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9코스(일산해변~정자항) 까만 몽돌해변 주전을 지나 까치산 전망대에서

2019. 7. 16. 00:01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까만 몽돌해변 주전을 지나 까치산 전망대에서 정자항으로..

해파랑길

9코스

일산해변-현대중공업-주전봉수대-주전해변-까치산전망대-정자항

19.3km / 12:30~18:00 (5:30)


2019. 7. 9(화) 구름많음, 24





오늘은 일산해변에서 정자항까지다.
일산해변에서 도로로 나와 현대중공업 담벼락을
따라가다가 봉대산을 오른다. 봉대산에서 주전봉수대와
망양대에서 동해를 조망하고, 다시 바다로 내려온 길은,
울산 12경 중 하나인 까만 몽돌이 드넓게 펼쳐진 주전해변을 따르다
다시 산으로 간다. 조망이 일품인 우가산 까치전망대는 주전해변이
손에 잡힐 듯하고, 백 리 밖 호미 반도까지 조망되는 곳.
숨바꼭질하듯 다시 바다로 내려선 해파랑길은 아담한
제전항에서 24그루의 느티나무가 있었던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어항 정자에 이른다.






일산해수욕장 입구, 해파랑길 안내판








일산해수욕장에서 나온 길은 한길로 나왔다.

고늘사거리부터는 계속 현대중공업 담벼락을 따라 간다.

담벼락에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총 무효 현수막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크고 작은 현수막이 수없이 걸려있고,

현대중공업 정문에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텐트를 치고

체불임금과 갑질 횡포를 규탄하며 농성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총을 열어

 기습적으로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통과시켰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로 두고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이지만,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후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이

 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미포조선/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현대중공업은 신설회사가 된 것이다.


기업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뉘는데, 분할을 통해

새로 생기게 되는 기업(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배분하면

인적분할, 모기업에서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는 것이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사업과 이익의 알맹이는 한국조선해양이 가져가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부실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분할계획서에 의하면 부채의 97%(약 7조원) 가량이

신설 현대중공업에 승계되는데 이는 향후 구조조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파랑길은 남목 안산삼거리에서

동부현대패밀리아파트단지로 들어간다.







동부현대패밀리아파트단지로 들어 온

길은 남목생활공원 옆으로 난 길로 봉대산을 향해 오른다.

산에 오르면 현대중공업이 훤히 보이고, 중간중간 남목마성

돌무더기도 보이고, 밑동이 검게 탄 소나무가 많이 보인다.


밑동이 검게 탄 소나무는 사연이 기구하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해마다 겨울이면 봉대산은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울산시에서는 방화범

검거를 위해 3억 원의 포상금까지 걸기에 이르렀다. 드디어 방화범이 잡혔고,

방화범 검거에 기여한 시민 19명은 포상금 2억 원을 나누어 받았다.

이름하여 봉대산 불다람쥐 사건이다. 검거된 방화범은 '집안 문제로

화가 나서 처음 방화를 했는데, 멀리서 연기와 불꽃이 치솟고 헬기가

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에 마약처럼 빠져들었다'고 했다

봉대산 불다람쥐는 봉대산 일대에 1994년부터 17년간 37차례에 걸쳐

산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 등)로 2012년 징역 10년 확정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역시 예부터 봉대산은 봉화를 올린

주전봉수대가 있었으니 불과 관련이 깊은 산 같다.






남목마성(南牧馬城)


마성이란 말이 목장의 담을 뛰어넘는 것을 막기 위해

둘레에 돌로 담장을 쌓은 것으로 마치 성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남목마성은 조선 시대 200여 곳의 목장 중

감목관이 파견된 국영 목장 9곳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해파랑길은 임도를 따라

주전봉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주전봉수대


주전봉수대는 조선 세조 때쯤 세워진 것으로,

옛 군사 통신기지.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고 밤에는 횃불을 이용하여

그때마다 일어난 사태를 교신하던 시설. 세종 때 봉수대가 보통 사각형인

것과는 달리 직경 5m, 높이 6m의 돌을 원통형으로 쌓은 것이다.

교신 방법은 오래 탈 수 있는 산 짐승의 배설물을 이용했다.

낮이면 수(燧), 밤이면 봉(烽)으로서, 아무 이상이 없으면 1봉 1수,

국경에 적이 나타나면 2봉 2수, 적이 국경 가까이 오면 3봉 3수,

적이 국경을 넘어오면 4봉 4수, 적과 아군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면 5봉 5수를

올려 신호했다. 북으로 유포(柳浦)를 거쳐 하서(下西)에 이어졌고, 남으로는

천내(川內)·가리산(加利山)·산하(山下)·임랑포(林郞浦)를 거쳐 좌수영에

연결되었다고 한다.  원형이 잘 보존되어 봉수대 연구에 가치가 있어

1997년 울산광역시기념물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네이버 백과 참조)






주전봉수대에서 5분 정도 진행하면

나오는 망양대. 말 그대로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울산 목장지도라는 고문헌에 보면

옛날 봉대산 지역을 망양대라 불렸다는 자료가 있어

옛 지명을 계승하고, 큰 바다를 바라보는 좋은 명소라는 뜻에서

정자를 짓고 이름을 망양대라 했다고 한다.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망양대에 갔다가

다시 맨발로 걸어도 좋을 부드러운 황톳길에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곳에 습지가 나타난다.







