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1코스(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2019. 5. 26. 22:12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770km

해파랑길

1코스

오륙도 해맞이 공원-동생말-광안리해변-APEC하우스-해운대해변(미포)

17.6km / 09:30~15:40 (여유로운 6시간 10분)


2019. 5. 22(수) 쾌청, 최고기온 31









열망이 길을 만들고, 닫힌 문을 연다.
뜻을 품고 있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때가 되면
우연찮은 일이 계기가 되어서라도 뜻을 이룰 수 있다. 해파랑길이 그렇다.
오래전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시도 자체를 망설이게 하는 일이 많이 생겼다.
그러나 용수철은 누르면 누를수록 반발력이 더 강해지듯 더 어려워져 가는
환경은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강박관념이 되어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이르러 첫발을 내디딘다.
그렇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 아닌가!


대간과 정맥을 끝내고 기맥도 걸으려 했으나 산행을 오래
쉬는 바람에 약해진 근력을 다시 강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기맥산행을 접었다. 산줄기를 따라다니면서 강의 유역을 살펴볼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였다. 산맥이 나라의 경계가 되고 또 지역을 분리하고
문화가 단절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여, 해안선을 따라가며 문화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승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해안선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걷는 것이 어렵다면 자전거를 타고라도 가 보고 싶었다.
걷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 같아
일단은 동해안 해파랑길부터 걸어 본다.





태화강역에서 신해운대역 가는 7시 13분 무궁화호를 예매했는데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초등학교 때 소풍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날이 밝자마자 학교에 달려간 것과 같기도 하지만, 실은 예매한

열차를 놓칠까 봐 조바심이 한몫하기도 했다.





울산역이 언양에 생긴 KTX 역에 이름을 빼앗기고,

2010년 태화강역으로 이름표를 바꿔 단지도 어언 9년.

사라진 비둘기호 같은 낭만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무궁화호도 실내가 조용하고,

엄숙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여행의 멋은 열차가 더 나는 것 같고, 같은 열차라도

고속열차보다는 가다 서다 하는 느린 열차가 더 정감이 있다. 부산에서 포항에

이르는 구간 중 몇 코스는 동해선 열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태화강역에서 신해운대 역까지는 동해선 무궁화호로 이동하고,

신해운대 역에서 벡스코 역까지는 광역전철, 벡스코에서 부경대역까지는

부산지하철 2호선, 부경대 정류장에서 오륙도 스카이워크 정류장까지는 시내버스..

승용차로 50분 거리를 환승에 환승을 거듭 3시간만인 9시 15분에 도착했다.

오는 것을 미리 알기나 한 듯, 환영하고 축하라도 하려는 듯

금계국이 한 밭 가득 무리 지어 반긴다.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 표식.


동해와 남해의 경계는 정부 기관들이 각기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

1997년 당시 해양수산부는 울산광역시 태화강 하구를, 1992년 국립해양조사원은

이곳 오륙도와 승두말(오륙도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로, 기상청은 '부산광역시와

울산의 경계점'으로, 해양환경관리공단은 '부산광역시 기장(북위 35.3도)'을 동해와

남해의 경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남해와 서해의 경계는 다 같이

해남반도 남쪽으로 정의하고 있다. 왜일까? 별 의미는 없지만..





해파랑길 시작점에 세워져 있는 01-02코스 안내판,

산길(백두대간, 정맥)보다는 아주 친절한 것 같다.





오륙도를 배경으로.. 한 컷.


오륙도는 육지인 승두말로부터 남남동으로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는

6개의 바위섬으로 2007. 10. 1. 문화재청에서 국가 명승 제24호로 지정하였다.

오륙도는 1740년(영조 16) 동래부사 박사창이 편찬된 <동래부지>의 산천조(山川條)에

"五六島在絶影島東, 峯巒奇在列立海中, 自東觀之則爲六峯, 自西觀之則爲五峯, 故名之以此.

第三峯 有 唐將 萬世德碑"라는 문구가 있다. 즉, "오륙도는 절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으니 동쪽에서 보면 6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5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라 기록된 바와 같이

보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데서 유래한다.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들어선 곳의 옛 지명은 "승두말"이다.

