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을 다녀 온듯... 겨울 덕유산 종주

2009. 6. 25. 19:06山情無限/산행기(일반)

 

 


 

 

설국을 다녀 온듯... 겨울 덕유산 종주


 



○ 산행일자 : 2007. 2.10(토) 03:35 ~ 15:55 (12시간 20분)
○ 산행날씨 : 흐림, 짙은 운무
○ 참석인원 : 산길따라종주회 37명
○ 산행거리 : 약 27km
○ 산행코스 : (구)삼공매표소-백련사-향적봉-백암봉-동엽령-삿갓재대피소-삿갓봉-월성치-남덕유산-(구)영각매표소
○ 소 재 지 : 경남 산청군, 함양군 / 전북 장수군, 무주군



1. 구간별 진행시간

2. 9. 23:30         문수고 출발

2.10. 03:15~35      삼공탐방센터 입구도착 / 출발

04:40~45      백련사

06:10         향적봉

06:20~07:05   향적봉 대피소

07:30         중봉(1,594.3m)

07:50         송계삼거리(백암봉 / 1,503m)

08:43         동엽령

10:18         무룡산(1,491.9m)

11:00~12:05   삿갓재 대피소 / 점심

12:24         삿갓봉(1,419m)

13:16         월성치

13:53         남덕유산 / 서봉 갈림길

14:08~13      남덕유산 (1,507.4m)

15:55         영각탐방지원센터



2. 산행기록



지리산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덕유산 종주에 나섰다.
덕유산은 4계절 언제 찾아도 좋다.

봄 덕유산은 능선 일대 철쭉군락이 장관이어서
"봄철 덕유산은 철쭉 꽃밭에서 해가 떠 철쭉 꽃밭에서 해가 진다"고 할 정도며
여름 덕유산은 깊은 골짝에서 피어 올라 능선을 타고 넘는 운해와
원추리, 범꼬리를 비롯한 온갖 야생화가 이루는 천상의 화원 또한 장관이다.
가을엔 붉은 단풍으로 만산홍엽을 이루니 더할나위 없고...

특히, 겨울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장쾌하게 이어진 능선과 연봉들이 하얀 눈과 어우러져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백두대간 덕유능선을 넘다 쏟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산행 코스로는 지리산 종주와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삼공탐방지원센터 앞, 올해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3시가 조금 넘어 삼공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산행준비 하느라 꾸물거리는데 밖이 시끌벅쩍하다.
뭔가 했더니, 운영진에서 따끈한 시락국과 밥을 준비하여
나누어 주고 있는게 아닌가! 고마운 사람들...
종주산행이나 대간길을 나설땐 3~4시 사이에 아침 먹는게
적응되었는지 이 시간에 먹는 밥이 이렇게 맛날줄이야.

게눈 감추듯 한 그릇 비우고는 빙둘러 서서 자기소개를 한다.
자기소개래야 닉을 알려주는 정도가 고작이지만...
하긴, 37명이나 되니 간략하게 하는게 미덕일 것 같긴하다.
자기소개가 끝난 후 곧바로 백련사로 향하는데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쌓인 눈이 다져져 빙판이 된 곳은
미끄러워 걷기가 불편한데 랜턴 불빛을 따라 잘도 간다.



(칼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향적봉 표지석)

향적봉 오르는 길에 눈이 제법 쌓여있다.
그저께 삿갓재에도 비가 왔다면서 정상에서 눈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지레 실망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향적봉 오르는 등로에 눈이 쌓여있다.

여태 덕유산을 오르면서 실망한 적이 없었기에
오늘도 좋은 일이 있을것만 같은 기대를 하며 오르는데...
그럼 그렇지!! 등로 옆으로 하얗게 핀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데
주봉인 향적봉(1,614m)에서 서봉에 이르기까지 해발 1,300m를 넘나드는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여km에 뻗쳐있다.
오늘 우리가 종주할 향적봉에서 남덕유산(1,507m)까지는
도중에 중봉(1,594.3m)과 무룡산(1,491m), 삿갓봉(1,419m)을 거치는 등
주능선의 길이만도 20km가 넘는 장쾌한 산릉이다.



