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4코스 (임랑해변~진하해변)

2019. 6. 25. 01:40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770km

해파랑길

4코스

임랑해변-고리원전-봉태산 숲길-나사해변-간절곶-진하해변

19.1km / 09:30~16:00 (유유자적 6:30)


2019. 6. 12(수) 쾌청, 31








이번 출정은 지난번과는 좀 다르다.

하룻밤 야영할 짐을 꾸리니 배낭이 아주 무거워졌고,

또 하나는 오늘 부산 지역을 지나 울산 지역에 들어선다.

울산 땅에 들어서는 것이 반갑지만 그것도 잠깐 앞으로

울산에서 멀어지면 며칠씩 이어 걸어야 하므로 야영은 피할 수 없다.

이번에 야영하면서 앞으로 진행할 방법을 찾아 볼 참이다.

하루 의식주를 해결하는데도 이렇게 무게가 늘다니.. 평생 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는 집을 얼마나 가볍게 만들었을까?

인생이나 산행(해파랑길)이나 속도와 무게와의 싸움.

속도야 힘들 때 쉬어 가면 되는 변수지만,

무게는 줄여도 상수에 가깝다.





태화강역에서 좌천가는 열차는 첫차가 오전 7시 13분에 있고

다음 차는 3시간 이상 건너 띈 10시 23분에 있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8시 10분에 출발하는 울산-해운대 시외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대공원 동문 정류장에 여유있게 도착했는데도 벌써 긴 줄을 이루고

있어서 따라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직행버스가 와서 다 태워 버린다.

뒤따라 온 완행버스는 전세낸듯 나만 탔다.





좌천 삼거리에서 한 정류장 거리인 임랑으로 왔다.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해변길로 나오니 딱 마주치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오늘 길은 한동안 고리원전을 마주 보거나 끼고 걷는다. 원전을 피해

산속으로 들었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간절곶까지 가시권이다.





해파랑길 4코스 출발점 임랑 해변.

갈 길을 가늠해 본다. 고리원전이 차지하고 있는 해변을 돌아

봉태산 숲으로 들었다가 서생 신리항에서 바다와 만난 후, 

나사 해변, 간절곶을 거쳐 진하 해변까지 간다.

인증 스탬프를 찍고 출발!






임랑 해변,

해변 도로를 막고 길바닥에 타일 무늬를 넣는 공사를 하고 있어

백사장으로 내려와 걷는다.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지만 파도를 데리고 온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파도소리와 파도가 쓸고가는 모래 소리가 정겹다.

이 아침, 고독하게 혼자 해변을 걸을 줄이야..






다시 해안 길로 올라오니 임랑서핑학교,

가수 정훈희 김태화 부부가 운영하는 '꽃밭에서' 카페와

화려한 벽화로 도배된 건물들과 함께 걷는다.





새벽부터 작업하였나 보다.

다시마를 배에서 차로 옮겨 싣고 있다.






해변을 따라갔더니 카페가 바닷길을 막았다.

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 31호선 국도를 따라 걷는다.

국도 31호선은 부산 기장군 일광교차로에서 함경남도 연변군 신고산면을

연결하는 일반국도다. 원래는 해변을 따라가는 달맞이로가 국도 31호선인데

기장군 문중 교차로에서 울산 회야강 하구까지  새로운 4차선 31호선이 건설 중

(문중교차로-서생교차로 구간은 개통). 이 길로 얼마나 많은 차가 다녔을까?

꽃으로 단장했지만 차도도 인도도 좁다.





다시마가 마르면서 풍기는 짭조름한

바닷냄새가 진하다. 월내 방파제 빨간 등대가 특이하다.

길천과 월내는 둘 다 방파제 등대가 있는 포구. 길천(吉川)은

질맞이골에서 발원한 하천이 있다고 해서 길천이고, 월내(月內)는

달을 품었다는 뜻의 이름이나 원래 이름은 월래(月來)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부터 내려오다 근래에 장소를 옮겨 복원되었다는 

월내장이 2일과 7일에 열린다. 일제강점기 이곳에 있던

군사기지는 진해로 옮겨 갔다고 한다.





