散文詩 1 / 신동엽

2017. 7. 14. 00:17시,좋은글/詩









散文詩 1 /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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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더불어 일생을 사랑으로 채우고,

일생을 혁명으로 불지르고 싶어했던 금강의 시인 신동엽.

그의 시는 큰 산맥에서 우러나와 강을 차고, 산을 때리고, 들판을 울리는 대지의 목청이다.

그는 시시껄렁한 폼을 싫어한 시인었다. '전경인'을 꿈꾸는 시인이었다.

그는 '사업가'가 아닌 진짜 인간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많은 시 중에서 이 시를 읽으며 즐거워한다.

그의 시, 그의 사랑, 그의 혁명정신이 바란 것은,

정치에조차 일상적인 향기가 스며드는 것이었을 게다.

정치는 세상을 종합하는 예술이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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