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코스(대변항~임랑해변)

2019. 6. 18. 11:55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770km

해파랑길

3코스

대변항-남산봉수대-기장군청-일광해변-칠암항-임랑해변

17.1km / 09:30~14:30 (여유로운 5시간)


2019. 6. 6(목) 구름, 27







"시작이 반이다."

관용어가 된 말이지만 근원을 찾아보니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동시대인 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 맹자는 "시작을 하지 않고 미리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쳐 버리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작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웅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약간은 부담스럽게 출발하였지만 벌써 3번째 출정이다. 생각이나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고 용기를 내어 일단 시작하고 나면 반을 한 것과 같다. 좋은 시작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라도 무슨 일을 시도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듯 오늘 길을 걸으면 출발점에서

100리를 넘어선다. 다시 생각해도 우물쭈물 시간만 보내다

첫발을 내디딘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시작했으니 열심히 걸을 일만 남았다.







오늘은 기장역까지 가는 7시 13분 열차표를 예매해 놓고도

시외 완행버스를 타고  간다. 울산 시내버스는 정말 문제가 많다.

 버스 승강장에서 손을 들었는데도 버스가 그냥 지나쳐 버렸다.

제기랄!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울산역 가는 버스 한 대를 놓치고 다음 차를

타려니 열차 시간이 아슬아슬하여서 할 수 없이 부산 가는 완행버스를 타러

대공원 주차장으로 갔더니 8시 10분 차다. 현재 시각 7시. 공원 벤치에서

한참 기다려도 시간이 너무 남아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오랜만에 찾은 시외버스 터미널이다.






09:30, 대변항 3코스 기점

예정대로 7시 13분발 열차를 타고 왔으면

8시에는 도착했을 텐데.. 1시간 반이나 늦은 셈이다.

출발하기에 앞서 인증 스탬프를 찍으려고 스탬프 함을 여니

텅 비어 있다. 쇠줄로 묶어 놓은 스탬프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기장 척화비(부산광역시 기념물 제41호)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기장척화비는 원래 대변항 방파제 안쪽의 동해가 굽어 보이는 곳에 세워두었는데

일본강점기 때 일본놈들이 항을 넓히면서 뽑아 바다에 버린 것을,

 해방 후 마을 청년들이 건져내어 이곳에 세웠다가 현재의 위치인 

인근 용암초등학교 교정으로 옮겼다고 한다.


대원군의 척화비를 확인하러 가고 있는데

웬 청년이 뒤에서 아저씨! 아저씨! 고함치면서 따라서 온다.

'왜 그러세요' 했더니 '함부로 사진을 찍으면 됩니까. 사진 지우세요' 한다.

'내가 무슨 사진을 찍었다고 그래요?' 했더니 '사진기 한 번 봅시다'한다.

그냥 가고 싶었지만 시장 상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낭패 당할 것 같아

 보여 주었더니.. '됐어요'하고 그냥 간다. 미안하다는 말이나 하고 가지..

오늘은 아침부터 왜 이러지.. 요즘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겁난다.

그 와중에 용암초등학교를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기장 해안로를 따라가다 장군멸치회촌을

좌로 돌아 한 블록 진행한 다음 우측으로 돌아 산길로 든다.

여기도 다시마를 많이 말리고 있는데.. 이후 과정이 궁금하다. 

그렇게 위생적으로 관리될 것 같지는 않다.







숲길에 드니 한 분이 앞서가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어디까지 가십니까? '했더니 '예, 봉대산 정상까지 갑니다' 한다.

혹시 해파랑길을 걷는 분인가 했는데.. 고도 220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해발 제로에서 시작하니 그래도 산 오르는 기분이다. 초기에는 가파르게

치고 오르기도 했지만 정상 부위는 완전 평지같이 순하다. 비탈길을 한참

내려가니 나타난 죽곡지. 산세에 비해 수량이 많았다.







죽곡지에서는 계속 왼쪽 길로 내려서야 한다.

표식이 없어 농장길을 왔다 갔다 한 덕분에 만난 꽃들이다.

종류가 많은 패랭이꽃이지만 하얀 패랭이꽃은 눈에 익지 않다.

원산지가 우리나라이며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다는 데도..

길을 잃고 꽃을 얻었다.








기장군청 건물, 기장체육관 건물.. 대단한 건물들이다.





옷도 몸에 맞아야 하듯

 차도 주인을 잘 만나야 격이 살아난다.







대변항에서 봉대산을 넘어 기장군청, 기장경찰서를 지나

바다로 왔다. 일광해수욕장에 들어서면 파란 바다와 저 멀리

빨강, 하얀 쌍둥이 등대,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하얀 백사장과

배 모양을 한 바닥분수 야외무대. 이전에 친구의 친구가 공연할 때

사진을 찍어주러 왔던 기억이 새롭다.

잘 꾸민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해수욕장이 끝날 즈음 해파랑길은

좌측으로 꺾어 파랑과 주황, 녹색 지붕 위로 난

길을 따라 바다로 내려선다.






어뭇가사리를 손질하고 있는 분에게

말을 걸었는데 묵묵부답이다. 하던 일만 하신다.

바다 자갈길을 건너 한국유리 부산공장 

담벼락을 타고 간다.





한국유리 부산공장 담벼락을 돌아 나오니

현대식 유리 건물이 나타났다. 이 멋진 건물에 한국수자원관리공단,

부산어촌특화지원센터, 해조류육종융합연구센터가 들어 서 있다.






항구에 배가 점점이 떠 있는 아담한 이동항.

빨간등대가 정겨운데 일상의 바닷냄새보다 진한 짭조름한 냄새가

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저 앞에 말리고 있는 다시마에서 나는 냄새다.

