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2019. 11. 4. 01:26山情無限/산행기(일반)




천관산,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2019. 10. 28 (월) 맑음

악남악녀산악회


소재지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코스 : 관리소-장천재-환희대-구룡봉-환희대-억새군락

-천관산(723m)-봉황봉-관리소(원점회귀)






해파랑길을 걷느라

올해는 산에 몇 번 들지 못했다.
중간중간에 산에 들려고 했으나 잦은 태풍과

비로 인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산도 잊고,

보고 싶은 임들의 얼굴도 잊겠다 싶어 근래 발바닥이

정상이 아니지만 10월 정산에 꼬리를 달았다.

기암괴석과 암릉미가 일품인 천관산, 그것도 억새가

은빛 물결로 일렁일 이 가을에 간다지 않는가!
가는 날도 월요일. 하루 쉬고 막바지에 이른
해파랑길을 이으러 가면 되겠다.






새벽(?) 6시에 울산을 떠난 버스는

10시가 넘어서야 장흥 천관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길이 멀거나 힘들지는 않지만, 오는 길이 멀었듯

갈 길도 멀어서일까? 빨리 산에 들고 싶어서일까? 

머뭇거릴 시간 없이 호남 제일 지제영산이라며

안내인인 듯한 표지석을 지나..







백제 시대 오차현으로 시작하여 1980년 관산읍으로

승격되었다는 관산읍 연혁비와 호남의 5대 명산이자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한반도 최남단의 진산이라는

천관산기를 새겨 놓은 키보다 큰 돌비, 이 지역 출신으로

'탐진강' 이란 연작시를 쓴 위선환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천관산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갖추고, 달맞이 정자

영월정 옆 계단으로 산에 든다.





연분홍 복사꽃이 수줍게 맞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도화교를 건너니





장천재가 나타났다.


장천재는 천문과 지리에 밝았던 존재 위백규(1727∼1798)가

제자를 가르쳤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고려 공민왕 21년(1372)에

처음 지어졌으나, 많이 파손되어 조선 고종 때(1870년경)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는 전남 유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된 문화유산.

조금 전 본 위선환 시인은 위백규의 후손인 듯..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한동안 오름짓을 하게

하더니 보상하듯 순한 소나무 숲길을 내어 주었다.

쉼 없이 오르면 그건 노동보다 더한 거지..






산은 그대로 인 것 같으면서도 변한다.

오를수록 나뭇잎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게 자리 지키고 있었을 바위도

비 온 뒤 죽순같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다.





산은 산이다. 중력을 거슬러 올라야 하니

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힘든 곳은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천관산을 찾은 지가

언제였던지 가물가물하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바위가 솟아있는

천관산. 산의 규모는 월출산보다 작지만 기암괴석은

버금갈 정도다. 육중한 바위, 앙징맞게 쌓은

돌탑도 이 산의 일부다.






남부지방은 올 가을

잦은 비와 태풍으로 인해 단풍과 억새가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 억새도 예년 같지 않다던데

영남알프스에는 언제 가 보나..







단풍으로 치마 두른, 하늘을 찌를 듯한 대세봉을 지나





바위를 기둥같이 깎아 세운 것 같은 천주봉도 만나고..






땅을 비집고 나오는 바위들..

이제는 자일에 매달려 암벽을 타고

오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것도 좋으니..

이 또한 자연의 순리에 적응해 것이리라.






대장봉,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이

꽃같이 나비같이 춤을 추는 것 같다. 

마치 40대 여인같이 화사하게,

아니 50대 여인의 농염함이다.


가던 걸음 멈추고 산을 음미하며

산을 제대로 즐기는 산객





바위와 잘 어울렸을 것 같은 억새, 억새꽃.

꽃술은 찾아온 바람 따라 훌훌 날아 가 버렸겠지

뭐가 그리도 급했을까?









구정봉

천자의 면류관처럼 생긴 구정봉은

하나의 단독 봉우리가 아니라 능선에 늘어선

아홉 개의 바위를 아우르는 이름.

각각의 이름도 있다는데..





어디까지 오르려고?

꼭대기까지 올라야 하는 저 의지, 열정.

누가 말릴 수 있을까?






햇살 맞은 환한 억새가 살랑거리며 반기는

억새꽃밭 길로 구룡봉 가는 길, 그냥 지나기 아쉬워

걸음 멈추고 억새꽃밭에서 사진도 한 장 담아 본다.