승두말은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승두마' 라고 부르는 것이 승두말로

되었다. 해녀들과 지역주민들은 '잘록개' 라고 불렀다고 한다. 


바다를 연모하는 승두말이 오륙도 여섯섬을 차례대로 순산하고 나서

승두말의 불룩했던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 선창나루와 언덕을 만들었다는 얘기.

스카이워크는 35m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밥굽형으로 이어놓은 15m의 유리다리. 투명유리로 된 바닥을 통해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모습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






여름 같은 날씨다. 오전부터 햇볕이 따갑다.

장자산 장산봉(225.3m) 정상까지 오르지도 않고 해파랑길로 빠지지만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오름길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

오늘도 그림자를 친구삼아 걸어야겠다.






제법 많은 계단을 거쳐 숲으로 들었다.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숲속에서도 열기가 후끈하다.

오르내리는 길을 30여 분 걸으니 지리산 공개바위를 연상케 하는

해안에 위태롭게 서 있는 농바위가 나타났다.


농(籠)이란 버들채나 싸리 따위로 함처럼 만들어 종이를 바른 궤로 옷 등을 넣어 

포갤 수 있는 가구. 제주의 성산포 해녀들이 남천동 해안가에 자리를 잡고 물질을 하면서

이기대와 백운도 해안가의 특정 바위 등을 기준으로 서로 연락하는 수단으로

농을 닮은 이 바위를 농바위로 불러왔다는 설이 전해온다.





즐기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것도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 아닐까!





무슨 새?

길을 따라 가며 안내하던 이름모를 예쁜 새 한마리가

제일 꼭대기 계단 턱에 앉아 꽁지깃을 부채같이 펼쳐 보인다.

마치 공작인냥..





처음에는 오르내림이 심했는데 갈수록 완만해지더니

 동생말이 가까워지자 이제 부드러운 흙길이 나타났다.






아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라.

어린아이들도, 가을꽃 구절초 비슷한 샤스타데이지도..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오륙도-이기대 부산국가지질공원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해식절벽, 파식대지, 해식동굴, 돌개구멍 등

다양한 해안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전방의 구름다리와 광안대교, 마린시티, 그리고 의연한 장산 모습,

뒤돌아 본 해파랑길.. 지나 온 길과 완전 현대적 모습의 갈 길이 대비된다.

무더울 때는 나무 그늘과 산들바람이 좋은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나 다를까 남천동 아파트 지역을 지나는 길은

30도 넘는 땡볕과 복사열을 받으며 걷는 길이다. 구름 한 점 없다. 고행길이다.

열기로 물렁물렁해진 에폭시 포장길은 마치 푹푹 꺼지는 모래사장을 걷는 기분이다.

그래도 걸어야 한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고 좋아서 나선 길이니까.

그래, 오늘은 비타민 D를 충분히 보충하는 날로 여기자.





광안리 해수욕장, 호수같이 잠잠한 바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니 기분은 상쾌하다.






지금 여기, 이런 사람들도 있는데 하면서 위안 삼는다.

자기가 즐기는 일은 고통도 힘듦도 문제가 안 된다.





지난 5월 "씨그랜드호"에 들이받힌 광안대교는 안녕한지?

음주운행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 선장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5. 24) 두번째 공판이 열렸는데..

지금까지 줄곧 "사고 이후 술을 마셨다"며 음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가 김&장을 선임했다는데 이런 일에도 밥값 하려나..







금강산도 식후경!

더위에 지치고, 다리도 무겁다. 생체시계도 어김없다.

어디 한 끼를 때울 근사한 집이 없는가 하며 살피며 가는데 눈길을 끄는

간판이 보였다. 홍콩은 못 가도 홍콩반점은 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이름도 생소한 고추 짜장면을 시켜 한 입 먹자마자 정신이 번쩍 든다.

어쩔 수 없어 고추를 다 건져내고 먹는데도 입 안이 얼얼하다. 이열치열이다.

