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 남쪽 섬으로 봄 마중 가다

2019. 3. 12. 22:14山情無限/산행기(일반)



소매물도, 남쪽 섬으로 봄 마중 가다



19. 3. 7 (목)

악남악녀산악회 45명

통영 저구항 - 소매물도(- 등대섬) - 저구항








오래전에 계획한 산행이지만

아들의 수술이 하루 전날로 잡혀 못 갈 것 같았으나

수술도 잘 된 것 같다. 깨어나는 것을 보고 막차 직전의 KTX로 울산역에

도착하니 자정을 넘긴 시각.. 피곤한 데다 아들이 병원에 누워있는데 산행가는 것이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약속도 약속이고, 빠지면 산과 점점 멀어질 것 같아 가기로

했다. 사람들이 건강한 것 같지만 병원에 가면 탈 나고 아픈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상생활도 신체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중국속담에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말이 제정신 차리게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땅 위를 걷는 것은 당연하고,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고 무리를 한다. 그러나 몸에 탈이 나고 보면 신체가 건강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간과하고 살았던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앞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무리하지 않고 산행을 하여야겠다.

꾸준한 산행만큼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다. 지난날을 뒤돌아 보아도 산행을

등한히 했을 때 컨디션이 난조를 보였고, 1대간 9정맥을 할 때가 생애 중

정신 건강이나 육체적인 건강도 절정이었던 것 같다.

희망에 찬 새봄이 오고 있다. 봄 마중을 나서야겠다!





카메라 메모리가 소모품이라지만 이럴 땐 난감하다.

에러가 났지만 사진 몇 장만 버리고 대부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 첫 번째 사진이 갈매기니 괭이갈매기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의 좋은 동행자다.





그래, 섬 여행이나 섬 산행은 이런 맛이지.

선실에 들리지도 않고 곧바로 갑판으로 올라온 사람들은 제법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지. 탁 트인 조망, 한려수도, 시원한 바닷바람,

갈매기의 축하비행.. 여기에 주안상(酒案床)까지 차렸으니.. 술이 술술 절로

넘어가겠다. 갑판에 오를 수 없는 고속정보다는 구식 배가 낭만적이다.

물론 밤배는 더할 나위 없지..






앞쪽에서 날고 있는 녀석과 눈을 맞추고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뒤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녀석이 홱~ 가로채 간다.

새우깡에 진짜 새우가 든 줄 아는지??





'가익도'라고도 하는 '가래여'를 지난다.

갈매기와 노닥거리는 사이 40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내릴 시간이 다 되었다. 지도상에 나오는 공식 명칭 '가래여'는

통영시 한산면에 있는 무인도로 가익도로 불려왔다.

5개의 바위섬으로 되어 있는 '가래여'는 매물도 서남서쪽

3.5km, 소매물도 북서쪽 1.7km 지점에 있다.

가래여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섯 개 또는 여섯 개로 보여

오륙도라고도 하고, 마을 앞을 가린다고 '가래여', '가리여'

 '가랑여', 돌로 되어 '돌섬' 또는 '수석'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까만 돌섬이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해 하얗게 변했다는데,

까마귀와 비슷하게 생긴 가마우지는 까마귀와 달리

물속으로 잠수해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저구항에서 꼭 40분이 걸렸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단체 사진을 찍고 간단하게 산행 준비..


매물도는 크게 대매물도와 소매물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제도 남단에 위치한 소매물도(小每勿島)는 면적이 2.51㎢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해안선 길이 3.8㎞, 최고점 157.2m, 웃매미섬이라고도 한다.
매물도와 바로 이웃하고 있으며, 북서쪽에 가래여, 남동쪽에 등가도가 있다.
통영항에서 남동쪽 26㎞ 해상에 위치하며, 본섬에는 20여 가구 거주.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다.





아담한 포구에는 조그만 보트 두 척이..






산행채비를 하고 곧바로 출발

마을 가운데로 난 길로 조금 올라가니 이정표가 나온다.

곧바로 등대섬을 가는 길과 남매바위쪽 둘레길로 등대섬을 가는 길.
그래봤자 등대섬까지는 고작 2.3km.


10여 분 걸었을까, 움푹 패인 골짜기에 큰 바위 하나와 저 아래 해안가에

조금 작은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들이 남매바위라는데 뜻하지 않게 헤어지고,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여 부부가 되려는 순간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가 바위로

변했으니 그들은 쌍둥이 남매였다는 슬픈 전설. 그렇고 그런 이야기지만

우리도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며 여행지, 관광지로 만들어 가야 한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를 가 보면 기대와는 달리 실망하는 곳도 많다.

인어공주, 오줌싸게 동상이 그렇고, 몽마르트르 언덕이 그런 것 같다.

