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갖는 FTA 관련 생각 둘
2009. 7. 12. 21:44ㆍ여백/살아가는이야기
농촌에서 가지는 FTA 관련 생각 둘
하나. 식량주권까지 포기해서야...
농사란 무엇인가? 나라도 내팽개치는 벼농사란 무엇인가?
적어도 우리 가족들에게는 만사를 재껴놓고 달려가서 거들어야 하는 일.
그것은 농삿일을 그만 두시라고 해도 제 몸 하나 운신하기도 힘드신
어머님이 논 8마지기의 농사를 손수 지으시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보다 먼저 잘 하셔야 하는 어머님의 열심과 정성이 아버님 계실
때보다 농사를 더 잘 지으시지만 자식들은 하루라도 빨리 농삿일 그만 두시기를
원하지만 한 해만, 한 해만 하시는데 기력은 날로 쇠해가니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도 5시에 일어나 와이프와 함께 시골로 향한다.
올해도 벼 수매가가 또 얼마나 더 내릴지...? 작년 기준으로
벼 한 가마에 48,000원, 논 한 마지기에 10가마, 8마지기 수입은 고작 384만원.
농사짓느라 든 농약 값, 비료값, 경운기, 이앙기, 콤바인 사용료, 일꾼삯, 벼 건조비용,
하다못해 모판흙 값까지 주고 나면 뼈 빠지게 일한 노동의 댓가는 어디가고 남은 것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농사일 도우러 시골갈 때 든 자동차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일당은 부모형제를 만나고, 부모님께 효도하러 간 셈 치더라도 말이다.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는 것이 농삿일이고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 * * * * * *
이 땅의 쌀이 미국쌀 값과 비교도 안된다며 농사를 포기하라 한다.
심지어는 땅을 묵히면 보상까지 해주면서 유도하는 그것도 농업정책이라고...
국민의 혈세로 월급받는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모판파종 작업, 6~7명이면 일사분란하게 작업이 진행된다)
쌀농사를 포기하고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라는 말이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어 보이나 그것은 일부분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 농업이 쌀을 포기하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없는 짓이다.
화초를 먹고, 특용작물을 주식으로 할 수도 없는 짓, 그걸 팔아 쌀을 수입한다지만
우리의 식탁은 이미 미국 카길을 비롯한 곡물메이저들의 손에 장악되어 있지 않은가?
한미 FTA에 이어 중국과의 FTA에 들어가면 과연 쌀농사를 얼마나 지을 수 있을까?
그나마 옛날 보릿고개 시절을 생각하며 농심을 천심으로 알고 농사를 짓고 있는
70세가 청년에 속하는 농촌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나면
농촌은 어떻게 바뀔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파종기에서 볍씨가 파종된 모판을 못자리에 넣기위해 가지런히 널어놓고...)
우선이야 싸니까 중국쌀 미국쌀을 먹는게 나아보일지 모르지만,
당장 호주 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자 국제 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작황이 좋지않아 수급에 문제가 있거나, 곡물메이저들이
장난이라도 친다면 무슨 수로 감당할 것인가?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한 창조주는 풍족한 먹거리를 주고 인간들이 서로 나누어
먹으며 살도록 하였지만 인간의 죄스런 무한욕심은 한쪽은 일용할 양식조차 해결하지
못해 굶어 죽는 판에, 한쪽은 너무 많이 먹어 감당하기 어렵게 찐 뱃살과 과체중에
안절부절이고, 먹다남은 음식쓰레기는 이제 버릴 곳이 없을 정도.
한편 곡물메이저들은 값을 올리기 위해 수급을 조절하느라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에 곡물을 쏟아 붓는 죄악까지 행하고 있으니
그들은 지구의 온갖 자원을 2중 3중으로 과소비하며 지구를 좀 먹고 있는
공공의 적, 아니 악마들이 아닐까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못자리에 못판을 배치시키고 물이 배여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호전될 기미가 없다.
육류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 곡물 7kg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식생활의 변화로 육류소비가 늘어
전 세계적인 육류 수요증가도 곡물부족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되고,
또 화석연료의 고갈과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로 곡물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도 복병이 되었고, 산업화로 인해 경작지가 감소되어
세계곡물 생산증가율은 식량의 소비증가율을 따르지 못하는 판국,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식량난이 닥칠 것이라고 예견하며 경고하고 있는 상황아닌가?
이런 때에 농업을 포기하고 농지를 묵히는 정책을 펴다니...
정말 가당찮은 일이다.
(모판에 물이 완전히 배여올라 올 동안 잠깐 새참도 드시고...)
FTA!
FTA 을 피할 수 없다면,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들이 정신 차리고
간교하게 숨겨놓은 함정도 피해가며 국익을 챙길 수 있는 협상을 해야할 것이다.
FTA로 득을 보는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의 이익을 과감하게 농업에 투자하여
생산성을 높혀 식량을 무기화하고, 식량으로 무한이익을 챙기려는
곡물메이저들에 맞설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책임하게 FTA는 대세고, 농업을 포기하더라고 공산품을 수출하면
FTA로 얻을 것이 더 많다며 앞으로 식량주권을 곡물메이저들한테 다 넘기고
곧 닥칠 식량위기에 안일하게 대하며 농업을 농민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자세는 적진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같은 위험하기 짝이없는 짓이다.
(모판에 물이 배어 올라오면 그 위에 신문지와 부직포를 덮으면 모판작업 끝)
원래 지난주 토요일 일찍 모판작업을 하고 수안보 가족모임에 가기로 했는데
때가 일러 1주일 늦춘 오늘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장인어른 생신이 있는
다음 주까지 연달아 세주째 토요일 일이 겹쳐 산행을 못하는데. 그래도 어쩌랴.
