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오르지도 못하고..

2015. 1. 19. 23:32여행/여행기

 
 

 
아쉬움을 안고 다녀 온 제주도
(한라산 오르려 갔다가 멀리서 바라만 보고..)


○ 2015 1.17 ~ 19    날씨 : 흐림
○ 제주, 중문(군산오름, 올레7코스), 서귀포



 

정신이 바짝 들게 칼바람을 맞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어야만 겨울을 제대로 느끼고, 겨울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연례행사처럼 소백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찾았는데 몇 년전부터 소백산과 지리산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나마 한라산은 자주 찾는 편, 한라산 심설을 밟아 보고
싶기도 하고, 동릉 정상에서 칼바람이라도 맞아야 할 것 같아 한라산을 가려고 배편과
숙소 예약까지 끝냈다. 그런데.. 이미 참석 인원이 확정되고 배편 예약까지 끝낸 산악회
한라산 산행계획을 발견. 이렇게 무심했나? 한 발 늦었지만 산우들을 만날 반가움에
일정을 변경하여 산악회 한라산 산행에 따라 붙기로 했다. 가는 편은 배로 같이 가고
나올 때는 일행들 보다 하루 더 머물다 항공편으로 오는 것으로 일정을 급변경.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오른 정상에서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준태풍급의 바람이라도 맞으면
소백산 칼바람 맞지 못한 아쉬움이 해소될까?





(용두산 공원, 부산타워)





(웬 박스들이..)

아마 한 사람이 박스 하나씩은 들고 타야 할듯..
수고한 손길에 감사를..









(식당을 접수하고..)

작년까지만 해도 식당을 운영한 것 같았는데
식당은 운영을 않고 준비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대군사가 식당을 접수하다시피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먹거리들로
만찬을 즐긴다. 이렇게 많은 음식들을.. 수고한 손길에 감사하며 즐긴다.
숙소는 침대 4인실 조그만 방도 있고 좋다.




1일차 (1/17) : 군산오름 ~ 화순 ~ 송악산




(택시로 시외터미널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와이프가 배멀미를 하여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한라산 산행은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 일행중 한 팀이
한라산을
오르지 않고 군산오름으로 간다기에 아쉽지만 그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와이프는 혼자라도 산행을 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남조로를 1시간 20분 달려.. 상예2동 버스정류장에 내려..)

군산 오름길로 들어선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길이다.
서귀포 용왕난드르 마을(대평리)에 가면 꼭 올라야 하는 곳이라 한다.
오늘 코스는 대략 군산에 올랐다가 대평리 쪽으로 내려가서
올레길로 걸어서 갈치를 통째로 구워 나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한다. 그냥 따라 가면 되겠지.







(중턱까지 찻길이 나 있다)







(중문방향)





(군산오름(?) 올라 가는 길..)

예전에는 굴메오름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요즘은 군산오름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히 말하면 오름이 아닌
군산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지? 제주도에서 몇 안되는 산 중 
남서쪽에 대표적인 산은 송악산, 단산, 산방산, 군산(軍山).
이름에 산(山)이 들어가 있는데 오름을 붙이는 이유는?





(묘지도 돌담대신 시멘트 담장이..)





(은빛바다.. 은가루를 뿌린듯..)













(조망이 좋다)

산방산과 한라산, 발아래 대평리(용왕나드르) 마을,
멀리 범섬까지.. 날씨가 좋으면 일급조망처일듯..

 

 




(진지동굴)

태평양 전쟁시기에 일제는 자신의 본토를 보호하기 위하여
관동군 6만~7만 명을 주둔시켰는데, 이곳은 당시 적의 동태를
관찰하거나 침임을 막기 위하여 함포가 설치되었던 동굴.
이 진지동굴은 제주의 아픈 역사의 흔적이다.





(다시 바다)







(가야할 산방산과 가려했던 한라산이..)











(이국적인 분위기)







(재선충으로 자르고, 공사한다고 밀고..)

야금야금 파먹히고 있는 산림, 훼파되고 있는 자연.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면 10그루를 심게하는 그런 법은
 왜 안 만들까.. 특혜만 챙기려 드는 나랏님들..











(벌써 유채가 피기 시작한다)







(37)





(마늘밭 뒤로 보이는 한라산)

한라산으로 간 산우들은 지금쯤 진달래대피소까지
올라 갔을까? 자꾸 한라산쪽으로 눈길이 간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대평리를 가로질러, 대평포구)













(올레 9코스)



 


 


(안덕면 화순리)

화순은 올레 10코스가 시작되는 출발점.
이미 점심시간도 되었고, 상모리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화순리에서 택시를 2대를 불러 대정읍 상모리
춘심이네 갈치구이집으로 이동.











(송악산이 있는 춘심이네 식당, 갈치구이)

2년전 화순에서 시작하는 올레 10코스를 걷던 중

여기서 유람선을 타고 마라도에 갔다가 다시 나와 모슬포까지
걸은 적이 있다. 그렇게 걸으니 10코스를 하루에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년 만에 찾은 송악산 마라도 선착창.. 오늘은 제주산 은갈치 요리로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 왔다. 갈치회와 고등어조림이 포함된
뼈없는 은갈치 조림이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데 우리는 긴 갈치를
통째로 구워 내어 오는 통갈치구이를 시켰다.
갈치 뼈 고르는 모습이 현란하다.









