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1. 23:34ㆍ길따라 바람따라/해파랑길
웃고 넘지 못할 웃재, 해파랑길로는 위험한 길
해파랑길
34코스
묵호역 입구-묵호등대공원-망상해변-웃재-옥계시장
18.9km / 10.31 10:30~15:50 (5:20)
2019. 10. 31 (목) 맑음, 23℃
해파랑길 34코스는
삼척 동해 구간 중 동해시 발한동에서
강릉시 옥계면을 잇는 길로, 묵호역에서 출발해
묵호등대공원과 대진항, 국민 관광지 제2호로
지정된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 망상해변을 지난다.
이후, 산길로 들어 웃재를 넘으면서 동해시와 작별하고
강릉시에 들어 옥계시장에 이르는 길로, 바닷길과
어촌마을, 산길을 아우르는 구간이다.
어제는 초저녁까지 걸어 동해역에 도착했고,
아침에 동해역에서 출발하여 1시간 반을 걸어
33코스 종착점 묵호역 입구까지 왔다.
지금 시각 10:00,
묵호역에 들러 잠깐 매무새를 정리하고
또 오늘 내가 나에게 지워 준 몫의 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선다.
지난번 후포항을 지날 때 울릉도가 그렇게
가고 싶더니만, 오늘 묵호항을 지나면서도 올해
울릉도를 가려다 못 간 것이 못내 아쉽다.
묵호항 입구에 있는 여객선 터미널을 지나면
어선들이 즐비한 묵호(본)항이다. 어판장을 지나면
산소통을 묶은 리어카가 줄지어 서 있는 뒤쪽으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묵호수변 공원을 지나는데 바다가 정말
아름답게 빛난다. 작은 은구슬이 톡톡 튀는 것 같다.
볼거리 많고 흥미로운 묵호 명물 논골담을 걸어 보고
싶지만 잠깐 둘러보고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어서
오늘은 그냥 패스하고 망상해변으로 향한다.
저기 저 구조물은? 스카이 워크?
문어 조형물이 있고 그 조형물에는,
'조선 중엽 인품이 온화하고 덕망이 있으며
주민들로부터 한 몸에 존경을 받는 호장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앞바다에 배 두 척이 나타나서 마을을 급습하였다.
호장은 이들과 맞서 용감히 싸웠으나 힘이 부족했다.
침입자들이 약탈한 재물과 호장을 배에 싣고
돌아가려 하자 주민들이 달려들어 호장을 구하려 하였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었다. 호장이 노하여 침입자들을 크게 꾸짖자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번개가 치며 광풍이 심하게
일어 호장이 탄 배가 뒤집혀 모두 죽고 말았다.
남은 한 척의 배가 달아나려 하자 갑자기 거대한
문어가 나타나 그 배를 뒤집어 침입자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그때 나타난 큰 문어가 호장이 죽어 변신한 혼이라고 전해진다.
그 후부터 마을에 평온이 찾아왔고 지금도 착한 행동을 한 사람이
이곳을 지나가면 복을 받게 되고, 죄를 지은 사람이 지나가면
그 죄를 뉘우치게 해 준다고 전한다.'고..
까마귀가 바위에 새끼를 쳤다는 '까막바위'
서울 남대문에서 정동 쪽이라고 한다.
어달항 앞바다 등대가 특이하다.
여기는 방파제가 파손되어
도로가 바닷물에 쓸려 내려갔다.
어달해변
대진등대
대진항에서 조금 앞서 자전거로 타고 가던
동해안을 종주 중인 라이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막 출발하려는데 조금 전 묵호항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분을 여기서 또 만났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독도 사진 전문 이효웅 작가였다.
20년간 13회 독도를 탐사하여 촬영하신 분.
혼자서 코스모스 호라는 이름의 보트를 제작해 탐사하기도
했고, 독도에서 카약을 타고 동굴 구석구석 탐방하며
사진을 촬영하여 전시 중인데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60장의 사진을 교체했다고 한다.
망상해변 가는 길
망상해변 직전 노봉해변 입구
망상해수욕장과 망상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망상해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이제 발바닥 통증도 점점 심해지는데
운동화를 신고 그 산길을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망상해변에서 만난 모든 사람은 모두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웃재로 가지 말고 도로를 따라 옥계로 가라고 한다.
'주변에 식당이 있냐?'고 물으니 식당은 없다고 한다.
빵으로 요기를 하고 웃재로 가느냐 해변 길로 가느냐
일단 큰길로 나가서 버스 시간부터 확인해 보자
하고 큰길로 나가니..
동해보양온천컨벤션호텔
망상해수욕장 정문 쪽으로 나오니
제법 근사한 식당이 있었다. 여기에 식당이 있는 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주변에 식당이 없다고 했을까?
점심을 먹고 나니 산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래 가자.. 이 정도쯤이야.
해파랑길과 동해안 자전거길이 갈린다.
해파랑길은 동해선 철로 교각, 7번 국도와
동해고속도로 굴다리 밑을 통과, 산길로 들어
웃재를 넘어야 한다.
