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등같이 올망졸망한 월악산 종주
2009. 6. 25. 18:44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낙타등같이 올망졸망한 월악산 종주
○ 산행일시 : 2006.9.23(토) 03:38 ~ 15:18 (11시간 30분)
○ 날 씨 : 쾌청,
○ 구간별 소요시간
03:25 미륵리 도착
03:48 산행 들머리
04:50 ~ 55 마당바위
05:05 하늘재 갈림길
05:20 ~ 40 포암산 (962 m)
06:20 마골치 갈림길
07:20 ~ 50 만수봉 (983 m)
07:55 만수암릉 입구
11:25 덕주사 갈림길
11:35 헬기장
12:20 ~ 45 영봉 (1094 m)
13:20 중봉
13:30 하봉
14:35 보덕암
15:18 산행 날머리(월악산 통나무집)
○ 참석자 : 7명 (두꺼비, 착한마음, 무대뽀, 능삼이, 연개소문, 쾌남, 시나브로)
"산길따라" 카페에 월악산 종주계획이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갑자기 다음날 지리산 갈 일이 생겼다. 고민이다. 두 곳 다 놓치고 싶지 않은데
밤 10시에 울산 도착해서 12시에 지리산 가기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는데
지리산 출발하는 시간이 12시에서 새벽 4시로 늦춰졌다. 다행이다
신복로타리에서 오늘 처음 참석한 연개소문님, 쾌남님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대간과 9정맥을 완주하고 영남알프스 종주를 한다는 예사롭지 않은 산꾼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기다리던 차가 도착했다.
예약자 명단에도 없던 가천님과 아하님, 한 명이 더 차에서 내렸다.
같이 산행을 하는가 했더니 응원차 신복로타리까지 배웅을 나온 것이다.
3시 조금 넘어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에 도착했는데 칠흙같이 어두운 밤,
울산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별들이 이곳에 다 온듯... 많은 별들이 쏟아질듯 초롱초롱하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국립공원 안내소 앞 음식점 넓은 마당 한켠에 차를 주차하고 가는데
개 한 마리가 정적을 깨더니 온 동네 개가 덩달아 짖어댄다. 너무 시끄러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길가에 서있는 이정표를 보며 갈 길을 가늠해 보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알아서 가라는듯...
우리가 언제 탐방로 안내도 보고 다닌적이 있기나 하나
산행들머리,
미륵사에서 하늘재 방향으로 60m 정도 올라가다 왼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
경고판이 걸려있는 은행나무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포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대간길은 하늘재에서 이어지지만 우리는 미륵리에서 올라 포암산 정상까지 1시간은 더 걸린다.
비탈에 붙자 화강암이 굵은 모래같이 부식된 화강토가 미끄럽다.
얼마 오르지 않아 맺히기 시작한 땀은 능선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이내 식혀준다. 이 상쾌함.
이 바위가 마당바윈가 했는데 조금 더 오르니 깎아지른 절벽위에 마당만한 너럭바위가 나타났다.
어두워 제대로 볼 수는 없지만 아름드리 적송의 기품이 느껴지고 진한 솔향이 좋다.
하늘재로 내려가는 갈림길, 대간을 계획대로 탄다면 내년말쯤 이곳을 지나겠지?
반갑다. 오늘 종주길은 여기서부터 대간길로 가다가 마골치에서 작별을 한다.
대간길은 오른쪽 부리기재 방향으로 가고 우리는 왼쪽으로 틀어 만수봉으로 향해야 한다,
포암산 오르는 길은 너덜을 지나고 암릉을 지나야 하는데 곤두선 길은 힘을 제법 써야한다.
정상직전 밧줄을 잡고 암릉을 오르는데 돌짝에 붙어선 가을꽃 구절초가 배시시 웃으며 반긴다.
그래 난 고작 이 바위를 오른다고 힘들어 하지만 넌 척박한 그곳에서 꽃을 피운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느냐
갈길이 바쁘고 힘들다고 어찌 이른 새벽부터 미소지으며 반기는 너를 외면할 수 있으랴
백두대간 포암산(961.7m),
마골산이라고도 불리는 포암산의 본래 이름은 '베바우산'이라고 한다.
"허연 삼베(布) 같은 천을 두른 산"이란 뜻인 순우리말을 한자어로 풀어 쓴 것이라고 한다.
인근의 월악산, 주흘산, 조령산 등과 함께 조령5악으로 손꼽히는 포암산은 월악산국립공원 내
충주시 상모면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주능선 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늘재(525m)를 경계로 월항삼봉과 연결된다.