길천마을 표지석.

길천과 월내는 장안천(월내천)을 경계로 나뉘지만

그 구분이 무색하게 월내초등학교는 길천(길천2길)에 있다.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산 기장군 장안면 고리, 길천리, 월내리를 살펴보면,

고리는 옛날에 작은 포구라는 뜻의 아이포(阿邇浦)라 불렸는데, 이곳에 이길봉수대가

설치되면서부터 화사을포, 조선 후기에는 화포, 일제강점기 때부터 고리로 불렸다.

1970년 원전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서생면 골매마을과 일광 온정마을로 이주를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나오는 이길봉수대는 이제 고리원전에 갇혀 버렸다.

길천리는 길천본마을과 고원마을이 합쳐져 이루어진 마을로 고원마을은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생겨난 마을이다. 마을의 주업은 농업과 상업.

월내마을은 길천리와 임랑리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 월내역은 1935년 간이역으로

출발하여 1980년 신축되었으며 현재는 동해선 복선공사가 진행중이다.

마을의 주업은 어업과 농업, 도로변의 상업. 어업은 고기잡이보다는

미역, 다시마 양식업을 주로 한다.






고리원전 정문을 지나는 31호선 국도를 따라가다가 

왼쪽 샛길로 접어들어 표식을 보고 걷다보면 해파랑길은

방태산 숲으로 들어 간다.







산에 들기 전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반갑게 맞는다.

그렇잖아도 갈증을 느끼고 있는 참인데 잘 되었다. 제법 많은 딸기가

달려 있었지만 해파랑 길손이 남의 동네 딸기 따 먹고 있는 모습도

 별로일 것 같고, 무엇보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남겨놓고 간다.

산에 들어서니 숲이 울창하고 어디에 이런 산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산길을 걷는 기분까지 나게 한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조금 전 개 짖는 소리가 난 곳이

 애견 '필'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는 애견훈련학교,

서생배영농조합법인을 돌아 나와 온곡교를 건너

효암천을 따라 걷는데.. 효암천을 흐르는 물도 깨끗한 것 같지 않고,

주변에 온갖 산업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과연 저런 곳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이 문제가 없을까 하는 생각..??







원전이 안전하다고 막대한 예산으로

홍보하고 선동을 해도 원전은 정말 정말 위험한 것.

오늘도 뙤약볕 아래서 저렇게 고생하는 사람들은 왜 일까?

독재시대를 유지하려고 발버둥 치던 사람들이 민주사회가 되니

민주사회에서 더 활개를 친다. 민주주의도 자유도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듯, 원전을 절대가치인 양 맹신하는 이들도 저렇게

희생하는 사람들이 그 위험한 원전의 안전을 담보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할까? 좋은 말로 원전이라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핵발전이다. 핵발전은 유사시에는 인간이 통제하기 불가능한 영역도

포함하는 위험천만한 발전방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재 불량,

부실시공, 운전 부주의 등 정말 알고는 그럴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은폐되고 있다.







신리마을.. 고리원전 턱밑이다. 5,6호기 건설 현장.

후쿠시마 원전 재앙을 봤을 때 턱밑이나 수십킬로 떨어진 곳이나 피해는

거기서 거기, 부산시청과 울산시청이 고리원전에서 25km 이내이다.

고리원전에서 30km 이내에 340만명이 살고 있다. 세계에서 이렇게

대도시 인근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나라는 없다.






아 무겁고 착잡한 심정으로 신리항을 걷는다.

항구 끝나갈 무렵 해파랑길은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더니만

이내 바다로 내려선다. 바위에 붙어있는 해파랑길 표식이 

마치 나비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하다.






