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이여, 용아장성이여!

2009. 6. 26. 01:46山情無限/산행기(일반)


 
설악이여, 용아장성이여!




○ 산행일자 : 2007. 5. 26(토) 02:45 ~ 14:50 (12시간 5분)
○ 산행날씨 : 맑으나 박무, 강한 바람
○ 참석인원 : 27명 (용아장성 산행 : 18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8.5㎞
○ 산행코스 : 오색탐방지원센터-대청봉-봉정암-용아장성-수렴동대피소-백담사-용대리
○ 소 재 지 : 강원도 인제군 / 양양군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5/25 20:30          신복로타리

5/26 02:45          오색탐방지원센터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2:53          산행시작

05:45~55       대청봉(1,708m)

06:45~07:35    봉정암 / 아침

13:10~45       수렴동 대피소 / 점심

14:50~15:00    백담사 주차장

15:22          용대리 버스 주차장

③ 복귀

16:20          용대리 출발

22:55          신복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두달 전에 위겸씨와 날짜를 잡고 계획한 산행인데도
그동안 많은 일들이 겹쳐 산행이 힘들 정도로 바빠졌다.
미안한 맘에 빠지겠다는 말을 못해 고민하고 있는데
산꾼 몇 명이 산행을 취소했다는 전화가 왔다.
밤 11시에 출발하는 대간가는 길도 바쁜데
8시에 출발하는 용아가는 길은 퇴근하여 밥먹을 새도 없는 시간
미리 챙겨놓지 않은 배낭도 대충 챙겨 집을 나섰다.

요즘, 백두대간과 낙동, 낙남정맥에 치중하다 보니
일반 산악회 산행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다.
대간과 정맥이 주식이라면 오늘은 외식하는 날인 셈이다.
신복로타리에 나가니 낯익은 사람들, 정대장, 선광씨도 보인다.
오랫만에 만나니 정말 반갑다.
버스안에는 우리 대간팀만도 5명이 타고 있었다.





(02:53 오색탐방지원센터, 새벽도 되기전에 입산한다)


역시 28인승 리무진 버스가 좋긴 좋다.
오랫만에 편안하게 이동하여 몸도 가뿐한 것 같다.
무박을 한달에 1번만 가려고 하지만 대간에다 낙동도 지금은
무박으로 가야하니 2번은 기본이고, 그기에 무박산행 한 두번이라도 끼면
한달내내 무박으로 가는셈이다.

오랫만에 찾은 설악, 문패는 바꼈어도 오색산문은 정겹다.





(밤새 자리를 지키다가 온 길과 갈 길을 가늠해 주는 이정표)





(정상이 가까워지자 햇귀가 돌기 시작하고...)





(머리위에 나타난 정상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는 산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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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의 또 다른 표지석, 양양군 서면 오색리 산1-1번지 양양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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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정상 대청봉 / 1708m)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는 뜻에서
예로부터 설산(雪山),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華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고, 금강산(1,638m)을 서리뫼[霜嶽]라고 한 것과 관련해
우리말로 설뫼[雪嶽]라고도 하였다.
남한에서는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있으며, 북쪽으로는 향로봉(1,293m), 금강산,
남쪽으로는 점봉산(1,424m), 오대산(1,563m)과 마주한다.
최고봉은 대청봉. 대청봉 남쪽에 한계령,
북쪽에 마등령, 미시령 등의 고개가 있다.
위치상 산릉의 서쪽 인제군에 속하는 지역을 내설악,
그 동쪽을 외설악으로 나누는데,
남설악이라 하여 오색지구를 추가하기도 한다.

내설악에는 미시령, 대청봉, 한계령을 수원지로 하여
소양강, 북한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이 발달했다.
또, 대승, 와룡, 유달, 쌍폭 등의 폭포, 수렴동, 가야동,
구곡담 등의 계곡과 옥녀탕 등 이름난 곳이 많다.