운동장같이 넓은 광장에 새까만 다시마가 끝없이 널려 있다.

바야흐로 지금은 다시마의 계절인가 보다.









해파랑길은 사유지가 바닷길을 끊었다.

도로로 쫓겨났는데 도로변 깔끔한 식당들이 시장기를 돋군다.

그래 오늘도 햇볕에 많이 달구었으니 시원한 물회로 식혀보자.

들어간 미랑 명품물회. 정갈한 물회도 맛있었지만,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이런 멋진 풍경을 사유화하다니.. 사유화한 까닭에 해파랑길은 끊겨

도로로 쫓겨나고, 음식은 맛보다 값이 비싸지고.. 







다행히 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에서

숲길 나무 데크 길로 들어섰다. 운치가 있다. 바닷가에는

  많은 피서객이 텐트를 치고 삼겹살을 굽거니 치킨과 피자를 시키거나.. 

식도락이다. 그러나 이게 뭔가. 곳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당부를

비웃으며 양심까지 버려놓은 모습. 디엔에이 조사라도 해서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 나만 가지는 생각일까!








해파랑길 풍경이 아름답고 정겹다.

데크, 정겨운 해파랑 표식이 인사를 하고 있다.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바람에 실려 온

비린내가 훅 코를 스친다.





해파랑길은 이정표와 표식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구간 거리표가 없어 조금 불편한데, 여기는 확실한 이정표가 서 있다.

목적지 임랑해변까지는 이제 4.5km. 1시간 거리도 안 된다는 희망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이정표가 고맙다.






해변 풍경이 정겹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남매의 모습이 귀엽고

물에 들어간 아빠의 모습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아빠도 아이도 진지한 모습이다.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는 이 우유빛 물의 정체는?

그냥 흘려 보내도 되는 걸까. 냄새가 역한데..






해송과 바다 풍경이 멋진 신평소공원.

화사한 꽃과 어릴 때 팔찌를 만들어 차던 소박한

토끼풀꽃이 소담스럽게 핀 꽃밭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 운치있다.

뒤쪽으로 배 조형물 전망대가 보인다. '세련된 공원과 시골 마을의

만남'이란 팻말이 흥미롭다. 벤치 몇 개와 운동 기구가 풀숲에 나뒹구는

그런 공원이 아니다. 조형미를 한껏 뽐낸 배 모양 전망대와

건축미를 드러낸 카페촌이 길손을 반긴다. 





팔각정에 좀 쉬었다 갈까 했는데 텐트 두 동이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쉼터에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봤더니.. 안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다.

이건 아닐 것 같은데..






칠암항을 들어 서기 전





칠암항에는 야구, 갈매기, 붕장어이색적인 등대가 있다.

특히 야구공, 야구방망이, 글러브 등의 모형로 만든 야구등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종목 금메달을 기념하여 만든 등대다.

야구 조형물 안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적인 무쇠팔 투수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추모관이 마련되어 있다.

칠암항은 붕장어 구이가 특산물이기도 하다.







칠암 붕장어 마을




해창은 세금으로 걷은 쌀을 보관하던 창고다.

해창의 쌀은 양산 서창을 거쳤다고 한다. 주민들은 해창이 있던

이 지역을 ‘창(倉) 마을’로 부른다.











해변 나무 데크 길을 따르던 해파랑길은

해변에서 쫓겨 차도로 나왔는데.. 차들이 쌩쌩 달린다.

 좁은 갓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한다.





밤을 낮같이?

지금은 대낮입니다. 원전이 가까이 있다고

전기를 공짜로 주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에너지 절약합시다.

일반용은 많이 써도 저렴하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의 자를 딴 이름이 

임랑이라는 것. 아직은 사람보다 텐트가 많아 보이는 해변.

아름다운 해변과 주변에 참 많은 카페와 숙소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며

가지는 의문, 고리원자력발전소 코 앞인데.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무관심과 맹목적으로 원전을 지지하는 풍조가 더 위험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지뢰를 밟고 사는 형국인데..





오늘 종착점 임랑해변.







임랑에서 좌천으로..


오늘은 아침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끝까지 그랬다.

14:20분에 임랑에 도착하였지만 좌천역 열차표는 매진된 상태여서

입석이나 버스라도 타야겠다고 좌천으로 왔다. 월내역으로 갔으면 

14:50분 열차를 탈 수 있었다는 것을 좌천역에서 알았지만 떠나버린 열차.

버스를 탈까 어쩔까 하다 16:15분 기차표를 끊고 1시간 넘게 기다렸다.

이게 뭐람. 올 때는 기차를 못 타는 바람에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울산 인근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무궁화호가 서는 동해선 좌천역은

1935년부터 영업을  하였다니 어언 84년의 역사를 가졌다는데

후년에 개통예정으로 한창 건설중인 동해선 광역전철이 완공되면

지금의 정감어린 역사(驛舍)는 역사(歷史)속으로 사라질 운명.

건설중인 새 驛舍는 어마어마하게 웅장해 보인다.






아침에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고 통과해 버려

예매한 열차를 타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가느라 1시간 반이나 시간을

허비했다. 울산 시내버스 정말 문제 많다. 울산역에서 환승하는 것도 그렇다.

어느 차가 먼저 출발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대부분 승차를 차도에서밖에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마저도 몸이 가벼운 사람은 출발하는 차를 잡아

차도에서라도 타지만 노약자들은 어렵다. 시내버스의 존재 목적은 승객보다

오히려 운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울산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나리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지?

  탁상공론만 말고 현장에 나와서 실사구시 자세로 개선하시길..

울산의 관문인데 정말 남우세스러운 일입니다.





(해파랑길3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