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의 짙고 푸른 밤

2013. 4. 12. 00:50여행/여행기

 

 


모슬포의 짙고 푸른 밤
(3)



○ 2013. 3.29(저녁) ~ 30(아침) / 쌀쌀하고, 바람심함
○ 모슬포항 - 게스트하우스(봄꽃) - 모슬포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어제 저녁 울산을 출발하여 진주, 삼천포를 거쳐
제주항에 도착하자 마자 화순까지 이동하여 올레10코스를 걷다가
송악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마라도에 들어갔다가 다시
모슬포까지 걸어왔다. 이제 만 하루동안 멀고도 바빴던
여정을 마무리하고 최남단 모슬포에서 하룻밤을 쉬어가려 한다.
컨디션이 안좋은데다 길들지 않은 새신발 바람에 발가락에 물집까지
잡히고 하루종일 차가운 바람까지 맞다보니니 감기기운까지 있다.
빨리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푹 쉬고 싶은 생각뿐. 사실 걸을 때는
잘 몰랐지만 다왔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려서 그렇지 피곤이 몰려온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지만 사서 하는 일이니 고생도 즐겨야지!
일찍 저녁먹고 게스트하우스에 들어 가야겠다.
오늘 푹 쉬고 나면 내일은 새 힘이 돋겠지.







(모슬포 맛집이라고 찾아간 항구식당)

갈치조림은 하지않는다하여 잡어조림을 시켰다.
제주도에 오면 생갈치조림은 먹어봐야 하는데..





(방어축제의 거리, 토요시장이 열리는 곳)

모슬포는 국내 최대의 방어생산지.
10월부터 2월까지 마라도를 중심으로 방어어장이 형성되는데
11월 중순에는 이 거리를 중심으로 모슬포 전역에
'최남단방어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게스트 하우스 '봄꽃 / Spring flower')

방어축제거리를 거쳐 큰길로 나오니 게스트하우스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쉽게 찾았다.







(등록하고, 도미토리(dormitory) 배정 받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전화를 하니 여주인이 받았는데 남편이 내려갈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잠시후 우리를 맞은 사람은 의아하게도 예상밖의 영국인 Mr 딕.
대문에 '유니온 잭'이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 있긴하더라만..

예약확인하고 베개포 2개씩 받아 안내해 준 방에 들어가니
2층 침대가 3개있는 6인실 도미토리, 예약할 적에 2인실을 원했더니
2인실은 나가고 없다며 6인실에 다른 여행객 받지않고
우리 두사람만 사용하게 해 주겠다고 했었다.







(혹시나 하고 카메라를 챙겨 나왔더니.. 대박 조짐)

저녁 먹을 때만 해도 구름이 짙어
모슬포 일몰은 만나지 못할 것 같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둡기 전에 모슬포항이나 담아볼까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는데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든다. 이게웬일. 단거리 경주 하듯 방파제쪽으로
달려가니 아직 태양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 높이로 하늘에 걸려있다.
예상밖의 모습.. 잘 하면 구름 아래쪽으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겠다 싶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태양이 얼굴을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점점 옅어지더니 하늘을 붉게 물든인 태양이.. )

부잣집 맏며느리같은 해말간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완전 대박이다.











(바다로 떨어지기 전 오메가까지 보여주다니)

WOW!! 감동적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런 걸 행운이라 해야겠지.









(하루일을 마친 태양은.. ) 
하늘을 불태울듯 열정적인 모습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나도 이렇게..
한 뼘만이라도 내 주변을 아름답게 채색시키며 살 수 있었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 수 있었으면..







(분위기는 적도의 저녁같은데.. 바람이 차다)





(모슬포항 야경을 담아 보고 싶지만..)







(모슬포 시장부근 야경.. 어둡다)

몇일 동안 계속 컨디션이 좋지않았는데
오늘 종일 찬 바닷바람까지 쐬었으니 감기기운이 있다.
와이프도 감기초기 증세인듯하여 약국에 들러 감기약과 파스,
발바닥 물집생긴데 붙힐 대일밴드를 사러 갔다가..
모슬포 시장 주변 야경을 담아본다.

옆 방에 투숙한 분들이 맥주 한 잔 하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둘 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그 멋있는 제의를 아쉽지만 사양하였다.
여행지에서 여행객들이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인데..
서로의 경험과 좋은 정보를 나눌 수 있고.. 모슬포의 까만밤을
밝히며 낭만적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첫날부터 컨디션이 좋지않아 다음 여정을 위해 컨디션
회복이
급선무여서.. 모슬포의 밤을 잠만 자며 보내고 말았다.



지난밤 감기약을 먹고 잠을 푹 자서 그런지
새벽에 일어나니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모슬포 일출을 담으러 조용히 빠져 나간다..







