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라만차 풍차, 콘수에그라

2015. 9. 2. 00:20여행/여행기

 

 

 


콘수에그라, 돈키호테의 라만차 풍차
(한 번만이라도 돈키호테가 되고 싶다)






아름다운 풍경과 지역간 이질적인 문화 등
어느 나라보다 찾아보고 싶은 곳이 많은 스페인인데, 그 중에서도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라만차 지역의 풍차와 이슬람 문화의 절정에서
피운 아름다운 꽃 알람브라 궁전, 집시들의 애한이 서린 플라멩고,
콜럼버스가 출항한 세비야를 우선 꼽을 수 있겠다.

라만차 돈키호테를 만나러 콘수에그라에 가는 날,
 ('카스티야 라만차'는 스페인 중앙부에 있는 톨레도가 주도인
자치지방으로
평균고도가 해발 500~700m에 달한다, 면적은 넓으나 기온의 연교차가 커서 건조하고
황폐하여 인구도 많지 않지만, 옛날 카스티야 왕국의 중심지로 에스파냐 민족의 발상지로
카스티야 지방의 언어인 카스티야어는 현재 에스파냐의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다.)
 『돈키호테』의 배경이 되는 '라만차'는 톨레도 남쪽 콘수에그라 인근 지역으로,
 '캄포 데 크립타나'에는 하얀 원통모양의 기둥에 검은 원뿔지붕을 얹어 놓았고,
'푸에르토 라피세'에는 기념품 숍이, '엘 토보소'는 돈키호테의 상상 속 여인인
둘시네아가 살던 곳이고, 둘러볼 '콘수에그라'에는 언덕 위에 12개의 풍차가
장관을 이루는 등 이 일대는 돈키호테와 관련된 유적(?)들로 꾸며져 있다.
마드리드에서 콘수에그라까지 1시간 반 거리지만 가는 동안 얼마나 기대되고
설렜는지.. 추수 끝난 황량한 밀밭마저도 정겹게 여겨졌으니 말이다. 
에스파냐를 정열의 나라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아마 작열하는 태양과, 열정적인 플라멩고,


붉은 색, 투우와 축구 열기가 뜨거워서이기도 하겠지만
돈키호테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라만차.. 『돈키호테』의 배경이 되는 지역)

황량한 벌판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타고 먼지 날리며 걸었을 라만차.
라만차 지방의 끝없이 펼쳐지는 벌판, 포도밭, 올리브 밭, 밀밭이 눈에 들어온다.
농장에 세워둔 이전 포도주 발효통과 양떼들이 마치 적군들같이 보인다.
아직 돈키호테를 내동댕이쳤던 거인 풍차는 보이지 않는다.









(라만차의 콘수에그라에 돈키호테는 없었다)

라만차 풍차를 향해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상상했는데.. 풍차의 고장 콘수에그라에는
우리의 용감한 돈키호테도 로시난테도 산쵸 판사도 보이지 않고
풍차만 우뚝하게 서 있었다.







(10)









(언덕위에 우뚝한 풍차들과 그 아래 시가지, 벌판)









(풍차지대 입구에 있는 콘수아그라성)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성은 문을 열지 않았다.
성에서 바라보는 풍차의 모습이 가히 절경이라던데..









(무리지어 있는 돈키호테의 적군 같은 풍차들..)

풍차가 돈키호테가 적으로 알고 달려들었던 적들과 오버랩 된다.
돈키호테가 기사소설에 심취하여 착각했던 것 같이 나도
돈키호테에 너무 심취한 것 아닌지..?







(라만차 콘수에그라에서 돈키호테를 그려 본다)

돈키호테가 펼치는 모험 중 가장 유명한 풍차와의 싸움.
돈키호테는 시골길을 지나다 불현듯 서른 명도 넘는 거인들이 모여
그야말로 거대하기만 한 팔들을 허공으로 휘두르는 것을 보게 된다.
그에게 이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거인들을 싸워 물리치는 일은
자신의 용기를 증명해 보일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무슨 거인들이요?"라고 산초 판사가 어리둥절해서 외치는 순간
돈키호테는 벌써 말에 박차를 가해 한 풍차를 향해 돌진한다.
그러고는 풍차의 날개에 낚아 채여 결국엔 들판에 내동댕이쳐지고
온몸에 상처를 입고 쓰러진 우리들의 영웅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는
1547년 9월 29일경 에스파냐 마드리드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568년 마드리드의 인문학교에서 잠시 공부한 것 외에는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 처음으로 시를 썼다.
1569년 아쿠아비바 추기경의 시종으로 이탈리아 주재 스페인군에 입대,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왼팔이 불구가 되었다.
당시 르네상스 인본주의의 본거지인 이탈리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이후 작품 활동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양분을 얻었다.
1575년 귀국 중 해적에게 잡혀 5년간 알제에서 노예생활을 했다.
4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