산 아래로 청교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하고, 

저 멀리 보이는 탐진강은 곧 강진 바다를

만나겠지.







청미래덩굴 빨간 열매와 용담,

그리고 철 없는 진달래.

우리는 망개라 했는데 식물도감에는

 다른 망개나무가 주인노릇 하고 있다.







진죽봉과 바람에 실려 곧 날아가 버릴 듯한 진죽봉의 돗대










언뜻 보면 쌍둥이 같은데

자세히 보면 닮아서 구분 힘든

사촌 같은 모습.






실루엣이 멋 있다.





가을의 전령 구절초도 가을과 함께 가려한다.











환희대에서 주봉인 연대봉에 이르는 능선

억새 평원길. 억새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의 장관과 회진 앞바다

다도해의 풍광이 가히 일품이다. 올해는 억새가 태풍에 많이

훼손된 것 같고, 절정의 시기를 넘긴 탓도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자연의 일상적인 모습인 것을..

더 바라면 그건 욕심일테구..





연화대를 휘감은 현수막 볼썽사납다.

제발 이러지 마시길.. 현수막이야 도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꼭 필요하면

등산로 입구에 달면 될 것을 행사도.. 끝난 것 같은데

연화대가 무슨 광고판도 아니고.. 이게 뭐람.

빨리 현수막을 걷는 게 좋을 듯..






연대봉 옛 이름은 옥정봉이며 천관산의 가장 높은 봉.

고려 의종왕(서기 1160년경) 봉화대를 설치하여 통신수단으로

사용하였고 이후부터 봉수봉 또는 연대봉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3면이 다도해로 동쪽은 고흥의 팔영산이, 남쪽으로는 완도의 신지,

고금, 산도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남의 대둔산,

영암 월출산, 담양의 추월산도 조망된다.

맑은 날엔 남서쪽 중천에 한라산이 보인다는데

찾아보지 못해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정상석을 세우면서 이전 산악인들의 산에 대한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정상석을 그대로 남겨 둔 것은

잘한 것 같다. 물론 각진 화강암 정상석 이전에 있었을

정상석을 없앤 것은 아쉽지만..





정상의 이정표, 갈 길은 장천재 방향








회진 앞바다를 보며 내려 가는 길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자꾸 따라오는 기암괴석들,

가지 말라고, 조금 더 머물다 가라는 듯..

그래도 가야 다시 오지,






정원석을 방불케 하는 경관이라는

정원암과 이름 모를 바위. 정말 잘 쌓았다.

누구의 솜씨일까!






아쉬운 마음에 힐끔힐끔 뒤돌아보면

옷 갈아입으면서 키득키득, 왁자지껄,

와글와글..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천관산은 보여줄 만큼 다 보여 주었다.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






양근암, 그놈 참 힘깨나 쓰게 생겼다.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양근암과 옆 능선의 금수골과 금강굴을 엮어

살을 붙이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초점을 누구에게 맞춰야 하나?

찍사도 나름대로 남모르는 애환이 있다.







천관산, 기암괴석과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름 날리는 월출산, 두륜산, 주작-덕룡산, 달마산 등 

인근 산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말 뼈대 있는 산이다.

오늘 억새밭을 기대하고 왔지만, 억새는 2% 부족해도

암릉미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시 오면 억새를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문바위?






어디서 이런 고운 색깔이 돋아날까?

아름다운 물감이 바람에 실려왔을까?

뿌리에서 올라 온 수분에 물감이 섞여 있을까?

아니면 햇볕이 어루만지며 칠하는 것 일까?

자연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 본색을 드러낸다..






산죽숲으로 난 길은 곧 임도를 만났다.

날머리에서 시원한 생수 한 바가지를 마시며

오늘 멋진 산행을 마무리 한다.






아직은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푸른 단풍나무 그늘 아래로 주차장 가는 길
이렇게 오늘 10월의 마지막 주를 멋진 산행으로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번에 함께하지 못하면
올가을 산에 들기 어려울 것 같아 잘
준비된 산행에 따라나섰는데 역시 잘 한 것 같다.
오늘 산행을 준비한 하니 대장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수고하고 애쓰는 모든 운영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식도락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긴 

하지만, 장흥삼합 특식으로 만찬을 베풀어 주신

회장, 총무님.. 그러면 재정이 남아 나아요? 
 오늘 동행한 모든 분들,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산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천관산 산행지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