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촉촉히 내리는 밤, 뻐꾸기는 울어 대고..

2015. 6. 25. 01:17山情無限/영남알프스

 
 


안개비 촉촉히 내리는 밤, 뻐꾸기는 울어대고..

○ 2015. 6.22 ~ 23    날씨 : 박무, 무더움
○ 배내고개-능동산-천황산-재약산-고사리분교-죽전고개-죽전




거의 1년만의 박짐이다.
가는 데까지 가 보고 걷는 데까지 걸어 볼 참이다.
딱히 어디까지 가야겠다는 목표도 세우지 않았지만 한달음에
달려 갈 수 있는 영남알프스가 있으니 고향집가듯 집을 나설 수 있다.
가능하다면 배네고개에서 출발하여 능동산-재약산-영축산-신불산
-간월산-배내봉으로 한바퀴를 돌아 원점회귀를 하면 좋겠고, 아니면
중간 죽전에 내려 끝내어도 되니까 형편껏 걷기로 하고 부담없이 떠난다.
늘 마음은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기기 쉽지않았는데 갑자기 기회가 생겼다.
급하게 서울로 문병을 갈 일이 생겼는데 시험기간이라 가지 못하고
시험이 끝내자 마자 출발하려고 전화를 하니 오늘 퇴원한다고 한다.
3일만에 의식이 돌아오고 의식이 돌아온지 1주일만에 퇴원을
한다니 다들 기적이라고 했다. 정말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문병을 가지 않아도 되니 갑자기 보너스 같은 날이 생겼다.
뭘할까? 영알에 들어볼까. 장마가 오기 전 야영을 해 볼까?
그게 좋겠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오전에 집안 일을
좀 보고 오후 늦은 시간 집을 나섰다.





(15:30 배내고개, 능동산 들머리)





오르막이 힘겹다. 헬기장까지 오르는데 30분이 더 걸렸다.
산행도 안하다가 오랜만에 박짐까지 졌으니..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눌러도 마음은 하늘을 날듯
자유롭다. 해방이다. 







(우측은 석남터널, 가지산 가는 길)





(능동산 정상)

여기도 영알類의 정상석.
영남알프스 고산봉우리마다 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정상석들을 세워야만 할까? 낭비고, 자연훼손이다.





(전면으로 신불산이 보인다)

저기까지 갈 수 있으려나?
꼭 가야할 이유는 없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한 줄기 산들바람이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스친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그 고생과 수고로움도 한 줄기 바람으로 보상되니
山中의 幸福은 도심의 그 행복과 비할 바 아니다.







(호젓한 갈참나무 숲길이 좋다)





(전면에 나타난 얼음골케이블카 상부 탑승장)

운행한지 3년째인 지금 밀양얼음골 케이블카는 호황을 누릴까?
2012년 9월 첫 개장 땐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로 얼음골 입구부터
주차장이 되었으나, 2013년 5월 재개장 이후 탑승객수는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2012년 하루 평균탑승객 2,100명에서 2013년엔 1,200명
지난 해엔 700명으로 떨어졌다. 적자 때문에 왕복요금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1만 2천원으로 올렸다.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울산시와 울주군청은 시와 군청 예산 600억원을 들여
신불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데 환경파괴가 우려되고,
경제성 또한 밀양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보듯 충분히 결과가 예측된다.
신불산 케이블카도 해당지역 주민들이 케이블카사업을 요청했고,
지자체장들이 약속했다. 임기제인 지자체장들은 자기 돈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임기만 끝나면 책임질 것도 없으니 무책임한 약속도 잘 한다.
사업타당성 검토는 당연히 외부에 용역 줄 거고, 용역업체는 갑의
입맛에 맞게 숫자를 맞춰 타당하다고 할 거고, 지자체는 용역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나발을 불며 그것을 근거로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부산대구 고속도로, 마창대교, 인천공항도로, 부산김해경전철,
용인경전철 등을 하면서 실시한 이용자 예측 가운데 맞은 게 있는가?
소리 없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빼가고 있질 않는가?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는 중지하는게 맞다.







(잠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다시 숲으로 든다) )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 탑승장)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연결된 데크와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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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사면은 급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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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산장, 문은 다 열려 있는데..)

아무도 안 계신다. 수낭과 날진통에 물만 가득채웠다.





(갑자기 짐이 더 무거워졌다)

수낭과 수통에 물을 가득채웠으니 4kg 정도 늘었다.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데.. 그래도 영알이 야영하기 좋은 것은
중간중간에 물을 보충할 곳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29)







(잠깐 휴식하며..)





(정상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드디어 정상)







(아지트.. 실로 몇 년만인가?)

잘 손질되어 있다. 여기서 하룻밤을 留하여야겠다.





(사방의 주변 산들을 알려주고 있다.)







(안개비가 촉촉히 내리는 밤)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안개비가 내린다.
도착할 때부터 울던 뻐꾸기는 아직도 뻐꾹~ 뻐꾹~한다.
우는 것이 아니고 노래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오 쾌활한 새 손님이여! 네 소리 예전에 듣고
지금 또 들으니 반갑구나.
오 뻐꾸기여! 너를 새라 부를까,
방랑하는 목소리라 부를까?

풀밭 위에 누워 있노라면
네 이중의 외침이 들린다.
언덕에서 언덕으로 지나는 듯하고
동시에 멀고 가까운 듯.

햇빛과 꽃의 이야기를
골짜기에 대고만 재잘거리지만
너는 내게 가져다 주는구나
환상시절의 이야기를.

무척 반갑다. 봄의 총아여!
아직도 너는 내겐
새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목소리, 하나의 신비.

