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9. 23:54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하늘에는 UFO 같은 구름, 땅에는
해파랑길
37코스
안인해변-정감이수변공원-풍호마을 연꽃단지-오독떼기전수관
18km / 09:40~14:30 (4:50)
2019. 11. 13(수) 구름, 13℃
이번 37코스는 안인해변에서 출발하여
오독떼기 전수관으로 이어지는 18km의 길로
안인해변에서 봉화산을 돌아 나와 군선천을 건너
해변길을 따르다 하시동.안인사구생태관찰로를 거쳐
비산비야 숲길로 이어가다 풍호연꽃단지, 정감이수변공원,
굴산사지당간지주 등을 만난 후 강릉지역 전통 무형문화재를
보전하고 기리는 오독떼기 전수관에서 끝난다.
6시에 집을 출발하여 9시 30분에 도착했다.
거리로는 약 300km, 참 먼 길이다. 산행 채비를 하고
지난번 찾지 못한 37코스 완주 스탬프 함을 찾아 주변을
살펴보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09:40 안인해변 출발.
정동진 방향 하늘이 저녁 노을같이 붉게 물들어 있다.
안인항에서 봉화산을 돌아 나가니
하늘에 UFO가 나타난 걸까?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접시처럼 보이는 구름이
떠 있다. 렌즈구름.. 정말 신기한 모습이다.
군선강을 건너 염전해변으로..
군선강 하구 염전해변은 지금 공사중
해변을 따라가는데
렌즈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리본도 방향안내판도 인식 패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그냥 도로를 따라가려는데 생태탐방로
해설사께서 사진도 찍어 주시고 안내를 해 주시겠다 하여
생태탐방로로 들었더니 안쪽에 해파랑 리본과
인식 패널이 보이는 것 아닌가.
메이플비치 입구에서 본 렌즈 구름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아스팔트 길을 따른다.
해파랑길은 샛길로 들면서 점점 길을 좁힌다.
가을이 깊어가는 숲길로 들었다.
낙엽이 폭신하게 내려 걷기도 좋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한층 기분을 고조시키는데 여기저기 멧돼지
흔적이 보인다.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축사가 나타났다.
숲길에 들어 처음 만나는 집이다.
숲길을 많이 걸은 것 같은데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여 빨리 걸은 것 같다. 도중에 고라니가
달려가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어디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멧돼지인가 하여 긴장이 되었다.
풍호연꽃단지와 학산마을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니 갈림길에 풍호마을 표지석 서 있다.
UFO 같은 렌즈구름이 여기는 여럿이다.
정말 장관이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지켜봤다.
여유롭게 걸으려 해도 실상은 늘 바쁘고 시간에 쫓긴다.
외계인이 내리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곁눈질하면서라도 갈 길을 가야 한다.
마른 연꽃단지를 지나는데 전봇대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주민들과 갈등이 있는 모양이다.
마을에 들어선 공장들은 환경 보전과 공해가 없도록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주민들과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스티로폼 제조공장 같은데..
농촌건강장수마을답게 게이트볼 구장도
인조 잔디를 깐 국제경기장(?) 수준이다.
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철길을 건너면서 보는 렌즈구름..
이제 모양이 조금 흐트러진 것 같다.
길을 걸으면서 마음이 점점 불편해진다.
정작 있어야 할 갈림길에는 리본이나 방향안내판이 없다.
한 두 곳이 아니다. 이정표가 왼쪽에 있으면 왼쪽길로 가기
마련 아닌가? 덕분(?)에 가을꽃으로 둘러싸인 이쁜 집을
구경하기는 했지만.. 돌아나와 한참을 진행하니
바우길 리본이 달려있다.
다시 산으로 든 길은 7번 국도를 넘고
소나무도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고
봄에는 새순이 돋고 한 뼘 더 하늘을 향해 커 간다.
산길에 어울리지 않는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소나무 낙엽이 덮고 있어 길이 걷기 편하다.
렌즈구름은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오늘은 하늘이
변화무쌍하다. 하늘의 기류를 볼 수는 없지만 구름이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이정표 한번 요란하다.
얕은 비탈을 오르니 정감이수변공원이다.
물빛이 곱다.
여기서 또 한 번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고개를 오르는데 좌.우측에 리본이 달려있고,
진행 방향 정자에 리본이 달려 있길래 정자에서 잠깐 쉬고
마을 쪽으로 내려갔는데 리본이나 방향표시가 안 나온다.
한참을 돌아 나오니 고개 나무에 방향안내판이 달려
있는 것 아닌가? 방향안내판을 왜 제대로 달지 않은 것일까?
방향안내판은 진행하면서 바로 볼 수 있어야지 방향을
바꾸고 난 다음에 보인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길 안내 때문에 숲에 들 때까지는
기분이 상했지만 숲길이 좋다. 사람은 사람들을
실망시켜도 산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억새가 호호백발로 피어 있는 길과
태양광발전 단지 펜스를 따라 걷는 길도 나오고
활엽수들이 찬란하게 마지막을 불태우는
가을 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월은 바람같이
거미줄에도 걸리지 않고, 떡갈나무 구멍을
지나가듯 거리낌없이 날아간다.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은은하고,
호젓하면서도 수더분한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간다.
가을 기분이 완연하다.
트진 숲 사이로 멀리 강릉 시내가 보인다.
스카이베이 경포호텔과 씨마크호텔이 우뚝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봉분에 뿔이 났다 했더니
소나무 밑동에 북을 돋운 모양이다.
