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에도 춘설이.. 이제 겨울을 보내주어도 될듯..

2015. 3. 5. 00:25山情無限/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에도 춘설이..

(이제는 겨울을 보내 주어도 될듯..)

 

○ 2015. 3. 4(수)  날씨 : 쾌청, 바람 심하고 추움

○ 석남사 주차장-중봉-가지산-쌀바위-상운산-석남사 주차장

 


 

그제부터 쌀쌀했는데 도심에 비가 왔으니 영알에는 눈이 내렸겠지?
산에 들 형편은 아니었으나 눈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배낭을 꾸리게 하여 산으로 내몰았다. 이전에는 고뿔에 잘 걸리지도 않았지만
전조가 있어도 그 까짓것 하며 찐하게 산행을 하고나면 고뿔정도는 쉽게 떨칠 수
있었는데 이제 지난날 무용담같이 여겨지니 많이 약해지긴 약해진 것 같다. 
흘러간 물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다시금 용기를 내어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산을 찾았다.

 

 

 

 

 

석남사 주차장에서 본 가지산 모습

 

우와, 역시.. 기대 이상이다.

그제부터 내린 춘설이 영알을 온통 하얀 설산으로 만들어 놓았다.

설날부터 시작된 감기몸살이 2주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떨어지지 않아 고민이다.

당장 이번 주말 키나발루 산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감기가 낫지않아 고산등반은 고사하고,

출발이나 할 수 있을지 신경이 쓰인다. 뜻밖에..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결정된 여정이어서

급한 마음에 단시간에 페이스를 끌어 올려 보려고 나름의 계획을 세웠었다.

지리산도 오르고, 매주 영알에 들며 워밍업이라도 하며 준비를 할 요랑이었는데

그 계획들은 뜻밖의 감기몸살이라는 암초가 나타나 지리산부터 차질이 생기더니

어제까지 한 번도 산에 들지 못했다. 준비없는 고산 트래킹이 부담스러워 취소하려고 하니

너무 많은 위약금 때문에 취소도 못할 지경이.. 다행히 오늘은 컨디션이 조금 나아진 것 같고 

영알에 눈이 왔을 것 같아, 최소한의 워밍업이라도 하기 위해

영알을 찾았는데.. 하얀 설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머리 위로 바람이 심하게 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날씨가 많이 차다.

아직 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영하에 가까운 날씨가 겁을 준다.

 

 

 

 

 

조금 올라가니 등로는 눈으로 덮혀 눈길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이 정도 눈이라면 능선에는 제법 눈이 많이 쌓였겠지..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은 벌써 능선까지 가 있다.

 

 

 

 

 

암릉지대를 통과하니 능선 이정표가 맞이한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걸음이 무겁지 않아 다행이다.

눈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것 같다.

 

 

 

 

 

중봉 오르는 능선..

이미 많은 산객들이 지나가 눈이 다져지긴 했어도

제법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낸다. 정겹다.

 

 

 

 

나목 사이로 보이는 중봉(왼쪽)과 가지산 정상

눈부시도록 하얀 눈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의 멋진 조화.

눈은 이렇게 쾌청한 날 보아야 제격이지..

 

 

 

 

중봉도 가뿐하게 오르고.. 기분이 좋다. 상쾌하다.

 

 

 

 

 

 

중봉에서.. 풍경이 좋아 사진을 더 찍고 싶었으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 겨우 서너컷만 찍고 패스..

 

 

 

 

 

 

 

가지산 정상은 태풍급 매서운 바람이 방향도 없이 불어댄다.

사진 몇 장 찍고 곧바로 피신(?)..

 

 

 

 

 

가야할 방향을 조망해 보, 쌀바위도 한 번 당겨보면서

내려서려는데 바람이 등을 떠민다. 하마터면 다이빙할 뻔..

 

 

 

 

 

 

 

 

 

 

 

 

 

 

 

 

심설산행!

가지산 뒷쪽, 쌀바위 가는 길에는 발목이 푹푹 빠진다.

스패츠를 하지않아 눈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많이 쌓여 있었다.

눈길을 제대로 걸어보지 못해 올겨울과 어떻게  작별할까 했는데 겨울의 막바지에서

이렇게 심설산행을 할 수 있다니.. 이제는 겨울을 보내 주어도 될 것 같다.

 

 

 

 

정상 오르는 능선의 눈길도 좋았지만, 가지산 정상부터 여기까지

비록 900m, 걸은 시간 25분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올 겨울들어

제일 멋지게 겨울을 느끼며 즐겁게 걸은 것 같다.

 

 

 

 

 

 

 

쌀바위 전망대에서.. 가지산 정상도 한 번 당겨본다.

 

 

 

 

 

 

쌀바위 대피소 앞 풍경, 눈사람도 등장하고..

어제는 눈꽃이 하얗게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오늘은 백구가 길을 안내할 모양.. 저 만치 앞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 거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오늘 백구와 나와의 거리.

 

 

 

 

 

잠깐 일 보느라 나와 가까워졌지만

이내 길을 안내 하기위해 앞서가는 백구

 

 

 

 

사실, 오늘 상운산에도 올라보려 했는데..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찾을 게제가 못되었다.

다음에 찾아야겠다.

 

 

 

 

 

 

 

 

 

 

상운산 갈림길 전망대에서..

하얀 눈으로 분장한 장쾌한 영알 능선과 준봉들.. 능동산, 신불산, 영축산..

 영알의 아름다운 모습,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정겨운 모습

 

 

 

 

 

 

 

 

오늘은 이 길로.. 앞서 가던 백구가 이 길로 이끌었다.

 

 

 

 

 

 

 

30분 정도 가파르고 거친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수더분한 길이 나타났다. 머리 위로는

세찬 솔바람 소리가 슝 슝 슝..

 

 

 

 

"백구야 이제 집에 가라".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 때마다 힐끔 돌아 보고는 계속 앞서서 길을 안내한다.

 

 

 

 

 

 

 

개울을 두 번 건넜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찬바람은 소나무를 세차게 흔들며 소리를 내어도 물은 봄기운이 느껴진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려도 대세는 이미 기운듯..

 

 

 

 

 

백구와 작별..

날머리 직전까지 1시간 반이나 앞서서 길을 안내해 주던 백구는

마지막 한 번 눈을 맞추고는 돌아선다. 백구야 오늘 길을 안내해 주어 고마워..

백구 덕분에 지겹지않게 하산을 잘한 것 같다.

20m쯤만 앞서서 걸었던 그 의미는 무엇일까?

 

 

 

 

백구와 헤어진지 채 3분도 안되어 날머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