울산 인근 구간은 한 번에 1코스씩 진행하겠지만 멀어지면 야영도 하고,

멋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나면 하룻밤 유하면서 가려고 한다.

물론 가끔은 맛집이나 향토음식도 맛보면서..







한 사람이 누구의 부모이자 자식이고, 여행자이고 작가이듯

같은 길인데도 이름이 많다. 가는 길인데도 오는 길일 수 있듯..







이 길을 가는 동안

길의 모습과 길옆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도 눈여겨볼 참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진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수영만을 건너는 길이 좀 까다롭다. 

민락수영로를 진행하다 앞에 보이는 수영2호교로 진입하는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수영2호교를 밑을 통과한 지점에서 좌측으로 내려 도로를

건너고, 다시 좌측으로 도로 하나를 더 건너 우측으로 300m쯤 진행하여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길 안내도를 잘 보고,

해파랑길 표식을 잘 살펴보면서 가면 되겠다.





수영만, 광안대교, 수영만 매립지 위에 마천루로 채워진 해안도시 마린시티.

옆 센텀시티와는 달리 주거단지. 최고층 건물은 두산위브 더 제니스(80층, 301m).

한때 대우그룹이 잘나가던 시절 수영만 매립지인 이곳에 100층이 넘는 마천루를

지으려고 했으나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무산된 곳이기도 하다.

저렇게 높아도 물이 무서운 곳. 태풍 차바 때 물난리가 났다..





수영만 요트장에 계류 중인 요트들..

1988년 하계올림픽 때 수영만에서 요트 경기를 하려고, 오염이 심하고

악취가 진동하던 수영강과 수영만이 일대를 정화하여 많이 깨끗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전 수영2호교를 지날 때 불어오던

바닷바람은 바다냄새는 아니었다 것.









해운대 영화의 거리


산토리니 광장의 무비스타존에는 스파이더맨 상과 영화작업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있고, 한국의 유명 영화감독과 스타들의 핸드프린팅 동판을

벽면에 설치해 두었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하얀 방파제 벽면에는 해운대가 배경인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고, 또 부산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타일작품도 있다.

이 곳은 또 석양과 야경이 어우러진 광안대교를 담을 수 있는 포인트여서 가끔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인데

마린시티 유리창에서 반사된 열기가 온 몸을 후끈하게 달군다.





이제 최치원이 있는 동백섬으로..

이전엔 섬이었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로

섬을 붉게 물들이는 동백나무가 섬의 이름이 되었다.

다리 위의 저 석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누리마루와 등대 전망대.

등대 전망대는 근래 누리마루 등대로 불리고 있는데

실은 일 년 내내 등불 한 번 켜지 않는 장식용 등대라는 것.






동백섬 전망대에서 출발한 오륙도 해맞이 공원도 뒤돌아보고,

가야 할 오늘 길의 마지막 종착지 미포도 조망해 본다. 이미 턱밑까지 왔다.

달맞이 고개와 해운대 신시가지 고층 아파트,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말도 많은

LCT가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다. 최치원 선생 동상에 들렸다 가려 했는데

경관조성공사로 길을 막아놓아 바로 해안산책로로 발길을 돌린다






최치원이 새겼다는 '해운대' 각자와 인어공주 동상


바위 윗면에 '해운대(海雲臺)'라는 새긴 글씨는 통일신라 후기의

학자였던 최치원 선생의 글씨로 전한다. 선생이 가야산으로 향하던 도중

이 주변의 자연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워 돌을 쌓아 대를 만든 후, 바다와 구름,

달과 산을 음미하면서 이 바위에 ‘해운대(海雲臺)’라는 글씨를 새기었는데,

이때부터 ‘해운대’라는 지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해운대 해수욕장

1970년대만 해도 해운대 벽사장 넓이가 엄청 넓었는데

이제는 해마다 산더미만 한 모래를 퍼다 부어도 백사장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 2017년 수중 방파제를 설치하였지만 글쎄올시다.

백사장이 줄어드는 것은 백사장 후면의 콘크리트 절벽과 도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후면에서 모래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 해운대 백사장 복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바다에 모래 퍼붓기 아닐지.





