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섬 중의 섬 올레길1-1코스를 걷다

2020. 2. 6. 23:57여행/여행기





섬 중의 섬 우도, 올레길 1-1코스를 걷다.


2020. 1. 14 (수)






삼세번이다.

우도는 한라산 산행보다도 가기 힘들었다.

지난 가을에는 제주공항에서 전화로 확인하고 성산항으로 갔는데

항구에 도착하니 파도가 심해 배가 뜨지 않아 가지 못한 적도 있다.

삼세번인데.. 이번에는 갈 수 있겠지?





암만 생각해도 내가 성산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모슬포도 좋아하지만, 제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 성산인 것 같다.

일출봉도 좋고, 광치기 해변도 좋고, 성산 일출과 야경까지 다 좋아하는데

거기에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까지 한몫하는 것 같다.

오늘도 새벽부터 성산에서 일출을 담아 보려고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하늘은 온통 검은 구름.. 일출 시각을 한참 넘긴 시간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먹장구름을 뚫고 붉은 햇살이 터져 나온다. 

이러니 성산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아침이야 짐 챙겨 나와서 먹으면 되겠지만, 당장 지고 나갈

배낭이 부담스럽다. 어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라산 오르느라 

힘을 썼는데 오늘도 저걸 메고 돌아다니려니 부담스럽다. 

짐을 덜기 위해 오늘 하루 더 이곳에 머물까 하고 프런트에 

전화를 하니 이 방을 그대로 써도 된다고 한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에서 나와 사진을 찍으며 

광치기 해변을 걷다 맛이 일품인 '미풍해장국'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 반, 

달리듯 바삐 걸어 성산항에서 우도 가는 11시 표를 샀다.

오늘도 파도가 제법 심한데 다행히 배가 뜬단다.





우도 가는 배에서 본 성산 일출봉





성산항에서 하우목동항까지 15분 남짓 걸린 것 같다.

우도는 성산항에서 천진항과 하우목동항을 오가는데 하우목동항이 

조금 더 멀다. 하선을 한 항구와 관계없이 승선할 수 있다.

왕복 요금은 성인 기준 10,500원 





우도에 내리자 제일 먼저 반긴 것은 스쿠터와 전기차.

스쿠터 타러 우도에 오는 젊은 연인들도 있다고 하더니..

우도 이동 수단은 버스, 전기차, 스쿠터, 오토바이 등 다양하다


난 걸어서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볼 참이다.

올레길 1-1코스를 따라서







홍조단괴 해빈, 제주도 말도 아닌 것이 

되게 어렵다. 안내판 설명도 동어반복이다. 

홍조단괴란 붉은빛 또는 자줏빛을 띤 해조류의 체내에 축적된

탄산칼슘이 나중에 단단하게 굳어져 돌처럼 형성되는 것으로, 

홍조류가 만들어 낸 분비물과 조가비로 만들어진 백사장이다.

이곳의 홍조단괴는 학술 가치가 있어 지정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반출을 금지,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해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파도가 제법 거칠게 이는데 백사장에는 특이한 

포즈로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우도를 찾은 사람은 대부분이 젊은이들인데 

중국 젊은 여성이 많은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걸었는데 걷다 보니 

역방향이다. 우도 올레 총 길이는 11.3km, 4~5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벌써 1.4km를 걸었다고 

이정표가 알려 주고 있다.







간이선착장 너머로 지미봉도 보이고,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일출봉도 손에 잡힐 것 같이

가까워 보인다.







삼다도라더니 정말 돌이 많다.

돌담도 돌탑도 예술이다.







천진항


올레 1-1코스 출발점이 천진항, 여기서 시계방향으로 걸어야 

하는데 난 하우목항에서 출발 한 데다 역방향으로 걷고 있다.

맞바람을 맞으며 3.3km 정도 걸은 것 같다.







천진항 대합실 건물 옆 골목에서

우도 해안 길로 들면 해안을 따라 돌탑과 돌무더기가 

이어지는데.. 문대할망 구비전승 안내판이 서 있다.


재미있는 설문대할망 구비전승 안내판 내용을 옮겨보면,

소섬(우도)은 처음부터 지금처럼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었다. 

설문대할망이 외출을 했는데, 바싹(조급히) 오줌(소변)이 마려웠다. 