벌재에서 황장산과 대미산을 거쳐 서쪽으로 힘차게 달려드는 백두대간을 조망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조망을 즐기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다.
포암산에서 내려서는 길,
대간길임을 알리는 시그널이 만국기처럼 달려있다.
동쪽 하늘엔 벌써 햇귀가 돌기 시작한다.
다음 봉우리에서 일출장면을 담을 수 있을까하여 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가는 길은 오르기는 커녕 계속 내리막길이었다가 호젓하기 까지한 평길로 이어간다.
여기도 오랏줄보다 더 질긴 생명으로 꽃을 피웠구나.
날씨가 좋아 멋진 일출을 기대를 했는데
포암산에서 한없이 내려가던 길은 다시 능선을 타는 바람에 해가 한뼘이나 솟은 후에야
조그만 봉우리에 오를 수 있었다. 앞에 보이는 산이 만수봉.
만수봉 구절초
만수봉에 소요가 일어난 듯,
유배라도 온 듯 옹기종기 구월의 하늘엔
운명의 꽃, 바람꽃이 피었구나
월악 영봉을 타고 내리는
옅은 햇살 구름 속을 걷는 바람아
생명을 실어와 순결의 꽃 피웠구나
구절초, 만수봉에 핀 구절초
노란 배꼽 드러내고 하늘을 보는 너는
가을의 혼이었구나.
날이 어두워 주위가 잘 보이지않던 포암산 정상에서도 보았던 운해가 아직도 골가득 자욱하다.
만수봉 정상(983m),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에 자리한 만수봉(萬壽峰 983m)은
월악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8km쯤 나간 곳에 솟은 암봉으로 남릉 상의 최고봉으로 용암봉의 모산.
만수봉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상에 용암봉이 솟아 있다.
만수교와 만수골의 이름을 빌어 만수봉으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백두대산 주능선에서 월악산 쪽을 살짝 비켜 앉아 만수계곡 건너편에 있는
포암산과 마주보며 오누이처럼 다정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다
북쪽 바위는 웅장한 월악 영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좋은 조망처다.
순서 기다려 영봉을 찍고는 너럭바위 위에 전을 펼치고 아침을 먹었다.
만수봉에서 바라본 만수암릉과 영봉, 벌써 가슴이 설렌다.
저 암릉을 타고 월악산 영봉으로 간다니...
이 시간 이렇게 호젓한 산길을 걷는 멋이란...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만수암릉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왼쪽길로 내려서지 말고 갔던 길을 잠시 되돌아 나와야 한다.
등산로가 아니라는 곳에서 만수암릉길은 시작된다.
원래 등산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지...
만수암릉은 만수봉에서 영봉으로 가는 능선중 960봉까지의 능선을 말한다.
가야할 만수암릉과 월악산 영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암릉구간 성질급한 나무들은 벌써 가을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또, 단풍에 물든 월악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지
날씨가 쾌청해서 좋은데 아직도 가을 햇살이 따갑다.
본격적인 암릉구간에 들어서기전 잠시 숨을 돌리고 여유를 가져본다.
만수암릉 코스는 암봉과 암릉이 연이어지는 시원하고 변화많은 능선길이다.
암릉을 지나고 암봉을 넘으면서 점점 다가오는
월악 영봉의 불쑥 치솟아 오르는 우람한 모습은 절로 감탄하게 한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어디에 숨었다가 나타나는지... 또 다른 봉우리 하나가 우뚝 일어선다.
송계계곡과 용하구곡 방향을 조망하는 재미와
용마산, 북바위산은 물론 멀리는 조령과 주흘산까지 조망되는 시원한 시야,
동쪽으로는 문수봉에서 하설산으로 이어지는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만수암릉은 사방이 트인 좋은 조망처인데 이렇게 날씨마저 좋으니...복 받은 것이지
평소 덕 많이 쌓은 산꾼님들과 함께하니 덩달아 좋은 일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저 아래 절골쪽을 바라보며 뭘 생각하는지... 혹시 가을타는 건가?
소나무는 백설과도 잘 어울리고 바위와도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올망졸망한 봉우리들...아직도 갈길이 멀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 건 눈 앞에 펼쳐지는 경관에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만수암릉엔 암릉만이 줄 수 있는 암벽, 단애에다 소나무숲과 어울리는 조화, 상쾌한 조망,
봉우리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가까워지는 준수하다 못해 신성하게까지 느껴지는 영봉과
푸른 비단치맛폭같은 울창한 급경사 산록의 수림이 밤새 달려온 수고를 보상해 준다.
갈길을 가로막고 우뚝 선 봉우리, 그래도 기를 죽인다.