신암항,

하얀 등대가 멋스러운 신암방파제에는

멸치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돌담은 돌담 자체가 좋지 않을까?

멋을 부린다고 부린 것 같기는 한데 어찌 좀..

할 일 없으면 장독 깬다더니..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에 소재한 서생중학교

중학교인데도 교복이 없이 학생들은 사복을 입는다고 한다.

서생중학교 재학생들은 고등학교 진학시 부산의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는데 그 이유는, 울산시내까지 나가는 시간보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이나 정관신도시까지 가는 시간이 더욱 빠르기 때문이라고..

잘 아는 분이 근무했던 곳이라 더 정감이 있는 학교다.

남녀공학으로 전교생은 300여 명.







햇볕이 따갑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침 전망 좋은 음식점 '미가'가 눈에 들어왔다. 창가 자리다.

창문을 쪼금 열었는데도 바닷바람이 파도같이 밀고 들어온다. 

메밀국수와 시원한 해풍, 멋진 전망.. 좋은 조합이다. 

피로가 싹 가셨다.








나사리. 해변.

거품 바위.. 유난히 거품이 많이 이는 것 같다.

옥색 빛 바다, 모래사장에 얼굴을 내미는 바위가 만들어 내는

하얀 거품이 이채롭다. 그런데 거품 바위를 설명하는 안내판에

하얀 거품을 '아프로디테의 거품'이라고 스토리텔링하고 있다.

거품에서 태어난 미의 여신 그 아프로디테를 말하는 모양이다.

누가 지었는지.. 웃음이 나오는 표현, 귀엽다.






서생 국도변 경관개선(벽화사업)

공사 발주처가 울주군청 원전정책과다.

원전이 정말로 안전한 에너지 면 이런 일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에게 홍보하고, 관광시키고, 우호단체 지원하고, 마을 경관개선..

그리고 원전이나 방폐장을 유치한 지자체에 지원하는 보상금 등.

바늘을 솜으로 싸는 격은 아닐지.. 그렇게 한다고 원전이 안전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한수원은 근본에 충실하길..










자꾸 눈길이 가는 고리 원전

저 구름까지 심사를 불편하게 하는가.






떡바우(떡바)가 보이는 팔각정에 들러

무거운 배낭을 내리고 쉬어 간다. 정자가 있는 곳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지도상으로는 나사리항로표지관리소로

표시되지만 하얀 등대만 하나 우뚝 서 있다. 가끔 찾는 곳이다.

정자가 더 놀다 가라지만 갈 길을 마저 가야지..











아기자기 잘 꾸며놓은 해돋이 카페를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서면 도다리쑥국으로 유명한 떡바우횟집도 나오고..

간절곶 해안길 낯익은 풍경들이다. 간절곶 턱밑이다.






평동항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 손놀림이 바쁘다.

방파제에 쌓여 있는 많은 통발.






간절곶 소망길

지나온 신암항에서 북쪽 진하 명선교까지

10km의 길로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걷는 길이라는데

무슨 소망을 하며 걸어 볼까?






간절곶에 오니 동해바다의 기분이 난다.

지금까지의 파도와는 격이 다르다. 하긴 육지가 바다로

뾰족하게 나온 곳이니 바람도 세고 파도가 거칠 수 밖에..

해풍으로 생선을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있는 간절곶,

2000년 한반도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는 해맞이로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등대밖엔 없던 곳. 1920년 3월 처음 불을 밝힌 이래 80여 년 동안 울산을

드나드는 선박들을 인도해 주던 등대와 전망대, 전시관이 유명하다.
간절곶의 토박이 주인공은 간절곶항로표지관리소와 하얀 등대.