(북덕유산, 향적봉 / 1,614m)

칼바람의 인사를 받으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나타난 향적봉,
아직 동 트기 전인데다 운무가 짙게 끼여 사방을 분간하기 힘들다.
그기다가 매서운 바람까지 몰아치니 향적봉에 더 머무를 수 없어
대피소 취사장으로 내려가니 선두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벌써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식사하기는 그렇고...
간단하게 간식만 나눠 먹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데
갈 길이 바쁜지 선두는 벌써 출발을 한다.



(고사목 지대, 죽어서도 의연하고 고고한 모습)




(쌓인 눈을 이고있는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눈이 좋고 상고대가 좋기로
저리 이고 지고 끙끙대고 있을까?
가지나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마치 바닷속 풍경을 보는듯...)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죽어서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다.)

향적봉에서 중봉가는 길은 호젓한 능선길인데
주변에 늘어선 천년을 살다가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과
고사목들이 설경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있다.



(설경은 해뜰 무렵이 최고로 아름다운데...)

일출시간이 되어 가지만 짙게 드리운 구름장막은
오히려 카메라 노출을 부족하게 한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고...

산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만나기 쉽지않은 풍경을 찾아갈 수 있으니 좋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어 아쉬운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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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터널은 온실이었다.
눈꽃 터널을 벗어나자 뺨을 때리는 바람이 매섭다.
어디 훈풍이 눈꽃을 피우겠나 이렇게 매서우니 마른가지에 눈꽃을 피우지



(중봉 / 1,594.3m)

상고대와 설화가 어우러진 환상의 터널을 지나자 나타난 중봉
중봉도 좋은 조망처이나 오늘은 조망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듯
현실에 충실하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현상을 즐기자!



(구름 속으로 통하는 길,
세찬 바람에 얼어붙은 볼을 감싸고 비틀거리며 걷는다)


자연의 섭리는 경이로운 것!
고뇌를 딛고 일어선 인생이 깊이가 있듯
동토 칼바람 속에서도 희망은 자란다.
바람이 거셀수록 뿌리는 더 깊어지고
피어날 새싹은 강인하면서도 더 순결하고
천상의 화원을 이룰 야생화는 청초함에다 자기 색을 더할테지



(우리 모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시나브로, 몰래 카메라에 잡힌건가?)




(바람 자는 곳에서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볼을 때리는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
바람을 피해 바위덤아래 잠시 쉬었다가 조금 더 진행하니
좋은 조망처 대간길이 시작되는 백암봉에 닿았는데
하늘을 짓누르는 구름이 조망의 즐거움까지는 주지않지만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신비감을 더한다.
여기서부터는 대간길을 쭈-욱 따라간다.



(동엽령, 남덕유산까지 10.6km)

향적봉 대피소에서 1시간 반정도 진행하여 도착한 동엽령,
동엽령은 용추계곡과 칠연폭포가 있는 서쪽 안성지구로 내려설 수 있으며
동쪽으로 난 길로는 병곡리로 내려설 수 있는 중요한 길목으로
향적봉 대피소까지 4.3km, 삿갓재 대피소까지는 6.2km로
거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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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눈꽃 턴널길을 원없이 걸었다)




(마치 날개를 달고 날아가기라도 하려는듯...)




(이건 눈꽃이 아니라 눈범벅이고 눈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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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의 잔해)




(마루금 동쪽과 서쪽은 눈도 확연하게 구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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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 / 1,491.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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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피운 꽃, 삿갓재대피소 가는 계단에도 만발했다)




(걸음을 제대로 못 걸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삿갓재 대피소)

향적봉 대피소에 출발하여 4시간만에 도착한 삿갓재 대피소
식사를 할 수 있는 취사장이 마련되어 있어
덕유산 종주시 좋은 쉼터가 되는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꼭 한번 들러 보고 싶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렇게 좋은 대피소에 들리면
눈살이 찌푸리게 했던 취사장 쓰레기.
오늘은 깨끗하여 좋다. 히터까지 틀어놓아 좋다.
산객들도 취사장을 좀 깨끗이 사용했으면 좋겠다.