(모슬포항은 새벽부터 바쁘다)





(모슬포항 뒤로 보이는 산방산과 한라산)







(아침 일찍 항구를 박차고 나가는 어선들..)





(모슬포의 푸른 아침)

보름을 사흘 넘긴 약간 기운 달은 아직 서천에서..





(저 등대 난간이 좋겠다)









(등대난간에 삼각대를 세우고..)

해 뜨기전 바쁘게 나서는 어선들을 담아본다.
거의 배에는 2명 탔는데 부부가 함께 일을 나가는 것 같다.
모두 모두 만선으로 돌아 올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하늘에는 햇귀가 돌기 시작하고..)

어선 한 척이 지각이라도 한듯 바쁘게 모슬포항을 빠져 나간다.







(산방산 뒤로 보이는 한라산)







(반면, 또 다른 하늘에는)





(前兆)









(숨죽이며 바라본 특별한 일출)

바다위로 오메가를 그리며 솟구쳐 오른 태양은 아닐지라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바라본 일출.. 신비롭다.









(부지런한 낚시꾼들을 태운 보트도)









(가파도와 마라도, 수월봉쪽도 당겨본다)







(태양은 마술사!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여 버렸다)







(달과 낚시꾼을 태운 보트)











(이제 경계가 없어졌다)

나가는 배도 있고, 벌써 들어오는 배도 있고..









(빛은 생명이고, 색이다)







(콘크리트 바닥에도 봄이 자라고 있었다)





(여기 해들 등지고 떠나는 또 한 척의 어선)

세파가 힘겨워 잠못들고 밤새 뒤척이다 일 나가는 건 아닌지..









(91)





(波紋 / 잔잔한 파다에 파문이 일듯 가슴에도..)











(모슬포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있는 국가어항.
제주도 남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항구로,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
있으며 화순항의 서쪽에 자리한다. 모슬포축항이라고도 한다.
모슬봉(187m)과 가시악(加時岳 106.5m)이 항구를 등지고 있는
천혜의 항구로, 1971년에 1종어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북항과 남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남항에는 선착장 시설이
있고, 부두 앞에는 수산물위판장이 있다.

모슬포항 앞바다로부터 마라도 남쪽 바다 사이에는
방어 도미 옥돔 감성돔 삼치 우럭 전갱이 등 다양한 어족이
서식하여 예로부터 황금어장으로 불렸다. 그래서 연근해어업을
위한 어업 전진기지로 정해졌고, 강풍이 불 때는 동중국해에서
조업하던 어선들이 모여들어 피난항의 역할을 한다.

목포까지 정기 항로가 개통되어 기선이 취항하였으며,
1918년에는 일본 오사카 항로가 개통되어 취항한 곳이다.
모슬포항에서는 1971년부터 가파도와 대한민국 최남단인
마라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다.













(간조, 조수간만의 차가 큰가보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들..)







(유리창에 그려놓은 모슬포 약도)

친절하게 한글판과 영문판 두가지 버전으로..
"봄꽃"게스트하우스에 외국인이 종종 오나 보다.
왜 "봄꽃"인가 했더니 여주인의 이름이 바로
'春花'씨였다.









(영국인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지만 통성명도 못했다.)





(하루를 묵었던 도미토리(dormitory))

6인실을 와이프와 둘이서 사용했다.
요금은 인당 20,000원. 숙소이용은 일단, 등록하고
베개카바만 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각자 알아서 하면된다.
식사는 아침만 간단하게 챙겨 먹을 수 있다는데..
라면과 토스트, 계란후라이는 공짜,
밥은 한 공기 1,000원. 퇴실 시간은 오전 10시.
벽면에 생활규정이 붙어있다. 







(9시에 게스트 하우스를 나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룸 메이트도 없었고
다른 여행객들과의 즐거운 시간은 못가져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지 못해 아쉽긴해도 색다른 경험을 했고,
뜻밖에도 오메가를 그리며 떨어지는 일몰을 만난 것은 행운.
그기에 일출까지 맞았으니 맛난 음식에 별미를 더한 것 같다.
조금전에 한 팀이 먼저 출발했고, 한 팀은 낚시하러 갔다.
이제 우리도 출발할 시간. 짐을 챙겨야지..

오늘 일정은 모슬포에서
성산포까지 갈 계획인데
가는 도중에 김정희 유배지(추사관)에도 가 보고,
제주조각공원에도 가 보고, 제주민속촌에도 가 보고.
시간이 되면 산방굴사도 가 보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올 때 그 이방인들에게
왠지 "See you again"이라고 인사하고 싶었지만
그냥 "Good-bye" 라고 인사를 했는데..
왠지 다시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