우선 순위중 우선 순위가 농군도 아니면서 농사짓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을...
모판 작업 다음 순서 모내기는...,
이전에는 논 모서리에 땅을 고르고 터를 잡아 못자리를 만들고는
볍씨를 파종하여 논에서 직접 싹을 틔우고 키운다음 모를 쪄 묶고는
바자리에 지고 모내기 할 논을 옮겨 일일이 허리를 구부려 모를 심었으나,
요즘은 모판에 모를 키운 다음 그 모판을 이앙기에 싣고 다니면서 모를 심는다.
이번에는 무려 8명이 동진벼 볍씨 40kg으로 180여 개의 모판 작업을 했다.
올해는 풍년도 들고, 농심이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들 꽃 / 용 혜 원
인적 드문 곳에 피어난 나를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지 말아요
당신은 나를 아름답다 하지만
훌쩍 떠나버리고 나면
다시 나를 바라보는 이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모르는 척
못 본척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세요
나도 바람이 불어 왔다간 듯이
당신의 눈빛을 잊겠어요
둘. 소, 소싸움, 미국 쇠고기 수입...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한 패배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도 협상이라고..., 어떻게 국민의 의사와 반하는 협상을 그렇게 졸속으로
죽은 소 치우는 것보다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 혹시 협상을
주도한 자들이 한국인을 가장한 미국사람들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정말 용감하여 놀랍다고 한단다.
* * * * * * *
송씨 아저씨와 아줌마. 20년전 우리가 세들어 살던 집 주인인데
그 집에서 2년도 채 살지 않았지만 정이 많이 들어 가끔씩 왕래하는데
송씨 아저씨가 우리 고향 의령에 와서 일을 하고 계신다.
(KBS 인간시장에도 소개된 소싸움 절대강자 "범이", 이제 은퇴했다지요)
얼마전부터 송씨 아저씨를 한번 만나뵈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시골갔다 오는 길이 바쁜데다 주말에 이동하니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저씨를 꼭 한번 만나뵈야 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하니
아저씨가 좋아하는 소싸움 구경에 울산 계시는 아주머니까지 부르셔서
지금 의령오실 채비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소싸움을 좋아하진 않지만 찍사본능이 발동하여 그만 카메라를 들이대고 말았다)
모판작업과 고춧대을 세우니 오늘 일이 끝났다.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송씨 아저씨를 만나러 소싸움장으로 갔다.
오랫만에 만나니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없는 모습이 반가운데
왠걸, 송씨 아저씨는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아들, 며느리까지
가족들을 모두 소싸움장으로 초대를 하신 것 아닌가!
(구수한 입담으로 흥을 돋구는 아나운서)
난 소싸움이 싫은데..., 싸우기 싫어하는 소들을 억지로 싸움질시키는
사람들이 얄밉고, 피를 흘리며 혈투를 하는 모습은 동물을 너무 학대하는 것 같고...
그래도 송씨 아저씨는 싸움장 중계하는 사람보다도 소싸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아마 의령에 오신 것과 의령에서 몇년을 혼자 사시는 것도
소싸움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격투 1)
"의령전국소싸움대회"는 청도소싸움대회와 함께 전국 최대규모.
매년 의병제 행사기간중에 열리는데 올해도 4/23~27일까지 5일간 열렸다.
이번 제21회 "의령전국소싸움대회"에는 무려 303마리나 출전하여 사상 최대규모.
의령에는 전국 소싸움대회 16개를 연속으로 휩쓸고, 인간극장에 방영되기까지 한
범이를 비롯하여 이번대회 특 갑종에서 우승한 먹도리, 꺽쇠 등
소싸움의 본 고장답게 싸움 잘하는 소들을 많이 기르고 있다.
(격투 2)
우리 식탁은 곧 불안한 미국, 캐나다 쇠고기로 대체되겠지?
미국이 자기나라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우리 국민은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고 위험에 내몰리게 되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공복의식도 없이
하루 아침에 정치논리로 검역주권까지 포기하고 기만적으로 안방문까지 활짝 열어준
자들과 합세할 돈에 눈먼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행태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중국 김치수입 파동에서 보듯, 중국업자들보다 더 나쁜 자들이
눈 앞의 이익에 양심도 팔아먹는 수입업자들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불을 보듯 뻔한 것은, 국민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더 질낮은 값싼 쇠고기를
찾을테고 미국축산업자와 합세하여 억지로라도 그 쇠고기를 먹이며
이익을 챙기려는 수입업자들의 탐욕이 우리를 두번 죽일 것이다.
정부가 촛불집회를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다.
미국 쇠고기 협상이 문제없다고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하지 말고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국민이 납득할 대책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라.
잘 먹고 못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고 다음 세대에 대한 문제다
자신들이 먹을 쇠고기가 아니라서 한낱 투정으로 폄하하는지 모르겠다.
내각의 평균 재산신고액이 31억원을 넘고 청와대 차관급 이상 비서진의
평균 재산 신고액이 35억5천만원이 넘는 이 땅의 특권층들이니까.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기대하지 않지만 그들이 재산축적과정에서 보인
비도덕적이고 탈법적인 행태로 볼 때, 진정성이 심히 의심된다.
그렇지 않아도 시골만 오면 공동화되다시피한 농촌현실로
마음이 무거운데 오늘 소싸움장에서 느끼는 생각은 더 허탈하다.
정부의 태도가 이럴진대 어디 더 험악한 일도 당하지 말라는 법 있는가!
이제 급속도로 우리의 식탁은 미국, 캐나다 쇠고기들이 잠식할 것이고
이 땅 우리 한우들은 설 자리를 잃고 이렇게 싸움질이나 하는
격투기 선수(?)로만 명맥을 유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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