학창시절 내가 귀 기울였던
바로 그 소리, 내게
이리저리, 숲과 나무와 하늘로
찾게 했던 그 외침 소리.

너를 찾느라고 나는 자주 헤매었지
숲을 지나 또 풀밭 위로,
그런데 너는 언제나 어떤 희망, 어떤 사랑,
늘 그리워했지만, 한 번도 본적이 없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귀 기울일 수 있다.
들판 위에 누워서
귀 기울이고 듣고 있노라면 다시
저 황금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오 행복한 새여! 우리가 밟는 이 대지가
다시 보이는구나
꿈과 같은 요정의 장소로,
네게 어울리는 보금자리로!

뻐꾸기에 부쳐 / 워즈워드(W.Wordsworth)





(6시 조금 지났는데 해가 한 뼘이나 올라와 있었다)

밤새 몇 번을 일어 나서 카메라 들고 설치고,
새벽 未明에 일어나 일출을 담으려 했을텐데..
무거운 짐에 더 무겁게 트라이포트까지 챙겨 왔는데 막상
카메라를 장착하려니 아뿔싸! 당연히 달려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카메라 슈가 없는 것 아닌가! 에구~ 다른 때는 뭘 빠뜨리고 오면
허전하기라도 했었는데.. 오늘은 그런 기분도 못 느꼈건만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리다니.. 한편으론 즐거운 樂 하나는
잃겠지만 오늘 밤 잠은 푹 자겠다 싶었다. 다행히도 안개비가
내렸으니 망정이지 하늘에 별이라도 총총했으면 어쩔뻔 했을까?
책도 보고, 야영하면서 이렇게 꿀잠을 잔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잠을 잤다. 푹 잤다.











(상쾌한 기분, 산경까지 좋다!)





(48)







(50)







(책 한 권 챙겨오기 참 잘했다.)

아침을 준비하면서도 한 줄을 볼 수 있으니..
밥 먹듯 책도 읽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양말을 신으면서 하는 생각..)

양말을 신는 것도 발에는 구속일까?





(햇살을 받아 방긋 웃고 있는 듯한 양지꽃)

그 얼굴에도 햇살이..







(밤새 적막만이 흘렀는데..)

느긋하게 아침 먹고 배낭 꾸려 막 출발하려는데
인기척이 나서 올라가 보니 대구와 서울서 왔다는 산객들..
반갑다. 어제 산에 든 이후로 처음 만나는 산객들이다.
쇠점골에서 야영하고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왔다면 일찍
출발했을 것 같고, 그럴 정도라면 보통 산꾼들은 아닐듯 싶다.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함께 찍히고.. 이 무슨 시츄에이션?
연출자의 연출에 따르기는 하지만..





(천황재, 그 뒤로 보이는 재약산)





(재약산이 바로 코 앞)













(재약산에서..)







(문수봉능선, 저 아래 보이는 표충사)

멀리서 온 손님들 동행하며 길을 안내해 줬으면 좋겠는데
걸음이 빨라 따라가기도 함들다. 이럴줄 알았으면 재약산에서
아예 뒤돌아 가서 죽전고개로 향할껄.. 여기서의 판단이
결국은 신불산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도 못 지키고
오늘 산행을 마치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죽전고개.. 직선거리로는 얼마 안되는데..)

공사구간을 힘들게 통과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여기서 전면으로는 길이 없고 고사리분교쪽으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임도를 타고 올라와서 습지있는 곳에서
고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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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구간을 피해 내려 오느라 빨치산 산행하듯
잡목숲을 헤쳐 나오느라 힘이 소진되어 바위위에서
한 숨 잤다. 자고 나니 힘이 생긴다.







(바로 저기가 죽전고개인데.. 통제구역)

사자평 습지보호구역.. 등산객 절대 출입금지





(억새를 심어 억새밭을 만들다니..)

사실은 습지보호가 아니고, 억새밭 조성공사.
40억 들인 공사라고 한다. 자연발생적으로 뿌리내리고
生長하는 억새를 이식하여 억새밭을 만들고 있다니..





(습지는 통제구역)

그늘도 없는 뙤약볕 길을 10분 정도 걸어 올라오니
우측으로 빠지는 데크가 나왔다.







(은꿩의다리(?), 개망초..)





(갈림길, 좌측은 천황재, 우측으로 가면 죽전고개)

데크에 들어서서 5분 정도 걸으니
천황재에서 죽전고개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





(죽전고개, 왼쪽이 습지쪽에서 올라오는 길)

습지쪽으로 들어 갔다가 돌아나와
한참을 둘러 오느라 30분은 더 걸은 것 같다.







(아예 자리깔고 1시간을 쉬었다)

이번은 그냥 죽전에서 끝내야 할 것 같다.
오랜만의 박짐인데다 짐이 너무 무거워 신불산까지는 가기에는 무리다.
사람 마음은 참 편리하다. 죽전서 끝내려 하니 마냥 더 쉬고 싶어진다.
여기서 아예 자리깔고 1시간을 보냈다.









(15:33 드디어 날머리, 죽전마을)

죽전 날머리도 주변도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조그만 철계단으로 올랐는데 이 부근에
주택가가 형성되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한참 내려간다.
2박3일 일정으로 준비했으나 1박2일로 끝낸다.
산에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24시간 3분







(15:50분발, 죽전마을에서 버스타고 배내고개로)

시간을 잘 맞췄다. 배내고개에서 애마 회수하여
부산서 오셨다는 부부산꾼을 태워 언양터미날에 내려주고
1년만의 야영을 조금은 아쉽게 끝냈다. 다음엔 짐을 가볍게하여
좀 더 여우로운 야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