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3. 10:48ㆍ글쓰기/생각의 창
잠자던 블로그를 깨우며
오랜만에 잠자던 티스토리에 포스팅하려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시절에는 밤잠을 설쳐가며 글을 올리고, 정성껏 블로그를 가꾸었다. 2003년 ‘드림위즈’에서 첫 발을 뗀 이후 ‘다음’을 거쳐 지금의 ‘티스토리’에 이르기까지, 햇수로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쌓인 3,000여 편의 글 속에는 내 인생 후반의 소중한 기록들과 삶의 궤적이 켜켜이 녹아 있다. 참 애착이 가는 공간이지만, 한동안은 이 문을 닫아야 할지 계속 이어가야 할지 참 난감한 기로에 서 있었다.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세 번의 큰 상처를 입고 열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두 번은 어떻게든 털고 일어섰지만, 세 번째는 다시 일어설 힘마저 잃어버린 채 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첫 번째는 드림위즈가 블로그 서비스를 전격 폐쇄했을 때고,
두 번째는 다음 포털이 블로그를 향상시킨다며 진행한 업데이트가 오히려 기능들을 대폭 축소시키고 수많은 오류를 내며 블로그를 훼손시켰을 때였다. 한동안 문제 제기를 하고 항의도 해보았지만 지쳐버렸고, 그때부터 사실상 포스팅을 거의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다음 포털이 결국 블로그 서비스를 전격 종료하면서 티스토리로 이전을 강제했을 때다.
드림위즈 시절처럼 옮겨가지 않으면 소중한 기록들이 통째로 사라질까 봐 자료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티스토리로 이사를 왔지만, 막상 이전을 마치고 보니 가꿔온 공간이 형편없이 흐트러져 있었다. 더 이상 운영할 마음은커녕, 블로그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마음고생이자 고문 같았다.
무엇보다 제 글을 찾아주시는 방문객들께 죄송한 마음이 그지없다.
드림위즈 시절 포스팅한 글 중에서 다음으로 링크를 걸어 두었던 글들은 이미지가 모두 깨져버려 보기 흉한 흔적만 남았고, 따로 링크를 걸지 않았던 글들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옮겨오는 과정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구독자 수와 블로그 이웃(블친)들과의 인연이 한순간에 끊겨버렸고, 정성껏 HTML을 만져가며 디자인했던 글 양식들도 죄다 엉망이 되어 버렸다.
정말 마음이 아픈 것은 그동안 오랜 이웃들과 주고받았던 그 수많은 댓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글 몇 줄보다도 때로는 더 귀하고 따뜻했던 소통의 기록들, 내 소중한 추억의 조각 조각들이 날아가 버렸을 때의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끝내 되돌릴 수 없는 사라져버린 댓글들..., 완전 복구를 하지 못한 채 상처 입은 글들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아프다. 다시 손을 대보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아, 그야말로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사실 블로그에 정나미가 떨어진 것은 다음 블로그가 닫히기 6개월 전쯤부터였다. 블로그 기능을 향상시킨다며 진행한 업데이트는 오히려 수많은 기능을 축소시켰고 버그투성이였습니다. 한동안 문제 제기를 하고 항의도 해보았지만 지쳐버렸고, 그때부터 사실상 포스팅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티스토리로 이사를 올 수밖에 없었던 건, 드림위즈 시절처럼 이전을 하지 않으면 그간의 소중한 자료들이 통째로 사라질까 봐 어떻게든 기록을 살려두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 참담했다.
그렇게 2020년 3월 이후, 그저 근근이 몇 개의 글만 올린 채 4년 넘는 시간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블로그를 다시 깨워보려 한다.
예전만큼의 뜨거운 열정을 다시 불태울 수 있을까? 이제 블로그 환경이 PC보다는 모바일에 맞추어져 있어 옛 방식대로 글을 다듬고 보여주는 데도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이 공간에 틈틈이 낙서처럼 써 내왔던 시들을 이번에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펴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두었던 글들의 봉인을 해제하고, 블로그를 통해 서서히 그 이야기들부터 풀어내 볼까 한다.
언젠가 또다시 이사를 가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마치 스피노자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이 블로그에 다시 물을 주며 묵묵히 가꾸어 나가보려 한다. 잠들어 있던 글들이 시집이라는 열매를 맺고 다시 세상의 공기를 마시는 공간. 비록 비바람에 상하고 이지러진 흔적이 남아있을지라도,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자리를 지켜야 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