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에서 태백산까지 심설 종주산행

2013. 1. 21. 00:44山情無限/산행기(일반)

 
 
 

 


청옥산에서 태백산까지 심설 종주산행
(겨울산행의 진수는 눈꽃길 심설산행 아닐까!)



○ 2013. 1. 12    날씨 : 눈 내리다 갬
○ 경북 봉화군 / 강원도 태백시






날씨가 많이 풀린다는 예보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고, 겨울 태백산 산행은
살을 에일듯한 매서운 칼바람을 맞아야 정신이 번쩍 들고,
그렇게 차린 정신으로 한 해동안 세파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텐데 날이 풀린다니 조금은 김(?)이 빠지는 기분.
청옥산-태백산 종주를 하려고 일찌감치 꼬리를 달았는데
산행일이 가까워질수록 일이 점점 바빠지고 꼬여 하마터면
동행하지 못할뻔했다. 가까스로 시간은 만들었는데 설레임과
파김치가 된 몸은 종주산행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청옥산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와 소천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자연휴양림으로 유명하고, 태백산 문수봉 사이에서
시작되어 조록바위봉까지 낙동강의 상류인 백천계곡을 이룬다.
태백산은 해발 1,537m의 명산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태백산에서 발원하는 물이 영남평야의 젖줄인 낙동강과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한강, 삼척의 오십천을 이루니
이 땅의 종산이자 이남의 모든 산의 모태가 되는 산으로
주목군락이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새벽 4시, 신복로타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과
버스를 타니 반가운 얼굴, 처음보는 얼굴들도 많다.
한겨울의 한파도 활활 태울듯한 기세의 열정적인 산꾼들이
한 차 가득하다. 무엇이 어떤 열심이 이 새벽에
그 길로 이끄는 것인지?





(청옥산생태경영림 주차장에서 산행채비를 하고..)







(임도를 따라 청옥산을 향하여.. 08:30 출발!)

넛재에서 출발하기도 하였으나
눈이 많아 산행시간도 줄일겸 청옥산 턱밑까지는
임도를 따라 오르기로 코스를 변경









(국유임도 표지석을 지나 낙엽송 숲 임도를 따라)

고선_대현리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이라는데
금강소나무는 보이지 않고 온통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숲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낙엽송.. 곧 대부분이
숲에서 쫓겨날 운명을 맞고 있다고..







(심한 눈보라를 맞으며 오른 능선)









(능선안부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고 청옥산으로..)





(청옥산 정상의 태백산 방향 이정표)







(눈에 덮인 청옥산(1277m) 정상석)

정상엔 웬 정상석이 3개나 서 있다.
해발 1300고지 가까운 청옥산이지만 들머리 고도가
800m를 넘다보니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청옥산을 지나 본격적인 심설산행을..)





(고선계곡 갈림길)

이정표 방향표시는 잘 되어있으나..,
이왕 할바에야 거리도 표시하는 친절을 베풀었으면
하는 생각.. 나만의 생각일까!





(踏雪野中去 / 서산대사)

눈 내린 들판을 밟 고 걸어갈 때     (踏雪野中去 / 답설야중거)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不須胡亂行 / 불수호란행)
지금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은          (今日我行跡 / 금일아행적)
뒤따라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 (遂作後人程 / 수작후인정)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심설구간.. 원없이 걷는다)





(나무도 분을 바른듯..)







(눈과 바람이 만든 작품들)







(산죽밭도 지나고..)

산죽이 산의 이불인줄 알았는데 정작
산죽도 하얀 눈을 이불인냥..









(오름길에도 눈은 깊고..)







(사진 한 장 찍어 주려다가.. 그만)

등로에서 옆으로 한 발을 내딛으니
함정같이 허벅지까지 푹 빠진다.





(잠깐 휴식, 휴식이라야 눈밭에서 엉거주춤 서서)





(푹푹 빠지는 눈길.. 이 때까지는 즐거웠는데..)





(비탈진 눈밭에서 점심을..)

점심먹느라 가던 길을 멈추자 이내 추위를 느낀다



(점심을 먹었으니 출발, 또 갈길을 마저 가야지..)















(이제 점점 눈길이 힘들어 진다)

오름길에 두텁게 쌓인 눈..
파란모자 선두대장은 정말 힘들게 러셀하는데
뒤따르는 사람들은 딛은 발자국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다 허물고 간다. 푹푹 꺼지면서 다리의 힘을 뺀다.
러셀한 길은 최대한 눈을 무너뜨리지 않고 선두가
딛은 발자국을 그대로 딛고 걸어야 한다.

