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8. 00:55ㆍ山情無限/산행기(일반)
신비의 섬 통영 우도 백패킹
2019. 5. 29 ~ 30
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리 우도
총독, 하니, 석준, 시나브로
한 달 전부터 제주 추자도 백패킹을 하기로 했는데
그사이 한 명 두 명 빠지기 시작하더니, 떠나기 하루 전 백패킹이
아예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어째 이런 일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날만 새면 떠날 거라고 이미 박 배낭을 다 꾸려 놓은 상태인지라 이대로 접기에는
정말 아쉽다. 3일간 시간도 만들어 놓았는데.. 꾸렸던 짐을 다시 풀어헤칠
마음이 안 생겨 혼자 영남알프스라도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가까운 곳에 1박이라도 하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다시 의기투합하여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장소를 정하고 가기로 한 곳이
통영 우도이다. 사량도, 매물도, 욕지도, 비진도, 연화도 등 통영의 주변 섬들은
거의 가 본 것 같은데 우도는 연화도에서 그냥 쳐다보기만 한 조그만 섬..
구멍섬이 있다는 그곳. 잘 되었다. 배낭을 다시 풀 필요도 없고,
다시 꾸릴 필요도 없이 그냥 꾸려 놓은 그대로 가기로 한 날
문수구장에서 만나 통영 여객선 터미널로 출발한다.
통영 여객선터미널
우도 운항시간표
통영출항(통영->우도) 06:30, 11:00, 15:00
우도출항(우도->통영) 08:25, 12:05. 16:50
대일해운 055-641-6181
열차 여행도 좋지만 섬으로 떠나는 배 여행도 좋다.
갑판에 나갈 수 없는 쾌속선보다도 탁 트인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사방을 조망하며 가지는 낭만은 연안여객선에서만 누릴 수 있는호사아니겠는가!
11시에 통영항을 떠나 12:10 우도에 도착 예정,
요금은 편도 10,650원
우도 가는 길 '가자바다호' 선상에서..
배를 타기 전 한려수도의 관문인 통영, 싱싱한 해산물의 천국
중앙시장에 들러 신선한 회 해산물도 푸짐하게 준비했다.
아니 벌써.. ?
머리 위로 무인섬 반하도와 연화도를 잇는 연우교가 나타났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통영항을 출발한지
그 사이 1시간이 지났단 말인가!
연화도에 들렸던 배는 돌아 나와 이웃섬 우도에서 우리를 내려 주었다.
우도 주민 말고는 이곳에 내린 사람은 우리 일행뿐이었다.
우도(牛島). 즉, 소 섬이라더니..
소는 어디 가고 고양이만 득실거리는 고양이 섬?
우도에 내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고양이들. '웬 토실토실한
고양이들이 이렇게 많아?' 하고 쳐다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때를 맞춰 고양이에게 점심을 먹이러 가고 있었다.
방송에도 나온 집이라 하여 점심 먹으러 찾았더니
주인아주머니는 '연락하고 오지 않고.. 지금 병원에 가야 해서
점심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 하여 발걸음을 돌리고..
마을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한다.
선착장이 있는 아랫 마을을 지나 시멘트로 포장된 나지막한 고개를 넘으면
윗마을이 나오고, 다시 비포장 고개를 넘으면 몽돌해수욕장이 나온다.
오늘 우리의 박지는 구멍 섬이 있는 몽돌해수욕장 데크.
두 번째 고개 비탈을 내려가니 잘 꾸며놓은 펜션이 나타났다.
일단은 텐트를 구축하고..
햇볕이 따가운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늘진 곳이 있었다
금상첨화 전망도 좋다. 텐트 치기 딱 좋은 곳이다.
캠핑장 1일 이용요금은
2인용 이하 3,000원, 3~4인용 5,000원, 5인용 이상 10,000원.
주변에 화장실도 있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할 수 있다. 이용요금으로
시설물 보수와 청결 유지에 사용한다니 관리를 안 하는
무료 캠핑장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우도의 명물 구멍 섬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이쁜 '아라돔하우스펜션' 정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본격적인 섬 투어에 나섰다.
우도는 아담한 섬, 면적이 0.6㎢밖에 안 되는
정말 조그마한 섬이지만 아기자기하면서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일단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 데크 길을 따라 우도와 연화도를
잇는 보도교 연우교로 향한다.
연화도와 무인섬 반하도, 우도를 연결하는 연우교는
길이가 309m로 국내 최장의 보도교라고 한다.
연우교 위에서 보는 풍경
큰 배가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다리가 높고 길었다.
어제 내린 비로 하늘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파랗고,
바다도 이에 뒤질세라 본색을 드러낸다.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연화도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연화도는 소재지가 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리.
섬의 형상이 바다 가운데 연꽃처럼 생겨서 연화도라는 이름이 되었다는데
면적은 1.72㎢이고, 해안선 길이는 12.5㎞, 해안선 갯바위에 낚시꾼들이
많이 보였는데 배를 기다리는 낚시꾼들도 가끔 보인다.
오른손 없는 피터 팬의 후크 선장인 줄 알고 반가움에
인사하려 했더니, 보물섬의 실버 선장같이 언제 왼쪽 다리까지 잃고 서 있다.
하록 선장같이 왼쪽 눈을 잃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오누이 같이 다정한 모습도 한 컷!
연하도 선착장에서 연우교 가는 길..
까마득하다. 경사가 급하기도 하고 계단과 계단의
높이가 상당히 높아 많이 힘들다. 이런 계단 설계한 사람을
하루에 몇 번씩 오르내리게 하면 어떨까?