산에서 내려온 길은 지하 통로를 통해

 주전가족휴양지 캠핑장으로 내려간다.

몽돌과 파도로 유명한 주전 앞바다다. 이 주변은 캠핑하기

좋은 곳이어서 여름철만 되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얌체족들이 알박기하듯 텐트를 계속 쳐놓고 걷지 않아 

원성이 높은 곳. 올해는 단속하는 모양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전해변 모습

카페와 커피점, 몽돌 여인 김순연 시인의 집까지 단장을 했다.







주전은 몽돌로도 유명하지만

검은 바위에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와

 성난 듯 일렁이는 바다가 장관을 이룬다.







주전 몽돌해수욕장

아직 개장도 안 했는데 벌써 여름 분위기가 난다.

넓은 몽돌밭에는 대형텐트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 둔 것 같다.

개인의 양식을 믿어야겠지만.. 글쎄?






주전 몽돌해변 풍경







용바위를 지나 당사항으로..,

당사항 팔각정에서 잠깐 휴식하며 우가산 오를 준비를 했다.

주전에서 정자에 이르는 해안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일품이지만

해안을 따라 걸으니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참 길도 많다.

누가 이렇게 많은 길을 만들었을까?

봉대산은 남목역사누리길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놓기도 했던데..







강동축구장 방향으로..


현대중공업에서 조성하여 관리하는

강동축구장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와서 처음 소집한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장이며,

월드컵 때 터키 대표팀의 훈련장으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울산 현대의 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잔디 구장 2면에 월드컵 조형물과 관리동이 있고,

주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강동축구장 좌측으로 강동사랑길이 열린다.

해파랑길은 이 임도와 함께 까치산(우가산)으로 간다.








까치산(우가산, 173.3m) 조망


시원한 조망과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듯 세차게 부는 바람은

시원한 것을 넘어 서늘한 느낌이다. 이마의 땀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산이 높지 않은데도 북으로는 100리 밖 호미반도까지 아스라이 보이고,

남으로는 아름다운 주전해변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외국 어느 관광지 해변 풍경 못지않은 조망을 선사한다.

까치가 많아 까치산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오늘은

 까치가 일 보러 갔는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사실은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주전에서 정자까지 그냥 해변길로 가면 좋을 텐데

왜 산으로 가느냐고? 해파랑길이 해변을 떠나 산으로 가는 것도

마뜩잖았고, 마지막 부분에 산으로 오르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런데.. 까치산 전망대에 올라 와 보니 루트를 이렇게 설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생각과는 달리 평 길만 걷는 것보다

산을 오르내리니 피로도 덜한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 정자항까지는 3.1km


까치산 전망대의 탁 트인 조망과 여름을 잊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발걸음을 붙잡지만,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는

길이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무겁게 까치산을 내려섰다.

조금 진행하니 제전항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이정표가 융단 같은 길로 이끌더니, 개망초가 하늘하늘 춤추는

꽃길로도 데리고 간다. 마지막 협곡 같은 길을 지나니 제전항 입구다.

해변 도로는 낯익고 잘 아는 길인데도 해파랑길이 에둘러 여기로

내려올 줄은 미처 알지 못한 일. 자동차로는 5분 남짓한 길인데..

해파랑길은 낯선 길을 많이 가르쳐 준다.






제전항 입구에서 슬픈 전설을 지닌

 능소화가 담장을 너머로 얼굴 붉히며 맞는다.

마을에 들어서니 특이하게도  마을박물관이 있다.

문이 잠겨 있어 아쉽다. 박물관을 만들어 마을의 역사를 보존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이전 우리 집에 내려오던 전통적인 물건들은

새마을 운동을 기점으로 다 사라졌다. 새마을 운동으로 얻은 것도 많지만

새마을운동과 함께 사라진 것들이 아주 아쉽다. 부산에서 학교들 다니다

방학 때 집에 갔는데 그사이 동네가 바뀌어 있었다. 동무들과 놀던 추억어린

골목 돌담이 없어지고, 지붕도 슬레이트로 바뀌고, 집 고방에 있었던 책들, 

지금 박물관에 가면 알아 줄 만한 물건들이

한꺼번에 다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구유동 앞 바다와 벽화가 정겹다.







바다 위로 데크 길이 놓이고,

특이한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풍경이 많이 변했지만,

파도는 이전과 변함없이 춤추고 있는 구유마을

 




바다로 나가길 기다리는 부표와 통발






저 앞에 빨간 고래와 하얀 고래 등대가 있는 정자항

그 뒤로는 부산 해운대같이 개발하겠다고 전을 벌인 강동 산하지구..

그런데 여기는 이게 뭐람.. 플라스틱과 발포스티로폼 부스러기들..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것은 고작 몇 년, 몇십 년이지만 오염되고

파괴된 생태계를 제자리로 돌리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물고기와 농작물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이 참 똑똑한 것 같아도 멸망을 향해 달려간다, 마치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이카로스 같아 보인다.





공터에 즐비한 캐러밴 캠핑카들..


카라반 캠핑가 전용 주차장이 생기기는 하는 것 같지만

10년 전보다 40배나 늘었다는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늘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고, 공영주차장도 받아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후미진 곳에 불법주차 할 수밖에..





정자항, 오늘은 여기까지..




해파랑길 9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