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5. 01:35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솔향 그윽한 솔마루길.. 명품길에서 힐링하다
해파랑길
6코스
덕하역-선암호수공원-울산대공원-고래전망대-태화강전망대
15.6km / 13:40~19:20(유유자적 5:40)
2019. 6. 25(화) 구름 약간, 28℃
이제 해파랑길은
울산 도심을 지나간다. 지난 구간 회야강을 따라
덕하역까지 왔고, 오늘은 솔마루길을 따라 태화강전망대까지 간다.
선암 호숫가 산책도 하고, 함월산 · 신선산 · 울산대공원 · 삼호산을 거치는
솔향 그윽한 산길을 걷는다. 그리고 신선정 · 솔마루정 · 태화강전망대를 거치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도 즐길 수 있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특별히
시내버스로 30분 이내에 출발점에 접근할 수 있고, 도착지점에서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 좋다. 물론 이런 길은 해파랑길 50코스를 통틀어서
이번 구간과 다음 구간뿐이지만 말이다. 오늘은 솔마루정에서
일몰과 태화강 야경을 찍어 보려고 시간을 맞춰 집을 나선다.
그랬으나..
덕하역, 지난 구간 기억을 생생하게 해준다.
기진맥진하여 도착하였지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주어서
고마웠던 덕하역. 오늘 눈 맞춤만 하고 출발한다.
바람개비와 같은 마음, 바람이 불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개비는 할 일이 없어 졸고 있는 것 같다
덕하역에서 출발하여 두왕사거리에서
온산로와 산업로를 횡단한 해파랑길은 이름도 무색하게
SK종합화학 앞 소공원을 거쳐 산으로 든다. 해파랑길이라고 어찌
파도소리만 듣겠는가. 해파랑길 전 구간 중 바다에서 제일 멀리
깊숙히 들어가는 구간이 이번 구간 아닌가 싶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울산의 해안은 거의 공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길이 없는데 솔마루길과
십리대밭길이 없었다면 삭막한 도심을 걸어야 할 것 아닌가?
바다와 멀어진 것을 보상해 주려는 듯 솔마루길과 십리대밭길은
정말 걷고 싶은 명품길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
무성한 풀이 길을 지우고 있다.
저 앞에 보이는 산이 함월산.
산으로 들자 도시의 소음이 좀 줄어드는가 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측으로는 험상궂은 석유화학공단 탑들이 쭈볏쭈볏 고개를 내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망초 금계국을 비롯한 야생화들은
지천으로 피어 지구별의 한구석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환한 모습으로 길손을 반긴다.
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비껴가지 않는다. 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멀리서 보았던
산불감시초소가 나왔다. 정상석이 없는 함월산 정상
울산에는 함월산이라고 부르는 산이 2개다. 이곳과
또 하나는 울산의 주산으로 '달을 머금은 산'에서 유래한 지명인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함월산(含月山, 201m). '동역도'와 '여지도',
'해동지도' 등에 빠짐없이 나오는 산이 있다.
운동시설이 있는 정상에서 능선같이
부드러운 길로 내려서면, 감나무진 삼거리에서 명동삼거리로 잇는
도로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공사장 인근은 해파랑 표식을 다 떼어버려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찾은 길은 양같이 순하게 가다
가풀막지게 내려서니 선암호수공원이다.
선암호수공원은 일제 강점기에 농업용으로 축조한
선암지라는 못이었으나, 공업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4년 12월에 새로 축조하였다. 이후 지속적인 확장공사를 하여
현재 총저수량 200만㎡, 유효면적 1.2㎢에 이르고 댐의 높이 22m.
공원으로 꾸며 울산시민의 좋은 산책공간이 되었다.
문화행사도 자주 열린다.
끝바우(花岩), 신선산 남쪽에 있는 뾰족한 바위
그 아래에 있는 마을을 끝바우마을이라고 부른다.
