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9. 01:57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황매산 베틀봉 철쭉 산행
2018. 5. 10 (금) / 악남악녀산악회
대기마을-거북바위-누룩덤-베틀봉 철쭉평원-모산재-순결바위-영암사지
올해는 바래봉 철쭉을 만나 보러 가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황매산 철쭉을 보러 갈 기회가 왔다.
전엔 마음이 동하면 혼자라도 당장 달려갔겠지만 근래에는 생각보다 많이
굼뜨다. 산악회에서 가는 걸음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혼자 나서기 힘들 땐
그나마 다행 아닌가. 지난번 한우산 코 앞인 고향에 갔을 때 철쭉이 절정이었다.
하나 비가 온다고 우물쭈물하다 시간에 쫓겨 울산으로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비로 세수한 선홍빛 철쭉이 더 농염한데도 말이다. 뒤돌아서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지만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
그나저나 황매산 철쭉은 행사가 파장인데
꽃이 제 모습을 지키고 있으려나..
8시 10분 울산에서 출발하여 2시간 반 걸려 도착한
대기마을 주차장. 산행 채비를 하고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출발.
오늘 코스는 대기마을에서 누룩덤으로 올라 828봉, 비단덤, 베틀봉 아래 합천 쪽
철쭉군락지까지 갔다가 모산재를 거쳐 영암사지 쪽으로 내려오는 여정이다.
오늘 코스와 반대로 걸은 적이 있었는데 꼽아보니 꼭 10년 전이다.
세월이 유수 같다더니 요즘은 날아가는 화살 같다.
엊그제 같기만 한데..
마을 쪽에서 보는 누룩덤, 왼쪽은 감암산,
오른쪽으로 칠성바위가 보인다. 포장된 길을 5분 정도 걸으니
묵방사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는 오른쪽 길로 진행.
여름같이 따가운 햇볕과 시멘트 길 복사열을 받으며
10여 분 걸으니 나타난 목교, 목교를 건너자 그늘진 숲이 나왔지만
이내 암릉이 나타나 진을 뺀다.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전엔 매바위, 코끼리 바위라고 했는데 어느새 거북바위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그러고 보니 거북 모양 같기도 하다.
동남동 방향으로 진양기맥 자굴산이 우뚝하다.
고향 뒷산인 자굴산은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갈래를 친 진양기맥에 속한 산으로
금원산, 기백산, 황매산을 거쳐 와 경남의 한복판에서 망대같이 우뚝 솟아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사방으로 산청과 합천의 황매산, 가야산, 창원의 무학산, 정병산,
달성의 비슬산, 창녕의 화왕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영남알프스 가지산, 신불산까지 조망되는
말 그대로 '성문 위에 망루처럼 우뚝 솟은 산'이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꽤 이름있는 산악전문지에
식자 연하는 몇 사람이 '성문 망대 자' 字로 읽어야 할 글자를 '도'로 읽고는 '도굴산'이라며
산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여 분기탱천하여 반박하던 때가 생각난다.
자굴산의 한자로 '성문의 망대(망루) 자[闍]', '우뚝 솟을 굴[崛]', '뫼 산[山]'이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 http://blog.daum.net/click21net/832
보이는 것은 기암들, 올라야 할 길은 슬랩..
누룩덤에 올라 망중한(忙中閑)
하트 바위와 칠성바위
하트 바위는 물개 같기도 하고, 칠성바위는
뒷쪽(윗쪽)에서 봐야 이해가 가는 바위
뒤돌아본 누룩덤과 암릉,
바윗길이 험하고 딱딱하기보다 오히려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다.
감암산 쪽으로 가지 않고 828봉으로..
여기서부터 산청군과 합천군의 경계를 걷는다.
왼쪽이 산청군이고 오른쪽이 합천군이다.
828봉 쪽에서 보는 황매산 베틀봉 주변 철쭉군락지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다. 철쭉 군락지 뒤로 뾰족한 황매산과
상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진양기맥이다.
황매산 철쭉, 철쭉 군락지
베틀봉 바로 아래에 있는 묘
참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후손들이 산을 좋아할까?
오늘은 아쉽게도 합천 쪽 철쭉꽃밭만..
산청과 합천에 걸쳐 있는 황매산 철쭉 군락지.. 산청 쪽도 멋있다.
황매산 철쭉 축제는 오히려 1977년부터 시작한 산청군의 역사가 훨씬 깊다.