덕골로 내려와 덕현리
마을 길을 지나가는데 '여보시오' 하고 부르는 소리..
주위를 둘러봐도 나밖에 없어 저 말입니까 했더니
'이 감 좀 가져가 잡수시오' 하신다.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고
배낭도 무거워 '하나만 가져갈께요' 했더니 절뚝절뚝 걸으시면서
광으로 가서 비닐봉지를 가져 오시더니 감을 다 담으시는 것 아닌가!
그냥 하나만 가져가겠다고 해도 가면서 먹으라며 막무가내로
떠 맡기시는데 더 사양하면 안 될 것 같아 마지못해
비닐봉지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마워서 어머님 사진 한 장 찍을게요.
사진은 무슨.. 하시며 손사래를 치시는데 그래도
한 장을 찍었다. 포즈를 취해 주시면 이쁘게(?) 한 장
찍어 드리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얼굴에 분을 한 번도 발라
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이전에는 정말 고우셨을 것 같다.
말씀을 들으니 젊으셨을 때는 설악산을 밥 먹듯이 올랐을 정도로
열정적인 산악인이셨다. 지금은 무릎이 아파 잘 걷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것도 한쪽 다리는 수술을 하셨는데, 다른 다리는 이제
나이가 많아 수술을 안 해준다면서 그대로 살아야지 하신다.
어머니와 연세가 같으신데.. 갑자기 엄마 같은 마음이 들었다.
어머님 잘 먹을게요.
정에 못 이겨 받기는 받았지만 짐이었다.
짐도 줄일 겸 도로 측량하는 분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니 정말 좋아들 한다.
좋아하는 것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아침을 5시에 먹었는데 점심때를 넘겼지만 오는 동안
식당이 없어 출출한 차에 잘 되었다. 감 3개를 먹고 나니
든든하다. 어떻게 아시고..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다정도 병인 양..
그렇게 기분 좋게 상기된 상태로 걷고 있는데
여기서 또.. 해파랑표식도 강릉바우길 여기 달린 것 말고는
주변에 다음 표식이 없다. 큰길을 따라 직진했다. 한참을
걸어도 리본도 방향안내판도 없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돌아와
다시 좌측길로 들어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진행 방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리본이 달려있다. 강릉 구간 해파랑길
표식은 아마 초등학생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킨 것 같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알려야 할 방향안내판은
정작 있어야 할 이런 곳에는 없고 그냥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그런 곳에 달려있다.
여기도 마찬가지..
리본이 왼쪽에 달려 있어 직진했는데
가다 보니 길이 없다. 리본이 달린 곳까지 돌아 나와
벌판으로 가다 보니 이정표가 서 있다.
젠장.. 장난치냐!
금광초등학교 앞 여기도 마찬가지..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어디에도 방향안내판이 없다.
리본은 오른쪽에 달려 있다. 정말 웃긴다.
서울로 갈 배추도 차곡차곡 실리고
옆 과수원에서는 사과수확이 한창이다.
이전에는 대구가 사과 주산지였는데..
이제 강릉에도 사과가 잘 되는 것 같다.
오독떼기 전수회관 가는 길
이제 37구간 종착점이 턱밑까지 왔다.
벌써 잎을 다 떨군 나목과 곧 나목으로
겨울 북풍한설과 맞서게 될 은행나무..
지금은 흔해졌지만 역시 가을을 상징하는
단풍은 단풍나무와 은행나무 아닌가.
단풍들면 다 단풍나무지만..
굴산사지당간지주..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좋지 않아
빌려 온 사진을 대신 올린다.
학산 오독떼기전수회관
오독떼기는 강릉 일대에 전승되고 있는 김매기소리로
'학산 오독떼기’는 1988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다.
<오독떼기>는 『조선왕조실록』에 세조가 동해안 일대를 돌아보다가
<오독떼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아 소리를 시켜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5음 음계로 되어 있고, 장단은 일정하지 않은 자유스러운 장단으로 되어
있다. <오독떼기>의 후렴구는 마치 범패와 같이 장인굴곡(長引屈曲)
되는 소리로 부르는데, 특히 <꺾음 오독떼기>가 더욱더 그렇다.
강릉 농언(農諺, 농사 관련 속담)에 “오독떼기는 엉덩이와 똥꾸로
뀐다(부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음이 고음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부르기가 몹시 힘들다는 표현이다. 그렇기에 농부들은
노래를 하다가 힘이 들면 그 사이에 ‘중간소리’를 하는데
이것이 잡가와 <사리랑>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37-38코스 종합안내판
해파랑길 강릉구간 안내표시는 문제가 많다.
정말 개념없는 것 같다. 방향안내판이 갈림길에는 없다.
정작 있어야 하는 곳에는 없고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곳에는
달려 있다. 강릉바우길에 얹혀가는 해파랑길이라 해도 그렇다.
바우길이든 해파랑길이든 안내표시를 똑바로 하기 바란다.
모르겠더든 해파랑길 동해시에 가서 배우기 바란다.
초등학생에게 방향안내판이나 리본을 달아라 해도
이렇게 달지는 않을 것 같다.
강릉길..
수더분한 산길도 좋고, 어머니같이 인정많은 분을
만나 잊지 못할 멋진 여행이 되기도 하지만, 해파랑 안내가
그 좋은 기억들을 지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파랑길 37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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