그래서 한쪽 발은 오조리(성산읍)의 식상봉에 디디고, 한쪽 발은 

일출봉에 놓아 앉아 오줌을 쌌다. 그 오줌 줄기의 힘이 어떻게 세었던지 

육지가 파이며 오줌은 장강수(장강수)가 되어 홀러 나갔고, 제주섬 

한 조각이 동강이 나서 떨어져 나갔다. 이 섬이 바로 소섬, 우도다. 

그때 흘러나간 오줌이 지금의 성산과 소섬 사이의 바닷물인데, 

그 오줌 줄기의 힘이 워낙 세었기 때문에 깊이 패어서 고래나 

물개 따위도 살 수 있는 아주 깊은 바다가 되었고, 그때 세차게 

오줌이 흘러가던 흔적으로 지금도 이 바다는 조류가 세어서 

배가 난파되는 일이 많다. 여기에서 배가 깨어지면, 

조류에 휩쓸려 내려가 그 형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름에 얽힌 설문대할망 설화]

설화적으로 한라산을 창조했다는 전설의 여신인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소가 누워 머리를 든 형국인 와우형의 우도에서 

치마폭에 흙을 싸고 가다가 떨어뜨린 흙이 오름이 되었다고 했다. 

설화 속의 설문대할망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거녀(巨女)였다. 

한라산을 엉덩이로 깔고앉아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디디고, 

한쪽 다리는 서귀포 앞바다의 지귀도에 디뎌서 

우도를 빨랫돌 삼아 빨래를 했다.






웃음을 참으며 해안 길에서 벌판으로 들어 조금 걸으니 

숲속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스쿠터와 차들이 씽씽 달린다. 

곧이어 넓은 광장에 올레 쉼터가 나오는데.. 우도봉 오르는 길목이다. 

여기까지 버스나 렌터카, 스쿠터 등을 타고 와서 

우도봉을 걸어서 오른다.







쇠머리오름을 오르는데 승마장도 보이고..








아찔한 직벽 옆으로 난 길로 쇠머리오름 정상을 향하여..






정상에 오르니 길을 막아선 

철조망과 제주해안경비단장의 경고문. 

제법 힘들게 올랐는데 이게 뭐람..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성산 일출봉이 손에 잡힐듯한 조망은 일품이다.





올랐으면 내려가야지.. 

오를 적에는 기대가 있어 힘이 나고,

내려갈 적에는 힘 안 들이고 내려갈 수 있으니 좋다.

성산 일출봉과 성산 일대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한라산은 구름 속에서 잠자는 듯..






내려가다 등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니

올레길 시그널이 반갑게 맞는다. 정상에서 길을 조금만

내어 주면 곧바로 연결될 것 같은데..





등탑을 지나니 저 아래 검멀레가 펼쳐진다.

검멀레란 해안의 모래가 검은색을 띠고 있는 데서 유래한다는데

검은 모래사장은 전방 움푹 들어간 곳에 있어 보이지 않는데 

바닷가 돌도 다 검게 보인다. 능선 융단 길을 걸으며 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뒤돌아보니 

등탑은 기능이 사라진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도 등탑이

갈 길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바람도 시원하고, 정경도 시원하게 펼쳐진다.





我愛中國, 제주도가 중국 땅이냐? 

낙서판이지만 뜨끔하다. 나도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우리도 주변국에 당당할 수 있을 힘을 키워야 하는데.. 

국회는 세비 올리고 수당 만들고, 각종 특혜와 자신들 

기득권 유지와 확장에만 만장일치가 되는 것 같다.. 개점 휴업에 

열었다 하면 허구한 날 발목 잡고 싸움질만 하니 될 일도 안 된다.

범을 만들기 위해 있는 곳이 국회니, 국회의원이 법을 

얼마나 많이 잘 만들었는가를 보고 판단할 수 없을까? 

왜 목소리 크고 싸움 잘 하는 자를 뽑아주지?

싸움 잘하는 자는 격투장으로 보내자.







멍 때리고 있는 망아지?







검벌레 모습

남쪽으로 후해석벽이 장관인데

절경을 바라보고 자리 잡은 카페들에는

제법 사람들이 붐빈다.


여성 두 명이 조그만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찍어 주었더니 "씨에씨에"라 한다.

'씨에씨에'는 '감사합니다'라 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조일리 복지회관 앞 쉼터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휴식, 짐은 부리고 나오기 잘했다.

점심 시각이 지났는데 주변에 식당이 없다.






숲길 사이로 난 신작로를 걸으며

길섶의 수선화도 만나고..










하고수동, 

 여기도 검멀레 같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거의 모두 젊은이들인데 반은 중국인 같아 보인다.