(멋있다. 산에 든 사람은 산을 이 모습을 보지 못하겠지)

멋있다!
작년 올레길 5코스를 걷다가 보목포구에서 본
햇살을 머금은 붉은 빛의 한라산 모습도 잊을 수 없는데
오늘 하늘에 구름같이 떠 있는 모습도 보기 좋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오늘 한라산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 주려고
특별히 준비한 선물같다. 이제 반 맘이 풀리는 것 같다.
아래는 마주보고 있는 형제섬.













(송악산, 송악공원, 올레 10코스)

이 송악산에도 몇 년 사이 중국 투기자본이
현지인을 앞세워 땅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가 도입된 2010년 이후 제주의 외국인 토지 취득규모는
2011년 951만㎡에서 2014년 6월에 1378만㎡로 3년 사이 무려 44.9%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5배 규모인데,
이 중 중국인들이 절반 이상인 592만㎡를 사들였다고 한다.
 우리는 중국에 가서 공장을 지어도 종국에는 다 빼앗기고 나올 판인데..
제주도 땅을 투자유치라는 명목으로 바겐세일하듯 다 팔아 치워도 되는지?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에 조성된 대규모 위락단지의 수익은 죄다 서울로 빠져
나가는 판에.. 개발은 지역주민에게 기여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물론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아름다운 송악산 인근에도 무분별한 중국 건물들이
들어서고 중국판이 될 것을 생각하니 심히 걱정된다.





(다시 한라산을 당겨본다.)

지금쯤은 하산하고 있겠지? 하고 있는데
때맞춰 카톡이 날아온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환상적인
 모습의 사진이 계속 날아든다. 이 맘을 어쩌라고..









(저 끝이 모슬포, 저 평야에 일제 군사비행장이..)

아스라이 모슬포가 보인다.
송악산 배후지인 벌판 '알뜨르'에는 2차대전 당시
일제 공군기지가 만들어졌다. 알뜨르에는 지금도 일제 지하벙커·
관제탑 흔적을 볼 수 있고, 1m 두께가 넘는 콘크리트로 된 
항공기 격납고가 23기나 널려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송악산 단애에는 해안참호 15개소가 입을 벌리고 있다.





(산이수동 버스정류장)

현재시간 16:15,
다음 모슬포행 951번 버스는 17:46에 온단다.
가물에 콩나듯 띄엄띄엄한 그 버스를 타더라도 제주로 가려면
모슬포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야 할 상황. 그렇게 하면
제주에서 한라산 산행팀과 접선(?)시간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아
택시 2대에 나누어 타고 제주 약속된 식당으로 직행.







(저녁은 제주 흑돼지로..)

택시기사가 식당을 찾느라고 조금 헤매긴 했지만
택시로 이동한 덕분에 우리가 식당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찾아간 "흑돼지 킹 생구이 전문점"은 문이 잠겨 있다.
잘못 찾아왔는가? 문을 몇 번 두드리니 문을 열어 주는데 안에서는 상차림이
한창이었다. 이 식당은 제주의 비경을 노래하는 이청리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특색은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하며 인당 20,000원에 무한리필.
무한리필이라 하여 웬지 푸짐하게 느겨졌지만 실제로 먹는 양은 그게 그것.
그래도 일단은 마음이 무장해제되니 더 편안해졌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제주도 가서 흑돼지를 먹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제주흑돼지가 인기인데.. 진짜(토종) 제주흑돼지는
천연기념물 550호로 지정되어 축산진흥원에서 관리중인 260마리뿐.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국식당과 쇼핑몰에서까지 유통되고 있는 제주흑돼지는
토종이 아니고 두룩저지와 버크셔 품종을 교잡해 개량한 혈통이 다른 교배종.
그럼 그렇지! 그나마도 제주에서 사육되고 있는 흑돼지는 8만두 정도.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수량과는 단순계산으로도 맞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먹는 흑돼지는 제주도산이 맞겠지.

 

 

 

 

(숙소로 돌아와) 

여행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라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은 한라산 산행을 중심에 두고 계획을 하였기에

한라산 산행을 하지 못한 것이 마치 주인공없는 영화, 눈이 그려지지 않은 용 

같다고나 할까 못내 아쉬워 종일 한라산이 눈에 밟혀 아름다운 풍광도 빛을 잃었다.

갈 때마다 변화무쌍한 생동적인 모습으로 맞아주어 더 정겨운 한라산!

항상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변하지 않는 산,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듯 어제의 산이 오늘의 산은 아니다.

오늘은 눈꽃과 파란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사진도 잘 나왔다지.

하여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하긴,

그래야 제주에 한 번 더 갈 거리를 만들기는 하겠지만.. 

 

 

 

 

< 2일차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