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은글/詩(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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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 / 박정태
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 / 박정대 아픈 왼쪽 허리를 낡은 의자에 기대며 네 노래를 듣는 좌파적 저녁 기억하는지 톰, 그때 우리는 눈 내리는 북구의 밤 항구 도시에서 술을 마셨지 검은 밤의 틈으로 눈발이 쏟아져 피아노 건반 같던 도시의 뒷골목에서 톰, 너는 바람 냄새나는 차가..
2017.11.09 -
가는 길 / 이문재
가는 길 / 이문재 가는 길에 은행잎 구른다 저무는 시월 소리 내면 읽히지 않고 저녁에도 부는 바람 가끔씩 있어 긴 그림자 버짐 같은 먼지 일으킨다 한 입 시린 무거나 배춧속 같은 그날들도 큰소리로 읽기엔 부끄럽다 가는 길 갈수록 가슴 설렐 일 드물 것인데 가는 길 어느새 가파르다 ..
2017.10.16 -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
2017.09.21 -
무명 시인 / 이종섶
무명 시인 / 이종섶 우크라이나에는 6명만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4명만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그들이 죽으면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언어들 지금도 몇 명만 아는 시가 있다 혼자만 아는 시가 있다 ―반년간『시에티카』(2010년 하반기 제3호) ―시집『바람의 구문론』(푸..
2017.08.01 -
散文詩 1 / 신동엽
散文詩 1 /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莊子 휴가..
2017.07.14 -
詩 / 파블로 네루다
詩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
2017.06.26