비탈을 오르니 하얀 억새가
바람에 은빛 물결로 살랑살랑 일렁인다.
올해는 태풍으로 남부지방 억새는 벌써
꽃술을 다 날려 버렸는데..
승용차 한 대가 달려오더니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뿌리를 치고 넘다가
바퀴에 꼈다. 용감한 김 여사 그것도 닛산을 몰고..
그냥 가려다 바퀴에 낀 나무를 빼줬는데도
인사도 없이 그냥 간다.
아스팔트 길에서 왼쪽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서니
민박, 펜션들이 드문드문 있는 기곡마을을 통과하여
또 야트막한 고개를 넘는다.
고개를 넘으니 좌측으로는 망상 앞바다와
조금 전에 지나왔던 동해보양온천 컨벤션 호텔이 보인다.
이제 산길이 시작되나 했는데 하늘터펜션이 나오고
저 아래 약천마을이 나타났다. 에둘러 여기까지 왔는데
약천마을은 한길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
약천마을 남구만 선생 유허비
남구만은 조선 후기 문신으로 영의정까지 올랐다가
벼슬에서 물러나 전원생활을 할 때 쓴 작품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지저귄다
소를 칠 아이는 여태 아니 일어났느냐
고개 넘어 서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개가 지키고 있는 대문 위에는
'열녀..삼척김씨지문'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표석에 안내문을 새겨 놓았는데..
'선혁의 딸이며 김윤수의 처로서 심곡에 살았다.
20세에 남편이 위독할 때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였으나
구하지 못하였다. 이에 같이 죽으려고 문을 잠그고
명주 수건으로 목을 맸으나 식구들이 발견하고 살렸다.
다음에 묘 앞에서 통곡하고 나뭇가지에 목을 맸으나
초동들이 풀었다. 다음 해 대상 날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남편의 상막에 목을 메 죽었다. 철종 때 나라에서
특이한 행적이라 하여 열녀문을 내렸다.'
산촌 논에도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 있다.
일손이 달리는지.. 언제 추수를 할까?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도 가축을 키우는
집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방역 중 출입금지'라는
팻말은 이 길로 외지 사람들이 좀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고갯마루에 드러누워 하늘을 쉰다.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없다더니.. 승용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건만..
고개를 넘자 비포장길이다.
잠시 후 조그만 정자가 나타났다. 잠시
쉬어가려고 배낭을 내렸더니, 몰고 가던 분이 트랙터를
세우고 다가왔다. 4년 전에 고향으로 귀농하여 아랫마을에
사신다는 농촌지도자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기서부터는 길도 험하고, 멧돼지가 많이
나타난다면서 조심해서 가라고 한다.
마을 분 말이 맞았다.
멧돼지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떤 곳은
파헤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곳을 해파랑길이라고..
생각이 방정인지..
웃재를 넘는 길이 없다고 한 사람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며 속으로 욕했는데
그 사람들의 말이 맞았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웃재를 넘어 인가가 있는 곳까지 10여 분 걸렸는데,
도중에 무성한 풀이 길을 덮었고, 지난번 비로 길이 패여
엉망이 되어 있다. 무엇보다 멧돼지 출몰지역이니
해파랑길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일반인들이 다니기엔 문제가 많다.
나름 긴장했는지 발바닥이 아픈 것도 잊고
웃재를 넘었다. 운동화가 내리막길에는 쥐약인데..
마을에 내려오니 그동안 관심도 없었던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한다. 옥계는 아직 멀었는데..
지난번 큰불이 난 지역이다.
2019. 4. 4. 23시 46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해시 망상동 일대로 확산하여
약 17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옥계 지역에서만
산림 180ha가 소실되고, 주택 98동이 불에 타
129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형 산불이다.
큰불이 나고, 물난리까지 덮쳤으니..
이 지역 주민들은 트라우마가 심할 것 같다.
산불 당시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쳐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주수천변의 한라시멘트 공장
주수천을 가로지르는 천남교를 건너..
해파랑길 34-35 안내판
강변 산책길을 따르다 현내교와 만나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꺾어 가니 오늘의 종착점 옥계현내시장
옥계 버스 시간표
이제 동해역으로 돌아 갈 일만 남았다.
동해역을 가려면 묵호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하행
버스시간표는 찢어 놓았다. 같이 차를 기다리던 분이
핸드폰에 담아놓은 버스 시간표를 보여 주신다. 그분과 같은
버스를 탔다. 나는 묵호에서 환승하려 했는데 버스를 타면서
봤다며 이 차가 동해역까지 바로 간다고 또 알려 주신다.
난 왜 못 봤지? 여러모로 도움 주신 분 감사합니다.
14-2번, 아무리 찾아봐도 옥계시장에서 동해역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는데.. 감사하게도 그 시간 그 버스를
만난 것과 동해역까지 가는 줄 모르고 탔는데도 그것을
알려 주신 분을 만난 덕분에 쉽게 동해역에
도착할 수 있었던 기분 좋은 날.
해파랑길 34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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