마드리드로 돌아와 1585년 첫 소설 『라 갈라테아』를 출판했고
1587년까지 몇 십 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전해지나『알제에서의 대우』와
『라 누만시아』두 편만 전해지고 있다. 작품들이 반응을 얻지 못하자
1587년 문필 생활을 중단하고 해군 함대에 밀을 보급하는 일과
세금징수원 등으로 일했으나 빈곤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고,
송사에 휘말려 여러 차례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1605년 옥중에서 구상한 『돈키호테』1부,
『재치 있는 시골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출간, 같은 해 6판을
발행하며 유럽 전역에 번역 소개되는 등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중편집 『모범소설』(1613)과 長詩 『파르나소스로의 여행』(1614),
『여덟 편의 연극과 여덟 편의 막간극들』(1615)을 출간했으며,
『돈키호테』1부를 출간한 지 10년째인 1615년 『돈키호테』2부를
출간하고, 이듬해 4월 23일 마드리드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이 날은 셰익스피어가 떠난 날이기도 하다.





(『돈키호테』 1부(1605년), 2부(1615년) 초판)

'돈키호테'에 대해서는 소설을 읽은 사람이나
읽지 않은 사람이나 비슷하게 알고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에스파냐 라만차 지역의 아론소 키아노라는 몰락한 귀족이 한창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자기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 마을에 사는 뚱보로서 머리는 약간 둔한
편이지만 수지타산에는 빠른 소작인 산초 판사를 시종으로 데리고
쇳조각을 붙여 만든 갑옷에 낡은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훗날 돈키호테만큼이나 유명해진 애마 삐쩍 마른 '로시난테'를 타고
볼품없는 기사 돈키호테가 선한 싸움을 위해 위풍도 당당히
세상을 향해 출정하여 모험을 겪는 이야기.

돈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이 되어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하는 말 로시난데를 타고 출정한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여, 산초가 말려도 듣지 않고 습격한다.
그 결과 말과 돈키호테는 풍차의 날개에 받쳐 멀리 나동그라지지만
우리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이것은 마술사 플레톤이
거인을 풍차로 탈바꿈시켜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모레나 산에 들어가 산초에게 둘시네 공주를 찾아가
자기의 편지를 전해 달라고 한다. 둘시네 공주란 돈키호테가 잠시도
잊은 적이 없는 가상의 공주였다. 돈키호테의 편지를 가지고 찾아간
둘시네 공주가 남자 이상의 여장부일 줄이야. 이러한 무사 수업 도중에
산초는 끝내 자기 희망이 실현되어 바라타리아 섬의 지배자가 된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무사 순례의 길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전진한다.
급기야 그의 친구 카라스코가 기사로 변장하여 돈키호테에게 도전하고,
이겨 돈키호테를 굴복시켜 1년 동안 무기를 쥐지 않겠다고 약속하게 한다.
우울해진 돈키호테는 병석에 눕고 결국에는 이성을 되찾게 된다.
병상에 누운 돈키호테는 자기의 과거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친구들에게 자기의 재산을 골고루 분배해 준 뒤
경건한 기분으로 숨을 거둔다.

1부(정편) 52장, 2부(속편) 74장으로 구성된
『돈키호테』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두 개의 경향, 즉 이상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을 두 사람의 작중인물을 통하여 멋지게 표현했다.
작가 세르반테스의 위대함은.. 17세기 초의 에스파냐는 반종교개혁운동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던 시기로, 자유나 평등,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고, 그런 개념조차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인데도
종교의 자유, 연애의 자유, 계층 간의 평등, 정의로운 재판을 꿈꿨다는 점에
있는 것 아닐까?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 과대망상증에 걸린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무모하지만 낭만적인 모험과 용기, 사랑을 통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한 것이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돈키호테 : "운명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길로 인도하는구나. 산초 판사야. 저기를 보아라!
서른 명이 좀 넘는 거인들이 있지 않느냐. 나는 저놈들과 싸워
모두 없앨 생각이다. 전리품으로 슬슬 재물도 얻을 것 같구나.
이것은 선한 싸움이다. 이 땅에서 악의 씨를 뽑아버리는 것은
하나님을 극진히 섬기는 일이기도 하다.
산초 : "주인님. 저기 보이는 것은 거인이 아니라 풍차인데요.
팔처럼 보이는 건 날개고요.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면서
풍차의 맷돌을 움직이게 만들지요."
돈키호테 : "그건 네가 이런 모험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저놈들은 거인이야. 만약 무섭거든 저만큼 떨어져서 기도나 하고 있거라.
나는 저놈들과 유례가 없는 치열한 일전을 벌이러 갈 테니까."

