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詩(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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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숲을 아시나요 / 홍수희
(백두대간 삽답령에서 화란봉 가는 길에서) 겨울숲을 아시나요 / 홍수희 잎 지고 새 떠나간 겨울숲에는 외로움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 남아 윙윙 부는 바람만 사는 것이 아니예요 인기척에 놀라 툭,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삭정이만 사는 것도 아니지요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 꽃씨가 산답니다 파..
2009.12.21 -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이상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이상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
2009.12.14 -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이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
2009.12.10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
2009.12.10 -
너에게 / 유치환

 너 에 게 / 유 치 환 물같이 푸른 조석(朝夕)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을 나는 밤마다 홀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2009.12.01 -
세월 / 도종환
세월 /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
200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