하고수동해수욕장.

청옥빛 물결이 실어 나르는 해풍의 비릿한 냄새,

제주의 원형을 오롯이 간직한 우도의 시리도록 푸른

물빛 따라 걷는 올레길은 가장 제주다운 모습이 아닐까!

키 큰 야자수가 마치 남국의 풍경 같다.








제주스런 돌담을 걷는데 

담벽에 마릴린 먼로가 나타났다.

바람 많은 제주도에는 치마를 입고 오지는 않은 듯..











제주도에서 돌담을 많이 보았지만, 오늘 오봉리 

들길을 걸으면서 '흑룡만리의 섬'이라는 제주도를 실감한다.

김상헌은 『남사록』의 풍물편에 “이 땅에는 바위와 돌이 많고 흙이 

덮인 것이 몇 치에 불과하다. 흙의 성질은 부박(浮薄)하고 건조하다”며 

제주의 열악한 토지환경을 기술하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돌 땅을 

억척스레 일구며 살아 온 것을 실감한다. 밭을 개간해도, 집터를 

닦아도, 바다로 나가도 피할 수 없었던 돌을 극복하고, 이용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인고의 삶이 점철된 것을 느낀다.





돌담이 보기에는 정겹지만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온 모습이 엿보인다. 까만 돌담이 감싸고 있는 

초록의 청보리밭, 그림은 좋다만..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하게 느껴지는 풍경 속을 걸으면서

단순해지는 마음결이 느껴지는 곳이 우도인 것 같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나는 초록의 생명 빛이 고난과 역경도 

이겨내라 용기를 주는 것 같다.







간간이 보이는 보리밭을 제외하면 

온통 무채색이었던 벌판을 지나 마을로 들어오니 

단층 슬레이트집과 그 집을 감싸 안은 낮은 울담 안의

 빨강 파랑 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이 정겹다.








얼기설기 쌓은 제주 돌담..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바람은 이 돌담에도 걸리지 않는 것 같다.

태풍이 몰아치거나 폭우가 내려 거센 물결이 휩쓸고 지나가면 

돌을 다듬고 가공하여 빈틈없이 쌓은 조경돌담은 곧잘 무너지지만, 

얼기설기 막 쌓아 놓은 듯한 전통 돌담은 잘 견딘다고 한다

제주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제주의 돌은 검은빛 다공질(多孔質) 현무암인데,

이런 돌들은 용도에 따라 밭의 경계로 쌓은 밭담, 집 주위를 두른 

울담, 목축장의 잣담, 바닷속 원담, 무덤가 산담 등으로 사용되었다.

또 축조 방법에 따른 전통 돌담의 종류는 백켓담, 외담, 겹담, 

잣 길, 경치돌담 등으로 구분된다.





돌담에 취해 걷다 보니 벌써 하우목동.

우도전기렌트카가 줄지어 서 있는데 돌담만큼

정겹게 여겨지는 않는다.





2시 50분, 

11시 15분에 우도에 들어와 3시간 동안 올레길 

1-1코스를 걸었다.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승선 중인 3시 배를 보고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삼 세 번 만에 온 우도를 탈출하듯 나가려는 

이 마음은 또 무슨 마음일까? 

마치 산이 좋아 산에 들었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빨리 산을 

나서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달리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다음에 오면 마지막 배로 나갈 수 있으려나..





오늘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제주도에 딸린 60개가 넘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자,

우도 밖에서 바라보면 마치 소가 드러누은 형상으로 보여 

소섬이라고도 불리는 우도..






풍력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지만

오름을 파헤치고 하늘금을 허물고 서 있는 발전기가 

불한당 같아 보인다. 물론 중산간 지대를 파헤쳐 유락단지를 

만든 것보다는 양반이다만.. 중국인이 제주도를 너무 훼파했고, 

최근에는 도로 확장한다고 비자림 울창한 숲을 무자비하게 벌채했다. 

올 때마다 제주다움을 잃어 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유네스코가 인정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역겹다.











언덕 위에서 본 성산포항

오른쪽 하얀 건물이 유람선/도항선 대합실이다.

 삼세번 만에 들렀는데 3시간 반 머물고 나오다니..

그나마 올레 1-1코스를 걸었고, 오봉리 들판을 걸으면서 

조각보 같은 돌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의미는 있다.

나왔으니 광치기 해변에서 놀다 들어가야겠다.

우선 점심 겸 저녁부터 먹고..






 
Adele
/ Make You Feel M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