외설악은 대청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경계로
또 북외설악과 남외설악으로 나뉜다.
관모산(874m), 천불동계곡, 울산바위, 권금성, 금강굴 외에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귀면암, 와선대, 비선대 등
기암괴석과 계곡이 절경을 이룬다.




(공룡릉선도 험하지만 용아릉선에 비하면 양반이다)





(앞에 보이는 중청대피소, 언제 이 길이 이렇게 한산한 적이 있었는가?)





(끝청 갈림길, 한계령과 소청, 희운각 방향이 갈린다)





(이제 피기 시작한 진달래 군락지 너머로 용아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설악산은 식생 분포도 다양해
온대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원시림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대청봉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눈잣나무와 눈주목은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북방계 고산식물이다.
그 밖에 소나무, 벚나무, 개박달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눈측백, 금강초롱꽃 등 총 882종의 관다발식물이 분포하며
이 가운데 65종이 특산식물, 56종이 희귀식물이라고 한다.

동물은 사향노루, 산양, 곰, 하늘다람쥐, 여우, 수달 등 희귀종을 포함하여
총 39종의 포유류와 62종의 조류 및 각종 파충류, 양서류, 어류, 곤충 등이 서식하는데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982년 8월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보존지역 관광지로 이름이 높다.




(용의 이빨같이 생긴 긴 성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용아장성[龍牙長城])


용아장성은 산꾼이라면 한 번 가 보고 싶어하는 곳!
설악산의 많은 산길 중에서 용아장성릉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백 길위 암봉을 스릴있게 오르내리는 재미와
용아장성에서만 볼 수 있는 내설악의 뛰어난 조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용아장성은 위험하긴 해도 설악산에서 제일 좋은 산길임은 확실하다.

대청봉에서 중청, 소청을 거쳐 봉정암에서 본격적인 암릉의 모습을 드러내고
1224봉을 지나 옥녀봉에 이르는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암봉으로 이루어진
용아장성은 내설악의 절경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정말 멋진 암릉이다.




(산 아래는 여름이 턱밑까지 왔는데 정상에는 진달래가 제철인냥 피어난다)





(소청대피소와 희운각대피소 갈림길, 용아장성은 소청대피소 방향이다.)





(봉정암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암릉)


용아장성은 내설악의 수렴동 산장에서 봉정암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가 5km정도 되는 긴 암릉으로 내설악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

용아장성릉선을 타는 방법은
봉정암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수렴동 대피소에서 출발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봉정암에서 수렴동 방향으로 내려 타기로하고 오색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게 해도 약 12시간을 예상하는 길고 힘든 여정이다.

봉정암에서 주먹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후미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용아장성을 탈 사람과 오세암으로 갈 사람을 확인한 후 출발!







(공룡능선과 지능선에 봉긋봉긋 솟아오른 암봉, 생명의 색 초록의 향연)


용아장성을 타기 위해 철조망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공룡능선 방향의 조망이 트이면서 용아장성의 진수가 펼쳐진다.
잦아들기를 바란 바람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오늘 산행은 특히 바람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용아장성릉 산행은 20m는 족히 될 까마득한 암벽 길을 내려서면서부터 시작한다)


높고 가파르긴 해도 홀더가 좋아 약간의 담력만 있으면 오를 수 있다.
지난번 여성산꾼 한 분에 중간지점에서 오르지도 내려서지도 못하고
혼쭐이 났었는데 오늘은 일행이 단촐한데다
처음 직벽을 내려설 때나 오를 때도 모두 선수같다.

오늘같은 날 좀 느린 사람이 있으면
사진도 제대로 찍으며 길동무를 하련만...