물론 그곳들은 스토리가 탄탄하다. 어떤 곳은 딸랑 고건물 기둥 하나

세워놓고 온갖 스토리를 만들어 관광지라며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사는 울산은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도 그 유산을 활용은커녕 방치하거나

훼파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그 유명한 알타미라 벽화에 못지않다.

선사시대 사냥과 해양어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세계적인 유물인데도

식수를 조달한다고 댐으로 막아 수장시켜 버렸다. 국보로 지정되었지만

천년을 버텨온 유물이 작금에는 물속에서 급속하게 부식되고 있다.

지자체가 문화에 무지하다고 이렇게 하는 것을 용납해도 되는가!

그리고 처용암은 어떤가? 시 심벌마크도 처용이고,

문화도시를 상징하는 문양도 처용의 춤을 상징화했지만

정작 처용설화가 서려있는 처용암은 바다 가운데 있다가

매립으로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이 되었다.

덩그런 저 바위도 남매바위라 하는데.. 그럼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처용암은 어떤 의미, 어떤 존재일까!






동백나무 숲을 지나 몇 분 가파른 오르막으로 올라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 아래쪽 공터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다시 등대섬 방향으로 향한다.







1969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 공식 명칭은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이다.

운동장 옆쪽에 즐비하게 자란 편백을 비롯하여 수명 400~500년 된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옛 교정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거의 섬의 정상부인 이런 곳에 학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동네와 동떨어져 있지만, 이곳이 섬에서 유일한 평지였다고 한다.

조그만 운동장과 교실 두 칸, 운동장 한쪽에 방치된

관사 1동이 있었다. 현재는 금줄이 쳐져 있다.





따뜻한 기운이 남쪽 섬 구석구석을 어루만진다.

따사로움이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그리운 봄'이라는 꽃말을 가진 광대나물도 화사하게..

남쪽에서 봄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도 보이지 않고

하늘은 잿빛, 물빛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동백숲을 걷는다. 군데군데 동백터널을 이루고 있다.


삼거리에 서 있는 소매물도 안내도







공룡바위와 등대섬 등대, 촛대바위까지..

절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열목개 내려가는 계단.

전에 왔을 때는 철계단이었는데 나무계단으로 바뀌어

걷기가 많이 편해졌다. 그러나, 몇 계단 되지 않지만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산이나 야산이나 산은 다 산이다.








등대섬 가는 길에 섬과 섬을 다리같이 연결하는 열목개가 있다.

열목개는 흔히 모세의 기적같이 하루에 두 번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길이 연결된다. 물때표를 보니 오늘은, 전날 23:35부터

아침 07:01까지, 12:24부터 19:14까지 통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오는 배에서는 내내 갈매기와 노닥거리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열목개에 내려서서는 녹색 해초에 마음을 뺏겨 다른 풍경은 보지 못했다.

열목개를 몇 번 건넜지만 이런 풍경은 첨이다. 광각렌즈를 가져오기 잘했다.

오늘 인물 사진에는 별로지만 광각이 시원해서 좋다.






등대섬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8호,

섬 멧부리에 서 있는 하얀 등대가 보인.

오르는 길에 왼쪽에 화장실이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소매물도 항로표지관리소도 단장이 잘 되어 있다.

등대섬은 해발고도가 90m도 채 안 되는 데다 계단이

널찍 널찍하고 가파르지 않아 오르기 편하다.





뒤돌아보니 열목개와 망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매물도 뒤 2시 방향에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매물도.





매물도라는 명칭은,

 본 섬인 대매물도의 형상이 "매물" 즉 "메밀"처럼 생겨서 붙여졌다고..

등대섬의 본래 이름은 해금도()였지만 등대와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등대섬으로 불렸는데, 2002년 국립지리원에서

공식명칭으로 "등대도"로 확정지었다고 한다.

소매물도 등대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7년 일본이

무인등대로 건립했다가 1940년 유인등대로 전환했다고 한다.

소매물도 등대는 콘크리트 구조로 높이가 16m나 된다.

하얀색의 원형 등탑은 자태가 고풍스럽다.

프리즘 렌즈를 사용한 대형 등명기를 이용해 120리 밖까지

불빛을 보내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들에 길잡이를 한다.





아름다운데 등대가 있어 더 아름다운 등대섬.

등대섬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주요 포인트.





하얀 등탑을 배경으로 멋쟁이 민초님과 철각 무제


철각(鐵脚) 무제를 여기서 만나다니.. 말그대로 iron legs다.

남들은 서른 몇 번을 가야 끝내는 백두대간도 12번 만에 끝내고

걸었다 하면 1박 2일, 2박 3일. 이제는 좀 쉬어가면서 다니게나

하여간, 만나서 반가워..