멋쩍게 서 있는 소망우체국, 근래에는 유럽의 최서단 포르투갈 신트라시

호카곶에 있는 카보다 호카곶 탑까지 설치되어 있다. 설치의 변으로 '동북아시아

첫 일출의 상징인 대한민국 울주군과 유럽 대륙 마지막 일몰 도시인 포르투갈

신트라시와 문화 교류 협약을 기념하여 호카곶 상징탑을

이곳에 설치하였다'라는 안내문이 서 있다.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뜻으로

간절곶 1월 1일 일출이 호미곶보다는 1분, 정동진보다 8분 가량 빠르다며

하는 말이다. 날마다 뜨는 해를 두고 지자체 간 기싸움이 대단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해가 일찍 뜨는 지역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데

겨울이 되면 태양이 남쪽으로 취우쳐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일찍 해가 뜨는 것이다.





간절곶 한편에 서 있는 원양어업 개척비

이 비는 한국수산개발공사 남해호에 승선하다 불의의 사고로

이역만리 피지에서 순직한 원양어선원의 개척정신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석이다.







간절곶 풍경들..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간절곶은 바람과 파도가 멋 있다.






송정공원

솔바람 소리와 파도소리가 어우러지는 정말

호젓하고 아름다운 숲길인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이 있었으니

숲속의 쓰레기더미와 널부러진 쓰레기들.. 좋은 숲에서 잘 놀았으면

다음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흔적없이 가야지 이게 뭐람.

정말 야만적이다. 무슨 악취미들일까?







22세기 교과서에 "21세기 인간들은

아름다운 식물과 숱한 동물을 멸종시키고

바다를 오염시켰으며, 자신들이 마시는 공기마저 오염시켰다.

21세기 인간들은 자해 소동 끝에 인간 본연의 풍부한 정서마저도

끝장내 버렸다."라고 쓰지 않을까!





융단 같은 길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유지관리가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덧씌운 것들이 또다른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과잉친절을 받는 기분이다.





계속 이어지는 바다 오염 현장

여기가 무슨 나사 해변의 아름다운 거품 바윗길 같은

풍경을 만들려는 것도 아닐테고.. 적어도 환경파괴에 관해서는

수익자부담 원칙과 훼손자부담 원칙을 통해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솔개공원







솔개해수욕장

그나마 해변에 밀려 온 쓰레기들을 치우는 분들이

수고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고

수거를 제대로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6년 기준 98.2kg으로 세계 1위라는데.. 환경오염이

전 지구적 문제라고 해도 우리가 더 문제다.





해파랑길 공식 사이트인 두루누비에도

간절곶에서 진하해변 가는 길이 바닷길에서 31번 국도로 올라 와 걷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해파랑길은 바닷길로 진하해변까지 가서 좋다.

공식사이트인 만큼 정확한 길 안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대바위 공원을 지나 물 없는 징검다리와

흔들다리를 지나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인 진하해변으로..






진하해변

명선도와 서핑하다 휴식중인 서퍼들..

진하의 여름은 이렇게 오는 것 같다.





오늘 밤은 여기서 유(留)하여야겠다.

하룻밤 머물 요량으로 무거운 배낭을 지고 여기까지 왔다.

주변에 텐트를 칠 만한 곳이 마땅찮아 이곳을 이용하려고 하니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라고 한다. 안경도 없는데.. 잘 보이지 않는

폰으로 어렵게 회원가입 신청을 한 다음, 1박을 신청하고, 

거금 10,000원을 입금완료 하고서야 데크 하나를  배정 받았다.

이 너른 캠핑장에 오늘은 대여섯 가족만 들어와 적적하지만

7월이 되면 이용자가 몰려 추첨으로 배정을 한다고 한다.

가볍다 하여 산 새 텐트를 얼른 쳐 봐야겠다.






명선교에서 보는 일몰


종일 함께 했던 태양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딱히 할 일도 없어 명선교 위에서 30분 넘게 기다려 본다.

지는 해를 이렇게 지겨울 정도로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다니..

석양은 기다린 것에 비해 조금 밋밋하였지만

 긴 기다림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나도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해파랑길 4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