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라산, 그 아름다운 설국에서..

2013. 2. 8. 00:39山情無限/한라산

 


겨울 한라산, 그 아름다운 설국에서..
(한라산에 들지않고 어찌 겨울을 보낼 수 있겠는가!)



○ 2013. 1. 27 / 눈 보라 심함
○ 성판악 - 진달래대피소 - 백록담 - 장구목 - 관음사주차장
○ 제주시 북제주군



 


1박 2일 제주 여정의 둘째날
오늘은 한라산 산행을 하는 날인데, 어제 오후부터
한라산에 눈이 내리면서 날씨가 궂어지고 있어 입산을
통제시킬 수도 있겠다 하여 모두들 신경 쓰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아침 5시에 성판악탐방지원센터에 전화를 하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지만
입산통제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다행이다. 호텔식당으로 내려가니
서울서 온 팀은 벌써 식사를 마치고 막 출발을 하려한다. 오늘도 산행객이
많아 줄지어 밀려 올라가다시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럴땐 관음사쪽에서 오르면 산행객이 적어 정상까지
널널하게 오르고, 정상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만 교행하면
진달래대피소 아래로는 시간제한에 걸려 사람이 없어 널널할텐데..
7시 조금 넘어 숙소 출발, 성판악이 가까워지자 길은 얼어 있고
눈발이 흩날리지만 입산통제되지 않았으니 그게 무슨 대수랴!
하늘이 청명하게 맑지 않을바에야, 오히려
눈을 맞으며 걷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주차장은 벌써 만원)

서둘러 왔는데 벌써 성판악주차장은 초만원
산행채비를 하고 나서는데 기운이 차다.







(입산, 속속 산으로 빨려든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요란스러운지..
수능시험 치는 고사장 격문도 아니고,
자연속에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들..

싸락눈을 맞으며 산행시작





(꼬마 산악인! 장래가 촉망된다)

자기 몫의 배낭을 짊어지고..
겨울산행 채비도 단단히 하여 걸음도 사뿐사뿐
자신의 의지일까? 엄마의 뜻일까?





(1000고지 통과)

얼마 걷지 않았는데 1000m 표지석이 나타났다.
한라산은 다른 섬산행과는 달리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지 않고
웬만한 산의 정상정도인 750m에서 출발하니 남한 최고봉이라 해도
1200m만 오르면 되는데다 진달래대피소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성판악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9.6km, 백록담에서 날머리
관음사 주차장까지 8,7km, 오늘 몫의 산길은 18.3km







(눈 내린 숲길이 좋다! 그러나 아직은 전초전에 불과)





(쑥밭대피소)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속도를 내어 걷다가
숙밭대피소에서 잠깐 쉬며 와이프와 도란이를 기다렸는데
쉬지않고 그냥 간단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눈밭, 상쾌한 기분!)





(도란도란과 와이프)

동행한 도란도란은 1대간 9정맥을 마친 의지의 한국인.
킬리만자로를 등정하였고, 이제 히말라야에 푹 빠져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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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 순결한 모습에 덧칠하고 싶지않다.
그냥 좋다!









(겨울나무는 몸 전체로 꽃을 피웠다)

황홀경에 빠져.., 좋다! 정말 좋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만 연발
머무르고 싶지만 가야할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가기 아쉬운 환상적인 모습들!







(가지마다 눈꽃이 만발한 설국)







(북새통인 진달래대피소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깐 쉬고 있는데
대피소 기상상황판에 순간풍속이 14m까지 나온다
그정도라면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 아닌가!
정상에는 지금 칼바람이 몰아 치고있나 보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오르는 길은
성판악을 출발하는 코스와 관음사를 출발하는 코스가 있는데
성판악 코스는 750m 고지에서 출발하고, 관음사 코스는
출발지점이 570m 인데다 거리가 짧아 가파른 편.
대부분 성판악-관음사 코스로 이용하지만 산행객이 많이
몰릴 때는 힘이 들더라도 역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한라산은 입산통제 시간이 있는데
성판악 코스는 진달래대피소에서 12시
관음사 코스는 삼각봉대피소에서 13시











(깨끗하여 더 차갑게 느껴지는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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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산다면..)

만약 신선이 산다면..
바로 저기가 신선이 사는 곳 아닐까?
내가 신선이 된듯..







(누가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지만.. 정상을 향하여!)

완만하던 등로도 진달래휴게소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되다가 정상직전에
마지막 난코스 계단길이 나온다.









(순례객같이..)

마치 수행중인 순례객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믿음 하나 만으로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칼바람!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

스틱을 짚는데 엉뚱한 곳으로 날려간다.
여기도 이런데 8000 고봉들은 어떨까 싶다.
1900고지 표지석이 반갑다.





(드디어 정상)

칼바람 맞고 올라온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
힘들게 올라온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특권!
백록담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으면 어떻고
몸을 가누기 힘들정도로 칼바람이 몰아친들 어떠하리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정상에 서 있다는 것이고,
정상에서 보는 것들은 전부 아름답다는 것을..
하늘도 산도 능선도 얼어붙은 눈 조각들도
사람들조차 더 아름답고 숭고해 보인다.









(야생화를 더 좋아하는 이유)

경쟁은 체질에 맞지 않지만
자신과는 치열하게 싸우고 싶다!





(도란도란과 와이프)

칼바람 맞으며 한 참을 줄서서 찍은 귀한 사진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 아랑곳않고 전세낸듯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10초면 되겠건만..





(백록담 정상석을 언제 세웠지?)

그렇다! 정상석은 이래야 하는 것,
정상의 나무데크가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아담한 정상석이 자연스러워 좋다.
자연스러워야 할 산중에 부자연스런
정상석들이 얼마나 많은가!