연우교와 연도교를 지나 이번에는 숲속 강정길로 들어섰다.
섬에 염소를 방목하는 모양이다.
염소 몇 마리가 웬 이방인인가 하고 빼꼼히 쳐다본다.
숲길이 부드럽고 호젓하다.
나뭇잎을 흔들던 바람이 내려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그냥 지나치면 팔각정 쉼터가 섭섭해하겠지.
점심을 건너 뛰었으니 때 이른 만찬이다.
집 밖에서는 라면마저도 진수성찬 부럽잖지만, 식탁이 풍성하다.
즉석 묵밥과 주먹만한 소라는 별미였고, 산야초 전문가가 채취한
산나물 그윽한 향기가 만찬장에 가득하다.
낙조, 태양이 탁구공만 해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 구름이 조금 인다.
태양이 구름을 태워야 더 멋있는데 오늘은 2% 부족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주변을 이렇게 붉게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마지막 모습도 지는 태양같이 이렇게
주변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아주 조그마한 부분이라도 말이다.
바보가 아니다. 고기도 아는 모양이다.
우리가 미끼도 준비 안 하고 와서 먹다 남은 것으로 자신들을
유인할 미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아는 듯 아예 입질도 하지 않는다.
물고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했다.
석양이 목도와 구멍섬의 배경이 되어주니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오늘은 월출이 자정 넘긴 2시경이라 달 없는 하늘에서 별이
더욱 빛을 내는 것 같다. 맑고 까만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찍기
딱 좋은데 광해가 방해하여 시늉만 내어본다.
하루의 시작은 바다가 먼저 하는 것 같다.
여명에 부스스 눈 비비고 일어나는 섬, 섬들..
그들의 밤과 우리들의 밤은 같은 듯 달랐다.
일출, 또 이렇게 찬란한 하루가 밝아왔다.
오늘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이 명당(?)인 것은, 전망도 좋고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데다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좋았다. 계절에 따라 일몰과 일출의 방향이 달라지겠지만 일몰과 일출을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인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
감격스러웠던 것은 일출을 맞으러 연우교까지 가려고 일찍 일어나
텐트를 여니 바로 앞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 아닌가!
해변의 쓰레기를 피해
사진 찍는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 불편과 보기에 싫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이 이미 부메랑이 되어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태평양상에서 프랑스 크기의 3배가 넘는 '거대 태평양 쓰레기 섬
(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만들었고, 그 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외신은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 식탁에 올라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가! 심각하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양 동물의 위장, 식용 소금, 심지어는 생수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니 말이다. 이제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기성세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음 세대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환경은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인데 우리가 다 망쳐 버렸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용기를 안 쓰고 덜 쓰는 노력을 할 때만이
생태계 파괴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플라스틱 위기에 처한 한국, 우리 시민들의 요구는? (그린피스)
http://www.greenpeace.org/korea/news/feature-story/2/2019/plasticwaste_survey2019/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목섬.
하루에 두 번, 섬이었다가 바닥이 완전히 연결되었다가..
연결되어 봤자 섬에 연결되니 역시 섬이다만..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었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마음의 지도 / 이문재
멋진 풍경,
'아라돔하우스펜션'에 딸린 카페에서 창밖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시며, 잠시 멋쩍은 멋을 부려 보기도 했다.
다시 구멍 섬을 당겨본다. 섬까지 구멍이 뻥 뚤리다니..
속 상한 것은 사람만이 아닌 듯..
그냥 이대로가 좋다.
가기가 싫다. 하루를 더 머물고 싶었지만
12시 15분에 나가는 배를 17시 5분에 나가는 배로 변경했다.
12시 15분 다음 배가 마지막 배인 17시 5분 배였던 것.
섬, 작은 섬과 큰 섬들.. 군중 속의 고독 같은 것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하였다.
본래는 하나인 것을 섬으로 갈라서게 하는 물, 사람.
역설적이게도 섬과 섬을 이어주는 바다.
파란 하늘에 한 점 구름이 일기시작하더니
어느새 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조금 전에 딴 따개비와 고동, 그리고 어제 들어 오면서
통영중앙시장에서 산 바지락으로 육수를 만들고 수제비를 끓인다.
육수는 진한 바닷냄새가 배어나고, 바다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수제비는 처음 맛보는 것 같다.
배표를 물린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주변에 지천으로 들꽃이 피어있다.
잎이 하트모양의 고양이 밥이라는 뜻의 괭이밥과
겨울을 잘 이겨낸 인동초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이렇게 제자리를 지키며 피우는 꽃이
지구별을 아름답게 만든다. 제자리 지키지 않는
인간들보다 자연이 훨씬 숭고하다.
데크에 누워 하늘을 보는 세상없는 자유로운 시간
짧기에 더 귀하고, 의미 있는 순간들..
떠나야 다시 올 수 있기에
막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향한다.
섬의 형상이 소를 닮아 소섬 牛島로 불린다지만
우도에 소는 없었다. 우도에서 장식한 추억의 한 페이지.
소를 보면 구멍 섬이 있는 우도가 떠오를 것 같다.
노랑, 빨강, 하얀색의 3형제 등대가 정겹다.
우여곡절 끝, 엉겁결에 결정하여 간 곳 우도,
더 머물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이어서 더 진한 감동으로 남는 섬.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일..
울산에 들어서니 차창에 빗방울이 비친다. 때맞춰 뉴스에서는 지금 제주도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추자도에 갔더라면 우리도 빗속에 갇혀 있겠지.
기상청 일기예보가 맞지 않다고 성화가 대단하지만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다 맞추면 하늘이 하늘이 아니지.
그렇다고 추자도를 접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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