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 이문재

2017. 10. 16. 23:54시,좋은글/詩








가는 길 / 이문재

 

가는 길에 은행잎 구른다
저무는 시월 소리 내면 읽히지 않고
저녁에도 부는 바람 가끔씩 있어
긴 그림자 버짐 같은 먼지 일으킨다
한 입 시린 무거나 배춧속 같은
그날들도 큰소리로 읽기엔 부끄럽다
가는 길 갈수록
가슴 설렐 일 드물 것인데
가는 길 어느새 가파르다
지는 노을 산 그림자
한 짐씩 어둠의 푸른 데로 옮겨 앉는다
이 밤 한 번 그리움에 져주자
나 아직도 나에게 들킬 일 남아 있는가

      

『산책시편』(2007), 민음사.






이문재(李文宰)
1959년 9월 22일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수상 <
2014 제27회 경희문학상
2007 제 7회 노작문학상
2005 제 5회 지훈문학상
2002 제17회 소월시문학상
1999 제 4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1995 제 5회 김달진문학상

> 시집 <
『마음의 오지』(1999),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2004),
『산책시편』(2007),
『지금 여기가 맨 앞』(2014) 등






'시,좋은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사론 / 박상천  (0) 2017.11.30
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 / 박정태  (0) 2017.11.09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0) 2017.09.21
무명 시인 / 이종섶  (0) 2017.08.01
散文詩 1 / 신동엽  (0)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