이런 장면은 돈키호테가 어떤 인물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풍차와 일전을 겨루는 돈키호테가 의지를 불태우는 장면이다.
또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나오는
Impossible Dream(이룰 수 없는 꿈)의 가사는 돈키호테의 명언이다.
'풍차'와의 일전을 벼르는 돈키호테가 떠오른다.









(마드리드와 안달루시아 사이의 지방을 지칭하는 라만차 지역)

역사가 있고, 예술적인 멋이 있고
거기에 황량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라만차.
'라만차'하면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가 먼저 떠오르는 곳.
'라만차'란 아랍어로, '마른 대지, 건조한 땅'이란 뜻이라고 한다.
건조한 평야, 바람에 날리는 곡물, 보라색으로 뒤덮은 사프란 꽃, 올리브,
그리고 일직선으로 늘어선 포도밭이 시선을 끈다. 이러한 단조로운 풍경도
투명한 하늘에 치솟은 하얀 풍차 때문에 달라진다. 이 정적을 깨고 나타나는
목에 걸린 방울을 울리는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과 개의 모습은
마음의 넉넉함을 가져다 준다.





(행동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키호테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것 같다.
 혁명가 체 게바라는 편지에서 "나는 이 시대의 돈키호테"라고 적었고,
남미의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는 "역사에서 3대 바보가 있는데
그 세 명은 예수와 돈키호테, 그리고 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도 돈키호테에 대한 오마주일지도
모른다. 자유로운 영혼, 세상을 향한 조롱,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조르바의 자유로운 삶과 죽음은 돈키호테의 그것과 닮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돈키호테처럼 살기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주변에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있다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 같이 행동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절망적이고 암울한 일들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한 것 아닐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대한 자본과 권력을 향해
저것은 '거인'이라며 과감히 맞서며, 생각만 하기보다는
행동할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이다.





" (에스파냐의 왕 펠리페 3세가)

한 젊은이가 포복절도(抱腹絶倒)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저 친구는 이성을 상실했거나 아니면
『돈키호테(Don Quixote)』를 읽고 있는 게로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中)

40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명작 『돈키호테』원작의 공연.
반세기 넘게 브로드웨이에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불후의 명작.
뮤지컬은 소설과는 달리 액자식으로 구성된다.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작가 세르반테스가 죄수들에게 자신의 희곡 '라만차의 사나이'를
즉흥극으로 보여 준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은
자유로운 상상.. 무모하다고 격하시켜버린 상상들..
기껏 하는 상상이란 것이 돈 많이 벌어 좋은 차 사고 좋은 집에 살면서 
맛있는 음식과 무한한 향락을 즐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하늘을 날고, 우주를 여행하고, 영웅이 되어 세상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영화 주인공의 몫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어른들은『돈키호테』를 보며 위로받는지 모르겠다.







(누가 미친 거죠?)

돈키호테의 선한 싸움을 위한 출정의 결론은 패배(?).
세상 사람들은 그를 손가락질하고 조롱하고 비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돈키호테는 굴하지 않았다.
자신을 미쳤다고 놀리는 사람들에게 사자후를 토한다.

누가 미친거죠?
장차 이룩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내가 미친거요?
아니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는 사람들이 미친거요?









(돈키호테는 음악, 뮤지컬, 회화작품 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돈키호테를 주제로 한 명곡들도 많다.
오스카 에스플라(Oscar Espla, 1886~1976)의 교향적 에피소드
'무기를 감시하는 돈키호테'는 라만차 대지를 모험하는 돈키호테의
상황을 잘 묘사했고, 로드리고가 만든 세르반테스 탄생 400주년 기념
합창곡 '둘시네아의 부재'는 세르반테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화작품도 많은데 위 그림 첫 번째 작품이 
'풍차를 공격하는 돈키호테(1885)' 오노레 도미에 작이고
두 번째 작품이 피카소가 그린 '돈키호테'..





(한 번만이라도 '돈키호테'가 되고 싶다)

세상을 돈키호테처럼 살 수도 없겠지만
한 번쯤은, 돈키호테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삶을 살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Dream the impossible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Do the impossible love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Fight with unwinnable enemy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resist the unresistable pain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Catch the uncatchable star in the sky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서
한 번만이라도 '돈키호테'가 되고 싶다.
그 일이 무엇이 될지?




The Impossible Dream
Luther Vand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