해파랑길은 선암호수공원을 조금 산책한다. 맛만 보고
또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면서 찬 숨을 돌리는가 했는데
또 오르막이다. 마지막 바위까지 오르면 신선산 정상이다.
울산 남구 선암동에 위치한 이 산은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유래한 지명. 2008년에 세웠다는 정자에 오르면 사방이 일망무제로
펼쳐져 보인다. 울산 시가지는 물론, 서쪽으로 문수산과 남암산,
뒤쪽으로는 석유화학공단, 선암호수공원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저 아래 이전에 살았던 아파트까지 보인다.
정이 든 길이기는 하나 조금은 낯설다.
10여 년 전까지 신선산 아래에 살 때 자주 찾던 곳이지만
산은 그대로인 듯 하면서도 많이 변했다. 떠나자마자 신선산에
정자가 세워진 것 같고, 앙증맞은 숲속 도서관까지 들어서 있다.
숲길이 손을 많이 탄 것 같다.
신선산을 내려선 길은 울산해양경찰서를 지나
아치형 인도교를 거쳐 울산대공원으로 향한다.
다리로 두왕로를 건너면 곧바로 솔마루길이 열린다.
울산대공원을 가로지르는 해파랑길.
이 숲길은 솔향 그윽한 솔마루길이기도 하고,
울산어울길이기도 하고, 낙동정맥 정족산에서 가지를
쳐 나와 돋질산을 거쳐 태화강 하류에서 숨을 다하는
남암지맥과 함께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솔마루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산등성이를 연결하는 등산로라는 의미,
상징은 소나무. 도심 속 60리 소나무 숲속 산책길로
선암호수공원에서 시작하여 신선산, 울산대공원,
삼호산, 남산, 태화강 둔치까지 연결된다.
또, 울산어울길은
총연장 75km의 울산의 주요 탐방로를 아우르는
'길과 길을'을 연결하는 울산의 풍부한 생태.문화요소와
자연경관을 즐기며 울산의 5개 구.군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길이다.
국내 최대의 도심 공원인 울산대공원의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 울산대공원은 규모가 369만 평에 달한다.
시설만 따져도 87만 평이나 된다. SK그룹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에 걸쳐 조성한 후 울산시에 기부채납한 공간이다. 많은 볼거리와
축제가 열리는데 그 중에서 장미축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대공원 동문쪽에 2011년 울산 박물관이 들어섰다.
옥동-농소 간 도로 공사 구간, 산허리를 자르고 있다.
공사장을 지나니 다시 소나무 숲이다.
공기도 맑고 상쾌하다. 넓은 데크와 벤치가 기다리고 있다.
인적도 없어 온 산을 전세 낸 듯 벤치 위에 누워 하늘을 본다.
세미한 솔바람 소리가 들린다. 누워있으려다 잠깐 잠이 든 것 같다.
그 사이 모기들이 웬 떡이냐며 달려들어 포식한 모양이다.
함께하던 남암지맥은 여기서 솔마루길과 작별한다.
남암지맥은 여기서 직진하여 문수산 남암산을 거쳐
낙동정맥 정족산까지 이어간다.
솔마루 하늘길
솔마루길이 처음 열렸을 때는 저 아래 도로를 횡단했는데..
지척에 우뚝하게 문수산이 솟아있고, 그 산자락에 위치한 울산대학교,
그 앞으로 옥현주공아파트, 또 그 앞으로 울산과학관 건물도 보이고,
바로 발밑에 보건환경연구원 들어가는 길도 보인다.
솔마루 산성? 언제 여기에 이런 산성이..
가까이 가서 보니 FRP로 만든 가건물(?)이다.
적들에게 화기를 엄금한다는 방을 붙여야 할 것 같다.
웬 산성문만 있고 성곽은 없노?
삼호산을 지나 능선에서 만나는 갈림길들..