막상 오르면 못 오를리 없겠지만 보이는게 모두가 아니다, 얼마나 내려갔다 다시 올라야 할까?
잘 그린 그림같은..., 하얀 바위와 푸르른 송림과의 멋진 조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그림같이 균형잡인 구도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드리 장송과 고사목들이 암릉과 조화로운데... 근육질 산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만수암릉 구간에는 크고 작은 암봉이 무려 9개나 솟아 있고,
도중에 10여 미터나 되는 직벽도 만나는데 고소공포증만 없으면 그렇게 어려운 길은 아니다.
때로는 지리산을 걷는듯, 이제는 설악산 용아장성을 타는 기분...
비스듬히 누운 암릉에서는 미끄럼이라도 타고 싶은 이 기분...
내려가는 길이 까마득하다. 암릉 구간중 이런 곳을 몇 번 만난다.
영봉 아래 헬기장에서 본 영봉의 위용, 위세가 당당하다.
헬기장에 잠시 쉬어 가기로 했으나 960봉을 지나면서 이어진 평탄한 길 덕분에
그냥 영봉 오르는 길목까지 가기로 했는데...
앞 봉우리를 올랐다가 오른 것보다 한참을 더 내려 에둘러 올라야 한다.
오른다고 힘들었는데...내려가서 다시 올라야 하다니...
월악산 영봉(1094 m)
충북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 경북 문경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월악산의 주봉으로 송계8경중 하나이다.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삼국시대에는 월형산(月兄山)이라 일컬어졌고,
후백제의 견훤(甄萱)이 이 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되어 와락산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한다.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있는 포암산 부근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의 끝부분에 솟아 있으며,
만수봉을 비롯해 많은 고봉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정상의 영봉은 암벽 높이만도 150m나 되며,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충주호 푸른 호수자락에 영봉의 산그림자를 비추면 물과 산이
어울어져 한편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영봉에서 조망한 지나온 길들...멀리 만수봉도 보이고...저 멀리 보이는 산이 주흘산인가?
영봉에서 바라본 중봉방향과 충주호, 그냥 아름답다 했는데 나중에 저 중봉을 올라야 했다.
하산길이 하산길이 아니었다
중봉을 내려서면서, 하봉과 충주호. 충주호는 가을 하늘만큼이나 푸른 것 같다
보덕암까지 2.5km, 보덕암에서 또 통나무집까지 2.5km 아직 5km나 더 가야 날머리다.
중봉에서 하봉 내려가는 길,
영봉 오르기 전까지는 밧줄타는 재미가...
영봉 오르면서 부터는 끝없이 이어지는 철사다리가 몇 군데나 있다.
돌들이 특이하다. 마치 책을 쌓아 놓은 듯... 하봉에서 내려오는 동안 숱하게 만난 모습이다.
가을 꽃들이 나타나자 때를 아는 여름꽃들은 이미 자리를 물려주었거나 아니면 떠날 채비를 하고...
가을 꽃들은 봄 꽃같이 화사하지는 않아도 우수에 젖은듯 애잔한 모습에 깊이가 있어 좋다.
보덕암에서 통나무집으로 내려오는 길은 완전 꽃밭이다.
모감주나무 자생지를 지나면 무슨 꽃 밭같이 야생화가 만발한 꽃 길을 걷는다.
"월악산 미륵-송계 통나무집 구간"을 모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 감사하다.
봉우리가 나타날적마다 차 회수하러 내려가겠다더니 결국 멋쟁이 청주산꾼들의 도움으로
피곤할텐데도 미륵리까지 가서 차를 회수해 온 착한마음님 수고 많았고,
비록 두번째 동행이지만 십년지기같이 편안한 무대뽀님도 함께하여 즐거웠고,
매일 산을 넘어 출퇴근 한다는 쾌남님, 연개소문님 엔진이 대단했다는 말 꼭 해야겠지요.
특히, 밤새 운전하고 산행안내 하느라 수고한 두꺼비님 덕분에 월악비경을 거닐 수 있었던 것
감사하다는 말을 빠뜨릴 수 없지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군요.
오는 길 충주호에서 맛있게 먹은 매운탕 맛도 월악산과 세트가 되어 생각이 날 것같고...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山情無限 > 산행기(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근곡을 품고있는 건천 오봉산 산행 (0) | 2009.06.25 |
---|---|
단풍맞이 내장산 아홉 봉우리 종주 (0) | 2009.06.25 |
사량도 지리산 산행 (0) | 2009.06.25 |
화왕산 억새밭은 불바다가 되고 (0) | 2009.06.25 |
운해와 함께한 황홀한 덕유산 산행 (0) | 200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