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0. 23:59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770km
해파랑길
2코스
미포-달맞이 어울마당-송정해변-공수항-시랑대-국립수산과학원-대변항
16.8km / 09:00~15:00 (유유자적 6시간)
2019. 6. 4(화) 쾌청, 29℃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배나 기차보다내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중
이번에도 태화강역에서 기차로 이동한다.
옛 학성동에 있던 울산역이 이곳으로 옮겨 온 이후 이 역을
찾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해파랑길을 걷느라 연거푸 찾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열차 이용객이 많은 것이 놀랍지만 역내 부대시설과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지반침하로 갈라진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대중교통 환승도 어렵다. 동해선 광역전철화가 이뤄지면 좀 나아질까?
노후한 역 건물이 기차여행의 기대를 반감시키지만
몇 번은 더 이용하게 될 것 같다.
2코스는 미포에서 출발하지만 2코스 스탬프가
해운대관광안내소 내에 있어서 오늘도 해운대해변을 걷는다.
축제가 끝난 모래 조각품들이 조금씩 훼손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일 개장한 해수욕장에 설치된 비치 파라솔이 분위기를 띄우지만,
해변을 거니는 사람은 간간이 보인다. 오늘 길은
와이프와 동행이다.
미포 표지석이 한쪽에 나뒹굴고 있다.
아마도 LCT 공사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철거를 한 모양이다.
갑자기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로 한 친구를 잃은 기분이다.
지난번에 같이 한 장 찍어 둘 껄..
해파랑길과 갈맷길은
동해선 폐철길로 가지 않고 미포교차로까지 가서
달맞이 고갯길로 이어간다.
전망대에서
해운대 백사장과 마린시티, 동백섬.. 그 뒤로 광안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넓던 해운대 백사장이 그믐달같이, 눈썹같이 얇아졌다.
백사장 모래 유실을 방지한다고 설치한 해저 방파제를 알리는 바다 가운데
수중방파제등표가 멀리서 보아도 여럽어 보인다.
해파랑길은 달맞이고개를 조금 오르다가
문탠로드(Moontan Road)로 접어든다. 다른 이름이 없어
문탠로드라 쓰기는 쓴다만 외국어가 한국에 와서 참 고생한다는 생각이다.
달맞이 고개라는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문탠로드라는 어쭙잖은
영어로 덧칠되고 있는 기분이다. 꼭 한복에 넥타이 맨 모습 같다고나 할까.
언어도 시대에 따라 생성 소멸의 과정을 거치지만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우리말을 이렇게 거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외래문물마저도 우리 형편에 맞게 발전시켜야 할 마당에..
새들의 지저귐,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
해파랑길임이 실감 난다. 길의 이름이 주는 거부감이 숲에 들어서도
사그라지지 않지만, 자연은 경이롭다. 예로부터 대한 팔경의 하나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달맞이 언덕의 월출을 감상한다는 숲길이 문탠로드라고..?
'달맞이 오솔길', '달맞이 숲길' 등 좋은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숲을 뚫고 내려온 햇빛이 찬란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멀리서 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도 들린다.
큰길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자동차의 소음도 안 들리고
공기도 맑고 상쾌하다.
청사포로 가는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송정 가는 도로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왔다. 청사포 직전에서
구덕포 방향으로 꺾어 내려서는 것을 놓친 것이다.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해파랑길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다.
청사포에서 송정까지 가는 길은
바다 가까이 내려가기도 하지만 산행의 묘미를 느낄 만큼
제법 숲속을 오르내리면서 휘돌아 나간다.
송정 시가지에 들어서는 해변 길.
숲길에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지만
고맙게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반감시켜 준다.
유치원생들이 바다로 소풍을 왔나 보다.
나란한 신발과 줄지어 놓은 책가방들이 앙증스럽다.
송정해수욕장도 해운대, 송도해수욕장과 함께 지난 6월 1일
개장했다. 다음 달 1일 문을 여는 광안리, 다대포, 일광, 임랑 해수욕장까지
부산의 7개 해수욕장은 8월 31일까지 피서객을 맞는다.
올여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송정해수욕장을 찾을지..
사진의 배경이 되었던 죽도공원, 송일정.