(이번에는 또 내려온 만큼의 직벽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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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담은 둥글레)


사람을 날려 보낼 것 같은 바람에 야생화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나마 바람자는 곳에 핀 제비꽃과 노랑무늬붓꽃 등을 담아 보려는데
왠걸 카메라만 갖다 대면 바람이 불어 촛점을 맞출 수 없다.
한참을 씨름하다 보면 일행은 벌써 꼬리도 보이지 않고...
이러다가 사진도 안되고 산행도 안될 것 같아 야생화 담는 것을
포기해야 산행이 제대로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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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걸맞게 용아장성릉선은
크고 작은 암봉 20여 개가 송곳니처럼 솟아있다.
암릉 좌우로 가야동과 수렴동, 공룡능선, 서북릉선에 솟은 귀떼기청봉과
그곳에서 발원하는 수많은 골짜기들을 대하며 걷는 길은 산행의 백미
크고 작은 암봉들을 오르내리며 가는 암릉길과
까마득한 벼랑 아래 계곡이 몸을 뒤틀며 만든
소와 담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은
산행의 또 다른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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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가량 알바하고 되돌아와 능선으로 오르는 갈림길)


절경에 취해 늑장을 부리다가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직진하여 직벽같은 암벽을 내려서는 바람에 1시간 가까이 알바를 했다.
한참을 진행하자 능선을 오르는 길이 희미해더니
지나간 흔적도 보이지 않고 다시 내려서는 길이 이상하여
주위를 돌아보지만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머리위 능선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참을 돌아나와 능선으로 올라섰다. 후미 6명이 미아가 되었다.
몇 봉우리를 넘어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 후미를 쫓아
벼랑끝 길을 조심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


올라야 할 근사한 암봉이 앞에 나타는데...
그 아래 골짝에 휴식하고 있는 무리들이 보였다.
우리팀일 것 같지는 않은데...
용대리에서 출발한 산꾼들로 오늘 바람이 너무 세차
능선길을 포기하고 우회길로 돌아 나오면서 휴식하는 길이란다.

(우리가 잘못 들어섰다가 돌아나온 길은
알고보니 능선을 우회하는 길이었다)

우리가 객기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외나무다리 타는듯한 뾰족한 암릉을 지날 때 바람이 더 세게 몰아친다)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 엉금엉금 기어가듯 한다
계속 몰아치는 바람이야 감이 잡히지만 갑자기 돌풍이라도 만나면
아래는 수백길 낭떠러지여서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오른쪽 서북능선 방향의 뾰족한 봉우리들과 골짝)


대청봉을 정점으로 좌우로 날개를 펼친 공룡능선과 서북능의 장쾌함이 한결 돋보이고
가야동 위로 기세 등등하게 자리잡고 있는 만경대, 귀때기청봉에서 흘러내린 1287리지,
계곡과 능선이 연이어 첩첩 산중을 이룬 모습은 용아장성이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절경이다.

남한에서 설악산이 한라산, 지리산 다음인 세번째로 높은 산이고
설악산에서는 대청봉, 중청봉 다음 세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서북능선의 귀떼기청봉(1577.6m)은 설악산 온 봉우리들은 암봉인데
유독 혼자만 육산이어서 귀때기를 맞은데서 생긴 이름이라니...
옛날에도 개성은 인정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용의 송곳니쯤 되는가? 암벽에 붙어선 의연한 자태의 홍솔 한 그루)





(오호 애재라! 이런 정경을 그냥 스쳐 지나가야 하다니..)


우리나라 산이 아름다운 것은
암릉과 나무와 숲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뻘쭘하게 높기만 하면서 죽어 있는 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람까지 몰아치니 스릴은 배가되고)


어디까지 왔니
앞니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니
덧니까지 왔다

가야동 기슭
용의 등을 타고
용의 입
안개 속이네

아- 스산하다
아- 두렵구나
기어갈까
돌아갈까
죽기 살기

앞니에서 어금니
넘어도 넘어도 깔딱
기어도 기어도 꿀꺽

아- 개운해
아- 후련해
어느 날 비몽사몽 산행
어느 날 죽다 산 목숨

설악 용아장성 / 문영호




(정대장, 지난 겨울 신불능선에서 만나고 실로 오랫만의 동행이다)





(심산유곡, 인간의 접근을 허락지않는 신성한 곳)


또 가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때를 따라 인간의 넋을 빼놓는 설악산! 그 속살!







