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구름바다 위에 우뚝한 한라산을 오르다

2011. 11. 25. 01:00山情無限/한라산

 
 
 
황홀한 구름바다 위에 우뚝한 한라산을 오르다
(단풍을 보러 갔더니 한라산의 가을은 벌써 저 만큼 멀어져 가고..)



○ 2011. 11. 12 (토) 날씨 : 아침 흐림, 낮 갬
○ 성판악휴게소 ~ 관음사지구안내소 코스로
(성판악휴게소-진달래대피소-동능정상-삼각봉휴게소-관음사지구안내소)





 
제주도는 온통 뉴세븐원더스(N7W)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 목을 매단듯 했다. 제주도 들어오는 날 배 안에서 본 광경은
제주도에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이 무슨 큰 대역죄라도 지은듯 내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국민을 상대로 홍보까지 했으니..
또 어젯밤 TV에서는 체육관을 가득메운 수 많은 사람들이 선정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밤을 새우는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는 것을 보다가
오늘 한라산 산행 땜에 결과를 보지 못하고 잠을 청했다.
일어나서 TV를 켰더니 제주도가 N7W의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고 온통 축제분위기다.
 
공신력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니 (일단은) 제주도민들에게 축하드린다!
덧붙혀,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인 제주도가 말 그대로
자연을 잘 보존한 명실상부한 자연경관으로 세계인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어쨋든 세계적인 제주도의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했던 이상의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어제는 올레길 7구간,
오늘은 한라산 등반..
아름다운 한라산에 오를 기대가 크다

 


 

 
대중교통으로 표선에서 성판악 가는 방법은 
표선에서 제주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교래리 입구에서 내려 
다시 제주에서 서귀포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6시 15분에 민속촌에서 제주시 가는 첫차가 보이지않아
서귀포로 둘러서 갈까하고 서귀포행 시내버스를 탔더니
친절한 버스기사님은 표선 사거리 정류소까지 태워 주시고는
여기서 기다리면 곧 버스가 올 것이라며 차비도 받지 않으신다.
 
한라산을 오르는 것만도 기분좋은데 아침부터 기분좋은 일들이..
3~4분 정도 자났을까 제주행 시외버스가 오고.. 교래리 입구에서 내려
조금 기다리니 서귀포행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를 타니
승객 거의 모두가 등산복 차림이다.
 
 
 
 
기분좋게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하니 가랑비가 흩날리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산행채비를 하고 있다. 어제 밤 마트에서
아침을 빵으로 준비했는데 성판악휴게소에는 식당이 영업중이다.
김밥도 팔고.. 이런줄 알았더라면 아침을 여기서 해결했을텐데..
점심은 진달래대피소에서 컵 라면으로 떼우기로 했는데
와이프가 김밥 두 줄을 사왔다.
 
 
 
 
 
 
 
엷은 안개까지 내려앉은 몽환적인 숲길을 지난다.
자연미가 사라진 데크로 덧씌운 등로지만..
 
 
 
 
(사라오름 대피소)
 
혹시나 한라산에는 단풍이 있으려나 했는데..
단풍은 이미 다 지고 나목들은 겨울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단풍산행도 한 번 못 하고 올 가을을 보내나보다
 
 
 
 
 
몇 일전 부터 어제까지 많은 비가 온 바람에
대부분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다 이내 말라버리는
건천인데도 물이 많이 고여있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내딛는 걸음 걸음이 모여 정상으로 안내하듯

하루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고, 본향으로 다가선다

 

 

 
 
좌측으로 20분 정도면 갔다 올 수 있는 분화구가 있는
사라오름 전망대인데 발바닥의 물집으로 걷기도 불편하여
정상을 향해 그냥 직진..
 
 
 
 
해발 1400m,
성판악 코스는 여기까지 평탄한 편.
이남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700고지에서 출발하니
영남알프스 가지산 오르는 것보다 고도를 조금 더 높이는 정도.
오히려 길은 훨씬 순하다.
 
 
 
 
 
 
거칠어진 등로를 조금 오르다 보면
얼마지않아 진달래대피소가 나타난다.
 
 
 
 
 
(진달래대피소)
 
컵 라면과 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아침은 바나나 하나로 떼운 셈
 
 
 
 
 
(하얀 몰골을 한 고사목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한라산 정상부의 모습
 
 
 
 
발 아래로 보이는 구름바다..
산 아래는 구름이 짙고.. 가랑비까지 내리는데..
 
 
 
 
해발 1800m를 지난다.
남한 최고봉 한라산도 이제 정상까지는 150m
 
 
 
 
정상직전 나무테크를 오르고 있는 수 많은 등산객들..
 
