥집을 찾을 수 없어 마트에
김밥 2줄을 샀었는데 먹으려고 보니 유통기한이 하루나 지났다.
유통기한을 보지 않고 구입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분명히 오늘 점심 때
산에 가서 먹을 것인데 괜찮냐 물었을 때 분명히 괜찮다고한 것인데..
겨울이라도 유통기한이 하루가 지난 김밥을 먹을 마음이 아니어서
비상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긴 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진열대에
버젓이 진열해 놓은 것은 뭐고 물었을 때 괜찮다는 것은 뭔가? 

여기서 왼쪽으로 뻗는 능선은 충남과 청양의 경계를 타고
줄바위 고개에서 96번 도로를 넘어 대덕봉, 한치고개를 지나
칠갑산으로 이어간다. 충남도립공원 "칠갑산(七甲山)" 은
계곡이 깊고 급하며 지천과 잉화달천이 계곡을 싸고 돌아 7곳에
명당이 생겼다 하여 칠갑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산세가 험해 '충남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생겼으며 아직까지
울창한 숲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병선이 노래한 '칠갑산'이
저 칠갑산이다. 여기서 약 15km 밖에 있다.





(남서쪽으로는 금북정맥이 지나는 오서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남쪽으로는 청양의 칠갑산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전에 지나간 것 같은데.. 몸집이 대단히 큰 녀석인 것 같다)

오늘은 방금 지나간듯한 발자국들을 많이 만난다.
나로 인해 방해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길을 비켜주니
고맙다. 사람들은 야생동물들이 함부로 덤비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들은 산의 주인으로서
객을 인간같이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는다.





(산에 든 객을 이렇게까지 안내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 제대로 성한 곳이 없다)





(산의 나무는 벌목하거나 불에 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여름에는 꽤나 힘들게 지나가야 할듯..)

온전한 산의 나무는 벌목해서 민둥산을 만들면서
금북정맥길은 잡목으로 엉켜있다. 길이나 좀 내 주지..





(가시지 않는 의문중 하나.. 새들은 왜 지붕이 없는 집에서 살까?)





(드디어 424.4봉, 우리동네 영남알프스는 1000m가 넘어도 이렇게 힘들지 않는데..)





(청양군 놋점미 방향, 농소저수지도 보인다)





(고개 양쪽에 큰 당산나무가 있는 위라리고개.)





(호젓한 솔밭길을 지나며..)





(잠시 휴식하며 숲사이로 터진 푸른 하늘도 보고..)





(소나무보다 노송이 더 많은 숲길을 지나)

노송나무 자생지인지 조림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나무 숲에 노송나무가 많이 자란다. 노송나무는 침엽수 중
최고의 목재로 평가받을 정도로 나뭇결이 똑바르고 치밀하며,
특유의 향기와 윤기가 있다. 보존성이 높고, 특히 물에 강하고
강도가 높아 어릴 때 써래 양쪽 가로대로 사용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외에도 건축 토목 가구 선박용 등으로 널리 쓰인다.





(위라리로 내려서는데 마을이 보이고도 계속이어지는 능선길은..)





(예산군과 청양군은 나무를 베어도 너무 무식하게 벌목을 했다)





(밤나무 밭을 지나..)







(96번 도로가 나왔다. 이제 날머리까지는 20여분..)





(참 무식할 정도로 벌목을 하고 남겨놓은 몇 그루가 제대로 살까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인간이 뿌린대로 거둘 것...)





(여기 또 다른.., 나무를 아끼지 않는 사람은 산주가 될 수 없게 하든지..)





(입에서 맴도는데 이름이 생각 안난다)







(645 지방도가 나타나고 드디어 오늘 날머리에 내려선다.)

날머리 645지방도로가 96번 도로와 만나는다는 것은 알았는데
여긴 왠 국가지원 70번 지방도? 70번 도로는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날머리에 있는 운곡개인택시 연락처, 요긴하겠다)







(작년에 고추농사가 제대로 안된듯 아직도 밭에는..)





(청양고추의 고장답게 고추가공공장도 보이고..)





(645번 도로를 따라 가는데..)





(청양고추와 구기자 연구소같은데.. 간판이 없다)

신발이 엉망이어서 히치를 포기하고
날머리에 달려있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곧 도착한 택시를 타고 가면서 청양고추 이야기를 꺼냈는데
기사는 '구기자' 이야기에 더 열을 올린다. 듣다보니 청양은 고추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구기자가 유명했다. 그렇게 구기자를 찬양한
본심은 자신도 구기자 농사를 짓고 있으며 직접 통신판매도 하여
그랬던 것. 나중에 알아보고 신청하겠다며 연락처를 받았다.

가끔씩 택시기사분들에게서 듣는 이야기지만..
정맥탄다면서 한밤중에 택시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왜 산을 그렇게 밤에 다니는지 모르겠다기에 쉽지않는 질문을 했다.
"기사님 태백산맥이 어디서 어디까진지 아십니까? 그리고,
노령산맥, 차령산맥은 왜 계곡을 건너고 평야와 강을 건너 가지요?"
당연히 답이 나올리 없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금과옥조인냥 배운
산맥 그것 말짱 허구입니더. 그거요 일본넘들이 우리나라 자원수탈하려고
땅속의 지하자원 광맥을 지형형태로 둔갑시켜 산맥이라 했는 거라예.
옛날부터 우리나라 선조들은 그 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정확한
산경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산자분수령'으로
그기서 나온 것이 백두대간이고 각종 정맥이라예. 김정호가 1861년에
편찬한 대동여지도는 지금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하고도 산줄기가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요. 그러니까 지금 밤새워 정맥타는
사람들은 그 말도 안되는 산맥 가지고 거짓말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정신 바로 박힌 사람들이라예..

그러다 보니 벌써 차동고개다. 고갯마루에서
기다리고 있던 애마에 올라 울산으로 향한다.







(다시 금강, 금강휴게소에서..)

어제 오늘 예산과 청양을 지나면서는 산의 나무들을 너무
많이 벌목하여 마음이 아팠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면서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의 재정수입과 수익성 증대를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빈궁해도 종자벼로 밥해 먹지 않았듯 자연은 끝까지 지켜야할 보루다.
요즘 멧돼지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때로는 시가지에도 나타나니까
멧돼지 개체수가 늘어나서 그런 것이라며 야만적으로 살륙하듯 사냥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겠다고 하지만, 연구보고서를 보면 멧돼지 개체수는 근래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그들은 골프장, 스키장 개발과 이 지역같이
무분별하게 벌목을 해대니 살던 터전을 잃고 먹이까지 줄어들어 먹이를
찾아 밭으로 뛰어들고 때로는 목숨걸고 시가지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어제 오늘 마구 벌목된 현장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는 부분이다.
사람들끼리도 서로 원수같이 으르렁거리는 판국에 야생동물까지 같이
살자는 말이 사치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자연과 야생동물과 공존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인간만이 이 세상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도상거리 284km에 이르는 금북정맥도 다음구간
백월산 직전 공덕재를 지나면 반환점을 돈다.
지난해 늦가을 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160km가 넘는
한남금북정맥을 지나 이곳까지 무사히 진행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날머리 태안반도 안흥진까지 무사완주를 바라며..
오는 길 잠깐 금강휴게소에 들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간다. 지금 여기를 지나가는
저 물길도 앞 강물을 계속 밀며 여기까지 왔겠지.

인생도 그와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