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5. 01:00ㆍ山情無限/한라산
황홀한 구름바다 위에 우뚝한 한라산을 오르다
(단풍을 보러 갔더니 한라산의 가을은 벌써 저 만큼 멀어져 가고..)
○ 2011. 11. 12 (토) 날씨 : 아침 흐림, 낮 갬
○ 성판악휴게소 ~ 관음사지구안내소 코스로
(성판악휴게소-진달래대피소-동능정상-삼각봉휴게소-관음사지구안내소)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내딛는 걸음 걸음이 모여 정상으로 안내하듯
하루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고, 본향으로 다가선다
구름바다를 배경으로..
오랫만에 와이프와의 산행이다.
2007년 한라산에 엄청난 폭우를 쏟아부은 태풍 '나리',
그로 인해 북벽이 무너져 내리고 북벽에 쏟아져 내린 암반과 급류로 인해
30년이나 한 자리를 지키며 산악인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던
용진각대피소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대피소의 잔해가 아직도 계곡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겨울 산악인들의 동계등반훈련장인 삼각봉
용진각 대피소 내려서는 급경사 구간에 설치된 끝없는 데크,
탐라계곡에 걸린 육중한 구름다리는 너무 심하게 자연을 훼손한 현장이다.
제주도가 N7W의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었다고 난리법석이지만
반길 수만 없는 마음은 그로 인해 제주도의 자연경관이
얼마나 급속하게 훼파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등로를 정비하더라도 가능하면 자연을 살리며 최소한의
손질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와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제발 환경선진국의 자연생태보호사례를 보며 공부 좀 하고
배웠으면 한다. 등로를 고속도로같이 편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설치면 족하다. 산을 훼파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이지
제주도가 N7W의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재앙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용진각 샘터, 이전에는 저 안쪽에 들어가 물을 떠 왔는데..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에 보는 뾰족한 삼각봉의 모습
적송지대, 숲에 내려앉은 햇살 몇 줄기
원점비,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숲
지붕 위에는 소담스럽게 쌓인 눈을 생각나게 하는 낙엽
여기가 어디 고속도로지 산길이랄 수 있겠는가!
이제 관음사대피소도 3km 가량 남았다.
숯가마터
혹시나 한라산의 단풍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이미 버스 떠나고 한 발 늦게 도착한 모습..
저기 지각한 퇴색된 단풍 몇 잎은..
구린굴.. 굴이 상당히 깊은데
옛날에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로 이용되었는다고 한다.
오늘 많은 등산객들이 성판악 코스로 한라산을 올랐는데
실제 관음사 코스로 하산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거의 성판악 코스로 원점회귀하는듯..
드디어 관음사지구 안내소
산행날머리가 가까워질 수록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진흙탕길을 걸은 등산화를 신고 별 여섯개짜리 특급호텔을 들어 갈 수는 없고
어디서 신발의 흙을 좀 닦긴 닦아야겠는데 마땅한 방법은 없고..
그런데 이게 왠 일!!..
관음사 안내소 마당 한켠에 신발을 씻는 곳을 마련해 놓은 것 아닌가!
덕분에 고민하나가 해결되었으니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고맙기도 하셔랴!
오늘 아침부터 기분좋은 일들이 생기더니
멋진 산행이 되어 감사하다. 구름바다 위를 걸은듯한 황홀한 풍경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까지..
오랫만에 행복한 산행을 한 것 같다. 어제 올레길에서 생긴
물집으로 인해 발은 주인 잘못만난 탓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만..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이 정말 잘 보존된
자연 그대로의 경관으로 세계인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기를..
제발! 아름다운 제주, 아름다운 한라산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훼파하지 않았으면 한다.
관음사 안내소에서 택시로 제주의료원까지 이동하여
10여 분 기다리니 제주민속촌행 버스가 왔다.
제주민속촌행 시외버스 종점이 곧 숙소인 해비치호텔 앞이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대중교통으로도 톱니바퀴 맞물리듯
연결이 잘 되어 종일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감사하고, 감사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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