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7. 23:32ㆍ시,좋은글/詩
어떤 신학자가
인간의 평균 수명을 75살로 계산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통계를 냈다. 잠자는 시간 23년,
일하는 시간 20년, TV를 보는 시간 9년, 먹고 마시는 시간 6년,
신호등 앞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 시간 6개월, 광고 우편물을 뜯는 데 8개월,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데 1년 6개월, 극장이나 은행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5년인데 반해 각 교단의 신자들의 경우 종파와는 관계없이
대부분이 그들끼리만 기도하며 봉사하는데, 그 시간은
고작 5개월 밖에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 옹종그린 손길조차 성역 안에서의 일이라니!
-강희안-
시간을 뒤적이다 / 반칠환 시간을 뒤적이지 말걸 그랬다. 신학자가 시간을 뒤적이는 그 아까운 시간을 기도하는데 쓸걸 그랬다. 저 통계는 마치 느닷없이 들이닥친 손님 앞에 너절한 살림을 들킨 것처럼 당혹스럽다. 저 모든 시간을 더하니 66년1개월이다. 나머지 8년11개월은 개별적인 자유시간인가? 그 시간을 쪼개어 사랑을 하고, 싸움을 하고, 눈물도 흘리고, 웃음도 지었을 것이다. 우리는 저 평균치로부터 각각 얼마나 다른 자기만의 편차를 지니고 있는가? 시간의 다소가 중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순간 달게 자고,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보고, 맛있게 먹고, 설레며 줄 섰다면 저 통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신에게 기도한 시간이 5개월이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반대로 74년 7개월을 신에게 기도해야만 하고 나머지 5개월 동안 저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면 진심으로 신을 경배할 자신이 당신에게 있는가? 신은 당신보다 우리의 삶에 경배할 시간을 더 많이 배려해 놓았으니 얼마나 자비로운가?
출처 : 2004-10-17(동아일보) |
사진 / 최민식 사진작가
반칠환 시인
1964년 충북 청주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2년〈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2년 서라벌문학상, 2004년 자랑스런 청남인상을 수상.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웃음의 힘》
시선집 《누나야》
장편동화 《하늘궁전의 비밀》《지킴이는 뭘 지키지》
시 해설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꽃술 지렛대》《뉘도 모를 한때》
인터뷰집 《책, 세상을 훔치다》 등.
‘이 아침에 만나는 시’를 2003년~2007년까지 동아일보에 연재.
현재 시와 산문을 쓰며, 생태숲해설가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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