(삿갓재 대피소, 남덕유산까지 4.3km)

삿갓재에서 선두를 만났다.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라 먼저출발하고
우리는 후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식사를 하고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삿갓봉 / 1,419m)

종주길이나 대간길이 힘든 것은
마지막에 높은 봉우리를 치고 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막판에 삿갓봉과 남덕유산을 오를 것을 생각하고
신경을 썼지만 종일 눈꽃에 취해서 그런지
힘들이지 않고 삿갓봉을 올랐다.

오히려 가파른데다 빙판이 된 길을 내려오는게
더 신경쓰여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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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재, 남덕유산까지 이제 1.4km)




(남덕유산 서봉 갈림길, 이제 남덕유산 턱밑까지 왔다)

이제 가파른 길 300m만 오르면 남덕유산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으로 미끌리며 오르는데
80~90리터는 됨직한 배낭을 지고 내려오는
멋진 산꾼들...,
이 아름다운 설국에서 야영을 하려는가 보다.
생각만해도 정말 멋있다.




(남덕유산 / 1,507.4m)

크고, 넉넉하고 덕이 있는 덕유산이라 한다.
남덕유산은 덕유산의 연봉들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덕유산은, 향적봉 일대를 북덕유산(1,507m),
장수에서 일어난 서봉을 장수덕유산(1,492m)이라 부르는데
남덕유산은 서봉에서 대간길을 따라 1시간 거리에 있는데
금원산, 기백산, 자굴산을 거쳐 진양호로 내리는
진양기맥의 시발점이기도 하고, 남강의 발원지인 참샘이 있다.

여름에는 서상쪽(소류지)에서 피어 오르는 운해와
겨울 상고대와 눈꽃으로 뒤덮힌 연봉들이 장관이다.

덕유산 종주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방법과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방법 다 좋은데...
올라갈 적에는 육십령에서 출발하여 할미봉, 서봉,
남덕유산을 거쳐 향적봉에 이르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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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바닷속 풍경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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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산인가)

덕유산 눈꽃

얼마나 그리워 하얀 꽃이 되었나
백두대간 몰아치는 눈보라 속
흩날리는 눈송이도 받아 안고
매서운 칼바람에
실려온 구름 방울을
모으고 붙이고 조각하여
엄동설한 밤을 밝히며
당당히 맞서 피운 꽃

얼마나 그리워 하얀 꽃이 되었나
검정 숯이 타 하얀 재가 되듯
얼마나 그리움에 사무쳤기에
표백되어 하얀 꽃이 되었나

덕유산 향적봉에서
남덕유산까지
나무 바위 할 것 없이
애절한 몸부림
온통 눈꽃으로 뒤덮고 말았구나

2007. 2. 10
덕유산 종주길, 남덕유산을 지나면서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려 보지만 구름이 더 두터워 지는 것 같다)

구름이 확 걷히고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에
눈꽃이 쨍하고 빛을 발할 것만 같아
가던 걸음 멈추고 기다려 보지만...
구름이 빠르게 움직여도 하늘이 열릴 것 같지않다.
한꺼번에 좋은 모습을 다 보려는 건 욕심이겠지?



(남강의 발원지 남덕유산 참샘)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손이 시리다는 참샘
여기서 발원하여 함양, 산청을 거치는 남강이 되고
낙동강이 되다가 드디어는 바다가 된다.



(가지에 은가루를 뿌린듯)




(날머리가 가까워지자 풍경은 영 딴판으로 변해있디)




((구)영각매표소, 올해부터 매표소가 시인마을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잔치는 끝나고...)

역시 덕유산은 산행의 묘미가 대단하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찾을 때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1년전 겨울 덕유산 종주시 운해에 취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또 다른 모습 눈꽃과 상고대로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구나.
그기에다 반가운 산길따라 님들과 함께였기에 더할나위 없었고...

산행계획까지 바꾸어 참석한게 정말 잘한 것 같다.
그동안 준비하고,
많은 인원을 이끄느라 애쓴 운영진에게 감사하고
무사히 종주한 모든 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정말 즐겁고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