러셀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
이전 설악산에서 허리까지 빠지는 2시간 안되는
눈길을 7시간 넘게 기진맥진하며 통과한 적이 있었는데
중간을 조금 지났을 때쯤 날도 어두워 지고 힘이 빠져
전진도 힘들고 뒤돌아 갈 자신도 없을 때 엄습한
불안감이란.. 정말 사투를 벌였던 무모한 도전..
또, 러셀은 하기도 힘들고 뒤따라 가기도 힘들다.
애로사항은 보폭. 행군하거나 발 맞춰 구보하는게
정말 힘들듯이 러셀도 내가 러셀을 하면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보폭을 맞추기 힘들고 뒤따라가면 보폭이
짧은 만큼 속도를 높혀야 하니 그것도 힘들다.
그냥 내 보폭대로 걷는 것이 제일 편하지..
일부러 보폭을 줄여서 속도를 맞춰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두로봉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두로봉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심설, 상고대까지..)

눈이 귀한 곳에서 온 산객들의 마음 아는듯..
이런 길을 만날 수 있음이 행복이다.







(백두대간 깃대배기봉 갈림길)

아~ 이정표의 차돌배기가 정겹다.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화방재 구간을 걸을 때
깃대배기봉을 지났는데.. 정겨운 곰넘이재도 있고..
벌써 7년전 일이라니.. 시간나면 백두대간 남진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월무상이로고..







(덤바꾸회장님과 성천카페지기님.. 여러모로 수고가 많다)





(깃대배기봉 / 1370m)







(53)





(두 번째 깃대배기봉에서 또 한 장)





(힘은 들어도 눈 길이 좋다.)

이제.. 여기서 태백산 정상까지는 나홀로 산행
고독.. 자유..









(눈과 바람이 만든 작품)









(눈이 소복히 내린 숲)

발자국을 내기마저 아까운 순결한 눈밭







(잠시 눈밭에 누워 하늘을 보니..)

하늘의 구름이 걷히면..
파란 하늘이 배경되어 멋진 모습이 될텐데..
구름이 걷히기를 바래본다







(배두대간길의 시그널)

호남정맥을 같이 걸었던 울산의 팔도강산 시그널
팔도강산을 만난듯 반갑다. 언제 병찬이와 함께
저녁이라도 한 번 해야 할텐데..







(67)







(가을에 다 태우지 못한 정념은..)

가지에 매달려 눈 서리 맞으면서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 하늘이 열리려나 보다









(눈보라 치던 날씨, 두텁던 구름이 걷히며 파란 하늘이..)

그래 바탕과 배경이 좋아야 돼
상고대는 파란하늘이 배경이 되어야 하고
사람의 배경은 무엇일까? 가문, 재산, 학벌, 환경..?
그 보다는 친구, 희망, 용기와 도전, 사랑이 
바탕된 모습이 더 멋진 배경 아닐까!





(빨리 태백산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부쇠봉을 들렸다 가야지..)















(드디어 햇살도 비치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천제단과 부쇠봉 갈림길)













(부쇠봉 조망이 일품인데..)

문수봉은 희미하게 보인다.
조망이 좋으면 그 뒤도 백두대간 태백 천의봉에서
갈래쳐 부산 몰운대로 향하는 낙동정맥의 묘봉과 백병산,
그리고 지나온 청옥산과 달바위봉 조록바위봉 등의 첩첩의
산그리메가 한 폭의 동양화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곳
발 아래는 봉화군 석포면 백천계곡





(나목들은 눈으로 분칠을 한듯..)





(백두대간 부소봉(부쇠봉) / 1,546.5m)

단군의 셋째 아들 부소의 이름에서 따 왔다는 부쇠봉
깃대배기봉부터 대간길로 경북과 강원도의 도계를 탔는데
부쇠봉에서 경상도의 땅끝 봉화와 작별하고
강원도 땅 태백으로 들어선다.





(부쇠봉에서 당겨본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그 고고한 자태여!)









(태백산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





(문수봉 백두대간 갈림길 이정표)









(겨울에 피는 꽃)

봄 여름 야생화 천국이
겨울이 되자 잎 떨군 나목마저
하얀 눈꽃 천국을 만들었다.









(드디어 태백산 하단)

태백산의 하단 제단과
제단 앞에 있는 병조참판 밀양 박씨 묘
이해하기 힘든 백두대간과 정맥길에서 만난 산정상에 있는 묘들..
물론 명당이라고 자리잡고 누웠겠지만 이 산꼭대기까지..
자손들은 모두 산악인이 되었겠지?







(온통 눈꽃세상)





(이정표는 하산길을 가늠해 주고.. 유일사매표소 4.0km)





(태백산에 오르니 / 안축)


경기체가의 가사문학인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을 남긴
고려 말의 문신 근제 안축(安 軸,1282~1348)이
1931년 태백산을 등정하고 남긴


登太白山 / 태백산에 오르니

直過長空入紫煙   허공에 곧추 올라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始知登了最高嶺   비로소 더 오를 곳 없는 산마루임을 알겠네.    
一丸白日低頭上   둥그런 해는 머리 위에 나직하고                
四面群山落眼前   사방 뭇 산봉우리들이 눈 아 래 앉아 있네.      
身逐飛雲疑駕鶴   나는 구름을 좇으니 학의 등에 올라탄 듯        
路懸危嶝似梯天   돌 층계 허공에 걸렸으니 하늘 오르는 사다리인가
雨餘萬壑奔流張   비 그친 골짜기마다 시냇물 내달리고            
愁度榮回五十川   구비구비 오십 천에 수심을 띠우나니.           