 
 
 
 
장관인 구름바다, 구름 위를 걷는듯 황홀하다.
 
 
 
 
 
 
 
 
 
 
 
한라산 정상에서 줄서서 기다리다 인증샷 한 컷!
 
 
 
 
 
 
백록담의 모습, 백록담 뒤로 보이는 구름바다.
 
 
 
 
 
 
(한라산 정상부의 모습)
 
한라산 정상에서 이런 모습을 만나다니 행운이다.
하늘은 높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데..
발 아래로는 장관인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람 한 점 없이 날씨까지 따뜻하니..
 
 
 
 
 
 
 
구름바다를 그냥 두고 내려서기가 아쉬워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겼지만..
여기도 구름바다..
 
 
 

 

구름바다를 배경으로..

오랫만에 와이프와의 산행이다.

 

 

 

 
 1
  
 
한라산 북벽의 모습
 
 
 
 
 
지난밤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지
등로 군데군데 얼음이 보인다
 
 
 
 
북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2007년 한라산에 엄청난 폭우를 쏟아부은 태풍 '나리',

그로 인해 북벽이 무너져 내리고 북벽에 쏟아져 내린 암반과 급류로 인해

30년이나 한 자리를 지키며 산악인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던

용진각대피소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대피소의 잔해가 아직도 계곡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겨울 산악인들의 동계등반훈련장인 삼각봉

 

 

 

 

용진각 대피소 내려서는 급경사 구간에 설치된 끝없는 데크, 

탐라계곡에 걸린 육중한 구름다리는 너무 심하게 자연을 훼손한 현장이다.

제주도가 N7W의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고 난리법석이지만

반길 수만 없는 마음은 그로 인해 제주도의 자연경관이

얼마나 급속하게 훼파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등로를 정비하더라도 가능하면 자연을 살리며 최소한의

손질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와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제발 환경선진국의 자연생태보호사례를 보며 공부 좀 하고 

배웠으면 한다. 등로를 고속도로같이 편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설치면 족하다. 산을 훼파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이지

제주도가 N7W의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재앙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용진각 샘터, 이전에는 저 안쪽에 들어가 물을 떠 왔는데..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에 보는 뾰족한 삼각봉의 모습

 

 

 

 

적송지대, 숲에 내려앉은 햇살 몇 줄기

 

 

 

 

원점비,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숲

 

 

 

 

지붕 위에는 소담스럽게 쌓인 눈을 생각나게 하는 낙엽

 

 

 

 

 

여기가 어디 고속도로지 산길이랄 수 있겠는가!

 

 

 

 

 

이제 관음사대피소도 3km 가량 남았다.

 

 

 

 

 

숯가마터

 

 

 

 

 

혹시나 한라산의 단풍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이미 버스 떠나고 한 발 늦게 도착한 모습..

저기 지각한 퇴색된 단풍 몇 잎은..

 

 

 

 

 

 

구린굴.. 굴이 상당히 깊은데

옛날에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로 이용되었는다고 한다.

 

 

 

 

오늘 많은 등산객들이 성판악 코스로 한라산을 올랐는데

실제 관음사 코스로 하산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거의 성판악 코스로 원점회귀하는듯..

 

 

 

 

 

 

 

 

 

 

드디어 관음사지구 안내소

 

산행날머리가 가까워질 수록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진흙탕길을 걸은 등산화를 신고 별 여섯개짜리 특급호텔을 들어 갈 수는 없고

어디서 신발의 흙을 좀 닦긴 닦아야겠는데 마땅한 방법은 없고..

그런데 이게 왠 일!!..

관음사 안내소 마당 한켠에 신발을 씻는 곳을 마련해 놓은 것 아닌가!

덕분에 고민하나가 해결되었으니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고맙기도 하셔랴!

 

 

 

 

오늘 아침부터 기분좋은 일들이 생기더니

멋진 산행이 되어 감사하다. 구름바다 위를 걸은듯한 황홀한 풍경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까지..

오랫만에 행복한 산행을 한 것 같다. 어제 올레길에서 생긴

물집으로 인해 발은 주인 잘못만난 탓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만..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이 정말 잘 보존된

자연 그대로의 경관으로 세계인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기를..

제발! 아름다운 제주, 아름다운 한라산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훼파하지 않았으면 한다.

 

관음사 안내소에서 택시로 제주의료원까지 이동하여

10여 분 기다리니 제주민속촌행 버스가 왔다.

제주민속촌행 시외버스 종점이 곧 숙소인 해비치호텔 앞이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대중교통으로도 톱니바퀴 맞물리듯

연결이 잘 되어 종일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감사하고, 감사하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