대군이 등대섬 전체를 눈 만난 강아지 마냥 

들떠 헤집고 다니더니 단체 사진 찍는다고 한 자리에 모이니

쥐죽은 듯 잠잠하다. 이렇게 단체 인증사진.. 찰칵!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학산 회장님은 촛대봉을 보고도 싱글벙글..

늘 밝고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며 배려심 깊은 멋쟁이!





이전에는 저 수십 길 아래 아찔한 바위에 붙어 낚시하는

조사들이 보는 사람까지 조마조마하게 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낭떠러지가 아찔하지만 검푸른 바닷물도 봄기운을 머금은 듯하다.

봄은 남쪽 바다에서, 강에서 올라오고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





소매물도 항로관리소와 우뚝한 망태봉, 그 사이를 잇는 열목개


매물도는 크게 유인도인 대매물도와 소매물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제도 남단에 위치한 소매물도()는 면적이 2.51㎢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본섬에는 20여 가구가 거주하며, 행정구역상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다.

소매물도의 북쪽으로 500m 떨어진 곳에는 맏형 격인 매물도가 인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우리 땅 대마도가 불과 70여km 거리에 있다.





말 등 같은 부드러운 능선 위로 촛대봉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낙타 등 같기도 하다.








다시 열목개..

하루종일 여기서 퍼지고 놀았으면 좋겠다.

일출, 일몰시간 바닷길이 열릴 때 한 번 왔으면 좋겠다.

녹색 해조류에 홀려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는데 뒤에서는

사진 한 장 찍어달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사이 나도 한 장 찍혔다.







해조류뿐만 아니라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탓이겠지

열목개 가파른 계단 난간 옆에는

발갛게 달아오른 처녀의 볼 같은 동백꽃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리고 있다.

그래, 빨간 동백꽃을 보면 생각나는 시는 단연,

김용택 시인의 '선운사 동백꽃'이지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망태봉 정상에 있는 관세역사관을 향해..

오름길이 가파르다. 해발 157m밖에 안 되지만

산은 산이다. 섬산은 더 그렇다.


잎이 붉게 변한 소나무가 드문드문 보인다.

혹시 여기도 재선충병이?






매물도 관세역사관 오르는 길 전망대에서..

저 앞 등대섬 뒤로 보이는 섬이 대구을비도.

푸른 바다는 그대로이지만 미세먼지로 아스라이 보이는 섬,

바다와 섬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사위는 가뭇없다.

이제 등대섬도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밀수 감시자와 반백 대장,

아직은 낯설고 조금은 어색하게 여겨지는 산악회지만

반백 대장을 비롯한 산우들이 그런 날 잘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 고맙고 고맙다.


문이 닫혀있는 매물도 관세역사관.

밀수단속과 관세국경을 수호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관세청에서 운영하다

1987년 폐쇄, 역사적 현장을 복원하여 대국민 홍보공간으로 활용하려고

2011년 개관했다는데.. 이번이 소매물도 방문이 세 번째인데

  한 번도 문을 연 것을 본 적이 없다. 대체 뭘 홍보한다는 건지..






떨어진 동백꽃을 피해 계단을 내려선다.


하얀 목련은 피었을 때는 고고한데

꽃이 질 때는 자태가 완전히 흐트러진다.

동백은 핀 모습도 지는 모습도 그대로다.

장렬하게 순교하듯 지는 모습이 좋다.







산문을 나선다. 망태봉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내려서는 것은 잠깐이다. 현재 시각 15시 10분,

남매바위 쪽 산문을 들어선 지 3시간 15분 만이다.





3년 전에 왔을 때 소매물도 거주하는 가구가

20여 가구 정도 된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얼마나 될지?

농촌도 어촌도 빈집이 많이 늘고 있다.





찔레꽃 인가 하고 달려갔더니 아니다.

이름을 불러 줄 수 없어 미안하구나?

너 이름이 뭐니?


꽃이름 : 장딸기. 알려주신 nomad님 감사합니다.






"사진만 찍지 말고 한 봉지 사 가~"

그러잖아도 사려고 주머니를 만지니 아차! 지갑이 없다.

"담엔 사 갈게요."

오늘도 난 공정여행을 못 한 것 같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저기 하얀산장 가는 길인 것 같다.

원주민들이 살던 집들은 이렇게 신식 펜션이나 카페로 대체되고 있다.

이 섬과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유럽식 건물 주인들은 원주민일까? 타지 사람들일까?

포구 앞쪽으로 다소곳이 떠 있는 '가래여'가 보인다. 여기서 보니

앞을 가린다는 뜻의 '가리어' '가래여'라는 생소했던 이름이 이해된다.