라고 노래하였고,

매월당 김시 습은
망태백산(望太白山) 이라는 시에서

"멀고 아득한 태백산을 서쪽에서 바라보니,
기암괴석이 구름사이에 솟아있네,
사람들은 신령님의 영험이라 말하는데
분명코 천지의 조화로세"


라고 노래하였다.






(태백산 등산로 안내)





(太白山/1,566.7m 정상표지석이 왜 이런 모습이어야만 하는지...)

크고 밝은 뫼인 태백산은 백두대간에서도 의미있는 산.
정상에는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열고 천제를 지낸다고 한다.
정상에는 고산식물과 야생화, 주목 군락, 6월 초순에 피는 철쭉이 유명하다.
태백산 일출 역시 장관으로 꼽히며, 망경사 입구에 있는 용정(龍井)은
남한 땅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샘물로 유명하다.





(눈도 다 날려버린 정상의 모습)







((태백산 정상 장군봉 천제단))

태백산 정상부에는 3개의 천제단(天際壇)이 있는데
정상의 천제단이 "천왕단(天王壇, 중요민속자료 228)"으로
매년 개천절에 제사하는 곳이다.

천왕단 북쪽 300m지점에 위치한 장군단(將軍壇, 상단)이 있고,
천왕단 남쪽 300m지점에 위치한 하단(下壇)이 위치하고 있다.
하단은 규모가 적고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어
그냥 하단이라 한다고 한다.

천제단 안에는 한배검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한배검은 단군을 의미하고,
한자로는 대황신(大皇神)이라고..







(온 길을 뒤돌아 보니.. 부쇠봉과 어렴풋이 보이는 깃배대기봉)







(단체사진 한 장 남기고..)





(즉석 대피소.. 공기통도 만들어야 할듯..)





(태백산 천제단)





(조망은 없지만.. 안내판으로 가늠해 보고..)







(장군봉 가는 길)





(장군봉 / 1567m)

백두산도 최고봉은 장군봉
태백산도 최고봉이 장군봉











(태백산 주목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서 천년 간다는 주목

태백산에서 자라는 주목은 2,805주.
그 중 높이 11m 이상되는 것은 49주.
지름 1m 이상되는 나무는 15주. 그리고 지름이
가장 큰 나무는 1.44m로서 수령은 500년이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목 서식지중 가장 대단위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고, 태백산을 대표하는 나무 주목.





(장군봉 상단)











(볼수록 고고한 자태가 아름다운 주목)





(바닷속 풍경같은 설화, 상고대)















(주목군락.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서 천년)

고고한 자태! 아! 주목 그대에게서 경외감을 느낀다.
온갖 풍상을 다 견디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목들
태백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물





(獨也靑靑..?, 和而不同?)









(태백산에 주목이 없다면..)

영남알프스에 억새가 없는 것을 상상할 수 없듯
뗄레야 뗄 수 없는 아름다운 관계아닐까?
주목이 있어 더 멋있는 태백산





(주목에 뺏겼던 마음을 다잡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그냥 보내지 않으려는듯.. 자꾸만 발길을 잡는 주목들..)





(날머리 유일사매표소 3.3km를 가르키는 이정표)

정상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40분이 더 걸렸다.
이제 바삐 내려가야겠다 했는데..







(또 다시 발길을 잡는 주목의 장엄하기까지 한 자태)









(이제는 그냥 가야지 하면서도.. 또..)









(유일사에서 날머리까지는 키 큰 낙엽송 숲길..)

들머리와 날머리를 낙엽송 군락지를 지났는데
얼마전 뉴스에서 인공림이 숲의 생태계를 교란시켜
숲의 생태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립공원 내 인공림을
베어내기로 했다는데.. 국립공원 인공림 4888만평 가운데
거의 절반에 속하는 것이 낙엽송인데.. 인공림의 50~70%,
즉 4900만 그루까지 베어 낼 것이라고 한다. 심을 때는
언제고 또 산의 나무를 베어내면 숲이 훼손되면서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숲의 생태환경을 살리면서
간벌충격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백두대간 화방재 방향)







(태백은 온통 눈 세상)







(드뎌 날머리, )





(태백시 야경)





(산행지도)

고산의 날씨는 역시 변덕스러웠다.
날씨가 많이 풀리기는 했어도 청옥산 오르는 도중에는
잠깐동안이지만 눈보라가 몰아쳤고 점심 먹을 때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역시 겨울 태백산 산행의 맛은 보여 주었다.
들머리부터 시작한 눈길산행, 청옥산에서 부쇠봉 직전까지는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산행이었고 부쇠봉부터 날머리까지도
눈길이 이어져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걸었다.
청옥-태백산 힘든 눈길을 산우들 모두가 무사히 걸을 수 있어
감사하고, 특히 러셀을 하느라 수고한 파란모자 대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늘 좋은 산행을 준비하느라
애쓰는 운영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겨울 덕유산 종주도
한 번 해야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