낚시 인구가 700만인지,

천만을 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렇게 더운 날에도 낚시하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낚시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환경과 자연보호를 위해

머문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백사장 위 고속도로, 해운대 백사장이 좁아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길가다 미리보는 2019 해운대 모래축제

모래축제를 준비중인 작가들의 삼연(森然)한 작품제작 손길













2019 해운대 모래축제(5.24~5.27) 준비가 한창.

땡볕에서 정성을 다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모래로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조각할 수 있을까? 행사가 끝나면

그냥 모래로 돌아갈 작품들의 운명이 안타깝다.





모래 축제 작품 사이로 갈매기가

 저공비행으로 무리 지어 모인 곳은 바로 여기..

그 멀리서 냄새를 맡고 날아왔을까?

정보를 서로 소통하며 날아왔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LCT

101층, 411.6m 높이의 랜드마크타워에는 6성급 호텔(260실)과

레지던스 호텔(561실) 그리고 전망대가, 85층의 레지덴셜타워 2개

(높이 각 339m, 333m)에는 공동주택 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

총 3개의 마천루 단지인 셈. 2019년 완공 예정으로 완공이 되면 기존

부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해운대 두산위브 더 제니스를

  제치고 부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기록될 듯..





외국인들에게 노점의 번데기는 사진의 좋은 소재

국적이 어딜까?

반가워서?

생소해서?

신기해서?





미포, 공식적인 오늘 목적지는 여기까지







LCT 옆 공사 중 파헤쳐진 도로,

해운대역이 신해운대 역으로 이전해 가면서 생긴 폐선,

노점상..





시내버스는 울산보다 부산이 양반이었다.

교통환경은 부산이 더 열악한데도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동해선 신해운대 역, 이젠 집으로..)


벡스코 역과 송정역 사이에 있는 역으로 해운대 우동에 있다가

동해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2013년 12월 이곳(해운대구 좌동)으로

이전하여 2016년 해운대 역에서 신해운대 역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올적에 부경대역까지 어떻게 연결되나 했는데 동해선 신해운대 역에 내려 광역전철

신해운대 역에서 환승, 벡스코역에서 다시 부산전철2호선으로 환승하여 왔다.

다음 코스도 신해운대역까지 와야 할 것 같다.





(해파랑길 1코스)




770km 해파랑길.
마음 같아서는 딸랑 괴나리봇짐 하나 메고 유랑한 김삿갓같이
배낭 하나 메고 통일전망대까지 죽 갔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보지만
일상이 있으니 절충의 대상. 울산 인근 구간은 당일치기로 한 구간씩
왔다 갔다 해야 할 것 같고, 대중교통 연결이 잘 안 되는 경주
윗구간은 한 번 나서면 두, 세 개의 코스를 걸어야겠지.


예매한 열차를 타니 좌석이 꽉 차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얼른 돌아갈 열차는 17:54분 차로 예매했다.
길을 걷다보니 예상보다 일찍 끝날 것 같아서 1시간 이른 차로 변경했다.
속도를 늦추었으나 동백섬에 도착하니 15:00, 서두르면 15:53분 열차를 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열차표 변경은 위약금을 물어야 하니 PASS.
덕분에 동백섬 그늘진 벤치에서 열차 시간 맞추느라 피서 나온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엉겁결에 나이를 견주어 보니 비슷한 연배(이런?).
다시 모래축제장 작품 제작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미포를 거쳐 신해운대 역에 도착하니 아직도 30분 전.


오늘 배낭에는 텐트는 있고, 코펠과 버너와 침낭은 없다.
배낭을 제대로 꾸리면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져 어깨를 짓누르겠지만

마음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홀가분한 맨 몸이면 좋겠으나 인생이 그렇듯

자신이 감당할 몫의 무게는 지고 가야 하는 것. 적당한 짐은 속도를

줄이게 하여 놓치기 쉬운 것을 볼 수 있게 하기도 할 것이다. 출발은 했다.

  관건은 어떻게 즐기면서 유의미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가다. 
집 나서면 고생길이지만 산길에 비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