조금 전까지 따갑게 내리쬐던 뙤약볕이 죽도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오히려 추위를 느낄 정도로 바람이 서늘한 바람이 세차다.
송일정에서 바라보는 옥빛 물빛과 하얀 백사장이 아름답다. 마루금을 넘어선
스카이라인은 담장 너머 집안을 기웃거리는 불한당 같아 보인다.
울산시티투어 버스도 타 보고 싶고
부산시티투어 버스도 타 보고 싶다.
송정항.
마주 보는 흰색과 붉은색 쌍둥이 등대가 정겹다.
등대의 등은 녹등과 홍등이 5초에 한 번씩 깜빡이는데
흰 등대에선 녹등이 켜지고, 붉은 등대에선 홍등이 켜져
뱃사람들은 흰 등대, 붉은 등대라 하지 않고 녹등, 홍등이라 부른다고..
조선 시대 기장 구포의 하나인 가을포에 속한 지역으로 일찍부터
포구가 발달한 지역이다.
해파랑길도 해안에 접한 사유지가 많아 큰길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별이그린바다펜션' 쪽으로 갔다가
길이 없어 돌아 나오면서 들어갈 때 구미를 당기게 했던 식당에 들렀다.
오늘은 점심을 근사하게 먹었다.
공수해안길을 따라 걷는 해변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공수항을 지나는데 도로변에는 바닷냄새 물씬한 다시마를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아담한 공수항과 보트 몇 척만 접안할 수 있는 앙증스러운 선착장
공수어촌체험마을 후릿그물체험장 안내판이 서 있다.
공수마을 후릿그물체험장을 지나 풀숲으로 들어간 길은
시랑산 기슭 해안 숲길을 따라 시랑대를 돌아 나간다. 우리 말고도
이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혹시 해파랑길을 걷는 것인지 물었더니
낚시하러 저 모퉁이까지 간다고 하여 의아했는데..
역시 낚시꾼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길은 해동용궁사를 가로지르고, 국립수산과학관을
담벼락을 따라가다 동암항에 이른다.
동암항 너른 길에는 멸치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칼슘왕 멸치는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참 똑똑한 것 같다.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의 말에 따르면 달에는 천년 된 멸치 화석이 존재했다고 한다.
천문학자들은 그들이 우리보다 몇천년 앞서 달에 착륙했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이런 호텔들이..
정말 전망 좋은 곳에 힐튼호텔부산과 아난티펜트하우스해운대,
아난티코드 등 해외 어느 휴양지 못지않은 숙박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어 본다.
대변항과 멀리 죽성성당까지 가물가물하게 보인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나오니 오랑대공원에는 많은 텐트와 캠핑카를 동원한
캠핑객들이 제법 많다. 꽃으로 단장한 길과는 상반되게 오랑대공원 난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길가에 쌓아놓은 쓰레기 부대가 번지르르한
현상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오시리아 해안 산책길..
노란 금계국이 만발한 꽃길을 달리는 사이클리스트들이 멋있다.
오늘의 종착점 대변항이 지척(咫尺)이다.
대변항(大邊港,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대변항의 이름은 조선 후기에 지금의 대변항을 대변포(大邊浦)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한다. 이는 '대동고(대동미 창고) 부근의 포구'라는 뜻인
대동고변포(大同庫邊浦)의 줄임말이다. 대변항은 부산과 경주 감포 사이에서
가장 큰 어항이다. 기장 멸치의 본산으로 국내 멸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곳 멸치는 젓갈과 횟감으로 인기가 있으며 죽도 주변에서 채취하는 미역도 유명하다.
특히 매년 4월에 열리는 '대변 멸치축제' 기간에는 많은 사진작가를 비롯한
관광객이 몰려 국내 대표적인 지역축제가 되었다.
오늘도 30.7℃
기장역..
기차역은 언제나 분주하다.
기차가 들어오면서, KTX가 운행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 한창 공사 중인 부산-울산 간 광역전철이
개통되고, 중앙선 복선 전철화가 완료되어 250㎞/h급 고속열차가
부전역을 출발해 동해선, 중앙선을 통해 청량리역까지 운행되면
울산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
(해파랑길 2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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