옛날 범이 서식했다고 하여 불리게 된 범장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다. 범장골을 지나 나타난
성지골은 조선시대 유명한 풍수지리가였던 성지대사가
울산의 지세를 파악한 곳이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곳.
그 골짜기는 옥동공원묘지가 들어서 있다.
구불구불한 나무가 산을 지킨다더니
쭉쭉 뻗은 나무들보다 정감이 있어 좋다.
나무들과 참 잘 어울리는 솔마루길.
솔마루정
현재시각 18:00, 오늘 해지는 시각 19:41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태화강을 비롯한 울산의 3면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조망은 좋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 간다. 정자 바닥을 쓸고 닦았다.
그리고는 누워서 한숨 잔 것 같았는데도 일몰까지는 아직 50분이나 남았다.
기다리다 지치겠다. 언뜻 태화강전망대에서 보는 일몰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
얼른 배낭을 짊어졌다. 오늘 여기서 일몰과 야경을 찍으려고 삼각대도 챙기고
시간 맞추느라 점심까지 먹고 오후에 집을 나섰는데도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했다. 시집이라도 한 권 넣어올 걸..
범무골 갈림길과 고래전망대
웬 고래전망대인가 했지만, 그렇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바위에 새겨진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에
태화강에서 고래사냥했다던 그림이 생각났다.
또, 범무골은 범새끼들이 서식했다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며
범굴도 있었다고 한다. 지나오면서 본 범장골이라는 지명과
함께 옛날 이 지역에 범이 많이 살았던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그곳에는 범굴보다 무서운 울산지방검찰청과
울산지방법원이 들어서고, 범보다 무서운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것일까?
솔마루길..
오랜만에 찾았지만 정말 걸어 보고 싶은 길이었다.
마루금을 걷다가 군데군데 활짝 열린 곳에서 즐길 수 있는
가슴까지 탁 트이는 조망과 자유분방하게 자란듯한
구불구불한 소나무들, 맨발로 걸어도 좋을 부드러운 흙길,
그윽한 솔향과 솔잎을 흔드는 바람, 바람 소리까지..
정말 명품길이다.
고래가 보일 것 같지 않은 고래전망대를
지나쳐 온 지 채 15분도 되지 않아 또 나타난 태화강전망대.
말 그대로 태화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싱그런 십리대밭과
울산시가지, 그리고 멀리 강원도 태백의 백두대간 매봉산에서
갈래 쳐 나와 낙동강의 동쪽 울을 이루며 부산 몰운대로
향하는 낙동정맥이 마루금으로 보인다.
옛 언양현의 진산인 고헌산이 우뚝하다.
이제는 태화강전망대를 향해 내려서는 길
솔마루길은 다시 은월봉으로 올라 클로버아파트에서
끝이 나지만, 해파랑길은 여기서 내려서서 길 건너
태화강전망대로 향한다. 솔마루정에서는 더디게 가는 시간을
보내느라 지쳤는데 시간에 쫓기니 내리막길이 더 멀게 느껴지고,
교통신호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지?
해가 막 넘어가려고 한다. 마음이 바쁘다.
태화강전망대와 재현한 남산나루, 나룻배
태화강 전망대에서 일몰시각 5분 후 모습.
솔마루정에서 일몰과 야경을 찍으려 했는데 느긋하게
태화강전망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일몰을 보게 되었다.
수 없이 보며 지나쳤던 태화강전망대인데 처음으로 올라와 봤다.
이 또한 해파랑길을 걷는 덕분에 들릴 기회가 생긴 것 아니겠는가!
바닥이 회전하는 회전전망대여서 가만히 있어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이 재미있지만 한 바퀴를 다 돌 때까지 머무를 사정은
아니어서 1/4 정도 회전했을 즈음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왔다.
생각했던 것 보다 아름다운 전망이 펼쳐진다.
태화강전망대를 내려와서
태화강전망대까지 넣어 한 컷!.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코스는 태화강전망대에서 시작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2km 정도는 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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