백록담(白鹿潭)!
흰사슴(白鹿)들이 이곳에 떼지어 놀면서
물을 마셨다는데서 백록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고..
한편으론, 옛날 신선들이 흰사슴으로 담은 술을 마시고
놀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도..







(백록담 정상석에서 인증샷 한 컷)

한라산이라는 이름 또한
산이 높아 산정상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 당길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니
그런 전설 하나쯤 가져도 됨직하지..







(몸을 날려버릴듯한 세찬 눈보라..)





(장하다! 칼바람에 맞서 피우는 꽃 상고대!)

상고대는 바람이 부는쪽으로 꽃을 피운다
이 세찬 칼바람을 피하지 않고 견디는 것을 넘어서
그 북풍한설을 받아안고 꽃을 피우다니
이 얼마나 장한가!

반면, 사람들은 더 머물 수 없는 곳
칼바람을 피해 서둘러 하산한다.











(점입가경!)

온 천지가 눈으로 덮힌 설국이다. 설국!









(눈은 공평하다!)

죽은 나무나 살아있는 가지에 모두 꽃을 피우고
산도 들도 덮어 주고, 세상의 허물도 덮어 주니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 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눈꽃 터널.. )

이런 겨울 한라산을 어찌 찾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라산을 눈길을 걸어보지 않고 어떻게 겨울을
그냥 보낼 수 있겠는가!









(그냥 갈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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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목, 장구오름)

오름의 형상이 거대한 장구가 가로 놓여있는
모양을 한데서 붙혀진 이름, 1813m로 제주의 오름중에서
가장 높다고.. 전문 산악인들의 전지훈련이나
동계훈련지로 많이 이용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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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각대피소는 어디로 가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용진각대피소가 있던 곳.
1974년에 건립되어 많은 등산객들의 대피소가 되었으나
2007년 태풍 '나리' 때 폭우로 유실된 용진각 대피소.
지금 그 자리인 흔적과 안내판만 있을뿐







(부러운 설박, 동계훈련중인듯..)





(희미하게 나타나는 용진각 현수교)







(겨울이 추울수록 뿌리는 아래로 향하며 봄맞을 준비를 한다)







(거대한 철제빔의 용진각 현수교)

전에 있던 다리가 폭우에 유실되었다고 하나 이건 아니다 싶다.
육중한 철골구조물이 경관좋은 탐라계곡과 잘 어울려 보이는가?
한라산도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고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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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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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봉대피소)

2007년 9월 태풍 '나리'의 피해로 용진각대피소가
유실되자 2008년 7월에 국비 700백만원을 투자하여 현재의
위치에 대피소 공사에 착수 09년 6월에 개장함으로써
등산객들의 휴식공간은 물론 기상악화시에도 대피할
장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관음사 코스로 백록담을 오를 경우,
동절기는 12:00,
봄가을은 12:30,
하절기는 13:00 여기를 이전에 통과해야 한다.
춥고 바람이 심한 날씨탓에 대피소 안은 북새통..
감사하게도 자리를 잡고 점심 해결.







(마냥 걷기 좋은.. 종일 걸어도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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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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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계곡에 자생하는 만병초와 비슷한 굴거리 나무도 눈을 뒤집어 쓰고.. )





(이제 다 내려왔다)







(탐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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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린굴에 내려가 봤다)

제주도내 동굴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구린굴은 길이가 442m나 되는 천연동굴로 입구쪽 함몰된
천장 틈새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 멋진 곳이며
황금박쥐가 사는 굴이라고 하는데 황금박쥐는 없었다.
이전에 선인들이 얼음창고로 활용했다고..

무거운 500mm 렌즈를 짊어지고 한라산을 올랐는데
정상에서는 시계가 제로여서 당겨볼 소재도 없었던데다
몸도 날려갈 판이어서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 번 꺼내보지도 그냥가려니 본전생각이 나서
사용할 기회를 찾다가 그래 구린굴에 들어가 보자.
얼어있는 입구를 조심조심 들어가서
얼른 렌즈를 교환하고 몇 컷 담아본다.
메고간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구린굴 굴냉고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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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왔다. 날머리가 보인다)





(산행완료)





(버스는 많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는 없었다)

30분 가까이 기다려 관음사주차장 겨울의 한복판에서 한라산을 찾을 수 있어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냥좋다! 너도 산에 들어보면 알거야 내가 왜 산에 오르는지!





(파도가 심하다. 배가 뜰려나..)





(21:20, 무사히 장흥 노력항에 도착)

입산통제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나 했지만 감사하게도
기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않아 08:40분경 성판악을 출발하여
숙밭-진달래밭-백록담-개미등-삼각봉대피소-탐라계곡-구린굴을 거쳐
18.3km의 길을 5시간 반만에 무사히 날머리 관음사주차장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와서 보니 그 아름다운 설국에 조금 더
머물다 올 껄하는 생각도 들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게 한

센바람.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도 겨울이기에, 겨울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았고 멋진 설경과 너무나 아름다웠던 설국을
와이프와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거닐 수 있어 좋았다.
행복한 산행이 되어 감사할 뿐이다.

바다는 성난 파도로 심하게 일렁인다.
배가 뜨지 못할 수도 있겠다 했는데 배가 뜬다고 한다.
저녁을 먹은 제주에서 다시 성산포로 이동, 오렌지호를 타고
나오는데 파도가 심하여 배가 롤링과 피칭을 하며 춤을 춘다.
배가 춤을 추니 재미있기만 한데 멀미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심하게 파도를 타던 쾌속선도 청산도를 지나면서 부터는
바다도 배도 잠잠해지더니 곧 장흥항에 도착.
21:40, 장흥 노력항을 출발하여 울산에 도착하니
새벽 2시, 이렇게 46시간의 강행군,
숨가쁜 제주 여행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