수석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선착장 풍경

배가 들어올 때까지 여유가 있어

청정해역 소매물도 해산물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해삼과 멍게를 입에 넣는 순간 건강한 풍미가 입안 가득 감돌고

상큼함이 기분 좋게 퍼진다. 이 맛이 이 섬을 살찌웠으리라.


이웃일 텐데, 손님이 몰리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

장사는 냉엄한 현실 그 자체.





모습이 지난번에 왔을 때와 사뭇 다르다.

소매물도도 변하지 않은 듯하면서 변하고 있다.

낯선 건물들이 한둘 들어서고 있다.






우리를 데려고 나가려고 때맞춰 배가 들어왔다.

다음에 이 섬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꼭 섬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야겠다. 열목개에서 일몰과 일출을 맞이해 봐야겠다. 그림이 좋을 것 같다.

오늘 여유 있게 한 바퀴를 돌았지만 머문 시간은 고작 4시간 20분.

떠날 때는 언제나 아쉽다.






다시 갈매기와 노닥거림.

갈매기도 사람의 깐을 보는지 젊은 부부를 공습하듯이

달려들어 새우깡을 낚아챈다. 남자 뒤로 숨는 모습이 재미있다.

겁먹은 여자는 놀라 응급 결에 들고 있던 새우깡 봉지째로 내게 준다.

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새우깡 봉지를 그 여자의 남자에게 주었다.

 어유도, 가왕도, 대덕도, 소덕도, 장사도, 한려수도 뱃길 주변 섬들..

구경거리가 많은데 오늘은 갈매기와 노닥거리며 오고 간다.





멋쟁이 민초님과 한 컷





 부리에 손가락을 쪼여 가면서까지..

갈매기와 아이 컨택을 하는 가시장미님.

그런데 이 녀석들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같은 갈매기가 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새우깡만 받아먹지 말고 높이 한 번 날아봐

새우깡이 잘 팔리는 이유를 알겠다.







어느새 황금빛으로 변하는 바다.

 하늘이 조금만 더 맑았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2% 부족하지만, 황금빛 바다 위로 배도 떠가고

괭이갈매기도 비행하고..






항구가 가까워지자 그 많던 갈매기들이 어디로

 갔는지.. 한 마리만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의리있게 동행을 하고 있다. 날개도 황금빛이 비친다.

이 녀석은 황금 날개를 가졌구나!






통영 저구항 도착, 하선이다.

하이트롱 산행대장은 배에 남아 끝까지 회원들의 모습을 담느라 바쁘다.

대장은 오늘 마음을 많이 졸였을 것이다. 며칠째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에

  남동해안에 해상특보까지 내려 배가 뜨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다행히 미세먼지도 많이 걷히고, 배도 정상적으로 뜰 수 있었다.

산행대장과 운영진들의 남모르는 수고가 있어

이런 멋진 산행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노을이 물든다.


노을을 위해 하늘은 구름과 바다를 빌려주었을까

그 노을, 밖에서 황금빛으로 타는데 노을을 보면

왜 늘 안이 타오를까?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저구항


나갈 때 풍랑이 일던 바다가 요즘의 거제같이 잠잠하다.

한때는 거제시도 잘 나갔는데 조선업이 어려워 지면서 거제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게 잘 될 때 R&D 투자도 과감히 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데 열매를 따먹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이렇게 경영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이 다 져야하니.. 어처구니없다.





(소매물도 산행 경로)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오랜만에 되새겨보는 서울대 최종훈 교수의 말이다.


가기를 잘했다.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이지만 가기를 잘했다.

소매물도는 해발고도가 낮고 거리도 짧지만, 한려수도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특유의 매력이 많은 섬이다. 사방으로 펼쳐진 한려수도 바다 풍경과 시야가

조금 가리긴 했어이웃 섬을 조망하는 즐거움, 괭이갈매기와 노닥거리며 오고 간 길,

열목개의 녹색 해초에 넋을 뺏긴 것 하며,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8호인 등대섬,

그 섬 멧부리에 서 있는 하얘서 더 멋스러운 등대, 수십 길 낭떠러지 아래 검푸른 물결,

그리고 섬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진 각종 식물이 따사로운 남녘의 햇살을 받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그렇다! 지금 계절에 가장 큰 흥취는 역시 육지보다

빠른 봄기운일 것이다. 소매물도를 찾은 것은 희망찬 봄을 마중한 것이다.

무겁던 마음도 어느새 홀가분해지고 충분히 힐링이 된 것 같다.

올해는 희망찬 봄과 더욱더 진하게 지내봐야겠다.

수고한 대장과 운영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모든 분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 고
소매물도 물때시간 정보 : http://maemuldo.go.kr/program/tide/lstCalendar.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