올해는 두 군이 연날리기 합동 행사를 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판박이 한 듯 고만고만한 축제를 벌이고 있지만 속 빈 강정 같다.
자연을 이용한 축제는 볼거리라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축제가 많다.
축제는 특색이 있고 내용을 알차게 채워야 하지 않을까.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할텐데..
합천군에서 세운 이정표지라지만
이웃 산청군 쪽 철쭉 군락지도 안내를 좀 해주지..
이웃이어서 안내를 안 하는 걸까?
꽃밭의 티(?).
바위산에 이런 평원에 꽃밭이 있다니..
천상화원이다.
조금 늦기도 했지만,
올해는 꽃샘추위에 꽃들이 냉해를 많이 입었는지
꽃이 그렇게 선명하지 않은 것 같다.
짧은 꽃길을 걷는다.
인생길에 꽃길을 얼마나 걸을 수 있겠냐만
오늘 잠시 황홀한 꽃길을 걷는다.
산에 들면 사람도 산의 일부
기암이나 사람이나 조금 물러서서 보면 그게 그것 아닐까.
모산재(767m), 황매산군립공원 내에 자리한 합천 8경중 제8경
주민들은 '짓골듬'이라고도 부르며,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른다고.. 바위산에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고개라는 의미의
재라는 글자가 붙은 것은 모산재의 옆과 뒤에 여러 개의 고개가 있고
재와 재를 잇는 길 가운데에 산이 위치한 탓에 산보다는
재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름의 유래.
모산재에서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당겨본다.
저 능선 너머 산청 쪽 철쭉도 장관일 텐데.. 부족한 것은 시간.
근래는 카메라가 짐이 되는 것 같다. 특히 단체산행을 할 때는
담고 싶은 모습을 담을 시간도 없이 갈 길만 바쁘다.
후미가 되면 더 힘들다.
기이한 모양의 바위와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한쪽 바위벽에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 같은 철사다리가 놓여있다,
사다리를 올라가면 돛대 바위는 제모습을 보여준다.
황매산은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바위산이 절경으로 명성을 얻을만하다.
비좁은 땅 한 뼘 뿌리내릴 곳이 없었는지
하필이면 이런 곳에 자리 잡고 이슬을 먹고 자랄까?
아무렴 끝내는 투사같이 바위를 부수고 흙을 만들리라.
경이로운 생명의 외경(畏敬)
득도 바위 & 순결 바위
득도 바위보다는 순결 바위가 이름난 것 같다.
어떤 불순한 이가 억지로 들어갔다가 갇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데올로기 때문일까?
내려서는 길이 가파르고 험준하다.
인생길이 그렇듯 산행도 하산길을 더 조심해야 한다.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천지신명에게 기도를 올렸다는 국사당.
활 솜씨와 용병으로 멸망을 향해 달려가던 고려의 운명을 수없이 돌려세운
무적의 장수였던 이성계가 고려에 반역하도록 기원하였다는 이야기.
하는 김에 선정을 베풀고 후대에 추앙받는 왕이 되도록 기도했더라면
한국사 최대의 학살자가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봄 산은 이런 연록의 편안한 숲길을 열어주니 참 좋다.
연록의 잎이 춤추고 이렇게 부드러운 산길을 걸으니
더없이 좋다.
다 왔다. 오늘 산길에도 아쉬움은 있다.
힘들었지만 산행을 하고 나니 몸이 가뿐하다.
근래 생각도 정리가 잘 안 되고 몸도 많이 굼뜬 것을 느낀다.
새해 들면서 하루에 새로운 것을 한가지씩 해보자 했지만 새로운 것을 하는
날보다 몸에 탈이 나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나는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이해가 안 되던
노인의 행동들도 이제는 이해된다. 생명있는 것은 모두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단지 상대적으로 짧고 길고의 차이일 뿐이다. 그것도 우주와 영원에 대비하면
먼지 한 톨, 순간에 지나지 않는 부질없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으리라.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던 770km 해파랑길을 시작해야겠다.
힘들었던 시기를 대간과 정맥 길을 걸으며 헤쳐나왔듯 점점 무기력해지는
이 시기를 헤쳐나갈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여태 그랬다. 시작이 어려웠지
첫발만 내딛으면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지 않았는가!
그러면 지금보다 산길도 잘 걸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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