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詩(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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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 정호승
* 안 개 꽃 *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안개꽃(Des oeillets de poete / A foggy..
2009.11.27 -
가을 찻집에서 그려보는 그대
가을 찻집에서 그려보는 그대 노란 은행잎이 나부끼고 담장 너머 단풍이 고운 가을이 오면 조각구름 떠가는 하늘 고운 찻집에서 가을향 물씬 풍기는 차한잔으로 그려보는 그대 돌담이 차분한 울타리를 타고 스산한 바람결에 실려오는 기억들 줄기마다 새겨진 담쟁이 잎새들 나부끼면 창 너머 아득한 ..
2009.11.25 -
내가 사랑하는계절 / 나태주
내가 사랑하는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
2009.11.20 -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
2009.11.19 -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
2009.11.18 -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와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와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