(인간은 산을 오르고, 숲은 바위를 품고, 계류는 자신을 낮추어 아래로 흐른다)





(덩그러니 솟은 암봉에 오르니 그 유명한 개구멍이 나타났다)





(달리 방법이 없다. 난관은 돌파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일뿐...)





(담력 약한 사람이 여기에 서면 오금이 굳어 다리를 옮기기 힘들다)





(이 푸르름, 계절의 여왕 5월이여!)





(설악에서 영원히 잠든 악우를 기리는 추모동판)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듯
그대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어
용아의 웃음 위에 함박 피어난 가을 꽃 향기처럼
쓰러진 우리의 산 친구
김문환이여 하루 동안 솔 향기 퍼서 나르는
설악의 바람과 함께 자유로이 춤출 그대의 넋이여

1982년 8월 12일 A.C YODEL




(47)


설악산 / 이은상

설악산이여!
이 밤만 지나면
나는 당신을 떠나야 합니다.
당신의 품속을 벗어나
티끌 세상으로 가야 합니다.
마지막 애닯은 한 말씀
애원과 기도를 드립니다.

설악산이여!
내가 여기와
흐르는 물 마셔 피가 되었고
푸성귀 먹어 살과 뼈 되고
향기론 바람 내 호흡되어
이제는 내가 당신이요
당신이 나인걸 믿고 갑니다.

설악산이여!
내가 사는 동안
무슨 슬픔이 또 있으리이오.
아픔이 있고, 외로움이 있고
통분할 일이 겹칠 적이면
언제나 사랑의 세례를 받으려
당신만을 찾으리이다




(개구멍을 통과한 후 골짜기로 수렴동 계곡까지 무사히 내려왔다)





(수렴동 산장,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밥맛이 꿀맛이다.
열심이 땀을 흘린 후의 식사는 음식의 질도 절대적이지 않다.

진수성찬 같은 점심을 먹고 수렴동 산장을 출발하여
조금 진행하는데 선두가 뒤에서 쫓아온다. 어떻게 된 일이지?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가 나타나지 않아 오는 길이라고 한다.
선두가 후미를 도중에서 기다렸는데 길이 엇갈렸던 것이다.
갈림길 이전에서 기다렸다면 쉽게 만날 수 있었을텐데...




(청정계곡물은 하늘을 담고, 숲을 담고, 나무까지 담았다)





(가끔 길이 끊긴 곳은 뙤약볕 길이지만 울창한 숲길을 이어간다)





(바람이 자는 것 같아 다시 시도, 10장 넘게 찍어 겨우...)


오늘, 설악 용아장성에 핀 야생화는 세찬 바람이
방해를 하여 담지 못했는데 오늘 날씨가 보통이 아니다.
위험하긴 해도 그나마 바람이 불어 시원하게 용아를 탄 것 같다.

많이 본 꽃인데도 막상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땐 반기는 꽃에 면목이 없다




(백담사 버스주차장. 우리나라에서 제일 황금노선 아닐까)


14:50, 드디어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용대리까지는 버스로 이동하여야 하니까
12시간이 넘는 긴 여정을 끝낸 것이다.

외부차량은 출입할 수 없어 독점적으로 운영한다는데
인당 1,500원, 왕복 만차, 3~5분에 1대,
1회 왕복에 10만원, 그 돈 다 어디다 쓸까?
그게 왜 궁금해지는지?




(용대리 주차장, 월요일도 이 앞길로 미시령을 넘었는데...


이번에 못 올 뻔 하기도 했지만 산행을 하였기에
용아장성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었다.
산에 오면 이렇게 반기는데...

지난 토요일 새벽부터 이 시간까지 실로 바빴다
아직도 밀린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기다리고 있지만
용아장성을 넘었던 기상과 얻은 활력으로
또 세상도 그렇게 헤쳐 나가야지

오늘 세찬 바람 속에서도 위험한 길을
전원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