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을 밟으며..

2017. 1. 21. 00:37山情無限/영남알프스




윗쪽 지방은 대설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눈이 귀한 곳이라 이곳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상상을 해 보지만

그건 불순한 음모다. 눈이 몇 센티만 내려도 도시가 마비되는 등 재앙수준이니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것 마저도 사치스럽고 죄짓는듯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도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도심에는 말고 영남알프스에라도 말이다.


올해는 멀리했던 산을 좀 찾아야겠다. 일은 저지러고 보는 것 아닌가!

지리산 대피소 예약을 해 놓고 나니 걱정도 되고 준비없이 지리산에 드는 것도

지리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워밍업이라도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영알에도 면목이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새해가 되었으니

이 참에 영알에 인사라도 해야지.





(큰 기대않고 능선에 올랐더니.. 이 길을 아무도 안갔단 말인가!)


눈이 조금밖에 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곱게 쌓여 있다니.. 瑞雪이다.

그래 오랜만에 산에 들었다고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단장해서 반겨주다니

순백의 눈 위에 발자국을 찍기가 아까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가야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길인데..





(가지산 정상의 태극기와 정상석)


근래 태극기가 때 아닌 수모를 당하기도 하지만..

바람개비는 바람이 세게 불수록 빨리 돌아가고

 태극기는 바람이 세찰수록 더 펄럭거린다.





(오랜만에 들린 가지산 정상 대피소)


생각보다 쉽게 정상에 올라

대피소에 들렸더니 대피소지기와 산객 몇 분,

그리고 안쪽에 사진작가 류 선생님과 일행분이 계시는 것 아닌가!

여기서 류 선생님을 만나다니.. 선생님은 울산에서 알아주는 산 사진 전문가시다.

울산에도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설산을 담으러 한달음에 달려 왔는데 눈이 적어

제대로 된 모습이 안 나와 정상에 이틀정도 더 머물면서 기다려 볼 참이라고 하신다. 

이 정도의 열정은 있어야 사진을 한다고 할 수 있겠구나 싶다.

한 시간 넘게 사진 강의(?)를 들으며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또한 오늘 산에 들었기에 이루어진 일 아니겠는가!





(아랫재 방향)


잔뜩 찌푸린 하늘, 세찬바람은 구름을 빠르게 이동시키지만

눈이 올 것 같지는 않고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고 차가워 얼른 하산해야겠다.






(중봉에서 바라 본 가지산)





(철도 침목이 산으로 온 까닭은..? 이 또한 환경오염인데..)


역시 일은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지리산 대피소

예약을 하다 보니 그동안 소원했던 영알로까지  발길을 이끈 것 아니겠는가.

멀리서 보면 장벽이고 멀리서 보면 곧추선 것 같은 산도 가까이 가면 길이 있고,

다가가면 산이 누워 있다는 것. 그렇다. 방안에서 보는 겨울 창밖 풍경은

마음부터 움츠려들게 만들지만 겨울은 겨울 속으로 들어가야만 즐길 수 있는 것.

오늘 가지산을 생각보다는 힘들이지 않고 오른 것 같아 감사하다.

멀어졌어도 잊지는 않았기에 노력하면 다시 이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올해는 멀어진 산사랑을 이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